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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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7.5.

거짓말은 거짓말로


《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12.30.



  《매일 휴일 4》(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으면, ‘동생이 그림꽃님(만화가)으로 나설 즈음’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를 살며시 짚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누구나 무언가 마무리를 지을 적에는 스스로 뿌듯합니다. 마땅한 노릇입니다. 스스로 뿌듯하지 않으면 마무리를 못 짓습니다.


  좀 어설프거나 엉성하더라도 ‘내가 여태까지 익히고 다진 모든 빛을 담았다’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우리는 ‘빈틈없는(완벽)’ 오늘이 아닌 ‘오롯한(완전)’ 하루를 살아가거든요.


  빈틈이 있기에 흉을 보는 사람이 있을 만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아서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 만하지요. 그러나 이 빈틈이란 ‘배울 틈새’이기도 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기에 ‘차곡차곡 다스리고 가꾸고 익히고 세울 길’을 널리 열 수 있습니다.


  바보는 아직 모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바보라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멍하니 있기에 멍청이(멍텅구리)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멈춘 사람인 멍청이 몸짓으로는 새길을 열지도 않고 새빛을 짓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바보라는 오늘이기에,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럽게 몰랐는지 돌아보고 되짚으면서, 바로 바닥부터 다집니다. 바닥부터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는 줄 깨닫는 바보라는 자리입니다.


  빈틈이나 허술한 곳을 짚는 사람은 나쁠까요? 나쁘게 보고 싶으면 나쁘게 보면 될 뿐입니다. 빈틈을 짚어 주는 사람을 나쁘게 보는 이는 스스로 멍청이라는 굴레를 쓰면서 멈춥니다. 허술한 곳을 나무라는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는 스스로 바보인 줄 깨달으면서 하나씩 바로잡고 바꾸려고 땀을 흘려요.


  거짓말은 거짓말로 갑니다. 빈틈투성이 책을 빈틈이 없는 듯 치켜세워 본들, 허술한 책을 잘난책(베스트셀러)로 띄운들, 너도 나도 즐거울 일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 허술하거나 모자란가를 또렷하게 보고 느끼고 배워서 바꾸고 가꾸는 매무새를 가다듬기에, 스스로 사랑을 찾아서 지을 만해요.


  참말은 참말로 갑니다. 숲은 숲으로 갑니다. 서울은 서울로 가지요. 차림옷은 차림옷으로 가고, 웃음은 웃음으로 갑니다.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셈인지 되새겨 봐요. 겉모습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나요? 빈틈투성이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바보인 오늘을 노래하면서 밑바닥부터 가꾸는 걸음걸이인가요?


ㅅㄴㄹ


‘어쩐지 좀 재미있는 사람이네.’ (4쪽)


“저어, 양말이 짝짝이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14쪽)


“하지만 오늘 얘기해 보고,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나쁜 녀석들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53쪽)


“난 만화가가 될 거야. 엄마가 바라는 직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느낌으로 알고 있었어. 이왕 하는 거 끝까지 해보렴.” (73∼74쪽)


‘거짓말로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는 원만하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돼. 그렇게 되면 이미 뭐가 재미있는지도 알 수 없어져.’ (84쪽)


“낙선작을 보는 중이야.” “그건 젊은 편집자들이 먼저 읽어 보고 탈락시킨 거잖아요.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아니, 읽다 보면 이걸 왜 떨어뜨렸나 싶은 게 가끔 있거든.” “네?” (89쪽)


“할머니.” “응?” “바람이 기분 좋아요.” “그러냐.” (107쪽)


“어디 가세요?” “짜증이 극에 달해서, 저기 3번째 전봇대까지 뛰려고요.” “네?” (123쪽)


#ひらやすみ #真造圭伍 


히로 오빠, 승부하자

→ 히로 오빠, 겨루자

→ 히로 오빠, 해보자

→ 히로 오빠, 붙자

69쪽


오늘은 할머니의 1주기 기일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가신 첫돌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떠난 첫해입니다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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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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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5.4.

둥지를 나서 둥지를 짓는다



《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18.5.31.



  《프린세스 메종 3》(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18)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모두 여섯걸음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한복판인 석걸음인데, 그림꽃에 나오는 아이는 ‘나고자란 둥지’가 있으나, ‘나고자란 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매캐하고 북적이는 서울(도쿄) 한켠에서 날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는 무척 좁고 작은 삯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이에요. 이러면서 푼푼이 살림돈을 모아요. 거의 어떠한 데에도 돈을 한 푼조차 안 쓰면서 ‘앞으로 장만할 집’을 그립니다.


