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아무리 신나게 들여다보아도 이 낱말이

서로 어떻게 다른 자리에 쓰는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여러 시대에 나온 여러 사전을 두루 살필 때에

비로소 말뜻과 말느낌을 제대로 갈라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

 

겨우
  “힘을 들여서 어렵게”와 “넉넉하지 못하기에 잘해 보았자 얼마 되지 않는”을 뜻하는 ‘겨우’는 “눈길을 겨우 헤치고 왔다”나 “이 책을 겨우 읽었다”라든지 “너는 하루 내내 밭을 겨우 이만큼 맸구나”나 “배고픈데 밥을 겨우 이만큼 주나요”처럼 씁니다.


고작
  “좋거나 크게 보려 하지만 아무것이 아님”과 “애써서 따지거나 헤아려 보았자”를 뜻하는 ‘고작’은 “아침부터 걸었지만 십 리 걸음이 고작이었다”라든지 “고작 밥과 국뿐이지만 즐거운 저녁이다”나 “고작 한다는 말이 핑계뿐이니”처럼 씁니다.

 

기껏
  “일부러 힘을 들이거나 애썼으나”와 “힘이 미치는 데까지 제 나름대로 애를 써서”를 뜻하며, “기껏 다리를 놓았더니 큰물에 떠내려 갔다”나 “기껏 보냈는데 잃어버렸구나”라든지 “기껏 들려주는 말이지만 아픔을 달래지 못한다”나 “기껏 도와주려 했지만 많이 모자라는구나”처럼 씁니다.


가까스로
  “애쓰거나 힘써서 어렵지만 어느 만큼 맞출 수 있도록”이나 “어느 만큼 맞추거나 넘기기에 힘들게”를 뜻하며,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다”나 “아이를 업고 고개를 가까스로 넘어왔다”라든지 “가까스로 버스 막차를 탔다”나 “빌린 돈을 가까스로 갚는다〔처럼 씁니다.


에계계
  “‘에계’를 힘주어 하는 말”입니다.


에계
  “그리 좋지 않거나 많이 못 미치거나 작은 무언가를 낮게 보면서 하는 소리”입니다. “에계, 이래서 어디에 쓰겠니”나 “에계, 아직 멀었네”처럼 써요. ‘에계계’와 ‘에계’는 느낌씨입니다. ‘겨우·고작·기껏·가까스로’ 같은 낱말을 쓰며 모자라거나 아쉽거나 힘든 느낌을 나타내기도 하고, 이 느낌씨로 한결 짙거나 또렷하게 나타내기도 합니다. ‘겨우’는 넉넉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더 드러나고, ‘고작’은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하거나 아주 적다는 느낌이 더 드러나며, ‘기껏’은 힘을 쓰고 쓰더라도 닿지 않는 느낌이 더 드러납니다. ‘가까스로’는 힘을 많이 들여야 비로소 살짝 닿을 만큼 되는 느낌이 더 드러납니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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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가리키는 한국말을 올바로 쓰는 모습을

거의 못 봅니다.

아무래도 가르치거나 말하는 사람조차 없어

제대로 못 쓰리라 느껴요.

 

..

 

겨를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을 다른 데로 살짝 돌릴 만한 짧은 때”를 ‘겨를’이라고 해요. ‘겨를’은 그리 길지 않은 때를 가리켜요. 10분이나 한 시간쯤, 또는 두어 시간 안팎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숨 돌릴 겨를이 없다”나 “너하고 말할 겨를이 없단다”처럼 써요.


말미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살짝 쉬고 다른 일을 하는 때”를 ‘말미’라고 해요. 이를테면, 회사에 다니는 어른들이 ‘휴가’를 얻는다고 하면 ‘말미’를 얻는 셈입니다. 날마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어린이가 하루나 며칠쯤 학교에 가지 않고 다른 볼일을 보아야 할 적에도 ‘말미’를 얻는다고 해요.



  “벌어진 자리”를 ‘틈’이라고 해요. 이 낱말은 “사람들 틈”과 “빠져나갈 틈을 찾다”와 “너와 나 사이에 틈이 생겼다”처럼 써요. 이 뜻과 느낌을 바탕으로 ‘겨를’과 비슷하게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만한 짧은 때”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럴 틈이 없다”나 “살짝 틈을 내어 찾아왔어”처럼 써요.


사이(새)
  “어느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까지”를 가리켜요. “우리 집과 너희 집 사이에 책방이 있어”처럼 씁니다. 한편, “어느 때부터 다른 때까지”를 가리킵니다. “한 시에서 두 시 사이에는 낮잠을 자자”처럼 써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만한 때”를 가리킵니다. “쉴 사이 없이 달리다”나 “앉을 사이 없이 일을 돕다”처럼 써요. ‘틈’과 ‘사이(새)’는 모두 다른 일을 할 만한 때를 가리킨다 할 수 있지만, ‘틈’은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쓰고, ‘사이(새)’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모습을 가리키며 씁니다. “틈을 내다”처럼 쓰지만 “사이를 내다”처럼은 못 써요. 한편, “쉴 새 없다”와 마찬가지로 “쉴 틈 없다”처럼 쓸 수 있기도 합니다. ‘사이’는 “서로 사귀는 사람”이나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을 가리켜요. “누나와 나 사이”라든지 “둘은 어느덧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처럼 씁니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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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때에는 아마 그냥 쓰시리라 생각하는데,

말뜻을 찬찬히 짚으면서 쓰면

훨씬 잘 쓸 수 있습니다.

 

..

 

걸맞다
  “둘이나 여럿을 함께 놓고 볼 적에,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를 뜻하는 ‘걸맞다’입니다. “입학식 자리에 걸맞게 차려서 입은 옷”이나 “나한테 걸맞지 않은 책”처럼 써요.


