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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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숲아씨랑 버섯



《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4.15.



  《샹피뇽의 마녀 2》(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은 ‘숲아씨’ 가운데 ‘버섯아씨’가 누리는 삶을 들려줍니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며 숲빛을 이웃으로 품는 숲아씨로서는 숲살림이 보람차고 즐겁습니다. 숲에서 거둔 살림을 갈무리해서 이따금 마을로 가져가서 나누지요. 마을에서는 숲아씨가 베푼 숲살림이 있기에, 앓거나 아픈 몸을 정갈하게 다스려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겉모습만으로 숲아씨를 꺼리거나 싫어한다지요.


  ‘숲하고 마을’이라는 얼거리를 ‘시골하고 서울’이라는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림꽃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오늘 모습인 줄 느낄 만합니다. 서울에 사람이 많고, 돈이 많고, 일거리가 많고, 집이 많고, 우두머리가 살고, 이런저런 이름팔이가 많다지만, 서울에는 숲이 없고 새가 드물고 비바람이 깃들 데는 없다시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가 뛰놀 터전이며 푸름이가 이 삶을 느긋이 돌아볼 빈터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닥거리기가 아닌 놀이’를 누리지 않고서 나이만 먹으면 ‘어른 아닌 늙은 꼰대’가 되고 맙니다. 노닥거리는 짓은 추근거리는 짓으로 뻗고, 노닥질이나 추근질은 뒷질이나 몰래질로 불거지게 마련이에요. 이른바 ‘나이든 이들(기성세대)’이 세운 나라(정부)를 봐요. 아름다운 구석이 있습니까? 배우는 터전이 아닌 겨루고 싸우고 다투어야 하는 수렁인 ‘학교’입니다. 심부름꾼으로 이바지하는 벼슬자리가 아닌 지 오래인 ‘공공기관’입니다. ‘문화·예술·문학’은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길에 얼마나 아름답게 있을까요?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은 으레 ‘최첨단 전쟁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판입니다.


  푸른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사람이 다 죽습니다. 다들 머리(지식)로는 ‘숲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여기기는 하되, 막상 ‘숲을 살리거나 가꾸거나 돌보거나 품는 길’하고는 한참 먼 하루를 보냅니다. 왜 시골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왜 쇳덩이(자가용)를 안 버릴까요? 왜 잿집(아파트)을 안 떠날까요?


  서울은 작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구 하나만 서울로 머물고, 모든 곳은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모든 구 사이에 적어도 500미터쯤 숲으로 돌려놓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숨통을 틔울 만합니다. 배움터(학교)도 돌봄터(병원)도 벼슬터(공공기관)도 확 줄여서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숲이 넓을수록 책을 안 읽어도 되고, 앓거나 아플 일이 없습니다. 숲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따금 글월을 부치고 날개터(우체국)에 들르기는 하겠지만, 딱히 벼슬터(공공기관)에 갈 일이 없어요.


  사람들은 숲을 안 품기에 지나치게 바쁩니다. 숲을 등지기에 날마다 툭탁거리면서 몫(이익)을 챙기려고 억지를 씁니다. 숲을 품으면 ‘생태환경책’을 안 읽어도 되는데, 숲을 안 품으면서 책만 읽습니다. 숲에 깃들어 풀꽃나무랑 동무하면 저절로 말을 익히고 누구나 스스로 글(문학)을 펴게 마련입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겉치레를 하고 꾸며내고 뽐내는 허울이 늘어납니다.


  《샹피뇽의 마녀》는 ‘숲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버섯이 왜 버섯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무엇을 잊고 잃으면서 헤매는가를 저마다 천천히 알아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이음길인 버섯입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너른터인 숲입니다. 사람은 예부터 숲에서 숲을 노래하고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면서 하늘빛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ㅅㄴㄹ


“루나구나. 다 품을 수 없는 독을 받아들인 거니? 그 모습, 그렇군.” (24쪽)


“허황된 소리지만, 애초에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체가 온통 이례적인데, 그거야말로 허황된 일 아닌가?” (90쪽)


