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6.6.

푸른별에서는 모두 섬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15.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좀처럼 말을 않는 아이랑, 어버이 노릇이 서툰 아버지랑, 둘이 시골에서 빌린 낡은 집이랑, 머리손질을 섬마을에서 하며 만나는 이웃이랑, 무엇보다 바다랑 하늘이랑 땅이랑 숲에 바람을 나란히 속삭입니다.


  어버이 둘이 아이를 돌보는 집안도 많고, 어머니나 아버지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집안도 많습니다. 어머니랑 딸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고, 아버지랑 아들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아요. 모두 다른 살림살이요 삶이며 사랑입니다.


  일자리라면 서울(도쿄)이 가장 많겠지요. 사람이라면 서울(도쿄)이야말로 바글바글하겠지요. 일자리에 사람이 가장 많은 서울(도쿄)인 만큼, 사람 아닌 숲이며 풀꽃나무가 느긋이 깃들어 자랄 틈은 가장 작습니다. 일자리랑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해바람비를 품고서 느슨하게 하루를 가꾸는 마음을 나누기는 가장 어렵습니다.


  삶은 늘 어디서나 두 갈래이지 싶어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돈이라면 알맞게 벌 수 있습니다. 이름을 더 높일 수 있고, 이름값을 잊을 수 있어요. 힘을 거머쥘 수 있고, 힘이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아이는 배움터(학교·학교)에 맡긴 채 어버이는 아이 아닌 딴곳에 마음을 쏟을 수 있어요. 아이를 굳이 배움터에 안 맡기고서 언제나 함께 배우고 나누면서 노래하는 살림살이를 추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 같은 곳을 섬으로 여기고, 다른 곳은 뭍으로 치는데, 푸른별 테두리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뿐 아니라,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처럼 큰고장이 붙은 제법 널따랗다는 뭍조차 ‘섬’입니다.


  푸른별에서 뭍은 그리 넓지 않아요. 바다야말로 드넓습니다. 아무리 넓다는 들판이나 벌판조차 바다에 대면 ‘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어디에서 살아가든 언제나 바다를 품는 셈입니다. 바다가 없으면 눈비가 없고 구름이 없어요. 바다에서 가볍게 피어난 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바뀌기에 모든 뭍을 두루 돌면서 비를 뿌리고 눈을 내려요. 바닷물은 소금이 짙어 바로 못 마신다지만, 하늘로 올라 비구름으로 바뀌면 풀꽃나무에 숲에 사람을 살리는 냇물하고 샘물로 거듭납니다.


  작은살림을 일구는 두 사람 하루를 담은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입니다. 두 사람은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버이로서 엄청난 아버지나 어머니여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로서 놀라운 딸이나 훌륭한 아들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어른 둘 사이에 사랑이라는 웃음빛으로 살림을 함께 토닥이는 즐거운 삶을 누리면 넉넉할 뿐입니다.


ㅅㄴㄹ


“난 괜찮아. 괴롭힘 당하는 것도 아니고, 수다쟁이인 걸 고치는 것도 세습 무녀로서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니까.” (43쪽)


‘잇세이. 이 손님이 웃는 얼굴을 본 것으로, 아버지는 너에게 가슴을 펴고 오늘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83쪽)


‘다음 휴일에는 함께 바다로 놀러갈까. 적어도 그 말만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미안. 왠지 굉장히 졸려서 역시나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106쪽)


“오키나와 사람들은 말이여, 옛날로 말하자면 류큐 왕조 때부터, 오키나와 전쟁 때부터, 아메리카 점령하에 있을 때부터, 일본에 반환됐을 때부터, 지금도 그렇지만, 계속, 계속 괴로운 일들이 이어졌단 말이여.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때가 오는 법이지. 그러니 난쿠루나이사.” (144쪽)


“아이는 말이여, 부모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려고 태어나는 것이여.” (200쪽)


“아버지는 미용사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이 가위를 샀어. 그 후로 매일 연습을 하고 있지. 저기, 아버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잘할 수가 없어.” (215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귀야행 29
이마 이치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2022.5.5.

늙고 젊고 살고 죽고



《백귀야행 29》

 이마 이치코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22.3.25.



