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어제, 또 지난달에

틈틈이 종이에 적어 놓은

넉줄시입니다.


이 손글씨 넉줄시는

텀블벅으로 <우리말 글쓰기 사전>을 장만하실

모든 분한테 드리려고 해요.

즐겁게 미리장만 하실 이웃님을 기다려요 ^__^


https://tumblbug.com/writing0603




오리나 박새는 숲뿐 아니라

헛간이나 대포에까지 스스럼없이

둥지를 틀어 새끼를 돌보는데

사람은 이때 전쟁무기 버릴 수 있나요


마음이 흘러가는 곳을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마음을 가볍게 띄우다가

마음 다해서 달려간다


물결치는 머리에는 시내가

찰랑대는 머리에는 골짜기가

차르락거리는 머리에는 샘이

너울너울 머리에는 바다가 숨쉬어


우리가 들인 품이랑 하루를

우리 곁에 있는 숨결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자리가

밥을 누리는 곳


등허리를 펴면 키가 쑥

등허리 구부정하면 키가 폭

가슴을 펴면 새처럼 가볍게

가슴을 옹츠리면 어쩐지 무거워


헐렁하게 걸치면 몸이 느슨

느슨하게 입으면 몸이 살랑

살랑살랑 두르면 몸이 홀가분

홀가분히 차리니 하늘로 훨훨


내 마음은 내가 가꾸고

내 몸은 내가 돌보고

내 말은 내 넋이 짓고

나는 빛꽃으로 여기에 피었고


바람이 알려주고

별님이 일러주니

어떤 이야기이든 그려내어

글 그림 노래 사진 몸짓으로 담지


마음으로 듣고 느끼고 보면서

오늘을 맞이한다면

언제이든 즐겁게 깨어나서

하늘을 휙 가로지릅니다


졸업장을 움켜쥐면

졸업장 이웃을 사귈 테고

눈빛을 나누면

눈빛이웃 곧 마음벗을 사귈 테고


길들면서 쳇바퀴질일 수 있고

길에 들면서 춤출 수 있고

길들면서 되풀이할 수 있고

길에 접어들면서 새로 어깨동무일 수도


노래하며 이야기하는 사람

춤추며 살림하는 사랑

꿈꾸며 걸어가는 삶

신바람내며 뛰노는 슬기


(숲노래 노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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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이에 적어 놓은

넉줄시입니다.

이 손글씨 넉줄시는

텀블벅으로 <우리말 글쓰기 사전>을 장만하실

모든 분한테 드리려고 해요.

즐겁게 미리장만 하실 이웃님을 기다려요 ^__^


https://tumblbug.com/writing0603


아늑하게 맞이하고

느긋하게 열면서 짓고

나긋나긋 가꾸어 나누고

빙글빙글 웃으며 사랑하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때로는 옆으로도 뒤로도

이러다 넘어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앞빛을 보며 노래로 걷는다


여름바람을 타고 눈을 감으면

구름 볕살 제비도 같이 놀자면서

상냥하게 부르는

오늘 하루


하루를 누리려고 아침에 깨고

하루 누린 보람 새기려고 밤에 자고

하루를 그리면서 삶을 바라보고

하루 그린 사랑 나누려고 너를 만나고


새 나비 잠자리 바라보면서

날개 달린 탈거리 짓는다면

우리 마음을 새롭게 가꾸면서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책읽기에 마음을 쏟든

설거지에 마음을 기울이든

오롯이 빠져들면 잊는 소리·냄새·때·곳

문득 빠져나오면 이 모두를 느끼고


그냥 안 하고 지나가도 좋아

그냥 해보면서 춤추어도 좋아

그대로 받아넘겨도 좋아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아


왜 아직도 새마을운동 깃발이

나라 곳곳에서 버젓이 나부낄까

우리는 언제쯤 스스로

으르렁 발톱질을 씻어내려나


깨알만 한 들딸기 씨앗한테

한 줌 땅뙈기를 주면

봄에는 흰꽃잔치를

여름에는 빨간알잔치를 열어요


개구리한테 둠벙이랑 풀밭 주면

해마다 무더운 철에

아주 시원스런 노래물결을

넉넉히 베풀어 줍니다


우리가 짓는 보금자리에는

우리가 일구는 보금살림을

우리가 쓰고 읽는 보금책을

우리가 부르는 보금노래를


막바지인 듯하다 싶으니

새로 할 일 생기고

마감이로구나 싶으니

새삼스레 즐길거리 나타나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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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손글씨

2019.6.11.


++++++


텀블벅으로 <우리말 글쓰기 사전>을 올렸습니다.

