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 애장판
오자와 마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12.3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을 읽으면서 온누리를 아름답게 밝히는 노래란 언제나 사랑 하나인 줄 새록새록 생각합니다. 사랑을 그릴 줄 알기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기에 웃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둘이기에 춤출 수 있습니다.


  거꾸로 보자면, 사랑 하나를 등지기에 온누리를 매캐하게 더럽혀요. 사랑을 안 그리기에 노래가 없이 늙어갑니다. 사랑을 바라지 않으니 꿈이 없이 메마른 마음이에요.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서 혼자 거머쥐려 하니 온통 싸움판입니다.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일’이란 무엇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돈을 벌려고 몸을 움직이거나 무엇을 하기에 ‘일’이기도 하지만, “오늘 일은 무척 반가워”처럼, 뜻하거나 바라거나 그리거나 일어나거나 맞이하는 모두를 ‘일’이라 합니다. 물결이 일듯, 하루가 일어나듯, 몸을 일으키듯, 어제하고 오늘이 잇듯, 첫밗으로 나아가는 길이 ‘일’입니다.


  돈을 벌건 누구를 돕건, 무엇을 하는 살림을 가리키는 ‘일’을 일로 마주하면서 헤아리는 곳에서 비로소 하루를 바라보고 마음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을 살피면서 함께 살아가는 숨빛을 헤아리기에 찬찬히 싹트는 ‘사랑’일 테고요.


  노래하는 사람이라야 놀이를 합니다. 마음 가득 푸근하면서 홀가분히 놀 적에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 맺는 ‘마음·이야기·일·놀이·살림·삶·하루·오늘·사람’을 언제나 ‘사랑’을 한복판에 놓고서 엮어 나갑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보여주고, 사랑을 잊은 채 헤매는 터전을 보여줍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누리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바뀌는 둘레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고요.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따로 가르칠 수 없고, 배우지 않아요. 사랑은 늘 스스로 마음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을 손수 돌보는 동안 시나브로 자라납니다. 남이 심어 주지 않는 사랑입니다.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고 찾고 가꾸기에 샘솟으면서 피어나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는 채 돈만 버는 사람은 ‘일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이 없이 돈만 버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즐거울까요? 빛날까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할까요? 하나도 아닐 테지요?


  사랑을 품고 돌보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일한다’고 말할 만합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혼자 거머쥐려 할까요? 남을 괴롭힐까요? 둘레를 망가뜨리는 막짓을 할까요? 아닙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온누리에 사랑을 심는 길을 갑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배울 길이라면 ‘사랑으로 짓는 일’입니다. ‘돈을 잘 버는 일’은 배우거나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을 적에는 마음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에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는 일’을 하기에 스스로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서지요. 이때에 비로소 ‘어른’이란 이름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기에 어른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달래면서 펴기에 어른입니다. 나이만 더 먹는 사람은 늙은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는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한켠에 ‘아직 사랑을 모르거나 생각조차 않은 사람’을 놓습니다. 사랑 곁에서 사랑빛을 받으면서 거듭나는 사람을 보여주고, 사랑빛을 등지거나 손사래치려 들면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을 보여주지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을 노릇인가요? 우리가 어른으로 서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돌아볼 노릇인가요?


ㅅㄴㄹ


“구슬 같은 거 만져 본 지 40년 만이네.” “하지만 그애 교육상 정말 잘한 걸까요.” “나쁘진 않아. 어렸을 때는 불가사의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는 법이지.” (43쪽)


“만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직 때가 아냐. 집사람이 저 딸아이를 아직 용서할 수 없는 것처럼, 저 아이도 아직 우리들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럴까요. 저 여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81쪽)


“전부 할머니 고양이예요?” “원래부터 여기 있던 고양이도 있고, 모여든 고양이도 있어. 하지만 전부 누구의 고양이도 아냐. 고양이 자신의 고양이야.” (148쪽)


“엄마. 엄마, 왜 그래?” “군고구마 아저씨가 엄마 아프게 했어?” “아냐. 아냐, 농농.” “근데 왜?” “엄마 기뻐서 울고 있는 거야.” “기쁠 때도 눈물이 나와?” “응. 정말 기쁠 때엔 그래.” …… “토요가미 씨, 아버님께 전해 주세요. 다음엔 꼭 노조미 보러 오시라고요.” (189쪽)