  《백귀야행 29》(이마 이치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22)을 폅니다. 그림꽃님은 1995년부터 “百鬼夜行抄”를 그렸으니, 2022년이면 어느덧 스물여덟 해째 잇는 그림꽃입니다.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고, 꾸준히 챙겨서 읽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다만, ‘깨비밤길(백귀야행)’을 붓끝으로 담아내는 분이 갈수록 눈이 어둡고 몸도 뻑적지근하다고 하니, 서른 해는 가볍게 넘길 듯하지만 마흔 해까지 그리실 수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끝낼 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으면서 줄거리가 흐릅니다. 숱한 깨비한테 둘러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삶길을 헤매는 ‘이이지마 집안’ 사람들을 다루는데, 이이지마 집안 사람들은 ‘깨비를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둘러싼 여느(?) 사람들은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볼’ 뿐 아니라 ‘몸으로도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맨눈으로 ‘깨비(유령·혼령·귀신)’를 보는 사람이 많을는지, 아니면 못 보는 사람이 많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깨비를 맨눈으로 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깨비를 맨눈으로 봅니다. 우리 집 곁님은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느낍니다.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보지만 ‘깨비가 있는 줄 알’거나 ‘깨비가 사람하고 어떻게 얽히는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느끼기에 ‘깨비란 없다’고 금을 긋느 사람이 있습니다.


  요새는 흔히 ‘과학·비과학’으로 가르는 듯한데, 과학은 무엇이고 비과학은 또 무엇일까요? ‘과학’이란 이름을 내세워 “깨비는 없어!” 하고 자르면 끝일까요? 사람들이 맨눈으로 못 보더라도 ‘자외선·적외선’은 있습니다. ‘감마선·베타선’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맨눈으로 ‘자외선’도 ‘감마선’도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림꽃책 《백귀야행》을 읽고 싶습니다. 이 그림꽃책을 빚는 이마 이치코 님이 그리는 《문조님과 나》도 한글판으로 새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림꽃님이 담아내는 이야기에는 우리가 ‘어떤 눈’으로 이 삶터를 ‘어떤 마음’으로 달래면서 돌아보거나 누리거나 어우르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어요. 맨눈으로 깨비를 못 보는 몸이라고 해서 함부로 ‘비과학’이란 이름을 붙이면 스스로 눈썰미를 갉아먹는 바보짓이라고 느낍니다.


  생각이 없어 늙고 싶은 사람은 늙고, 철없기를 바라는 사람은 내내 젊고, 꿈을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싱그럽게 살고, 꿈이 없이 쳇바퀴에 얽매이는 사람은 그저 죽습니다.


ㅅㄴㄹ


‘어른들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한다.’ (6쪽)


“저 유령한테 커피를 내간 건가요? 이이지마 씨, 당신.” “네. 왜요?” “아니, 별로 안 무서워하는구나 싶어서.” ‘무서워요, 충분히.’ (25쪽)


“꿈을 꾸면 꿈속에서 아야네의 이름이 절대 생각나지 않아. 구해 주고 싶은데 다리가 안 움직여.” “즈카사 누나, 지쳤구나. 그건 기억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 아닐까? 죽어버린 사람 일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쓸데없는 것까지 불러들이고 말아.” (35쪽)


“여기까지 와서 사명을 다하지 못하다니, 원통하도다. 한데, 왠지 몸이 가볍군.” “넌 자유야. 괜찮아. (나비로서) 다리 하나가 남아 있으니 꽃에도 앉을 수 있고, 자오에도 갈 수 있어.” (78쪽)


저주는 남쪽 하늘로 돌아갔다. 실패한 저주는 저주를 건 술사에게로 돌아가며, 본래 힘의 두 배가 되어 술사를 덮친다고 한다. (79쪽)


그녀는 또다른 나였다. 하마노 집안의 된장 통 바닥에서 세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5년 전 경찰이 한 차례 조사했던 장소였다. 오직 한 명, 장녀인 토와만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무사히……. (222쪽)


#今市子 #百鬼夜行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의 달인 100 -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4.25.

너는 늘 숲을 먹는단다


《맛의 달인 100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테츠 카리야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4.15.



  《맛의 달인 100》(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글쓴이하고 그린이는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에 서서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은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은 일본을 사랑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총칼을 앞세운 우두머리를 섬기는 길’입니다.


