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에게 고한다 4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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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3.3.2.

총칼에는 사랑이 없다


《아돌프에게 고한다 4》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4》(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은 예나 이제나 우두머리란 놈들이 떠벌이는 ‘나라사랑(애국)’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잔치에 겉발림에 눈속임인가 하는 대목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그들 우두머리는 언제나 막힘을 휘두르면서 숱한 마름(중간간부)을 거느렸는데, 이 마름 가운데 하나는 ‘배움터 길잡이’였습니다. 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사랑의 매’를 퍼부었지요.


  그들은 왜 ‘사랑의 매’를 퍼부었을까요. 아이들이 ‘사랑’을 못 보도록 망가뜨리고 싶거든요. 아이들이 ‘사랑’을 생각하지 않도록 내몰 속뜻이었고요.


  그들은 왜 ‘나라사랑·겨레사랑’ 같은 외침말을 퍼뜨렸을까요? 그들은 사람들이 참답게 사랑으로 깨어나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나라사랑·겨레사랑’ 같은 굴레에 사람들 눈코귀입을 다 틀어막으려 했습니다.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가 ‘죽음바치기(카미카제 특공대)’로 내몰았듯,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도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생각하지 않도록 옭아매려 했어요.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참말로 ‘사랑’이라면, 눈속임인 나라사랑이 아닌 ‘나사랑’이어야 합니다. ‘나사랑’이 싹터야 ‘너사랑’으로 뻗고, ‘우리사랑’으로 자랍니다. 나너우리가 남남이 아닌 언제나 하나로 흐르는 숨빛인 줄 깨달을 적에는, 사람하고 숲이 한결같이 하나였다는 대목을 알아차립니다. ‘나사랑·너사랑·우리사랑’은 ‘숲사랑·한사랑’으로 만나요.


  그래서 우두머리나 마름은 사람들이 ‘사랑’을 모르기를 바라면서 매를 들고서 ‘사랑의 매’를 휘둘렀습니다. 사랑에는 매질도 주먹질도 없는데, 거짓을 뒤집어씌운 나날이었어요.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참사랑을 걸을 적에는 아무런 총칼을 안 휘두를 뿐 아니라, 모든 총칼을 녹여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참사랑이라면 힘이 아닌 기운을 밝혀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가 참말로 참사랑이라면 이름값을 내세워 작은이를 괴롭거나 밟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 동무로 얼크러져요.


  사랑인 마음에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사랑이 아닌 마음이기에 총칼을 거머쥐고서 싸움을 일으키려 하고, ‘총칼을 앞세워야 전쟁을 막는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려 해요.


  이제부터 눈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총칼을 쥔 놈치고 사랑으로 나아간 놈은 없습니다. 총칼을 앞세우는 놈치고 전쟁을 부추기지 않은 놈은 없습니다. 총칼을 들먹이거나 말하는 놈치고 사랑을 깨닫거나 바라보거나 나누는 놈은 없습니다. 총칼은 만들지도 팔지도 사지도 않을 일입니다. 사랑씨앗을 심고, 사랑노래를 부르고, 사랑살림을 지을 일입니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사랑을 잊은 채 사랑을 밟으려고 했던 어리석은 ‘아돌프’들한테 외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철수와 영희가 총칼이 아닌 사랑을 바라보고 품고 가꾸기를 바라는 눈물노래입니다.


ㅅㄴㄹ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蟲


“황씨뿐만이 아니야. 만주인들은 사사건건 일본 군인한테 업신여김당하고 혹사당했어. 그런데도 학교에선 일본 군인이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한다고 가르쳤지.” (42쪽)


“우리가 배운 정의는, 옳은 일을 행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압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지.” (43쪽)


“애국심이 왜 싫어요?” “아니, 그건 오로지 전쟁을 위해서 이용당하는 개념에 불과해. 일본인이 함부로 떠드는 ‘야마토다마시’란 말을 듣고 만주인들이 얼마나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난 몇 번이나 목격했어.” (44쪽)


