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날개서점



“날개 좋잖아요?

 이 책들 앞으로 빛을 보며

 손님들한테 날아가서

 읽히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날개를 펴야 하는데

 이 좋은 책을 보러 오는

 손님이 너무 없네.

 왜 사람들이 책을 안 볼까요?”


“찾아와 주시니 고맙지요.

 한 권만 사주셔도 고맙고

 책을 안 사더라도

 와서 읽어만 줘도 고마워요.”


‘까치산역’이라는 이름보다

구성진 헌책집 깃들어

마을이 환하게 피는

날개마을 될 수 있을 텐데


2021.4.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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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소똥구리 2023.1.9.



소똥구리가 살아가려면

들일을 하는 소가

들풀 먹고 들길 걷다가

풀똥 뽀직뽀직 누어야지


소똥구리가 살아가자면

풀밭인 흙길에 흙도랑에

개구리 맹꽁이 이웃하고

메뚜기 잠자리 날아야지


소똥구리는

들내음 풀내음 흙내음

바람내 햇내 논밭내

듬뿍 머금으면서 살아


소 곁에 질경이

소똥구리 곁에 냉이

이 곁에

맨발로 달리는 어린이


ㅅㄴㄹ


사람하고 소가 한집안을 이루면서 함께 들일을 하고 풀밥을 먹는 나날에, 소똥구리는 들길에 떨어진 소똥을 동글동글 굴리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어느덧 시골 들판에서 일소가 사라지고 경운기·트랙터·콤바인이 큰소리를 뿜으면서, 들길이나 논도랑이 시멘트로 덮이는 사이, 소똥구리는 삶터를 모두 빼앗겨 이 땅을 떠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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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스럽다 2022.12.20.



새벽 네 시 무렵이면

벌써 멧새소리 부산스런

하늘 활짝 여는

여름스러운 하루


아침 여덟 시 즈음에

겨우 먼동 천천히 트는

하얗게 고즈넉한

겨울스러운 오늘


제비는 멋스레 곤두박춤

꾀꼬리는 맛깔스레 숲노래

꽃은 발그스레 빛깔잔치

봄스러운 나날


바람은 맑으스레 구름으로

말랑감은 불그스레 입으로

우리는 빙그스레 웃음으로

가을스러운 놀이


ㅅㄴㄹ


‘-스럽다·-스레·-스러이’ 꼴로 어떤 모습이나 숨결이나 느낌이나 티를 담은 듯하거나 닮은 듯하다고 나타냅니다. ‘쑥스럽다’나 ‘게걸스럽다’처럼 쓰고, ‘갑작스럽다’나 ‘어른스럽다’처럼 씁니다. 다 다른 결이나 길을 나타내는 말끝이기에 ‘멋스럽다·맛스럽다’처럼 말할 만하지요. 봄이 봄스럽다면, 낮은 낮스럽습니다. 바다가 바다스럽듯 숲은 숲스럽겠지요. 그 만한 결을 느끼면서 우리 스스로 얼마나 아름스러운(아름다운)가를 문득 돌아보면 어떨까요? 바보스러운 길이 아닌 빛스럽고 사랑스런 꿈을 그립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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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봐주다 2023.1.8.



비가 살살 오는 날

풀잎이 나오고

꽃망울이 터지고

냇물이 시원히 흐르고


해가 살살 뜨는 날

줄기가 굵고

가지가 벌어지고

들숲이 따뜻이 푸르고


바람이 살살 부는 날

빨래가 마르고

작은새가 노래하고

우리가 즐겁게 만나고


빗줄기를 돌아보고

햇살을 바라보고

바람꼬리를 보고

내 마음을 보아주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여든잔치를 누린 가시아버지는

아직도 미움(원한)을 품고서 살아간다.

살다 보면

누구를 미워할 수 있겠지.

그런데 왜 미워해야 할까?

미운놈을 콕 집어서

그놈만 없다면 하고 되뇔 적에

우리 삶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미운짓을 하는 놈이 있다면

나더러 미움소용돌이에 휘말리려고

꼬드기는 셈이다.


미운짓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미움씨앗을 뿌려서

스스로 미움씨앗을 거둔다.


그들을 쳐다볼 까닭이 없다.

오직 우리 스스로 마음빛을 바라보면서

‘보아주기(봐주기)’를 할 노릇이다.


구태여 한자말 ‘용서’가 아닌

우리말 ‘봐주기’를 쓰는 뜻을

가시아버지가 부디

더 늦지 않게 깨달으시기를 바라면서

이 동시를 썼고

작은아이가 그림을 곁들여 주었고

할아버지한테 새해빛(선물)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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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한테 드림 19 이오덕 일기 2022.12.7.



장작 패는 손으로

글을 써 보겠니?

밥을 짓는 손으로

사랑길 열어 보겠니?


나무씨 한 톨은 작지만

숲으로 가는 첫길

마음씨 한 켠은 작아도

꿈으로 가는 날갯길


어제를 새기고 오늘을 살고

모레를 그리고 나로 서려는

하루를 조용히 살아

나무처럼 숲처럼


너처럼 나처럼

물처럼 별처럼

흙빛으로 한 줄 쓰고

하늘빛으로 두 줄 적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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