  가만히 보면, ‘집임자한테 삯을 치르는 삶’에서 ‘돈터(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 삶’으로 바꾸려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삯집’하고 ‘우리 집’은 다르지요. ‘우리 집’은 나와 집이 하나이기에, 나랑 집을 아울러서 ‘우리’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무튼, 우리를 낳아서 돌본 어버이가 머물고 살림을 이루던 둥지를 떠나려 하기에, 또는 떠났기에, 새로 깃들 둥지를 찾고 마련하려는 하루입니다. 새로 얻는 둥지에서 짝을 맺어 아이를 낳는다면, 이 아이도 머잖아 새롭게 둥지를 찾아서 떠날 수 있습니다. 또는 짝을 안 맺고 아이를 안 낳으며 홀로 호젓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짝을 맺어 낳은 아이가 애써 둥지나기를 안 하면서 ‘한둥지’로 오붓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 더 낫지 않고, 어느 쪽이 더 나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이 가는 길을 살펴서 사뿐사뿐 즐겁게 내딛으면 됩니다.


  서울집이기에 나쁘거나 낫지 않습니다. 시골집이기에 낫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이건 시골이건 똑같이 한 가지는 살필 일입니다. 바로 나무와 숲과 새와 풀꽃과 벌나비입니다.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으려 하든, 이곳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새가 내려앉아 노래할 수 있어야 삶자리로 어울립니다. 풀꽃이 피고 풀벌레가 깃들어 노래하다가 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하면서 철마다 새롭게 흐르는 숨결을 맞아들이는 곳이 바야흐로 삶터입니다. 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새소리도 개구리소리도 풀벌레소리도 없다면, 바람소리도 별빛소리도 구름소리도 막거나 가린다면, 그런 데는 집이 아니라 사슬터(감옥)입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느끼면서 땀이 나고, 겨울에는 추위를 느끼면서 덜덜 떠는 곳이 집이자 마을이자 삶터입니다. 더위를 느끼기에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록새록 느껴요. 추위를 맞이하기에 나무를 제대로 둘러서 바람막이를 해야 하는 줄 새삼스레 깨달아요.


  쇳덩이(자동차)가 밤낮없이 빵빵대면서 매캐한 곳은 숨막히기도 하지만, 귀가 아픕니다.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에는 바람이 흐르고 별이 내려앉고 풀꽃내음이 향긋하니 저절로 밤잠을 포근히 이루면서 하루하루 아늑하겠지요.


  모든 새는 둥지를 틀어 새끼를 사랑으로 낳아 돌봅니다. 모든 사람은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일구면서 아이들이 ‘아름답게 철들어 사랑으로 빛나는 새사람’으로 서도록 북돋우거나 이끄는가요?


  ‘입시교육·직업훈련’이 아니라, ‘살림짓기·사랑찾기’라는 길을 슬기롭게 나설 수 있도록 부드러이 보여주고 상냥하게 이야기하기에 어른스럽고 어버이다운 매무새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오늘 어른인지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버이라는 하루를 돌보는지 되새겨야 합니다.


ㅅㄴㄹ


“혼자서 충실하게 살면 안 되는 걸까요?” (42쪽)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게 되거든.” “하루, 정말로 쓸데없구나. 모두 자기가 선택한 걸 짊어지고 가는 거야 ……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야.” (66, 67쪽)


“이런 거 하나하나 마련하는 것도 힘들지. 난 야스가 데릴사위로 와준 덕분에 필요한 물건은 전부 집에 있었고. 자기 물건을 자기가 마련하다니 뭔가 굉장하네.” “남편감을 찾아내는 게 훨씬 굉장한걸.” (83쪽)


“매일 반짝반짝 빛나서 기운을 불어넣어 줘. 이런 물건 덕분에, 난 집도 직업도 없지만, 불행했던 적이 없어.” (111쪽)


“조금 흥미가 있어서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왔는데.” “그런 분들도 많이 오신답니다.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셨죠?” (162쪽)


#AoiIkebe #プリンセスメゾン #池辺葵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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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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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5.4.

집순이가 꿈꾸는 둥지



《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20.2.29.