“만약 쓰레기라면 쓰레기답게 총통 각하께 충성을 바치다가 쓰레기답게 죽는 거다! 제국이 무너지면 우리도 끝장이야! 결국 우린 국가라는 거대한 체제에 처박힌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 (182쪽)


“흠, 자네 베를린에서 꽤 유명했다던데, 여기서도 실력 좀 보여주게. 유대인 2000명을 부헨발트 수용소까지 이동시켜!” “걸어가란 말씀입니까?” “물론 도보로 이동한다. 단, 쉬게 하지 말고 계속 걷게 해. 뒤처지는 놈은 죽여. 먹을 것도 주지 마. 가능한 한 많이 탈락시켜서 처분해. 도착할 때까지 반으로 줄여. 수용소에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194쪽)


“상관없습니다. 제가 바퀴벌레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녀석들은 대단한 존재입니다. 사람들한테나 까닭 없이 미움을 받지만 다른 생물들한테선 살아갈 권리를 인정받으니까요. 게다가 바퀴벌레는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씩씩하게 살아남을 거라고 하잖습니까?” (203쪽)


“저런 놈들은 아무렇지 않게 유대인을 죽이다가도, 혼자가 되면 자칫 양심의 가책에 무너지곤 해. 아직 햇병아리거든.” (2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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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 4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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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숲노래 푸른책 2023.2.26.

아무도 똑같이 앓지 않아



《플라타너스의 열매 4》

 히가시모토 토시야

 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12.31.



  《플라타너스의 열매 4》(히가시모토 토시야/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은 “아무도 똑같이 앓지 않아” 한 마디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도 안 아픈 사람도 다 다릅니다. 아픈 사람이 다 똑같이 아프지 않아요. 튼튼한 사람도 다 똑같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돌림앓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앓습니다. 이름은 같은 돌림앓이라 하더라도 다 다른 사람한테 다 다르게 돌보는 손길이어야 합니다.


  배움터에서 가르치거나 배울 적에도 이와 같아요.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가르치더라도, 다 다른 아이들한테는 다 다른 아이한테 맞추어 다 다르게 들려주고 알려주며 가르쳐야 할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보면, 돌봄터(병원)나 배움터(학교)가 똑같은 얼개입니다. 다 다른 사람을 안 쳐다봐요. 그저 똑같은 틀에 가두려 합니다. 사슬터(감옥)조차 다 다른 사람을 다 다르게 일깨워서 잘못씻이를 할 노릇이지만, 참말로 다 다른 사람을 다 다르게 일깨우거나 이끄는 얼거리가 있을까요?


  새삼스럽습니다만, 스승은 가르치는 자리가 아닙니다. ‘스승’은 그저 스스로 하는 살림길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참말로 스승이라면, 모든 배움이(제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배움이도 스승이 가르치거나 이끌 수 없어요. 다 다른 배움이는 저마다 다르게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스승으로서는 “보렴, 너희가 스승이라 일컫는 나(스승)는 이렇게 스스로 배워서 이렇게 스스로 살림을 짓는단다. 너희(제자)는 너희 나름대로 느끼고 보고 배워서 너희 스스로 깨달아서 너희 길을 너희 손으로 지으렴.” 하는 말만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이(의사)란 이름이든, 길잡이(교사)란 이름이든, 어버이(부모)란 이름이든, 우리는 그저 다 다른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다 다르게 말을 하고, 다 다르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게 앓고 아픈데, 똑같은 돌봄물(약)을 준다면 어찌 될까요? 다 다른 사람한테 모두 똑같이 미리맞기(예방주사)를 밀어붙이면 어찌 되겠습니까?


  우리가 사람이라면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참말로 사람이란 몸을 입고서 살아간다면, 다 다른 사람이 ‘다 같은 책’을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고전명작’이란 이름으로 함께 읽는 바보짓을 멈추어야 합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같은 책을 읽고서 다 같은 말을 쓴다면, 이곳은 사슬터(감옥)가 단단히 섭니다. 우두머리(권력자)가 바라는 꼴입니다.