‘괴로운 추억, 슬픈 기억, 어두운 감정, 불안의 소용돌이, 얽히고설킨 고통, 충격의 잔상, 그에 연결된 모든 것들. 그렇게 다 가져가면 남은 기억이 거의 없어지게 돼. 그렇구나. 그 정도로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슬픈 색으로 진하게 메워져 있었구나. 예쁘구나. 내게서 멀리 떨어져 흩뿌려지는 슬픔의 색은.’ (136∼137쪽)


“독기 많은 마을엔 머물 수 없는 누군가의 갈 곳 없는 다정함들이 여기로 모여들거든. 여기 버섯은 그 다정함을 먹고 자라. 그런 다정함을 가진 사람만이 가끔 여길 발견할 수가 있어.” (157쪽)


“다정한 맛이 난다. 근데 왠지 쓸쓸해. 고마워, 마녀. 독을 빨아들인 마을의 버섯이랑 이런 멋진 버섯 화원을 만들 수 있는 넌, 누가 뭐라든 아주 멋진 사람일 거야. 마을의 소문은 모두 믿을 게 못 되는구나.” (1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樋口 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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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요리왕 33 - S코믹스 S코믹스
혼죠 케이 지음, 김봄 옮김, 스에다 유이치로 원작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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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8.

칼 한 자루


《미스터 요리왕 33》

 스에다 유이치로 글

 혼죠 케이 그림

 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11.2.



  《미스터 요리왕 33》(스에다 유이치로·혼죠 케이/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을 읽었습니다. 칼 한 자루를 쥐고서 살림길을 찾아나서려는 하루를 그리는 그림꽃입니다. 길게 날을 세워서 쓰는 연장을 ‘칼’이라고 합니다. 칼은 처음에는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로 삼았으나, 어느새 더 크고 날카롭고 무섭게 벼리면서 목숨을 빼앗는 길에 마구 부리는 길로 접어들었어요.


  생각해 봐요. 호미는 땅을 호는 연장입니다. 낫은 풀포기를 긋는 연장입니다. 방망이는 낟알을 떠는 연장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숱한 연장을 어느 곳에서 쓰는가요? 보금자리를 북돋우는 살림살이인가요, 아니면 옆마을이나 옆집이나 옆나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빼앗는 짓에 휘두르나요?


  저는 어린이로 지내던 1980년대에 ‘사내가 부엌에 들어오면 불알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말이 무서웠다가, 어느 만큼 나이가 든 뒤로는 터무니없는 말로 어린이 마음을 갈라치기하는 고약한 굴레라고 알아차렸습니다. 요즈음을 보면, 배움터에서 부엌살림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는 집도 그다지 안 늘었습니다.


  마음껏 뛰놀다가 몸을 깨끗하게 씻고서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고 집살림을 헤아리는 아이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학부모 학원비 지출 통계’ 따위는 모으지 말고, ‘어버이랑 아이가 집안일을 함께 하는 틈’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필 일입니다. ‘대학입학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느냐로 싸우거나 다투지 말고, 어린배움터랑 푸른배움터 열두 해에 걸쳐서 ‘배움터하고 집에서 스스로 밥옷집을 차려서 누리는 살림길’을 가르치고 배울 노릇입니다.


  이웃말(외국말)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우리말을 못 하면 덧없습니다. 이웃말만 잘 한다면 이웃나라에서 살 노릇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 나라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를 모르는 채 ‘인문지식’을 아무리 쌓는들 덧없다는 소리입니다. 새뜸(신문방송)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오더라도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아이어른이 도란도란 함께 가꾸고 추스르는 하루를 살아내면 넉넉합니다.


  책을 읽겠다면, 언제나 삶책·살림책·사랑책·숲책을 손에 쥐고 펴고 아이어른이 함께 읽을 일입니다. 글을 쓰겠다면, 늘 삶글·살림글·사랑글·숲글을 쓰고 나누며 띄울 노릇입니다.


  《미스터 요리왕》은 칼 한 자루를 쥐면서 무엇을 배우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가 하는 나날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이렇게 헤매고 저렇게 넘어지고 그렇게 눈물젖는 동안, 스스로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 어떤 하루를 노래하면서 놀이하는 마음으로 빛날 적에 사랑이 가만히 샘솟는가 하는 이야기를 밝혀요.