텀블벅에서 미리장만 하시는 분들한테는

손글씨 넉줄시를 하나씩 드려요.

지난달부터 틈틈이 썼고, 

어제도 고흥읍에 다녀오는 길에

시골버스에서 흔들흔들 춤추는 결에도

되도록 반듯반듯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좀 흘림글씨인데 ^^;;;;


... 다음 주소로 가면 미리장만 할 수 있어요 ...


https://tumblbug.com/writing0603


++++++

더 높은 아파트가 아닌

햇볕을 같이 쬐면서

이야기가 흐르는 삶터로

마을이 살아난다면

++++++

몸짓이든 마음이든 다 좋다

부드럽든 거칠든 다 된다

스스로 사랑을 담아서 한다면

언제나 새롭게 노래를 한다면

++++++

두멧시골에서 살면

멀다고 하며 안 찾아오니 조용하다

이토록 조용하고 홀가분하니

마음속을 곰곰이 헤아리며 무엇이든 짓는다

++++++

아무리 작더라도 나무는 나무

아무리 조그마해도 목숨은 목숨

아무리 짧아도 글은 글

가까이 다가가서 포근히 속삭인다

++++++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을 어렵게 하고

제대로 모르니까 글을 꼬아서 쓰고

배울 마음이 없어 말이 자꾸 어렵고

넉넉히 배우니 이야기가 싱그럽네

++++++

내가 바로 나를 바라보는 틈을

차츰차츰 늘린다면

내가 늘 나를 사랑하는 길을 찾고

너한테 사랑으로 다가서는 살림을 느껴

++++++

한 마디에 담는 말이란

씨앗 한 톨에 담는 손길

한 줄에 싣는 글이란

노래 한 자락에 싣는 바람

++++++

무언가 먹고 싶을 적에는

눈을 감고서 ‘해를 품은 바람’을

‘빗물을 안은 풀내음’을

듬뿍 받아들입니다

++++++

오늘 쓰는 이 글은

어제까지 살아낸 슬기

오늘부터 지을 살림

앞으로 사랑하려는 새로운 숲

++++++

봄이 저물고 여름이 온 날

뽕나무는 톡톡

새까만 오디를 베풀어

두 손을 검붉게 물들입니다

++++++

우리는 언제나 나무한테 안겨

노래하며 춤추는 숨결이면서

나무가 우리 품에 깃들어

노래를 들려주어 이웃이었어요

++++++

읽을 줄 아는 마음이기에

책이라고 하는 나무에 숨은

햇볕에 빗물에 바람에

멧골노래를 두루 읽습니다


(숲노래/최종규 .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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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시집 읽기



시집 한 권 꺼낸다.

큰아이는 그림책을 펼친다.

작은아이는 창밖을 본다.


대화역서 고속터미널역 가는

기나긴 전철길


어느새 두 권째 시집 꺼내고

작은아이는 누나 그림책 가로챈다.


둘이 아옹다옹 툭탁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랫동안 앉으니 힘들단다.


이제 세 권째 시집

두 아이 노는 모습 보다가

시 한 줄 읽다가

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꾸하다가

시 두 줄 읽다가


문득 고개 들어 둘레를 살피니

곧 내릴 곳이네.

찬찬히 짐을 꾸린다.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 타자.



2015.11.30.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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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6-01-31 23:46   좋아요 0 | URL
2월에는 한 번 다시 바깥마실을 아이들을 데리고 해야 할 텐데
찻삯부터 아직 마련을 못 하네요.
아이들은 기나긴 버스를 타고, 전철도 타 보고
큰아버지나 할머니나 이모나
반가운 어른들을 만나면서 아주 신나게 놀아요.

고흥은 읍내조차 한국에서 대단히 외져서 고즈넉한
재미난 곳이에요.

그나저나 서울에 가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니거나 달리거나
노래하거나 쿵쿵거릴 수 없으니
`얼른 집(고흥)으로 돌아가자`고 노래합니다.. ㅋㅋㅋ

비로그인 2016-02-01 06:4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림인 듯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흐뭇한 표정입니다....

2016-02-0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손 모아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로 다녀올 적에


뱀이나 새나 오소리나

개구리나 사마귀나 나비나

고양이나 다람쥐 같은

우리 숲 이웃이

자동차에 치여 죽어서

핏물 흐르는 주검을

더러 본다.


달리던 자전거를 세우고

주검 곁으로 간다.


많이 아팠겠다

이제 아프지 않아

다음에는 꽃으로 나무로

곱고 씩씩하게 다시 태어나렴


납작해진 주검을

길바닥에서 떼어내

풀섶으로 옮긴다.


두 손 모아 절을 한다.



2015.11.2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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