  우리말로는 “맛의 달인”으로 나왔으나, 일본책은 “#美味しんぼ”입니다. “맛있는 밥”이요, 줄이면 ‘맛밥’입니다. ‘달인’이 아닌 ‘밥’이에요. 그래서 그림꽃책 《맛의 달인》은 111자락까지 그리는 1983∼2014년에 걸쳐 ‘밥살림·맛과 멋’이란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일본을 샅샅이 누볐고, 아주 마땅히 이웃나라(한국)로도 자주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는 분은 다 알고, 모르는 분은 다 모르지만, 《맛의 달인》을 흉내낸 《식객》이란 그림꽃이 있습니다. 《식객》을 그린 분은 젊을 적부터 숱한 일본 그림꽃을 몰래 흉내내어 그렸고, 안기부 뒷배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맛의 달인》은 밥살림을 다루는 그림꽃이 얼마나 눈길을 끌며 읽힐 수 있는가를 드러낸 첫 책이라고 꼽을 만합니다. 이 그림꽃은 ‘더 맛있는 밥’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밥’을 잊고 잃는 일본(하고 한국)이 얼마나 바보스럽게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걸어가느냐 하고 내내 나무랍니다.


  그렇지요. 이 그림꽃은 툭하면 나무랍니다. 모든 밥은 ‘들숲바다’에서 나온다고, 어떤 밥도 ‘뚝딱터(공장)에서 뚝딱 찍어내지 않는다’고, 뚝딱터에서 똑같이 찍어낸 밥에 길들기에 생각이 길들고 삶이 길들어 바보스레 ‘총칼 우두머리’에 휘둘리면서 ‘나라바라기(충성)’에 파묻힌다고 호되게 나무라요. 서울(도시·도쿄)에 살기에 밭도 논도 숲도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먹는 손길하고 마음’은 언제나 숲을 사랑하면서 그릴 줄 알 노릇이라고 속삭입니다.


  뚝딱터에서 찍어낸 밥이어도 바탕은 숲에서 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더라도 ‘숲을 먹’습니다. 빨리 많이 먹어야 하지 않아요. 숲을 푸르게 맑게 먹는 삶입니다. 그래서 《맛의 달인》은 ‘아버지·아들·며느리(이자 곁님)’라는 세모(또는 네모)라는 얼개를 짜서, 아버지가 아들을 다그치는 듯하되 늘 사랑으로 가르치는 결을 들려주고, 며느리(이자 곁님)가 어설프고 어리석은 두 사내(짝꿍이자 벗아버지)를 사랑으로 부드러이 달래는 줄거리를 들려줘요. 아들은 부스러기(지식)에 기대어 밥살림에 얽매였고, 아버지는 슬기는 있되 상냥하게 물려주는 길은 좀처럼 펴지 못하는 꼰대스러우나 나무처럼 곧고 푸른 자리에 서서 아들을 늘 지켜보면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밥이 무엇일까요? 밥은 왜 ‘밭’이며 ‘바다’이며 ‘밝다’ 같은 낱말하고 말밑이 같을까요? 생각해 보거나 듣거나 배운 적이 있는가요? 다 몰라도 좋고, 이제부터 배워도 좋습니다. 우리는 늘 숲을 먹는 줄 느껴서 천천히 알아가면 됩니다.


ㅅㄴㄹ


“도쿄에서 온 유명한 소바 마니아는 이런 건 소바가 아니라고 화를 내더라고.” “그건 자기 문화밖에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그 사람이 잘못된 거예요. 도쿄 소바만 기준으로 해서 이 맛을 이해하지 않는 건 이상해.” (16쪽)


“최근 정치가들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로 치장하고 있지만, 실은 이 나라를 다시 전쟁을 하는 추한 나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곳인지 잘 모르죠. 저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일본’을 아오모리의 풍토에서 찾았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푸른 숲, 진미가 가득한 멋진 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63쪽)


“산나무는 자력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사과도 자연에서 자라나서 생명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제 자연농법입니다 …… 가을에 잡초가 제 허리 위로 자랐을 즈음 베면, 한낮과 밤의 기온차가 사과에 전달되어, 사과는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고 붉게 변합니다.” (96쪽)


“사과 자체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도전하는 키무라 씨 일가의 아름다움, 아오모리 특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99쪽)


“지로. 아오모리에서 일본인의 근본을 찾아내다니, 정말 훌륭하다. 다음은 네 자신의 근본을 찾아봐.” (204쪽)


#美味しん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책읽기 2022.1.19.

읽어치우지 않기



《천천히 읽기를 권함》

 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11.11



  《천천히 읽기를 권함》(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은 ‘천천읽기’나 ‘느릿읽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좋은읽기·나쁜읽기’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느슨읽기·느긋읽기’나 ‘가만읽기·찬찬읽기’로 저마다 스스로 ‘삶읽기·살림읽기’를 거쳐서 ‘사랑읽기·숲읽기’로 나아가자고 속삭입니다.


