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바라보는 책읽기



  꽃을 바라보며 곱구나 하고 여길 적에는 꽃이름이나 꽃값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꽃이름을 몰라도 꽃이 참 곱다고 알아볼 수 있어요. 들꽃도 숲꽃도 멧꽃도 밭꽃도 모두 곱습니다. 꽃집에서 자라는 꽃도 이 꽃이 값으로 얼마나 되느냐를 알기에 더 곱다고 여기지 않아요. 스스로 바라보며 참 곱네 싶기에 고운 꽃입니다. 책이라면? 글쓴이를 처음 보거나 펴낸곳이 낯설더라도 고운 책은 그저 곱습니다. 글쓴이나 펴낸곳을 모르더라도 오로지 줄거리를 살피며 고운 넋을 읽습니다. 책에 흐르는 이야기를 읽으며 고운 바람을 마셔요. 2017.12.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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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사이에서



  온누리에 좋은 책은 대단히 많아요. 아마 온누리 모든 좋은 책을 다 알아차리거나 읽지는 못하리라 느낍니다. 그래서 이 좋은 책 가운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을 추려서 살짝살짝 읽습니다. 삶을 곱게 적시도록 북돋우는 즐거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살림을 새롭게 가꾸도록 이끄는 반가운 책을 곰곰이 읽으면서 생각을 여밉니다. 겨울바람이 포근하고 겨울비가 촉촉하며 겨울볕이 싱그럽습니다. 2017.12.1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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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아눕는 책읽기



  앓아누우니 아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앓아누우니 종이책은 손에 쥘 수 없습니다. 앓아누우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습니다. 앓아누우니 걸을 수도 없을 뿐더러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일 적에마저 까슬까슬합니다. 그런데 앓아누우니 기운을 못 쓰는 터라, 삶을 한결 부드러이 마주할 수 있스비다. 앓아눕는 터라 말 한 마디 내뱉을 적에 엄청나게 힘이 들어, 참말로 가장 빛나면서 고운 말마디를 추려서 나긋나긋 읊을 수 있습니다. 한 해 내내 앓아눕는다면 참 괴롭겠지요. 한 해에 하루나 이틀쯤 앓아누워서 내 묵은 때를 벗고서 새로 일어나는 일은 고마운 배움짓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7.11.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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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안 하는 책읽기



  책을 손에 쥘 적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밥상맡에 앉아서 이 밥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근심하지 않습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 이튿날에 못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줌을 누면서 언제까지 누어야 하느냐고 근심하지 않습니다. 지는 해를 보며 이튿날 해가 안 뜨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책방마실을 하다가 책값으로 44만 원을 쓰고 나서 어이구 살림 바닥나겠네 하고 근심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엄청나게 춤을 추며 내달리는 시외버스를 타고도 다른 차를 박거나 미끄러져서 데굴데굴 구를까 봐 걱정하지 않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칠 적에 우리 집 마당나무가 뽑힐까 근심하지 않습니다. 저는 늘 ‘걱정·근심’ 아닌 ‘생각’을 합니다. 손에 쥔 이 책에 어떤 이야기가 피어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밥상맡에서 마주하는 이 밥이 얼마나 아름다운 숨결로 나한테 깃들까 하고 생각해요. 잠자리에 들면서 새로운 꿈을 꾸고 별나라를 날아다녀야지 하고 생각하지요. 언제 어디에서나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다시 생각합니다. 걱정이 없이 생각이 있는 책읽기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스스로 글을 써서 책을 짓고, 스스로 생각하는 동안 스스로 책을 손에 쥐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스스로 지을 수 있구나 싶어요. 2017.11.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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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고 쓰기



  우리는 저마다 달라, 저마다 쓰는 글이 노래(시)가 됩니다. 저마다 다른 노래를 들으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비평)가 흐르고요. 멋을 부리기에 멋스러운 노래가 되지 않습니다. 멋을 걷어내고서 투박하게 제 삶을 적바림할 적에 오히려 한결 멋스러운 노래가 되곤 합니다. 스스로 살림을 수수하게 짓는 손길을 고스란히 노래로 담으면 시나브로 새롭고 아름다운 노래로 퍼질 테고요. 이웃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려고 시집을 읽습니다. 이웃이 부른 노래를 듣고서 맞노래를 띄우려고 느낌글을 가만히 적어 봅니다. 2017.1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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