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눈물

 


 노래하는 알리 님이 다시 노래하며 온마음 가득 눈물을 베풀어 주어 고맙다고 느꼈다. 노래하는 사람한테서는 노래를 듣고, 글을 쓰는 사람한테서는 글을 읽으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한테서는 그림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한테서는 사진을 바라본다. 알리 님이 부른 〈고추잠자리〉는 참 좋다. 알리 님이 부른 〈새벽비〉와 〈킬로만자로의 표범〉을 비롯해서, 알리 님 삶으로 다시 풀어내어 부른 노래들을 음반 하나로 묶어서 선보이면 얼마나 기쁘며 반가울까. (4345.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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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섭 시집

 


 오래오래 읽던 김광섭 시집을 또 읽는다. 나는 김광섭 시집을 왜 자꾸 읽을까. 왜 김광섭 시집을 오래도록 붙잡을까.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에는, 이 시들이 대중노래라는 옷을 입고 태어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면서, 사람들이 즐거이 부르는 적잖은 노래는 가락이 붙은 시로구나 하고 느꼈다. 시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제 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부를 줄 알아야 하고, 시를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이 시에 가락을 담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 김광섭 시집을 다시 읽을 무렵, 김광섭 님이 일제강점기에 옥살이를 오래 하면서 죽음을 깊이 헤아렸던 일을 싯말에 담아 되뇐다.

 

 나이가 더 들어 김광섭 시집을 거듭 읽을 무렵, 김광섭 님 삶과 발자국을 놓고 요로콩조로콩 찧고 밟는 사람들 말밥을 되씹으며 싯말이 어지러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이가 더더 들어 김광섭 시집을 또 읽을 무렵, 김광섭 님은 어떠한 생각과 사랑과 마음으로 당신 삶을 돌보면서 당신 살붙이를 아끼고 당신 싯말을 아꼈을까 하고 헤아리면서 낱말 하나하나 새로 느낀다.

 

 내 나이가 더 든 뒤에는, 내가 김광섭 님 나이를 넘어선 뒤에는, 내가 시집을 내놓아 내 이름이 아로새겨진 시집을 거느리는 사람이 된 뒤에는, 김광섭 시집을 다시 손에 쥘 때에 내 마음으로 스치며 찾아드는 생각날개는 어떠한 몸짓이 될까. (4345.1.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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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어

 


 내가 오늘 쓰는 글이 가장 빛나는 글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나는 하루하루 더 즐거이 누리면서 새로 맞이하는 모레나 글피에 더 빛나는 꿈과 사랑을 실어 글 하나 여밀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제 쓴 글이 오늘보다 못하거나 아쉽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로서는 모든 넋과 얼을 기울여 쓴 글이니까, 모자라거나 어수룩하다 느낄 글이란 없다. 하루하루 조금씩 가다듬는다. 날마다 차근차근 북돋운다. 언제나 곰곰이 되새긴다. 늘 기쁘게 받아들인다.

 

 노래하는 알리 님이 어제 부른 노래가 가장 빛나는 노래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앞으로 부를 노래가 한결 빛날 노래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든, 연습실에서 목청을 돋우든, 또는 집에서만 노래를 흥얼거리든, 깊은 멧골이나 사람 발길 없는 바닷가에서 노래를 외치든, 노래 하나로 일구는 삶이라 한다면 어디에서나 언제나 노래사랑과 노래꿈을 펼치리라 믿는다. 더 가다듬어야 할 노래가 아닌 더 사랑하고 아낄 노래를 부르리라 생각한다.

 

 아름답다 여길 만한 좋은 책을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시나브로 깨닫는다. 이 좋은 책을 곁에 골고루 둘 수 있어 아름다운 삶이지 않다. 책을 곁에 두면서 내 목숨을 잇거나 내 생각을 북돋운다고 여길 수 없다. 책이라는 징검돌을 밟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거나 느꼈을 뿐이다.

 

 아름답다 여길 만한 좋은 노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은 시나브로 깨닫겠지. 이 좋은 노래로 마음을 달래거나 보듬기에 아름다운 삶이지 않다. 노래를 늘 부르면서 내 목숨을 잇거나 내 생각을 북돋운다고 여길 수 없다. 노래라는 섬돌을 밟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거나 느낄 뿐이다.