  맛있게 차려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차리면 됩니다.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먹고서 사랑을 지피면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능숙한 외국어로 실시간으로 대화한다고 과연 글로벌한 사람일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자기 나라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허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16쪽)


“기분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거든.” “기분.”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기술 말고도 ‘기분’이라는 마음도 중요해.” (61쪽)


“카타오카 씨의 첫 번째 제자 탄생인가요?” “네? 아, 아뇨. 저도 수행하는 몸인데 말도 안 돼요!” (78쪽)


“아뇨, 그것을 도쿄에서 맛보는 것이 바로 로망이 아닙니까?” “로망으로 경영이 되겠나?” (159쪽)


“전 장사치가 아니라 요리사니까요. 오늘처럼 제 신념과 다른 얘기를 들으면 요리에 회의가 듭니다. 분명 실력으로 고용되었는데 다른 일로 평가가 뒤바뀌니까요.” (199쪽)


#蒼太の包丁 #本庄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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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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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7.5.

거짓말은 거짓말로


《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12.30.



  《매일 휴일 4》(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으면, ‘동생이 그림꽃님(만화가)으로 나설 즈음’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를 살며시 짚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누구나 무언가 마무리를 지을 적에는 스스로 뿌듯합니다. 마땅한 노릇입니다. 스스로 뿌듯하지 않으면 마무리를 못 짓습니다.


  좀 어설프거나 엉성하더라도 ‘내가 여태까지 익히고 다진 모든 빛을 담았다’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우리는 ‘빈틈없는(완벽)’ 오늘이 아닌 ‘오롯한(완전)’ 하루를 살아가거든요.


  빈틈이 있기에 흉을 보는 사람이 있을 만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아서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 만하지요. 그러나 이 빈틈이란 ‘배울 틈새’이기도 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기에 ‘차곡차곡 다스리고 가꾸고 익히고 세울 길’을 널리 열 수 있습니다.


  바보는 아직 모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바보라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멍하니 있기에 멍청이(멍텅구리)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멈춘 사람인 멍청이 몸짓으로는 새길을 열지도 않고 새빛을 짓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바보라는 오늘이기에,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럽게 몰랐는지 돌아보고 되짚으면서, 바로 바닥부터 다집니다. 바닥부터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는 줄 깨닫는 바보라는 자리입니다.


  빈틈이나 허술한 곳을 짚는 사람은 나쁠까요? 나쁘게 보고 싶으면 나쁘게 보면 될 뿐입니다. 빈틈을 짚어 주는 사람을 나쁘게 보는 이는 스스로 멍청이라는 굴레를 쓰면서 멈춥니다. 허술한 곳을 나무라는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는 스스로 바보인 줄 깨달으면서 하나씩 바로잡고 바꾸려고 땀을 흘려요.


  거짓말은 거짓말로 갑니다. 빈틈투성이 책을 빈틈이 없는 듯 치켜세워 본들, 허술한 책을 잘난책(베스트셀러)로 띄운들, 너도 나도 즐거울 일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 허술하거나 모자란가를 또렷하게 보고 느끼고 배워서 바꾸고 가꾸는 매무새를 가다듬기에, 스스로 사랑을 찾아서 지을 만해요.


  참말은 참말로 갑니다. 숲은 숲으로 갑니다. 서울은 서울로 가지요. 차림옷은 차림옷으로 가고, 웃음은 웃음으로 갑니다.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셈인지 되새겨 봐요. 겉모습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나요? 빈틈투성이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바보인 오늘을 노래하면서 밑바닥부터 가꾸는 걸음걸이인가요?