  바쁘고 일거리가 넘치는 오늘날 천천히 읽거나 느릿느릿 읽는다면 뒤처진다고 여길 만합니다. 느슨히 읽거나 느긋이 읽다가는 줄거리를 종잡지 못한다든지 글도 못 쓰겠거니 여길 만합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왜 빨리 가야 할까요? 왜 빨리 죽어야 할까요? 왜 빨리 먹어야 할까요? 왜 빨리 늙어야 할까요? 빨리 죽고 싶지 않다면서 정작 빨리 달리지 않나요? 빨리 늙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막상 빨리 먹어치우지 않나요?


  2003년 여름이었지 싶은데 민음사에서 엮음빛으로 일하는 분이 제 단골책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책을 내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민음사처럼 커다란 곳에서 책을 낼 생각은 터럭만큼도 없는걸.” 하고 생각했으나, 그곳 엮음빛이 들려주는 말을 찬찬히 듣고서 되물었어요. “아니, 편집장님이 한 해에 책을 쉰 자락씩 엮어내야 한다면 거의 이레마다 내는 꼴인데, 그러면 글손질(교정·교열)은 어떻게 해요?” 그때 그 엮음빛은 스스로 책이 아니라 쓰레기를 내놓는다고 느껴서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히시더군요.


  책을 즐겁게 읽는 사람은 ‘책이 쏟아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책을 안 읽거나 모르거나 책읽기가 지겨운 사람이 으레 ‘책이 쏟아진다’고 말합니다.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사람한테 맞추어 태어납니다. 그래서 다 다른 고장마다 책숲(도서관)은 매우 넓어야 하고, 다 다른 사람이 스스로 살필 책을 골고루 오래오래 건사할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거의 모든 책숲은 마치 빌림터(대여점)로 굴면서 책을 자주 쉽게 버릴 뿐 아니라, 잘팔리는책(베스트셀러)에 너무 꽂힙니다.


  곰곰이 보면 글을 쓰거나 책을 내놓는 사람들 스스로 ‘좋아하는 갈래’만 더 북돋운다고 할 만합니다. ‘모든 갈래가 새롭게 어우러지면서 다 다르게 빛나는 무지개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길’이 아닌 ‘몇몇 글님·펴냄터에 쏠린 책밭’으로 내몬다고 느낍니다. 이런 얼거리를 바꾸어 내는 힘 가운데 마을책집이 있습니다. 책을 더 많이 팔려는 뜻으로 여는 마을책집이 아니기에, 마을책집은 오늘날 이 나라 굳어버린 책밭을 바꿀 만합니다. 마을책집은 잘팔리는책을 하루에 열스물씩 팔려는 데가 아닙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누릴 책길을 헤아려 찬찬히 이끌고 ‘느긋이 기다려서 책을 받도록’ 징검다리 노릇을 합니다.


  읽어치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읽어치울 책은 처음부터 사지도 들추지도 만지지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읽으려고 손에 쥡니다.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밝히려는 뜻이기에 이 삶을 들여서 가만히 읽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짓는 어진 사람으로 노래하면서 아이들한테 살림을 물려주려고 오늘 하루를 들여서 차근차근 읽습니다.


ㅅㄴㄹ


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한 쪽 읽는 데 1초, 좀 늦더라도 2,3초’라는 읽기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은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굳이 심신에 무리를 주면서라도 훈련을 거듭하면 나한테도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나 빠른 속도로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것을 모르겠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엉터리 책 그리고 나의 대량 독서술, 경이의 독서술》은 서평집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예로 들고 있는 책 가운데 5분이나 15분에 읽어버리고 싶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매력이 있을 것 같은 책이라면 여느 때처럼 느릿느릿 읽고, 읽고 싶지 않은 책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손에 들지

 않는다. (18쪽)


그들(다치바나 다카시)이 주장하고 권유하는 독서법은 그들 외에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19쪽)


눈이 글자를 좇아가다 보면 그에 따라 정경이 나타난다. 눈의 활동이나 이해력의 활동이 다 갖추어진다. 그때는 아마 호흡도 심장 박동도 아주 좋을 것이다. 그것이 읽는다는 것이다. 기분 좋게 읽는 리듬을 타고 있을 때, 그 읽기는 읽는 사람 심신의 리듬이나 행복감과 호응한다. 독서란 책과 심신의 조화이다. (38쪽)


필요가 있어서 책을 읽을 때 나는 그것을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읽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살펴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참조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설령 한 권의 책을 읽고 기획서나 리포트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나에게는 그것을 두고 독서라고 말하는 그런 감각이 없다. 물론 필요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띄엄띄엄 읽기도 하고 건너뛰며 읽기도 한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띄엄띄엄 다 읽고 난 뒤, 나는 그것을 독서한 책의 권수로 세지 않는다. 나만이 아닐 것이다. (46쪽)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에 30분이라도 낮잠을 자야 한다고 쓴 신문 기사를 보고 웃고 만 적이 있다. (144쪽)


#山村修 #遅読のすす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8.

