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작은 시집 《작은 기쁨》(열림원,2008)을 읽는데, “시는 / 내 마음을 조금 더 / 착하게 해 주었다” 하는 노래 한 마디에 오래도록 눈길이 멎는다. 내가 글을 왜 쓰는가 하고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내 마음을 내 손으로 착하게 다스리고 싶기 때문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내 삶을 내 생각으로 예쁘게 일구고 싶기에 글을 쓰고, 내 꿈을 내 사랑으로 보듬고 싶기에 사진기를 쥐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해인 님은 수녀원에서 마흔 해를 넘게 살았다 하는데, 수녀원이란 어떤 곳일까. 수녀원에서 올리는 비손은 누구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춤이나 노래일까. 수녀원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으며 어깨동무할까.


  참말, 착하게 살아가고 싶어 수녀원이라는 길을 걸어가며 싯말 몇 가닥 갈무리한 이해인 님이라 할 테지. 문학이나 예술이나 어떤 이름이 붙기 앞서, 스스로 착한 삶을 좋아하며 빙긋 지은 웃음 한 자락이 싯말 하나로 태어났겠지. 이해인 님과 이웃한 사람들이 저마다 착하게 살아가고 싶은 꿈과 예쁘게 사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면서 하루하루 고맙게 맞이하며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5.5.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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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5-06 11:50   좋아요 0 | URL
제 사무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이해인 수녀님 시집은 마음이 어수선할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때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정갈하게 해주지요.

숲노래 2012-05-07 06:05   좋아요 0 | URL
마음속으로 바라는 대로 좋은 이야기를 찾으시리라 생각해요
 


 호시노 미치오

 


  호시노 미치오 님 새책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다반,2012)가 나왔다. 나는 아직 이 책을 장만하지 않았다. 머잖아 장만할 텐데, 천천히 때를 기다린다. 그동안 읽고 즐긴 호시노 미치오 님 책들을 생각한다. 몇 해 앞서 장만하고는 아직 안 읽은 《여행하는 나무》(갈라파고스,2006)를 떠올린다. 이제 흙으로 돌아간 사람이기에 다른 책이 더 나올 수 없으리라 여겨, 《여행하는 나무》를 몇 해 앞서 장만하고는 곧장 읽지 않았다. 아껴 두었다. 금세 읽기엔 서운했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5)와 《노던 라이츠》(청어람미디어,2007)는 읽었기에, 《여행하는 나무》는 한 해 두 해 읽기를 미루었는데,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래 이제 이 책을 읽을 때가 되었다고 여긴다. 몇 해 앞서 장만한 《여행하는 나무》를 며칠에 한 차례 몇 쪽씩 읽다가 마지막 쪽을 덮으면, 비로소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를 장만하겠지. 그리고, 이 책도 금세 읽기에는 아쉽다고 여겨 한 해 두 해 찬찬히 묵히겠지. 설마, 몇 해 뒤에 호시노 미치오 님 또다른 책이 한국말로 나올 수 있을까. 아직 한국말로 옮기지 않은 다른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아니, 호시노 미치오 님이 무스를 찍고 카리부를 찍으며 곰을 찍은 두툼한 사진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어린이들 읽는 판으로 꾸민 《곰아》(진선출판사,2004)와 《숲으로》(진선출판사,2005)는 있지만, 북극땅 누비며 빚은 커다랗고 두툼한 사진책은 언제쯤 어느 출판사에서 선보일 수 있을까. 글로 여민 작은 책과 나란히 놓을 만한, 사진으로 빚은 커다란 책을 기쁘게 누릴 날을 꿈꾼다. (4345.4.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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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주란 목소리

 


 노래 하나로 살아온 사람 목소리를 가만히 새겨듣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한 줄에 이녁 온삶을 바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한 장에 당신 온꿈을 싣는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 한 칸에 스스로 누린 온사랑 빚는다.

 

 노랫말에, 노랫가락에, 노래를 읊조리는 몸짓에, 삶도 꿈도 사랑도 담지 못한다면, 이이를 노래꾼이라 일컬을 수 없다. 글줄에, 글자락에, 글을 쓰는 손길에, 삶도 꿈도 사랑도 싣지 못한다면, 이이를 글꾼이라 말할 수 없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길까. 범은 죽어 가죽을 남길까.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말이 몹시 못마땅했다. 어떻게 보아도 올바르지 않다고 느꼈다. 사람이 어찌 이름을 남기나. 사람은 삶을 좋아하며 즐기고 누린 사랑을 남긴다. 사람은 삶을 좋아하며 즐기고 누린 사랑을 함께한 사람하고 어깨동무한 넋을 남긴다.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그러나, 사람이 이름을 남긴들 무엇 하나. 이름이 얼마나 값지다고 이름을 남기나. 사람한테는 이름 아닌 사랑과 넋이 아름답고 대수롭다.

 

 범한테는 무엇이 아름답거나 대수로울까. 범한테 가죽이 아름답거나 대수로울까.