ㅅㄴㄹ


‘어쩐지 좀 재미있는 사람이네.’ (4쪽)


“저어, 양말이 짝짝이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14쪽)


“하지만 오늘 얘기해 보고,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나쁜 녀석들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53쪽)


“난 만화가가 될 거야. 엄마가 바라는 직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느낌으로 알고 있었어. 이왕 하는 거 끝까지 해보렴.” (73∼74쪽)


‘거짓말로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는 원만하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돼. 그렇게 되면 이미 뭐가 재미있는지도 알 수 없어져.’ (84쪽)


“낙선작을 보는 중이야.” “그건 젊은 편집자들이 먼저 읽어 보고 탈락시킨 거잖아요.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아니, 읽다 보면 이걸 왜 떨어뜨렸나 싶은 게 가끔 있거든.” “네?” (89쪽)


“할머니.” “응?” “바람이 기분 좋아요.” “그러냐.” (107쪽)


“어디 가세요?” “짜증이 극에 달해서, 저기 3번째 전봇대까지 뛰려고요.” “네?” (123쪽)


#ひらやすみ #真造圭伍 


히로 오빠, 승부하자

→ 히로 오빠, 겨루자

→ 히로 오빠, 해보자

→ 히로 오빠, 붙자

69쪽


오늘은 할머니의 1주기 기일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가신 첫돌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떠난 첫해입니다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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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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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5.4.

둥지를 나서 둥지를 짓는다



《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18.5.31.



  《프린세스 메종 3》(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18)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모두 여섯걸음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한복판인 석걸음인데, 그림꽃에 나오는 아이는 ‘나고자란 둥지’가 있으나, ‘나고자란 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매캐하고 북적이는 서울(도쿄) 한켠에서 날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는 무척 좁고 작은 삯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이에요. 이러면서 푼푼이 살림돈을 모아요. 거의 어떠한 데에도 돈을 한 푼조차 안 쓰면서 ‘앞으로 장만할 집’을 그립니다.


  가만히 보면, ‘집임자한테 삯을 치르는 삶’에서 ‘돈터(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 삶’으로 바꾸려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삯집’하고 ‘우리 집’은 다르지요. ‘우리 집’은 나와 집이 하나이기에, 나랑 집을 아울러서 ‘우리’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무튼, 우리를 낳아서 돌본 어버이가 머물고 살림을 이루던 둥지를 떠나려 하기에, 또는 떠났기에, 새로 깃들 둥지를 찾고 마련하려는 하루입니다. 새로 얻는 둥지에서 짝을 맺어 아이를 낳는다면, 이 아이도 머잖아 새롭게 둥지를 찾아서 떠날 수 있습니다. 또는 짝을 안 맺고 아이를 안 낳으며 홀로 호젓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짝을 맺어 낳은 아이가 애써 둥지나기를 안 하면서 ‘한둥지’로 오붓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 더 낫지 않고, 어느 쪽이 더 나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이 가는 길을 살펴서 사뿐사뿐 즐겁게 내딛으면 됩니다.


  서울집이기에 나쁘거나 낫지 않습니다. 시골집이기에 낫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이건 시골이건 똑같이 한 가지는 살필 일입니다. 바로 나무와 숲과 새와 풀꽃과 벌나비입니다.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으려 하든, 이곳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새가 내려앉아 노래할 수 있어야 삶자리로 어울립니다. 풀꽃이 피고 풀벌레가 깃들어 노래하다가 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하면서 철마다 새롭게 흐르는 숨결을 맞아들이는 곳이 바야흐로 삶터입니다. 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새소리도 개구리소리도 풀벌레소리도 없다면, 바람소리도 별빛소리도 구름소리도 막거나 가린다면, 그런 데는 집이 아니라 사슬터(감옥)입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느끼면서 땀이 나고, 겨울에는 추위를 느끼면서 덜덜 떠는 곳이 집이자 마을이자 삶터입니다. 더위를 느끼기에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록새록 느껴요. 추위를 맞이하기에 나무를 제대로 둘러서 바람막이를 해야 하는 줄 새삼스레 깨달아요.


  쇳덩이(자동차)가 밤낮없이 빵빵대면서 매캐한 곳은 숨막히기도 하지만, 귀가 아픕니다.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에는 바람이 흐르고 별이 내려앉고 풀꽃내음이 향긋하니 저절로 밤잠을 포근히 이루면서 하루하루 아늑하겠지요.


  모든 새는 둥지를 틀어 새끼를 사랑으로 낳아 돌봅니다. 모든 사람은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일구면서 아이들이 ‘아름답게 철들어 사랑으로 빛나는 새사람’으로 서도록 북돋우거나 이끄는가요?