“처음 하는 건데도 세 마리나 잡다니, 꽤 실력이 좋네.” “이딴 거 실력 좋아 봤자 별 쓸 데 없잖아.” “나중에 아버지가 됐을 때 애들이 좋아할 거야.” “뭐? 촌스러∼.” (217쪽)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꿈을 꾸기 위해, 어쩌면 그 때문에 태어나는 것일지도.’ (299∼300쪽)


“농농한테 아빠 모습이 보였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농농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야.” ‘그치만 나한테는 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농농을 양팔로 안은 아키라의 모습이. 혹시 산타클로스는 진짜이고, 농농의 초대장을 그에게 전해 줬을지도 모른다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의 보석함에 살며시 간직하고 뚜껑을 닫는다.’ (386쪽)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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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에게 고한다 1 세미콜론 코믹스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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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13.

허수아비 죽음터



《아돌프에게 고한다 1》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1》(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를 읽습니다. 이름이 ‘아돌프’인 세 사람이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바탕으로 ‘삶·싸움’이 얽히는 자리를 짚고, ‘사람·허수아비’ 사이는 어떻게 다른가를 들려줍니다.


  싸움(전쟁)을 겪지 않고서는 싸움을 알기 어렵습니다. 생각해 봐요. 사랑을 겪지 않았는데 사랑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숲에 고즈넉히 안겨서 숲내음을 맡지 않고서 숲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서 고래를 만나서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고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싸움터(전쟁터 또는 군대)에 끌려간 사람이기에 싸움터를 압니다. 다만, 싸움터라 해도 다 똑같지 않습니다. 우두머리란 자리는 늘 뒤에 아늑히 앉아서 손가락만 까닥입니다. 총알받이란 자리는 늘 꼭두에 아슬아슬 서서 목숨이 달아납니다. 총을 쥐지도 않고 무거운 등짐을 지지도 않고 멧골이며 논밭을 가로질러야 하지 않는 우두머리가 겪은 싸움터란 무엇일까요?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는 소리를 질러도 서로 못 듣습니다. 총소리에 귀가 멍하거든요. 굴길(참호)을 파느라 지친 몸에 무거운 짐을 메고서 총알받이로 달려나가다가 폭 고꾸라지는 허수아비가 ‘싸울아비(군인)’입니다.


  우두머리는 늘 사람들을 길들여서 총알받이로 내몹니다. 무시무시한 총칼을 잔뜩 만들고 벼려서 옆나라로 쳐들어가면 큰돈을 가로채서 넉넉히 살 수 있다고 꼬드기려 듭니다. 그런데 곰곰이 짚어 봐요. 미국에서 새로 선보인 ‘숨은날개(스텔스 전투기)’ 하나 값이 1조 원이라고 합니다. 하나 값이 1조 원일 뿐, 이 하나를 만들기까지 들인 돈은 더욱 크게 마련입니다.


  총칼을 만들거나 사들일 돈으로 나라살림을 가꾸면 배고플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릴 돈을 그냥 사람들한테 밑살림돈(기본소득)으로 나누어 주어도 모든 사람이 넉넉히 누릴 만합니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사람들이 느긋하고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미운놈(적·적군)을 과녁으로 삼아서 싸우려 들도록 내모는 길’을 좋아하더군요.


  너랑 내가 ‘태어난 나라’가 다르니까 미운놈이 되어 싸워야 할까요? 너랑 내가 ‘태어난 고장’이 다르니까 서로 미워하며 다퉈야 할까요? 나라에서는 ‘국민기본교육’이란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우리는 배움터(학교)를 다니면 더 다닐수록 오히려 ‘슬기로운 살림·포근한 사랑·아름다운 삶’하고 등진 채, 서로 미워하거나 시샘하거나 갈라치면서 아웅다웅하는 쳇바퀴에 스스로 갇히지는 않는가요? 잘 봐요. 슬기로운 살림을 배움터에서 가르치나요? 포근한 사랑을 배움터에서 들려주나요? 아름다운 삶을 배움터에서 보여주나요?