  《프린세스 메종 6》(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20)을 읽으며 우리 살림새를 한참 헤아립니다. 보금자리를 이룰 터전을 장만하려고 젊은 나날을 땀흘리면서 바치는 길을 나긋나긋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나중에 목돈으로 팔 것(부동산)’이 아닌, ‘앞으로 팔 마음이 없이 그저 그곳에 혼자 고즈넉이 깃들며 살아갈 터’로 바라본다면, 하루벌이는 언제나 새마음이게 마련입니다.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집이라는 곳을 너무 빨리 올려세우고 너무 빨리 허물어버립니다. 짧아도 쉰 해 동안 안 건드릴 수 있어야 비로소 집이고, 웬만하면 온(100) 해를 거뜬히 버텨야 그야말로 집일 테지요. 두온(200)도 석온(300)도 넉온(400)도 닷옷(500)도 즐거이 누리면서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이어줄 만할 적에 ‘보금자리’란 이름을 붙일 테고요.


  돌·흙·나무·풀로 짓는 집은 참말로 닷온(500) 해를 넉넉히 갑니다. 즈믄(1000) 해를 가뿐히 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 서울에 때려박는 잿집(아파트)은 몇 해나 갈까요? 얼마 못 가 모조리 ‘다시짓기(재건축)’를 해야 한다면서 시끌시끌해요.


  여섯걸음으로 마치는 그림꽃은 “프린세스 메종”인데, 우리말로 쉽게 옮기면 ‘집순이’입니다. 굳이 멋들여(?) 꾸밈말로 안 나타내어도 됩니다. ‘집순이·둥지순이’로 살아가고 싶은 젊은이 삶과 오늘과 마음을 그리는 줄거리입니다.


  집순이는 마을순이로 살아갑니다. 둥지순이는 마을살림을 차근차근 일굽니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삶인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왜 아기가 줄어드는지, 왜 젊은이가 시골을 떠나는데 막상 서울에서 외롭다고 느끼면서 고달프게 보내는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부러울 정도로 좋은 거잖아요.” (39쪽)


“이야기 들어줄까요?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어줘.” “네―에.” “고마워.” (71쪽)


“무엇이든 알 수 없어도 괜찮아요. 비밀이 있어도 좋고, 설령 부부가 되어도 상대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134쪽)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쓸쓸하다는 마음도 소중한 마음이에요.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주 멋진 일이에요.” (156쪽)


#AoiIkebe #プリンセスメゾン #池辺葵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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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휴일 2
신조 케이고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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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4.3.

넌 오늘 꿈을 그렸니


《매일 휴일 2》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7.30.



  《매일 휴일 2》(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으며 삶과 꿈 두 가지를 돌아봅니다. 삶이란, 우리가 몸으로 맞닥뜨리거나 맞이하는 오늘입니다. 꿈이란, 우리가 마음에 담아서 날마다 새롭게 지피는 생각입니다. 몸으로 삶을 치르거나 겪기에 하나하나 배웁니다. 마음으로 꿈을 그리거나 담기에 차근차근 자랍니다.


  삶만 있을 적에는 배울 수는 있되 늙기 쉽고, 꿈만 있을 적에는 머리만 쓰느라 몸이 시들어요. 삶 곁에 꿈을 나란히 두어야 비로소 한결같이 빛나는 오늘일 수 있어요. 꿈은 삶으로 올겨야 어느새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몸짓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기에 쳇바퀴일 수 있으나, 시골에서 살더라도 톱니바퀴에 얽매일 수 있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서 달삯을 꼬박꼬박 받다가 어느 나이가 찰 즈음 일터를 떠나야 한다면 쳇바퀴입니다. 스스로 심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논밭짓기가 아닌, 모든 씨앗을 나라(농협)에서 대주는 대로 해마다 다시 사서 심고 거두는데 나라(농협)에서 파는 틀(농기계)만 써야 하면서 나라(농협)에 팔기만 해야 하는 얼개라면 톱니바퀴에 갇혀요.


  나라(사회·정부·학교)는 사람들이 스스로 서는 길을 반기지 않습니다.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벼슬꾼(공무원)이 되거나 ‘나라하고 손잡는 일터’만 있기를 바라요. 그렇기에 곧잘 ‘스스로일꾼(자영업자·프리랜서)’을 쥐락펴락 흔드는 틀(정책)을 슬쩍 내놓습니다. 기름값이나 전기삯을 조금만 건드려도 스스로일꾼은 하나같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기름값이건 전기삯이건 아무리 건드려도 벼슬꾼이나 ‘나라하고 손잡는 일터’는 안 흔들려요.