들어맞다
  “틀림이 없이 꼭 맞다”를 뜻합니다. “생각한 대로 들어맞다”나 “어제 한 말이 그대로 들어맞았다”처럼 쓰지요


알맞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다”를 뜻합니다. 밑돌지도 않고 웃돌지도 않는 모습을 가리켜요. “나들이를 하기에 알맞게 따뜻하다”나 “얼음을 알맞게 넣어서 먹는다”처럼 씁니다.

 

맞다 1
  ‘맞다’는 모두 열 가지로 씁니다. ‘걸맞다·들어맞다·알맞다’는 모두 ‘맞다’라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쓰는데, 넷째 뜻인 “잘 어울리다” 테두리에서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맞다’ 뜻 열 가지는 이렇습니다. “(1) 크기가 다른 것보다 크거나 작지 않다”로, “어떤 것을 씌우거나 입히거나 신기거나 넣거나 끼울 때애 크거나 작지 않다”를 가리킵니다. “몸에 맞는 옷”이나 “발에 맞는 신”처럼 써요. “(2) 어떤 문제를 제대로 풀다”로, 문제를 틀리지 않게 푸는 일을 가리킵니다. “답이 맞다”처럼 써요. “(3) 잘못되거나 말썽이 있지 않다”로, 어긋나거나 빗나가지 않은 때를 가리킵니다. “시간이 잘 맞는 시계”나 “내가 준 돈이 맞는지 세어 보세요”나 “그 번호가 너희 집 전화번호 맞니”처럼 써요. “(4) 모습이나 느낌이나 생각이 다른 것에 잘 어울리다”로, “마음이 맞는 동무”나 “밭일에 맞는 신”처럼 써요. “주어진 자리나 흐름이나 쓰임새에 좋거나 잘 어울리다”로, “벌이에 맞는 씀씀이”나 “이 일에는 네가 가장 맞겠어”처럼 써요. “(6) 온도나 습도가 살거나 무얼 기르기에 좋다”로, “꽃이 피어나기에 맞는 날씨”처럼 써요. “(7) 마음에 들어 좋거나 입맛을 당겨 좋다”로, “내 마음과 맞는 동무”나 “언니 입에 맞는 밥과 내 입에 맞는 밥은 다르다”처럼 써요. “(8) 줄이나 차례가 똑바로 되다”로, “줄을 잘 맞춰 서다”나 “이렇게 하면 차례가 맞나”처럼 써요. “(9) 어느 한 사람 것이거나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로, “네 책 맞니”나 “저기가 제 자리 맞습니다”처럼 써요. “(10) 앞 사람이 하는 말에 ‘그렇다’나 ‘옳다’는 뜻으로 하는 말”로, “그래, 네 말이 맞아”처럼 써요.


알맞춤하다
  “이럭저럭 알맞다”나 “꽤 알맞다”를 뜻합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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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낱말을 제대로 살피는 국어사전은 아직 없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제대로 밝혀서

알맞고 즐겁게 쓸 수 있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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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다
  ‘지니다’는 “잘 둔다”는 느낌과 뜻이지만, ‘가지다’는 “둔다”는 뜻에서만 같고 쓰임새가 다릅니다. ‘가지다’는 “손에 쥐거나 몸에 두다”와 “마음에 두다”와 “제 것으로 하다”와 “거느리거나 모시거나 두다”와 “아이를 배다” 같은 뜻으로 씁니다. “공을 가지고 논다”라든지 “연필을 가지고 글을 쓴다”라든지 “얕은 생각을 가지고는 이 일을 못 한다”라든지 “내 집을 가지다”와 “아버지가 타던 자전거를 내 자전거로 가진다”라든지 “형제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든지 “둘째 아이를 가져다”처럼 씁니다. ‘지니다’와 ‘가지다’를 견주면, “어머니 사진을 내가 가진다”고 할 적에는 그저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일 뿐, 잘 두거나 돌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머니 사진을 내가 지닌다”고 할 적에는 어머니 사진을 가까이에 두면서 잘 돌보아 잃거나 없어지지 않게 한다는 뜻입니다.


지니다
  “잃지 않도록 잘 두다”와 “잊지 않도록 마음에 잘 새기다”를 뜻하는 ‘지니다’는 “어머니 사진을 품에 지니다”와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를 마음으로 지니며 살아간다”처럼 씁니다. ‘간직하다’는 잃지 않도록 한다는 느낌이 짙고, ‘지니다’는 잘 둔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두 낱말은 뜻은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쓰임새가 이와 같이 살짝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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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냥저냥 쓰기보다는 뜻과 느낌을 잘 살피면

한결 아름다이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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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사하다
  “나한테 있는 것을 잘 두다”와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잘 맡아서 다루다”와 “잘 돌보거나 다스리거나 가꾸다”와 “일을 시키면서 일거리를 만들어 주다”를 뜻합니다. “내 몸을 건사하다”라든지 “내 동생을 건사하다”라든지 “내 책을 알뜰히 건사하다”라든지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힘든 일은 제가 건사할게요”처럼 써요.

 

간수하다
  “물건을 얼마 동안 잘 두어서 없어지지 않게 하다”를 뜻합니다.


간직하다
  “물건을 오랫동안 잘 두어서 잃거나 없어지지 않게 하다”와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나 뜻이나 이야기를 오랫동안 안 잊다”를 뜻합니다. ‘간수하다’는 얼마쯤 잘 두어 안 없어지게 하는 자리에 쓰는 말이고, ‘간직하다’는 오래도록 잘 두어 안 없어지게 하는 자리에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간수하다’는 꼭 가까이에 안 두어도 되지만, ‘간직하다’는 꼭 가까이에 두고서 안 없어지게 한다는 자리에 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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