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두 살 적까지

속눈썹 짧던 작은아이는

세 살 넘어서면서

속눈썹이 차츰 길어진다.


네 살로 접어들며

이 아이 얼굴은

내 어릴 적 얼굴인지

큰아버지 얼굴인지

음성 할머니 얼굴인지

음성 할아버지 얼굴인지

또는

일산 할머니나

용현동 할머니 얼굴인지

가만히 가늠해 본다.


아무래도

어머니 얼굴도 아버지 얼굴도

누나 얼굴도 모두 담아

제 빛이 되었겠지.


하늘에서 찾아온 얼굴일 테지.



4347.6.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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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택시를 잡으려고요
어린 두 아이가 고단하고
예쁜 곁님도 고되어
택시를 잡으려고요

그런데
택시가 안 오네요
시골도 아닌 서울인데
서울 한복판인데
이렇게
택시가 없네요

이십 분쯤 기다리며 지칠 즈음
우리 뒤쪽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아주머니와 아이
둘이 슬그머니 우리 앞쪽
10미터 저편으로 가더니
갑자기 택시를 잡아요

아,
우리는 넷이고
저이는 둘인데
우리는 아이가 둘이고
저쪽은 아이가 하난데
우리는 시골서 서울에 와서
짐이 한 가득이고
저이는 짐이 하나도 없는데
우리 택시를 가로채네요

부웅 지나가는 택시를 보고는
택시를 안 타기로 했어요


4337.6.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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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내음



올해에도 밤꽃 가득

골골샅샅 가득한 유월

한복판


벼리야, 보라야,

저기 저 숲을 보렴.


자전거를 세우고 밤나무 앞에서

가만히 꽃내음 맡는다

샛노란 밤꽃을 올려다본다


찔레꽃이 질 무렵

감꽃이 지려 하고

감꽃이 질 무렵

아왜나무에 꽃이 피면서

밤꽃이 나란히 꽃송이 벌려

우리더러

숲으로 들어와 놀자고

부르네.



4347.6.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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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떠올라서
천천히 그리는 이야기

눈을 뜨면
머릿속에 스며들어
하나둘 새기는 숨결

나무가 웃고
풀이 춤추고
꽃이 노래하는
숲에서
빛으로 집을 지어
오늘을 산다.


4347.6.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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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꽃을 사람들이 보고

꽃은 마음마다 스미고

꽃과 노래가 흐르고

꽃으로 사랑을 그리고

꽃이랑 어깨동무하고

꽃같이 웃고

꽃하고 이 길 걷는

바람 한 줄기



4347.6.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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