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숲빛노래 . 길죽음 (로드킬) 2022.8.28.



사람들이 걸어다닐 적에는

나비를 바라보고

멧새노래를 듣고

철마다 다른 바람 쐬고


사람들이 부릉부릉 달리며

나비가 치여죽고

멧새가 깔려죽고

숱한 이웃이 아파 울고


잠자리 고라니 참새

함께 놀 수 있다면

칡넝쿨 질경이 후박나무

같이 살 수 있다면


이제부터

파랗게 트인 하늘에

푸르게 열린 들판을

나란히 나눌 수 있다면


+ + +


이 땅에 부릉이(자동차)가 하나둘 늘면서 사람 아닌 부릉이만 다니는 길이 부쩍 늘었습니다. 부르릉거리는 소리로 들숲이 시끄럽고, 마을이 매캐합니다. 사람들은 더 빨리 다니려고 부릉부릉 몰아대는데, 정작 시끄러운 소리에 매캐하게 일으키는 바람으로 누구보다 사람 스스로 죽음길로 치닫는 셈일 수 있어요. 건널목조차 없는 빠른길(고속도로)에서 숱한 멧짐승·벌나비·새가 치이고 밟혀서 죽습니다. ‘길죽음’을 영어로 ‘로드킬’이라 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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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노래꽃 . 멍 2021.4.28.



바다를 낀 포근고장에서

바닷바람 머금는 후박나무

지난겨울 맵추위에

그만 잎이 얼었어


멍든 얼굴처럼

누렇게 죽은 잎인데

새봄에 새잎 내며

가랑잎을 툭툭 떨구고는


여름 앞두고 다시 우거지며

곱다시 꽃내음 흩뿌리고

제비 날갯짓 반기면서

바람춤을 선보이네


봄비가 달래는 멍

봄볕이 다독이는 멍울

봄바람이 다스리는 잎멍

한결 튼튼히 서는 나무

.

.

지난 2021년 봄에 쓴 노래꽃 ‘멍’.

2022년 9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셈틀로 토닥토닥 옮긴다.


노래꽃을 늘 쓰지만

손으로 꾸러미(수첩)에 적을 뿐

셈틀로는 더디 옮긴다.


지난해 봄에

대구 마을책집으로 

이 노래꽃을 띄웠구나.


내가 쓴 글이지만

막상 되읽어 보는데

마치 처음 읽는 글처럼

아름답다고 느꼈다.


오늘 새로 쓸 노래꽃(동시)도

내가 쓴 줄을 잊고서

“누가 이렇게 아름다이 썼을까?”

하고 느낄 수 있기를 꿈꾼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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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사람노래 . 석주명 1908∼1950



8월이면 무화과가 익고

팔랑나비 내려앉아 쉬고

이 여름에 후박나무 푸르고

파란띠제비나비 나풀나풀 놀고


9월이면 부추꽃이 하얗고

모시나비 살랑살랑 앉고

이 가을에 감나무 우뚝하고

부전나비 가만가만 춤추고


노란 장다리꽃 곁에

노란 봄빛 같은 노랑나비

흰구름 흐르는 철에

하늘빛 머금은 배추흰나비


풀잎 먹으며 꿈꾸었고

꽃가루 건드리며 웃는

온누리 모든 나비처럼

나도 날면서 노래하지


+ + +


나비하고 벌이 있기에 풀꽃나무는 꽃가루받이를 해서 씨앗을 남기고 열매를 맺어요. 나비는 날개 있는 몸을 누리기 앞서 풀잎이나 나뭇잎을 갉는 애벌레로 꽤 오래 지냅니다. 어린벌레일 적에 잎을 갉기에, ‘날개돋이’를 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바지런히 꽃송이를 찾아다니면서 꽃가루받이를 해준다고 할 만해요. 모든 풀꽃나무가 다 다른 철과 때에 잎을 내놓고 꽃을 피우듯, 나비도 다 다른 철과 때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깨어나요.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억누르면서 모든 곳을 ‘일본말·일본 얼거리’로 바꾸던 즈음, 석주명 님은 우리나라 나비를 샅샅이 짚고서 ‘우리말로 이름을 새롭게 지어’ 주었습니다. 제주섬에서 일할 적에는 ‘제주말(제주 사투리)’을 찬찬히 헤아리며 갈무리했고요. 이러다가 한국전쟁 한복판(1950)에 그만, 술에 절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일찍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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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사람노래 . 니사 Nisa (!쿵겨레) 2022.8.22.



싸우다가 죽으면 어리석어

혼자 끌어안으면 무거워

따갑고 차가우면 외로워

스스로 안 지으면 힘들어


아기를 낳으면

삶을 보여주고 같이 놀고

어른으로 크면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고


들숲바다는

밥옷집 누리는 밝은 터전

해바람비는

오늘을 맑게 돌보는 빛살


숲을 머금는 너는

숲빛으로 물들며 노래하고

푸른별 품는 나는

파란하늘 안으며 춤춘단다


+++


너른들에서 조촐히 마을을 이루면서 아늑하고 느긋할 뿐 아니라, 서로 넉넉히 나누는 ‘!쿵겨레(!Kung People)’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한켠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배움터(학교)가 서거나 나라(정ㅂ)가 있지는 않으나,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슬기로이 이룰 뿐 아니라, 참하면서 착하고 즐거이 사랑을 빛내는 삶이며, 싸움(전쟁)을 멀리하고 숲빛으로 아름다운 살림이라고 합니다. 들숲을 조금도 파헤치지 않으면서 ‘들숲이 내린 열매’를 고루 누나누며 오붓하다지요. ‘!쿵겨레’ 이야기는 ‘마저리 쇼스탁’ 님이 ‘니사(Nisa)’라는 아주머니 곁에서 오래도록 말벗으로 지내면서 들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옮기고 갈무리하며 책으로 내놓고서 알려졌다고 합니다. 겉모습에 얽매이지 않고서 마음빛을 읽고 아는 ‘!쿵겨레’ 사람 가운데 한 분인 니사 님은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포근히 이끌 수 있는’ 어진 길잡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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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숲빛노래 . 매미 2022.7.28.



풀꽃한테 둘러싸여 푸른

나무로 들숲 이루던

오랜 나날에는

가만가만 부드러이 노래했어


부릉부릉 시끄럽고 매캐한

쇳덩이 잿빛 들어찬

요즈막에는

가슴아파 피를 뱉듯 울어


노래하려는 꿈으로

일곱 해도 열일곱 해도

풀꽃나무 보듬는 흙에

포근히 안겨 고이 자는데


어느새 노래를 잊네

나도 너도 다들

빵빵빵 꽥꽥꽥 왁왁왁

울부짖어도 듣는 이 없어


+++


매미는 아주아주 오래도록 ‘노래하는 이웃’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왔어요. 까무잡잡 싱그러운 흙이 풀꽃나무를 돌보듯 ‘매미 애벌레’인 ‘굼벵이’를 품어 주어 느긋이 꿈꾸도록 보살피지요. ‘매미소리’를 시끄럽다고 여기는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이 시끄러운 줄 잊고서 노래를 잃어버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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