 

 책이란 없어도 된다. 노래란 없어도 된다. 사랑이 꽃피우는 삶이 있으면 된다. 사랑을 씨앗으로 심는 꿈이 있으면 된다.

 

 나는 글을 쓰면서 살아가겠지. 책이 없어지고 종이가 사라져도 글을 쓰며 살아가겠지. 글은 종이에만 쓰지 않으며, 글은 책으로만 묶이지 않으니까. 살붙이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로 쓰는 글이고, 집식구 옷가지를 정갈히 빨래하고 바느질하는 손자락으로 엮는 책이며, 맑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펼치는 품으로 일구는 이야기이다.

 

 노래꾼 알리 님은 오래오래 노래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노래꾼 알리 님이 온몸과 온마음으로 아로새길 곱고 향긋하며 보드라운 노래결로 온누리를 싱그러이 어루만지리라 생각한다. 무대가 없고 텔레비전이 없으며 음반이 없더라도, 멧새들 노니는 바람결을 타며 이 땅과 이 햇살과 이 바다에 넘실거릴 사랑스러운 노래를 언제 어디에서나 예쁘게 부르리라 생각한다. (4344.12.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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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알리


 노래꾼 김경호 님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속이 시원하다. 무더운 여름 땡볕에서 일하며 땀을 후줄근히 흘릴 때에 나뭇잎과 내 머리카락을 솨르르 날리는 바람과 같구나 싶다. 노래꾼 알리 님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개운하다. 가슴에 얹히거나 맺힌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면서 내 삶길을 맑고 밝게 북돋울 사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이끌어 주는구나 싶다. 혜은이 님 노래 〈새벽비〉가 새옷을 입었다. 새옷뿐 아니라 새삶을 누렸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흐른다. (4344.1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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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선


 새 살림집을 찾으러 춘천으로 갔다가 충주 멧골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얼핏설핏 시끄러이 벅벅대는 라디오를 듣다. 시외버스 일꾼은 웬만해서는 라디오를 틀지 않는다. 시외버스를 타는 사람은 으레 코 자기 마련이라, 잠잘 때에 귀 따갑지 말라며 조용히 다니곤 한다. 그런데 이날 따라 시외버스 일꾼은 라디오를 틀었고, 라디오 소리는 내 귀에까지 들린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서 멀미를 참는다. 이날 내가 탄 시외버스 일꾼은 120킬로미터 가까이 될 듯한 빠르기로 달리면서 찻길을 자꾸 바꾸는 바람에 속이 아주 미식미식 부글부글 끓고 골이 띵하다. 많은 사람 태우고 달리는 길을 좀 보드라이 몰 수 없는가. 좀 귀 안 아프도록 조용히 달릴 수 없는가. 어지럽고 메슥거려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차라리 얼른 생극에 닿기를 바라는데, ‘노동운동가 …… 천만 노동자의 …… 고인 …… 전태일 ……’ 하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를 창문에서 뗀다. 문득 무슨 느낌이 스친다.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닌 생각 하나가 스친다. 그렇구나. 틀림없이 그렇구나. 이제 어머니 한 분이 당신 사랑스런 아이 곁으로 가는구나. 먼저 떠난 아이가 바란 꿈을 이루려고 온몸과 온마음과 온삶을 바친 넋이 이제 마음을 고이 쉬면서 눈물로 젖는구나.

 창밖을 바라본다. 멀미 기운은 가라앉지 않는다. 머리는 그저 어지럽다. 가을 볕살 받으며 천천히 누렇게 익는 나락이 바람이 흩날린다. 눈물이 핑 돈다. 내 어머니가 머잖아 하늘나라로 간다 할 때에도 이렇게 눈물이 핑 돌겠지. 내 아버지도 어머니와 함께 하늘나라로 갈 때에 이처럼 눈물이 젖겠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든한 살까지 살아갈 수 있으면 앞으로 열 몇 해쯤 뒤가 되겠지.

 세 사람 이름이 나란히 떠오른다. 세 사람은 세 나라에서 많은 이들한테서 어머니라는 이름을 들었으리라. 메어리 해리스 존스, 다나까 미찌꼬, 이소선. 《마더 존스》와 《마더 죤스》, 《어머니의 길》, 《미혼의 당신에게》 네 가지 책은 모두 새책방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고요히 잠든 씨앗은 언제쯤 싱그러이 새잎을 틔울 수 있을까. (4344.9.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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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2-01-05 15:46   좋아요 0 | URL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