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우람한 나무라서
가만히 서기만 하는 일 없다.
바람 따라 가만가만 춤추고
바람 없으면
새와 나비와 벌레 불러서
노래잔치 연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작은 목숨들
비 그을 자리 내주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작은 숨결들
포근히 쉬도록
속살을 내준다.
4347.4.11.쇠.ㅎㄲㅅㄱ
풀빛
풀이 자라 푸르게 뒤덮은비탈 둑 도랑 길흙이 쓸리지 않아요.
풀을 모두 뽑거나 베거나 약으로 죽인논밭 둑 도랑 길흙이 시뻘겋게 쓸려요.
풀이 옹기종기 돋은 곁에서나무들이 싱그러운 잎찰랑찰랑 노래해요.
풀이 없이 민둥민둥 헐벗은 데에서나무들이 고단하여잎은 시들고 뿌리는 기운 잃어요.
풀이 없으니 땅이 갈라지고풀이 있으니 밥을 먹고풀이 없으니 햇볕이 뜨겁고풀이 있으니 해님이 포근해요.
4347.4.16.물.ㅎㄲㅅㄱ
삶빛
햇볕 드리운 곳에햇볕 머금은 꽃
바람 지나는 곳에바람 들이켠 나무
빗물 내리는 곳에빗물 마시는 풀
사랑 자라는 곳에사랑 가득한 노래
웃음 터지는 곳에웃음 감도는 꿈
이야기 속삭이는 곳에이야기잔치 한마당.
4347.4.14.달.ㅎㄲㅅㄱ
갓꽃
곁님도 나도 아이들도씨앗 받아뿌린 적 없으나해마다올망졸망 멋진 잎넓적넓적 베풀며길다랗게 꽃대 올리고는노란 꽃잔치 베푸는갓.
갓꽃은 얼마나 오래이 땅 이 터에서밥이 되고 노래가 되며숨이 되고 사랑이 되었나.
벌나비 함께 춤춘다.
유채꽃물결
가을걷이 마칠 무렵군청에서 경관사업 벌이며마을마다 논에 유채씨 뿌리라 시킨다.
이장님들은 새벽마다빈논에 바지런히 땅 갈아 심으라재촉하는 방송 하며 겨울을 보낸다.
새봄 찾아와 논에노랗게 꽃물결 일렁인다.
유채씨 받으려는 흙지기 없이죄 밟아 쓰러뜨리거나 꺾는다.
유채꽃은 한낱도시사람 자가용마실 구경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