  테즈카 오사무 님은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그리면서 ‘세 아돌프’가 저마다 다르지만 안쓰럽게도 똑같은 수렁길로 치닫는 슬픔꽃을 밝힙니다. 시키거나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는 끝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요. 살림·사랑·삶하고 등지면 언제나 쳇바퀴에 허덕이는 줄 밝히지요. 이제는 우리 모두 스스로 눈을 뜨고 깨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종살이(노예생활)가 아닌 참살이를 바라보기를 빕니다.


ㅅㄴㄹ


‘그야말로 무대에 서서 박수갈채를 받는 인기배우하고 똑같아. 말하자면, 히틀러는 세기의 스타에 지나지 않아. 팬들이 그 스타에게 열광적으로 환호를 보내는 것뿐. 여긴 그야말로 극장이다. 극장 국가라. 그러고 보니 히틀러는 몸짓도 말투도 하나같이 연극배우 같군.’ (74쪽)


“네가 내 동생을 밀고한 것보다도, 네 아버지가 게슈타포란 사실을 숨기고, 아닌 척한 게 더 참을 수 없어!” “…….” “그래! 내 일거수일투족이 너를 통해 네 아비한테 흘러들어간 거야. 그 마을에서 습격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 (102쪽)


“싸워야 해, 아돌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단다. 울상 짓고 멈춰 있으면 안 돼. 차별과 탄압에 맞서서 싸워야 해. 비록 지금은 조국 없는 민족이지만, 꿋꿋이 싸워 나가면 틀림없이 이길 거야.” (146쪽)


“유대인을 죽여도 된다고 가르친대요!” “그럴 리가.” “진짜예요. 친구 형이 소년단이거든요. 난, 빵집 아돌프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워요.” “아직도 걔랑 어울린단 말이야?” “우린 친구예요!” (159쪽)


“히틀러 소년단은 유대인을 해충이라고 가르친단 말이에요!” “유대인? 무슨 얘길 하는 거냐?” “저한텐 유대인 친구가 있어요.” “빵집 아돌프 말이지? 그 녀석은 해충이다!” “걘 해충 아니에요!” “잘 들어라, 아돌프. 히틀러 소년단에선 유대인이 세상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 쓰레기인지 낱낱이 가르쳐 준단다.” (204쪽)


“아빠는 너한테 무서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몰라. 그건, 조국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일했기 때문이다. 충성이란 그런 것이다.”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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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에게 고한다 2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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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13.

미움씨앗은 미움나무로


《아돌프에게 고한다 2》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2》(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이 우리말로 나온 지 제법 됩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큰맘먹고 이 그림꽃을 ‘글만 읽는 어른이 읽는 달책(잡지)’에 실었습니다. 더구나 일본이 지난날 어떤 말썽이며 잘못을 일으켰는지 낱낱이 다루면서, 일본이 나치 독일하고 손잡고서 사람들을 얼마나 길들이거나 억눌렀는지를 다루었고, 일본에서 스스로 왼켠(좌파)이라 내세우는 이들조차 총칼나라를 나무라지 않으면서 한통속이 된 대목까지 다루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전쟁 반대’를 외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이녁 그림꽃은 ‘우두머리가 허수아비를 이끌어 일으키는 싸움은 바로 우리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우두머리라는 자리부터 없애면서, 누구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누구보다 어린이가 사랑을 물려받아서 새롭게 푸른별을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밝히고 나누자’고 하는 줄거리를 여밉니다.


  그림꽃 《아돌프에게 고한다》도 테즈카 오사무 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꽃처럼 ‘싸우려는 마음은 언제나 싸우려는 마음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대목을 짚습니다. 이 대목을 잘 읽어야 합니다. 싸우려는 마음을 품으면 ‘착한 싸움’도 ‘나쁜 싸움’도 없이 모두 ‘죽이는 싸움’입니다. 이쪽도 저쪽도 ‘네가 날 때렸잖아!’ 하고 외치면서 끝없이 앙갚음을 하려고 들어요.