  우리는 다 다른 책을 다 다른 눈으로 읽을 노릇입니다. 때로는 아름책을 돌려읽을 수 있을 텐데, 어떤 아름책이라 하더라도 ‘똑같이 느낄’ 생각은 그쳐야 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읽고 새겨서, 우리 살림을 짓는 밑자락으로 삼을 노릇이에요.


  그림꽃 《플라타너스의 열매》는 어린돌봄터(소아과병원)에서 마주하는 삶죽음을 다룹니다만, 아프거나 앓는 아이들뿐 아니라, 튼튼한 아이들도, 또 아이 곁에 서는 어른하고 어버이가 어떤 마음하고 몸으로 어우러질 적에 참사랑일까 하는 대목을 짚습니다. ‘좋아함(마음끌림)’이 아닌 ‘사랑’을 다루는 줄거리입니다. 이 숨결을 다 다른 우리가 저마다 새롭게 느끼고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딱히 그렇게 생각 안 해.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도 있고, 무슨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지. 그뿐이야.” (20쪽)


“병 때문이든 다른 무엇 때문이든 뭐 어때? 토모미를 못 견디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멋진 일이 어디 있겠어.” (47쪽)


‘환자는 하나하나 다른 인간이고, 제각기 다른 가족을 가졌으며 다양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똑같은 병을 두고도 환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지. 그렇기에 의사는 환자 하나하나에 맞춰서 마주할 필요가 있어.’ (131쪽)


“살다 보면 병을 앓거나 다치기도 하고, 사랑을 하면 상처받게 될 때도 있지. 토모미의 병은, 연애나 우정과 연관 지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지금은 그냥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153쪽)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을 쓰는 건 소아외과의야. 너는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사를 가르는 현장에 서는 건 소아외과의라고.” “그럼 형은 단 한 번이라도 토모미를 진찰해 본 적이 있어? 환자와 마주하고 얘기를 해보지도 않고, 데이터와 차트만을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그런 소아외과의에게 누가 목숨을 맡길 수 있겠냐고?” (183쪽)


#東元俊哉 #プラタナスの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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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 - SL Comic
카멘토츠 지음, 박정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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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2.22.

달달하게 나누는 마음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

 카멘토츠

 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10.20.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카멘토츠/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을 아이들하고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곰손’으로 어떻게 달달이(케익)를 굽느냐고 여길 수 있으나, 곰손이기에 땀흘리고 갈고닦아 달달이를 구워서 이웃하고 오순도순 나누는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곰은 숲을 푸르게 돌보는 어질며 듬직한 이웃입니다. 숲은 곰이 있기에 푸르면서 눈부시고 아름답습니다. 숲에서 곰이 사라지면 그만 푸른빛이 시들시들하면서 아름빛도 사그라들게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나라 숲에는 곰이 깃들기 어렵습니다. 사람 발길이 안 닿을 멧골은 자꾸 줄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부릉부릉 매캐하게 가로지르려고 멧자락에 구멍을 내고 시커멓게 부릉길을 내곤 하지요. 얼마나 더 빨리 서울하고 이곳저곳을 이어야 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얼마나 더 많이 부릉부릉 달려야 하는지 이제는 제발 멈춰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만 우글거리는 곳에서는 사람끼리 치고받습니다. 사람 곁에 새가 깃드는 곳에서는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오붓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사람만 바글거리는 곳에서는 풀벌레가 나물을 조금 갉는대서 끔찍하게 미워합니다. 벌나비가 나긋나긋 날개짓하는 곳에서는 아이어른이 조촐하게 살림을 지으면서 넉넉하게 나눕니다.


