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모아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로 다녀올 적에


뱀이나 새나 오소리나

개구리나 사마귀나 나비나

고양이나 다람쥐 같은

우리 숲 이웃이

자동차에 치여 죽어서

핏물 흐르는 주검을

더러 본다.


달리던 자전거를 세우고

주검 곁으로 간다.


많이 아팠겠다

이제 아프지 않아

다음에는 꽃으로 나무로

곱고 씩씩하게 다시 태어나렴


납작해진 주검을

길바닥에서 떼어내

풀섶으로 옮긴다.


두 손 모아 절을 한다.



2015.11.2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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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선물로 하면 좋으리라 여겨

고속버스역 지역특산물 가게에서

5000원 붙은 안흥찐빵 달라 하니

상자 하나에 10000원이라 한다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냥 10000원을 꺼내어 내민다


이 사람들

눈속임 장사하네

그래도 난 상자째 선물할 마음이니



2015.12.1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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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



아이는 저 스스로

갖고픈 장난감을 집어요.

값 적힌 종이를 보지 않아요.

남이 저것을 어찌 여기느냐도

안 따져요.


아이는 오직 저 스스로

제 마음을 읽고

이 마음소리를 살려서

기쁘게 노래해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고이 서도록 이끄는 책은

책값이 대수롭지 않아요.

삶을 사랑하는 눈길을 틔우고

사랑을 사랑하는 손길을 보듬으니

스스럼없이 고르지요.


책을 고르며 따질 대목은

늘 하나

바로 마음으로 퍼지는 노랫소리.



2015.11.28.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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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가방


앞뒤하고 옆으로 멘 가방을
맞이방 한쪽에 내려놓으니
겉옷을 벗어서 아버지한테 내민 뒤
바퀴 달린 옷짐가방을 
이리저리 밀고 당기면서
빙글빙글 노래하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내내 웃음꽃돌이 되어
아버지도 여기에서 함께 춤추며 노는
춤돌이가 되도록 북돋아 준다.


2015.11.30.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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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고요하며 까맣던 밤이 지나면
부산스레 하얀 새벽이 찾아와
어느덧
눈부신 햇살 퍼지는 아침입니다.

밥을 짓고
말을 섞고
노래를 하면서
하루를 열고

웃고
춤추고
일하고 놀면서
하루를 닫습니다.

이제
복닥거리며 밝은 무지개빛은 저물고
새롭게 차분한 별잔치로 넘어갑니다.


2015.11.28.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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