  《불새》는 바보스레 쳇바퀴를 도는 사람들 싸움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블랙잭》은 바보스런 쳇바퀴를 먼저 스스로 끊는 새길에서 어떻게 사랑이 피어나는가를 드러낸다면,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미움씨앗이 미움나무로 자란다면, 우리 스스로 어떤 씨앗을 심어서 어떤 나무로 돌보는 숲살림이어야 사람다울까?’ 하고 묻습니다. 나라가 시키니까 ‘애국·충성’이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서 허수아비 총알받이로 미움씨앗을 흩뿌려야 할까요? 나라가 시키고 길들이는 모든 거짓과 눈가림을 찬찬히 걷어내면서 아이들한테 참빛을 들려주고 물려주는 어진 어른으로 고이 서면서 ‘서울을 떠날’ 수 있을까요?


  왼뺨을 때리는 놈한테 오른뺨도 때리라고 하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요. 고운님이 아닌 미운놈한테 떡 하나 더 주는 뜻을 새길 수 있기를 바라요.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곳에서만 펴는 맞장구입니다. 맞주먹이기에 싸움입니다. 바보짓에 눈을 감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바보짓을 녹여낼 사랑길을 바라보고 가꾸는 하루를 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꾸 ‘저놈이 미운데 어떡해?’ 하면서 밉놈(분노할 대상)을 만들려고 들면, 바로 여기에서 미움씨앗이 싹트면서 미움나무로 자랍니다.


  나쁜놈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요. 나쁜놈을 죽여야 한다는 마음씨앗을 섣불리 심으려 하지 마요. 나쁜놈도 착한님도 아닌, 삶과 살림과 사랑을 함께할 아이어른으로 오늘 이곳에 서는 길 하나를 오롯이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중일전쟁에) 민간인 수천 수만 명이 도륙당했으며, 본보기로 참살당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여성과 아이들까지도 편의대(간첩)나 게릴라로 몰려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 대본영의 간부들이 감쪽같이 숨긴 탓에 일본 대중은 이러한 진상을 까맣게 몰랐다 … 거짓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감춰진 실태가 얼마나 비참하고 잔학한지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땅히 반대 입장에 섰어야 할 사회대중당조차도 똘똘 뭉쳐 정부에 협력하는 꼴이었다. (9, 11, 12쪽)


“이거 참 애먹이는 상대구먼. 고문도 안 통하지. 이마에 돌대가리라고 적혀서는 15만 엔을 준대도 끄떡 안 하지. 하지만 자네 처지를 생각해 봐. 자네한텐 이미 꼬리표가 붙었어. 이제 곧 일본 땅에 발도 못 붙이게 될 거야. 돈을 챙겨서 미국이든 어디든 이민을 가. 협력만 하면 도와줄 테니까 말이야.” (77쪽)


“호리타, 나 회사 그만두게 됐어.” “그, 그래. 몸조심해.” “젠장. 특고한테 찍혔다고 다들 슬슬 피하는 건가.” (84쪽)


“군인 아저씨♩ 감사합니다♪ 군인 아저씨♩ 덕분에♪ 오늘도 형과 함께 나란히♪ 학교에♩ 갑니다♪ 조국을♩ 위하여♪” (93쪽)


“사람을 버러지 취급하다니. 용서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용서 못해!” “나, 날 죽일 작정이냐? 어디 해봐라, 그럼 넌 살인범이야! 아, 아니야! 하지 마!” “먹어! 네 놈도 쓰레기를 먹으란 말이다! 당장 안 먹으면 이 못을 먹여줄 거다! 입에 처넣어! 그래, 그렇지. 꼭꼭 씹어야지. 다 삼켰으면 한 입 더 먹어라!” (126쪽)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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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소녀 히나타짱 3
쿠와요시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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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4.

생각하며 짓는 삶


《할망소녀 히나타짱 3》

 쿠와요시 아사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5.15.



  《할망소녀 히나타짱 3》(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습니다. 그림꽃책은 날마다 쏟아지는데, 이 가운데 스스로 읽을 책이며 아이들하고 함께 읽을 책을 가리면 몇 안 남습니다. 숱하게 쏟아지는 책을 살피다가 생각합니다. 숲노래 씨로서는 아예 쳐다볼 마음이 터럭만큼도 안 들지만 참으로 숱한 사람들이 읽는 책이 꽤 많구나 싶어요.