  콩 석 알을 사람·벌레·새가 나눈다는 옛이야기를 늘 되새길 노릇입니다. 사람 혼자 거머쥐려 하니 사람끼리 싸워요. 콩 석 알을 사람 혼자 움켜쥐려 하니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갈려 그만 배부른 놈하고 가난한 님이 나타납니다.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에 나오는 꼬마곰은 아주 쉽게 달달이를 굽습니다. 달달이를 어떻게 굽는지 누구한테나 알려주고, 누구보다 어린배움터(초등학교) 아이들한테 나긋나긋 노래를 부르면서 가르치면서 함께 굽지요. 처음에는 ‘곰이 굽는 달달이’를 사람들이 안 쳐다보았다지만, 한두 사람 맛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어느새 널리 사랑받는 ‘꼬마곰 달달집’을 이루는데, 꼬마곰은 떼돈을 벌어들일 마음이 없어요. 스스로 맛보면서 즐겁게 사랑으로 녹아드는 달달이를 이웃 누구하고나 나누고픈 마음 하나입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울을 걷어치울 일입니다. 높다란 잿더미를 싹둑 끊어낼 일입니다. 부릉부릉 빨리 달리는 길을 모두 걷어낼 일입니다. 두 다리로 걷고 자전거로 달리면서, 서울부터 숲으로 돌려놓을 일입니다. 논밭을 가꾸는 시골에서는 비닐을 모두 걷어내고서 흙틀(농기계)도 죄다 치울 일입니다.


  숲에서 범이며 곰이며 늑대이며 여우가 한동아리로 살아갈 터전으로 돌려놓아야 비로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어진 마음을 되찾으리라 생각합니다. 벌나비를 동무로 여기고, 풀벌레를 이웃으로 아는 눈썰미를 키워야 비로소 사람은 사람으로서 빛나겠지요.


  새가 들려주고 가르치는 노래입니다. 벌나비가 보여주고 가르치는 일(벌이)입니다. 풀벌레가 살려주고 가르치는 살림살이입니다. 사람은 숲으로 나아가야 ‘나다움’을 깨달아 ‘나무’를 품는 ‘나’로 살며 ‘나비’로 ‘날갯짓’을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서점에 가도 될까요?” “네, 들렀다 가요.” “서점에 오면 왠지 설렙니다.” “맞아요. 책 구경만 해도 즐겁지요.” “으음, 이 책 읽어 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케이크 레시피 책인가요?” “이겁니다! 《갓파의 오이가게》 내용이 궁금합니다!”


“키위 타르트입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훌쩍. 훌쩍.” “왜, 왜 우세요?” “오이가 아니라 키위지만 그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48쪽)


“별똥별이다! 별똥별을 같이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어 두었습니다.” (98쪽)


“헌데 얼마인고?” “도, 돈은 안 주셔도 돼요!” “멍청한 놈! 상품에 값을 치르는 건 장인에 대한 예의이지 않느냐.” “아, 알겠습니다.” (107쪽)


“자네 같은 청년이 옆에 있어 준 덕분에 따뜻하고 정직한 케이크가 됐더군. 이 늙은이는 기쁘다네.” (110쪽)


##カメントツ #こぐまのケーキ屋さ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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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니스의 황금새 1 - 시프트코믹스
하타 카즈키 지음 / YNK MEDIA(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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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2.22.

글을 쓸 수 없던 사람들



《카이니스의 황금새 1》

 하타 카즈키

 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0.10.15.



  《카이니스의 황금새 1》(하타 카즈키/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0)를 읽으면 ‘글을 읽을 수 없던 사람들’이 비로소 ‘글읽기’를 조금은 할 수 있되 ‘글을 쓰면 안 되는 자리’에 있던 무렵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날에는 글순이도 글돌이도 나란히 있습니다만, 순이(여성)가 붓을 쥐고서 제 삶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은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발자취에 글을 남긴 몇몇 글순이(여성작가)가 있으나, 이들 글순이는 ‘힘·이름·돈이 있던 집안’이었어요. 아무런 힘도 이름도 돈도 없던 작고 수수한 흙순이(농사꾼)는 붓종이를 구경은커녕 만질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힘·이름·돈이 있던 집안’이라 하더라도 모든 순이가 붓종이를 만지지 않았어요. 그저 글돌이(남성작가·남성 권력자)한테 얹혀가고서 입을 다문 채 지내는 나날이기 일쑤였습니다.