  그림꽃 《매일 휴일》에 나오는 젊은이나 어르신은 ‘삶과 꿈’이라는 두 빛줄기를 나란히 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꾸 담벼락에 부딪히고, 또 울타리에 걸리고, 거듭 도랑에 빠집니다. 쉽게 흔들리고, 마냥 어지럽고, 알게 모르게 망설여요. 앞길은커녕 저녁에 어떤 밥을 차려서 먹거나 사다가 먹을는지부터 갈피를 잡기 쉽지 않습니다.


  아침은 날마다 찾아옵니다. 저녁은 날마다 다가옵니다. 밤은 날마다 흐릅니다. 하루는 멈추는 일이 없고, 늦게 가지도 않습니다. 이 모든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이 삶을 다스려야 웃을 만할까요? 모든 나날을 어떻게 맞아들이면서 우리 꿈을 씨앗으로 심어야 노래할 만할까요?


  저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나날을 보내는 내내 저녁에는 “이제 꿈을 그리면서 잠들렴.” 하고 속삭이고, 아침에는 “이제 하루살림을 그리면서 일어나렴.” 하고 읊습니다. 참말로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꼬박꼬박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고, 제 마음에 대고 새록새록 되새기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 몸을 입고 살아가는 이곳에서 삶을 밝히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 마음을 펴면서 꿈꾸는 한밤에 별빛을 품고서 쉬려고 합니다. 낮에는 낮새가 베푸는 노래를 싱그럽게 들으면서 꽃망울을 바라봅니다. 밤에는 밤새가 펴는 노래를 그윽하게 품으면서 땅기운이며 숲기운이며 별기운이 천천히 스미기를 바랍니다.


  바람소리는 바람노래 같아요. 빗소리는 비노래로구나 싶어요. 바다물결은 바다노래이고, 냇물결은 냇물노래입니다. 새가 펄럭이는 날갯짓도 다 다르게 퍼지는 노래입니다. 우리 하루도 나날이 새롭게 노래씨앗이 퍼지면서 반짝입니다.


ㅅㄴㄹ


“월말이라 돈이 없어.” “고기! 풍부한 단백질∼.” “그럼 너도 슬슬 아르바이트라도 하든가.” “윽.”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으윽. 알바하기 싫은데. 일하기 싫어.” (5쪽)


“도마를 깎고 있었어요. 너무 더러워서요.” ‘지금 그 말을 왜 해? 아아, 여전하네. 히로토 오빠는 옛날부터 흥분하면 묘하게 차분해져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댔으니까.’ (10쪽)


‘친구의 의외의 강단에 놀란 알바 첫날이었습니다.’ (45쪽)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피카소가 14살에 그린 데생을 보고 절망했다. 이런 재능은 나에게는 없어.’ (50쪽)


‘나츠는 참 좋겠다. 가까이에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59쪽)


“다치바나 씨, 저는 매년 칠석 축제날 밤에는 여기에 와요.” “왜요?” “여기서 보이는 축제날 풍경이 좋아서요.” (115쪽)


‘고향 집에 머물 때는, 속마음이 나오기 쉬운 법.’ (130쪽)


#ひらやすみ #真造圭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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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
호시노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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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숲노래 푸른책 2023.3.22.

펫숍을 만드는 사람들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

 호시노 나츠미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11.15.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를 읽으면서, 우리 곁 여러 숨결을 헤아려 봅니다. 2008년부터 잇는 이 그림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둘레 고양이를 비롯해 둘레 사람들이 차근차근 같이 자라면서 함께 살림하는 나날을 부드럽게 보여줍니다. 첫걸음부터 스물한걸음에 이르도록 천천히 읽어 오면서 여태 몰랐던 한 가지를 이제서야 깨닫는데,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는 ‘귀염가게(펫숍)에서 억지로 뿌리(족보)를 받아 태어나는 고양이’가 아닌 ‘마을 한켠에서 저마다 살림을 이루는 들고양이’가 들고양이로도 살고 마을고양이로도 살며 집고양이로도 사는 얼거리를 그려내 왔어요.