  거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읽는 책인데 숲노래 씨 그대는 왜 거들떠보지 않느냐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올 뿐더러, 겉그림이나 책이름을 보기만 해도 줄거리가 훤히 보이면서 따분한 틀에 갇히는 책을 손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첫째, 사랑 아닌 짝짓기타령(애정행각)을 다루는 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죽느니 사느니 티격태격 주먹다짐이 춤추는 책은 들추지 않습니다. 이켠이건 저켠이건 저희 무리에 끼어야 옳다는 목소리가 가득한 책은 등돌립니다.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를 잊은 책은 만지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참하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아름길을 펴는 줄거리가 아니라면 아이들한테 건넬 마음이 아예 없습니다.


  아이를 걱정하다가 그만 숨을 거둔 할머니가 꼬마로 다시 태어나는 줄거리를 다룬 《할망소녀 히나타짱》입니다. 책이름으로도 왜 ‘할망소녀’인지 어림할 만해요. 그런데 이 그림꽃에 나오는 ‘히나타’만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시 태어납니다. 그저 다시 태어나는 줄 잊어요. 다시 태어나서 이 삶을 부여잡는 까닭을 자꾸 잊습니다.


  어떤 일을 자꾸 겪는 까닭을 돌아보아야 해요. 왜 자꾸 똑같거나 비슷한 일이 불거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스스로 풀어서 매듭을 지을 때까지 ‘지겹거나 싫은 일’이 끝없이 또아리를 틀어요. ‘지겹거나 싫다는 마음’을 씻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풀어도 똑같거나 비슷한 일은 고스란히 잇습니다.


  마음은 늘 마음으로 이어가서 만납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으로 마주보면서 빛납니다. 짝짓기는 노상 짝짓기 노닥질로 헤맵니다. 끊어야 하거나 잘라야 하지 않아요. 따사로운 햇볕으로 녹일 노릇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으로 어루만져서 꽃이 피어나도록 북돋울 일입니다. 작은 그림꽃이 들려줄 ‘다시 태어난 할망아이 새걸음’은 앞으로 어떤 발걸음으로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스스로 풀고 맺을까 지켜보기로 합니다.


ㅅㄴㄹ


‘1교시는 국어인가? 교과서가 뻣뻣하니 좋구나. 새 걸 쓸 땐 그걸 쓰는 사람까지 새로운 마음이 들지. 게다가 오래 써서 조금 낡은 학교 책상과 의자. 전엔 어떤 애가 썼으려나?’ (5쪽)


“젓가락은 한 개만 들고 움직이는 연습을 하면 된단다.” “헤. 어, 잘 된다.” “갑자기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먹을 땐 맛있고 즐겁게 먹는 게 최고니까, 연습은 나중에 하렴.” (26쪽)


“자자, 얘들아. 배고프지 않니? 눈앞에 있는 음식에 집중하자꾸나.” (28쪽)


“툇마루에서 보이는 정원을 손질하며 사다오가 오기만 기다렸고, 그게 거의 내 일상이었어. 지금 난 그저 사다오 걱정뿐이야. 그러니 항상은 아니더라도 사다오가 굶을 때 급식을 나눠줄 정도면 난 족해.” (63쪽)


“미련을 끊어야 태어나기 전의 일을 다 잊을 수 있어. 미련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는 거라고. 할 일을 다 하면 분명 태어나기 전 일도 잊을 수 있을 거야.” “뭐?” (77쪽)


“괜찮은지 아닌지는 아직 몰라. 하지만 난 네 힘이 되어 주고 싶단다.” (126쪽)


#桑佳あさ #老女的少女ひなたちゃ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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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그녀 2
하루나 레몬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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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그림꽃 2022.10.16.

혼자 쓰지 말고 같이 쓰렴



《보통의 그녀 2》

 하루나 레몬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3.25.



  《보통의 그녀 2》(하루나 레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을 읽고 다시 읽고 천천히 되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아가씨는 “같이 있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24쪽).” 하고 말하지만, 정작 ‘같이 있기’만으로는 넉넉하지 않기에 글을 쓰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쓰는 글은 ‘같이 있으면서 즐거운 짝꿍’ 이야기입니다.