시골이 품는 빛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9.15.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이 그림꽃책은 시골·섬·바다를 바탕으로 아이·어버이·사랑이 무엇인가를 짚으면서 삶·살림·마음이 얽힌 수수께끼를 부드러이 풀어 나가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은 시골일 뿐,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골은 물을 플라스틱에 담아서 마시는 데가 아니요, 풀꽃나무를 그릇에 담아 사고팔거나 돌보는 데가 아닙니다. 시골은 빨래를 마당에 널어 말리고 해바라기를 누리는 데입니다. 시골은 부릉이가 없으면 모든 볼일을 하루를 통째로 써서 보아야 하되 서두를 까닭이 없이 느긋하게 지내는 데입니다. 오늘날 시골은 풀죽임물(농약)이 춤추지만, 손수 가꾸는 땅에는 풀벌레를 이웃으로 두면서 풀노래를 언제나 싱그러이 들으면서 멧새를 동무로 사귀는 데입니다.


  그림꽃책은 시골 가운데 섬을 다룹니다. 섬은 바다를 빙 두르면서 헤아립니다. 언제라도 바다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바람을 쐬면서 몸하고 마음을 씻을 만한 데입니다. 기쁨도 바닷바람에 얹고 슬픔도 바닷바람에 싣습니다. 웃음도 바닷바람에 담고 눈물도 바닷바람에 놓아요.


  시골사람으로서는 서울·큰고장에 나들이를 갑니다. 서울사람이라면 시골로 나들이를 옵니다. 시골사람은 서울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시골쥐 서울쥐’라는 이솝 이야기가 있듯, 시골사람은 풀꽃나무하고 숲을 품는 마음을 버려야 서울에서 겨우 버팁니다. 서울사람은 풀꽃나무하고 숲을 이웃이자 동무로 삼으면서 온마음에 온몸으로 품지 않는다면 시골은 그저 ‘놀러가는 데’일 뿐입니다.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서울은 풀꽃나무하고 숲뿐 아니라 풀벌레나 새나 숲짐승을 이웃이나 동무로 둘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는 터전입니다. 이러한 터전에서 그대로 살아갈 적에는 이러한 서울빛이 온마음뿐 아니라 온몸을 감돌 테지요. 귀뚜라미뿐 아니라 모든 풀벌레가 노래하고, 개구리뿐 아니라 뱀도 구렁이도 거미도 노래합니다. 사람눈으로만 보고 사람귀로만 생각하면 어떠한 노래도 듣지 못해요.


  아이가 푸르게 꿈꾸며 날갯짓을 하기를 바라요. 어른이 파랗게 하늘빛으로 사랑하며 노래하기를 바라요. 아이어른이 나란히 풀동무가 되고 꽃벗이 되어 오늘을 속삭이기를 바라요. 서울이어도 시골이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곳이 풀꽃나무로 어우러지는 숲으로 가도록 마음을 쏟고 몸을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곳은 섬이다. 따뜻한 곳이다. 젖고 습해지면 내일, 다시 널면 된다. 그래, 다시 마를 거야.’ (55쪽)


“이 잠든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버지는 도쿄의 료타네 미용실을 그만두고, 이 섬에 머리를 자르러 오길 잘한 것 같아.” (60쪽)


“저는 하루카 씨가 집을 나가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어요. 아들에 대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지 않았단 걸. ‘바쁘다’는 핑계로요. 짧은 기간이기는 해도 셋이 살고 있었는데, 저는 1인용의 삶의 방식밖에 몰랐어요. 그래서 둘이서 이 섬에 왔습니다.” (100∼101쪽)


“아버지는 이 섬에 머리를 자르러 왔어. 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자르지 않고 너와 바다를 보는 날로 하자.” (153쪽)


“늘 그렇듯 섬 생활이 말여, 당연하게도 불편하고, 지루하고, 유복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쉽게 돌아가버려. 우리한텐 돌아갈 곳 따위 없는데 말이여.”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