  그러나 이 그림꽃은 ‘펫숍이 나쁘다’ 같은 말은 대놓고 하지 않습니다. ‘펫숍이 아닌 마을’을 보여주고, ‘펫숍이 아닌 살림집’을 보여주며, 아이들 스스로 마을고양이하고 이웃이며 동무로 지내는 나날을 보여줄 뿐입니다.


  영어로 쓰는 ‘펫’을 한자말로는 ‘애완동물’로 옮기고, 요새는 ‘반려동물’이라는 한자말로 고쳐쓰자고들 합니다. ‘애완(귀염)’보다는 ‘반려(곁)’가 나을 만합니다. 그런데 ‘애완·반려’ 같은 한자말을 어린이가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왜 처음부터 ‘귀염이·곁벗’처럼 수수하면서 쉽게 우리말로 나타내지 않을까요?


  함께 삶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반려자·동반자’가 아닌 ‘짝꿍·곁짝’입니다. 곁에서 짝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기에 ‘곁·짝’이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사람 사이에서 서로 ‘곁님’이고, 어른아이 사이에서도 나란히 ‘곁님’이면서, 사람이며 짐승이며 풀꽃나무도 다같이 ‘곁님’입니다.


  이제서야 말썽거리를 느끼면서 바꾸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직 말썽인 줄 못 느끼기에 안 바꾸는 사람이 있기도 할 테며, 앞으로도 내내 모르는 채 살거나 등돌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펫숍’만 말썽거리일 수 없어요. ‘종잇조각 배움터(졸업장 학교)’는 언제나 말썽거리였어요. ‘입시지옥’이란 이름까지 버젓이 있지만, 왼오른(좌파·우파)은 똑같이 뒷구멍으로 종잇조각을 주고받거나 앞에서 대놓고 종잇조각을 나누어 왔습니다. 힘·이름·돈을 움켜쥔 이들만 종잇조각을 나누지 않아요. 작고 수수한 자리에 있는 우리들 스스로 힘·이름·돈을 노리면서 종잇조각을 움켜쥐려는 길을 달려왔고, 우리 아이들을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그저 몰아놓습니다.


  배움수렁이 사라지도록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면, 펫숍도 저절로 사라질 만합니다. 배움수렁을 걷어내고서 ‘배움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함께 차근차근 지으면, 총칼(전쟁무기)과 싸움(전쟁)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녹여낼 수 있습니다.


  모든 길은 늘 하나로 만나요. 새끼 고양이를 마냥 귀엽게만 바라보면서 노리개로 삼으려 하기에 ‘귀염이(펫·애완)’ 같은 이름이 태어나고 자랍니다. 새끼 짐승도 어린 사람도 나란히 사랑스러운 숨결로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사랑이·사랑꽃’ 같은 낱말을 혀에 얹을 뿐 아니라, ‘곁님’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요.


  펫숍을 만들어 뭇목숨을 괴롭히며 돈으로 사고파는 이들도 우리요, 푸른별을 아름누리로 돌보며 가꾸는 이들도 우리입니다. ‘어떤 우리’로 서면서 ‘어떤 하루’를 짓는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 ‘어떤 삶’을 바라보려는지, 바로 ‘우리 스스로’ 추스르며 한 발짝을 내딛을 적에 모두 바꾸어 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코우메는 엄마 부탁대로 ‘엄마를 대신한’ 가 아닐까.” “어머, 그럼 내가 되려고 한 결과가 그거였어? 행주가 떨어져 있던 것도 내가 가끔 물건을 떨어뜨리는 걸 흉내낸 거야?” “응.” (24쪽)


“늘 보던 버섯요정이네여.” “어떻게 알았지? 이번에는 완벽하게 변장했는데.” “왜긴, 버섯을 타고 있으니까 알져.” (48쪽)


‘그녀라면, 우미 말인가.’ ‘우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고양이라고 해서 실망하지 않았으면.’ ‘코우메를 둘러싸고 앉아 있는 이 느낌, 재미있다.’ (122쪽)


“고양이의 날이라고 해서 고양이한테 좋은 게 있나여? 나는 고양이의 날이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쪄요!” “고양이의 날에도 페어에서 맛있는 사료를싸게 팔아. 하지만…….” “고양이의 날 멋져.” “오늘은 엄마가 바빠서 고양이 날 페어에 가지 못했습니다.” (132쪽)


“코유키도 참. 물리고 싶지 않으면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될 텐데.” (137쪽)


어떤 포즈를 해야 타쿠가 귀여워♥라고 해줄지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 (142쪽)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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