  짝꿍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썼다면 누구보다 짝꿍한테 먼저 보여줄 노릇이에요. 그런데 아가씨는 짝꿍이 아닌 남한테 먼저 보여주었고, 남이 말하는 대로 ‘시 공모전’에 냈으며, ‘시 공모전에 붙어 짝꿍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제(짝꿍인 사내) 이야기를 갑자기 누리판(인터넷)에서 만날 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쑥덕거리는 일터 젊은 아가씨들 입방아에 올라서 몹시 버거워’ 합니다.


  그저 같이 있기에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는데, 그저 같이 있기로 하지 않고 ‘같이 있는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했다면 어떡해야 하는가 찬찬히 생각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남(동무라 하더라도)보다 짝꿍한테 먼저 말할 노릇입니다. 짝꿍은 ‘절름발이로 살아온 나날로 너무 고단한 나머지 이녁 삶을 고스란히 글로 담을 엄두를 못 내는 마음’입니다. 아가씨도 아가씨 삶길을 고스란히 글로 담기까지 오래도록 마음앓이를 해온 만큼, 짝꿍더러 왜 갑자기 같이 나아가지 못 하느냐고 다그친다면, 짝꿍은 몹시 힘겹겠지요.


  아가씨 스스로 ‘수수한(보통의 그녀)’ 사람으로 살아오려 발버둥을 쳤지만 ‘누구나 다른 줄 깨달았다’면, ‘절름발이가 없는 곳에서 절름발이로 살아가는 짝꿍’한테 들려줄 말을 더 살필 노릇이리라 느낍니다. 아가씨는 ‘짓시늉(의태)’을 하면서 ‘겉으로는 멀쩡한(?), 그러니까 수수한 모습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만, 짝꿍인 사내는 ‘짓시늉’을 할 수 없기에 ‘겉으로 보기에도 안 멀쩡한(?), 그러니까 겉으로도 속으로도 절름발이가 드물거나 없는 곳에서 혼자 절름발이로 티가 나는 모습을 속으로 견디는’ 삶이에요.


  그러나 누가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아가씨는 동무를 만났고, 한때 짝꿍이던 사내는 아직 동무가 없습니다. 젊은 사내도 동무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동무가 있든 없든 먼저 스스로 ‘누구나 다르며, 모든 사람은 참말로 다르기에 스스로 마음으로 빛나는 길을 신나게 걸어가면 어느새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펴는구나’ 하고 깨달으리라 봅니다. 이 같은 대목을 그리지 못한 채 서둘로 매듭을 지은 《보통의 그녀》라서 아쉽습니다. 순이도 돌이도 삶을 고스란히 말로 들려주고 글로 옮길 수 있기를 바라요. 바깥(사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흐르는 사랑빛을 늘 가만히 마주하면서 스스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지금 밤이 샌다. 모든 밤에 아침은 온다. 하나의 캄캄하고 캄캄한 밤이 빛을 맞이하며 고요히 끝난다. 고요한 아침에 누워 있는 하나의 몸, 몸, 몸, 그 피가 흐르는 따스한 살덩어리,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그 몸, 몸, 몸! 따뜻한 피부. 맥박 치는 몸.’ (13쪽)


“좀더 철저히, 천천히 솔직해져서 저 자신을 다 벗겨서 드러내고, 그래서 좋은 시를 쓸 수 있겠죠. 그건 정말 무섭지만, 저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그 저편에 있는 것을 보고 싶어요. 세상의 평가는 어떻든 상관없으니까.” (48쪽)


“다루 양. 평범한 사람 같은 건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어 …… 단 한 사람도 없는 거야.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해선 안 돼.” (78∼79쪽)


“난, 하지만 쓰기로 결심했어. 나는 나를 위해 쓰기로 결심한 거야. 헤어지자.” (89쪽)


‘나는 내 힘으로 나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내 손으로 나를 끌어안을 수 있다. 그것이, 희망이 아니면 무엇인가.’ (97쪽)


#はるなれもん #ダルちゃん #はる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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