  ‘입시교육·직업훈련’이 아니라, ‘살림짓기·사랑찾기’라는 길을 슬기롭게 나설 수 있도록 부드러이 보여주고 상냥하게 이야기하기에 어른스럽고 어버이다운 매무새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오늘 어른인지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버이라는 하루를 돌보는지 되새겨야 합니다.


ㅅㄴㄹ


“혼자서 충실하게 살면 안 되는 걸까요?” (42쪽)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게 되거든.” “하루, 정말로 쓸데없구나. 모두 자기가 선택한 걸 짊어지고 가는 거야 ……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야.” (66, 67쪽)


“이런 거 하나하나 마련하는 것도 힘들지. 난 야스가 데릴사위로 와준 덕분에 필요한 물건은 전부 집에 있었고. 자기 물건을 자기가 마련하다니 뭔가 굉장하네.” “남편감을 찾아내는 게 훨씬 굉장한걸.” (83쪽)


“매일 반짝반짝 빛나서 기운을 불어넣어 줘. 이런 물건 덕분에, 난 집도 직업도 없지만, 불행했던 적이 없어.” (111쪽)


“조금 흥미가 있어서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왔는데.” “그런 분들도 많이 오신답니다.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셨죠?” (162쪽)


#AoiIkebe #プリンセスメゾン #池辺葵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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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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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3.5.4.

집순이가 꿈꾸는 둥지



《프린세스 메종 6》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20.2.29.



  《프린세스 메종 6》(이케베 아오이/정은서 옮김, 미우, 2020)을 읽으며 우리 살림새를 한참 헤아립니다. 보금자리를 이룰 터전을 장만하려고 젊은 나날을 땀흘리면서 바치는 길을 나긋나긋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나중에 목돈으로 팔 것(부동산)’이 아닌, ‘앞으로 팔 마음이 없이 그저 그곳에 혼자 고즈넉이 깃들며 살아갈 터’로 바라본다면, 하루벌이는 언제나 새마음이게 마련입니다.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집이라는 곳을 너무 빨리 올려세우고 너무 빨리 허물어버립니다. 짧아도 쉰 해 동안 안 건드릴 수 있어야 비로소 집이고, 웬만하면 온(100) 해를 거뜬히 버텨야 그야말로 집일 테지요. 두온(200)도 석온(300)도 넉온(400)도 닷옷(500)도 즐거이 누리면서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 아이들한테 자꾸자꾸 이어줄 만할 적에 ‘보금자리’란 이름을 붙일 테고요.


  돌·흙·나무·풀로 짓는 집은 참말로 닷온(500) 해를 넉넉히 갑니다. 즈믄(1000) 해를 가뿐히 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 서울에 때려박는 잿집(아파트)은 몇 해나 갈까요? 얼마 못 가 모조리 ‘다시짓기(재건축)’를 해야 한다면서 시끌시끌해요.


  여섯걸음으로 마치는 그림꽃은 “프린세스 메종”인데, 우리말로 쉽게 옮기면 ‘집순이’입니다. 굳이 멋들여(?) 꾸밈말로 안 나타내어도 됩니다. ‘집순이·둥지순이’로 살아가고 싶은 젊은이 삶과 오늘과 마음을 그리는 줄거리입니다.


  집순이는 마을순이로 살아갑니다. 둥지순이는 마을살림을 차근차근 일굽니다.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삶인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왜 아기가 줄어드는지, 왜 젊은이가 시골을 떠나는데 막상 서울에서 외롭다고 느끼면서 고달프게 보내는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부러울 정도로 좋은 거잖아요.” (39쪽)


“이야기 들어줄까요?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어줘.” “네―에.” “고마워.” (71쪽)


“무엇이든 알 수 없어도 괜찮아요. 비밀이 있어도 좋고, 설령 부부가 되어도 상대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134쪽)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쓸쓸하다는 마음도 소중한 마음이에요.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주 멋진 일이에요.” (156쪽)


#AoiIkebe #プリンセスメゾン #池辺葵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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