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읽기



  즐겁게 읽지 않는다면 왜 읽을까 싶습니다. 즐거운 마음이 되고 싶기에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이 되기에 밥을 짓고 살림을 합니다. 즐거운 마음이 되기에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이루며 사랑을 지핍니다. 즐거운 마음이 되기에 함께 놀고 노래하며 춤을 추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어 글도 쓰고 책도 읽어요. 비평을 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에요. 즐거우려고 쓰는 글이에요. 글만 써서는 즐겁지 않아요. 사랑스레 삶을 누리면서 사람으로서 곱게 거듭나는 길을 걷기에 즐거워요. 2016.12.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책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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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밝은 별



  밤이 깊을수록 별이 밝다고 하지만, 막상 밤이 깊어 새까만 곳에 있지 않고서야 이 말을 몸으로 느끼지 못합니다. 별 몇 톨 보기 어려운 서울에서 “밤이 깊을수록 별이 밝다” 같은 말을 느낄 수 있을까요? 밤이 깊어 새까만 하늘에 미리내가 새하얗게 반짝반짝 또렷이 비추는 빛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별빛을 제대로 알 수 없구나 싶어요. 어제도 오늘도 새벽 두어 시에 초롱초롱 눈부신 밤별을 누리면서,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에 서서 미리내를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면서, 이 새벽에 쌀을 씻어 불려놓고 잠자리에 살며시 들기 앞서, 밤빛을 되새깁니다. 2016.11.25.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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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물결



  조그맣게 이룬 억새물결을 바라봅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땅에서 피어나는 억새꽃을 바라봅니다. 이 자리는 겨우내 억새춤이 펼쳐질 테고, 새봄에는 유채춤이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러는 동안 여러 나무가 하나둘 씨앗을 깨고 자라나 차츰 키를 높일 테지요.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더디지 않게, 숲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숲이 그러하듯이 씨앗 한 톨에서 비롯하여 푸르게 푸르게 사랑스럽게 사랑스럽게 이 땅을 보듬으리라 봅니다. 아이들이 물려받아 고이 건사할 수 있는 멋진 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6.11.2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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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책선물



  엊저녁부터 큰아이 몸이 뜨겁습니다. 한밤을 지나고 아침을 맞이하니 뜨거운 기운이 가라앉습니다. 아침에 함께 집안을 치우고 고구마를 씻어서 냄비에 올릴 즈음 큰아이는 다시 몸이 뜨겁습니다. 모과차를 끓여서 먹이고 낮잠을 재웁니다. 이동안 작은아이도 함께 누워서 콜콜 잠듭니다. 바다로 나들이 가고 싶다던 작은아이는 아픈 누나 곁에서 고이 잡니다. 나는 두 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며 함께 누웠다가 덩달아 잠듭니다. 이러다가 누군가 마루문을 드르륵 열고 뭔가를 툭 내려놓는 소리를 듣습니다. 큰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는 “택배야!” 하고 알려줍니다. 응? 너 괜찮니? 다 나았니?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를 보니, 책꾸러미가 셋. 여러 이웃님이 보내 준 책선물이 한날에 함께 왔습니다. 봉투하고 상자를 천천히 끌르면서 생각합니다. 책을 꺼내어 마루에 놓은 뒤, 마당에 내려서서 이불 빨래를 뒤집어 해바라기를 시키며 거듭 생각합니다. 고운 손길로 날아온 고마운 책을 곱다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쓰는 책도 이 상냥한 이웃님들한테 살그마니 선물로 띄워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큰아이는 책선물 가운데 하나인 그림책 《이리 와!》(분홍고래 펴냄)를 읽은 뒤에 다시 자리에 누워 몸을 쉽니다. 2016.11.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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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서울에 마실을 와서 여관에 묵을 적에 참 쌀쌀하거나 차가운 이들을 으레 봅니다. 내가 쌀쌀하거나 차가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날까요? 밤이 늦어서 더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기에 그냥 삯을 치르고 들어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여관이면서 욕조가 없거나 어딘가 아쉬운 대목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참 거석하네’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다음에 서울에 묵을 적에는 이곳에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값이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하룻밤을 느긋하게 묵으면서 아침에 새로운 즐거움을 북돋우는 잠자리가 되지 못한다면 왜 여관 일을 할까 싶기도 합니다. 서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그냥 돈이 되니까 거석하게 있어도 되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2016.11.1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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