  굳이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만, 돌이만 읽거나 써야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거나 읽어야 날개(자유)이지 않습니다만, 순이돌이 누구나 읽고 쓸 줄 알 뿐 아니라, 제 삶·살림을 스스로 건사하면서 온누리에 푸르게 사랑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날갯짓할 때라야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눌 아름다운 사이라면, 몇 가지를 버릴 노릇입니다. 첫째, 힘을 버립시다. 힘(권력)이 아닌 풀꽃나무에서 흐르는 푸른 숨결을 함께 나누고 누릴 노릇입니다. 둘째, 이름을 버립시다. 허울스러운 이름(명예)이 아닌, 온마음에 온사랑을 심는 이름꽃·말꽃·노래꽃으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셋째, 돈을 버립시다. 돈(재산)에 매이니 마음을 잊고, 마음을 잊으니 사랑을 잃다가 모든 꿈이며 노래를 잃어요.


  누구나 어깨동무하는 아름다운 삶터로 나아가자면 ‘문학상’이나 ‘등단’ 같은 껍데기도 사라져야겠지요. ‘작가’ 같은 허울도 치워야 할 테고요. 우리는 서로 ‘지음이’이면 됩니다. 밥짓기에 옷짓기에 집짓기를 손수 할 줄 아는 어질면서 참한 숨결을 돌보면서 노래짓기에 삶짓기에 사랑짓기를 펴는 슬기로우면서 따사로운 숨빛으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이처럼 짓기를 할 줄 아는 손으로 말글을 지어 아이한테 들려주고 물려줄 노릇이에요.


  ‘지어’야지요. ‘창작·작업’이 아닌 ‘지음’으로 가야지요. 모든 하루를 스스로 짓고, 새롭게 짓고, 푸르게 짓고, 넉넉하게 짓고, 즐겁게 짓는 착한 사람으로 함께 손잡고 달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순이돌이가 반짝이는 눈망울로 만나서 푸른별을 노래하는 글살림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난 네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 세상의 구조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어, 라고 할 순 없지.’ (24쪽)


“저자의 이름이 리아 보이드든 앨런 웨지우드든 책의 내용은 똑같은데, 세간에선 그렇게 보지 않아. 쓴 사람이 일단 남자인지 여자인지부터 보고 판단해버려.” (31쪽)


“인간에겐 상상력이 있어. 상상력으로 타인과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고! 만약에 경험한 게 아니면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면, 타인에게 다가갈 기회도 줄고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밖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63쪽)


“지금까지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공상에 빠져 있으면 마음이 편했어.” (78쪽)


‘아아, 움직이기 불편해. 스커트가 거추장스러워. 머리는 무겁고, 복장 하나로도 기분이 달라지는구나. 좋은 공부가 됐어.’ (87쪽)


“모두가 조연을 원하지만, 알아서 쓰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어. 그러다 운 좋게 책이 잘 팔리면 먹고살 수 있지.” (157쪽)


#カイニスの金の鳥 #秦和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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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클리닉 1
카루베 준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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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2.22.

헛발질 ‘저출산대책’은 이제 그만



《푸른 하늘 클리닉 1》

 카루베 준코

 최미애 옮김

 학산문화사

 2005.2.25.



  《푸른 하늘 클리닉 1》(카루베 준코/최미애 옮김, 학산문화사, 2005)를 되읽습니다. 파란하늘처럼 돌봄이(의사)라는 길을 걸어가기까지 어떤 굴레나 수렁에 잠긴 채 곁을 못 보는 얕은 마음이었는가를 차근차근 짚으면서 응어리를 푸는 이야기를 되새깁니다. 이 그림꽃은 어릴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서 돌봄이 삶길을 걸은 아가씨가 퍽 오래도록 ‘아픈이(환자) 얼굴은 안 쳐다보고 기계처럼 일만 하’느라 딱딱하게 시들어 버린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부터 그립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아이 얼굴을 안 바라보면 어버이일 수 있을까요? 가시버시로 짝을 맺는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안 쳐다보면 가시버시일 수 있을까요? 동무랑 어울리면서 얼굴을 안 들여다보면 참말로 동무일까요?