 

 나는 이 옛말 아닌 옛말이 더없이 거슬렸다. 범한테는 제 새끼가 아름답거나 대수롭지 않은가. 범은 죽어 새끼를 남기지 않을까.

 

 나무는 죽어 씨앗을 남긴다. 풀도 죽으며 씨앗을 남긴다. 모든 목숨은 제 온 삶이랑 사랑이랑 꿈을 담은 목숨씨를 남긴다. 목숨씨를 건사하는 넋을 함께 남긴다.

 

 노래꾼 문주란 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문주란 님은 구비구비 걸어온 나날을 당신 목소리에 애틋하게 담았구나. 문주란 님은 웃고 울며 부대낀 하루를 이녁 목소리에 고이 실었구나. 문주란 님은 참말 사랑하고 아끼는 노래넋을 문주란 님 노래결에 찬찬히 아로새기는구나. (4345.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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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2-08 13:49   좋아요 0 | URL
ㅎ,ㅎ...문주란이요?
저 문주란 '동숙의 노래' 알아요.
좀 좋아하죠.
따라는 부르는데, 혼자는 저얼때 못 부르는 노래요~^^

숲노래 2012-02-08 16:30   좋아요 0 | URL
문주란 님이 "나야 나"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나는 트로트가수다에서)
아주 훌륭하게 부르셨어요.

인터넷에서 찾아서 들어 보셔요.
저는 '적우'라는 분한테
이와 같은 노래와 힘과 소리를 바랐답니다..
 


 아이가 읽는 사진책, 호시노 미치오(星野道夫)

 


 아이는 웬만한 책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웬만한 책이란 웬만한 놀이만큼 재미나지 않으니까요. 아이 어버이인 나는 웬만한 사진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웬만한 사진에 눈길을 둘 만큼 내 삶을 그 사진에 들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이는 사진 한 장 두 장 살몃살몃 넘기며 아이 나름대로 즐길 만한 이야기를 엮습니다. 아이 어버이는 아이 어버이대로 사진 한 장 두 장 ‘아이가 읽는 결과 빠르기’에 맞추어 거듭 읽으면서 사진마다 어떤 이야기와 꿈을 새로 맞아들이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북극에서 곰 발자국을 좇으며 곰들이 어떻게 삶을 누리는가를 사진으로 담는 이는 예나 이제나 어김없이 있겠지요. 곰과 함께 봄을 맞고, 곰과 함께 겨울을 맞으며, 곰과 함께 배고픈 몸을 이끌며 먹이를 찾고, 곰과 함께 눈부신 봄가을빛 마음껏 누리는 사진쟁이는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사진책 하나를 펼치면서 생각나라에 빠집니다. 아아, 나와 아이와 옆지기는 모두 호시노 미치오 님 사진책을 읽으면서 북극나라를 거니는구나.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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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자 김근태 삶

 


 네 식구 함께 읍내마실을 한다. 신호리 동백마을 앞을 두 시간에 한 차례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잡아탄다. 어른 두 사람 버스삯 3000원을 낸다. 마지막 역인 읍내 버스역에 닿아 내린다. 읍내 하나로마트로 걸어가다가 길가 한쪽에 붙은 걸개천을 바라본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추모합니다.”

 이 길을 걸어서 오갈 고흥읍 사람은 몇쯤 될까. 사람들 많이 걸어다니는 읍내 한복판 아닌, 읍내 변두리라 할 만한 자리에 붙은 걸개천을 얼마나 많은 군민이 들여다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나처럼 누군가 이 걸개천을 올려다볼 테지. 오래오래 나부낄 걸개천을 가만히 바라보겠지.

 

 흔하게 붙는 걸개천이라 여기며 지나칠 만하지만, “김근태를 기립니다”가 아니라 “김근태 삶을 기립니다”라 적은 글월이기에 사진기를 들어 한 장 담는다. 내가 내 어버이를 기린다 할 때에는 내 어버이한테서 보일 어떤 모습을 기릴까. 내 어버이 목숨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 몸뚱이를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남긴 돈이나 빚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남긴 집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일군 삶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빚은 말을 기리는가, 내 어버이가 나눈 사랑을 기리는가.

 

 나는 내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누리고 싶다. 나는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 삶 모두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민주 운동을 하던 김근태라는 사람이 아닌, 민주 운동을 삶으로 풀어내던 김근태라는 사람이었다고 믿는다. 나는 내 일과 내 살붙이와 내 글과 내 책살림, 여기에 앞으로 일구려 하는 집숲을 내 삶으로 녹여내어 사랑하고 싶다. (4345.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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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10 19:25   좋아요 0 | URL
마지막 글월, 너무 마음에 와닿아요.

제 삶으로 풀어내려는거, 제 삶에 녹여내려는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된장님, 저는 된장님의 삶에 대한 고집을 존경합니다.

숲노래 2012-01-11 16:59   좋아요 0 | URL
삶으로 녹이면
어떠한 일이든
아름다이 빛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