  가만히 보면, 온나라 벼슬꾼(공무원)은 사람들(민원인) 얼굴을 안 쳐다봅니다. 시골 면사무소나 군청도, 서울 동사무소나 시청도 매한가지예요. 그들(공무원)은 사람들 얼굴이 아닌 ‘셈값(주민등록번호라는 숫자)’만 쳐다봅니다. 돈터(은행)도 매한가지예요. 돈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람들 얼굴을 볼까요? 그들(은행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닌 ‘셈값(계좌번호·돈)’만 들여다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우리 얼굴을 스스로 쳐다보는 하루인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부터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는지 곱씹을 일입니다. 서로 마음을 헤아리고 꿈을 바라보고 사랑을 그리는 눈길인지, 아니면 마음도 꿈도 사랑도 등진 채 쳇바퀴마냥 셈값(숫자)에 얽매여 허덕이는 나날인지 생각해야겠습니다.


  《푸른 하늘 클리닉》에 나오는 돌봄순이(여의사)는 그냥그냥 쳇바퀴처럼 ‘실적 많이 올리는 의사’로 자리를 잡아 가다가, 어느 날 문득 ‘아픈이 얼굴’을 처음으로 바라보았고, 사람(환자도 의사도 간호사도)은 누구나 ‘숨결이 흐르는 빛’이라는 대목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이러면서 서울(도쿄)을 한동안 떠나서 두멧골(외딴섬)에서 작은 돌봄이로 이태를 지내면서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오늘날 우리 터전을 보면, ‘시골 보건소 의사’ 자리는 텅텅 빕니다. 한 해에 몇 억 원을 준다고 해도 안 들어옵니다. 이뿐 아니라, 시골(군 단위)에서 고을지기(군수)는 시골을 살리는 작은길이 아닌, 목돈을 시골로 끌어들여 되도록 크게 삽질판을 벌인 다음에 뒷돈을 빼돌리는 데에 힘을 쏟아요. 막상 ‘시골살리기’에 마음이며 힘을 기울이는 벼슬꾼(공무원)이나 고을지기(군수)는 없다시피 합니다. 해마다 ‘저출산 대책·귀촌대책’이라며 어마어마한 돈을 써대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습니다.


  작은 그림꽃 《푸른 하늘 클리닉》은 우리가 어떻게 마을을 살리고,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으로서 슬기로이 살림을 짓고, 이웃으로서 사귀는 참길을 조곤조곤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책이름을 ‘푸른 하늘 클리닉’으로 붙인 대목은 아쉬워요. 하늘은 파랑이니 ‘파란하늘 돌봄터(진료소)’로 붙여야 올바릅니다. 하늘빛하고 바다빛이 하나로 어우러진 작은섬에서 파랗게 물드면서 스스로 빛나는 마음을 노래하는 그림꽃을 곁에 두면서 ‘돈 안 되는 작은사랑’을 헤아리는 벼슬꾼하고 고을지기가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의미 없어요. 단순히 숫자의 나열일 뿐이잖아요.” “네?”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아요.” (42쪽)


“엄마는 널 낳으면 죽는다고 선고를 받았었어. 하지만 엄마는 꼭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모든 의사들이 손을 뗐어. 아빠는 낳지 말자고 애원했어.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 무사히 태어났고, 엄마는 널 바라보며 말했어. ‘난 기적을 낳았구나. 이 애는 기적의 아이야.’” (47쪽)


“고마워. 아오이는 내 은인이야. 정말로 고마……. 울어 주는 거야? 날 위해서. 널 한 번은 버렸던 날 위해서.” (93쪽)


‘생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수의 별이었다. 나는 지금 섬에 있구나. 이곳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바다를 보고, 같은 별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곳을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16쪽)


‘이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었다. 시골 의사라면 무조건 우습게 봤다. 엘리트 의식의 덩어리였다. 분명히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 병원 그만둬…….’ (147쪽)


“아무리 그리워해 봤자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예요. 우린 많이 봐 왔어요. 돌아오겠다고 해놓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섬을 버린 사람들을. 수도 없이.” (176쪽)


#青空クリニック #軽部潤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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