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글쓰기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



  2017년 10월 24일, 저희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에서 새로운 사전 한 권을 선보입니다. 764쪽에 이르는 ‘글쓰기 사전’인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입니다. 이 ‘글쓰기 사전(우리말 사전)’에는 모두 1004가지에 이르는 겹말을 바로잡거나 손질하거나 가다듬거나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희 숲노래 누리집을 드나드는 분은 아실 텐데, 이 사전에는 1004가지 겹말을 다루었는데요, 이 사전을 엮고 나서도 어느덧 400꼭지가 넘는(2017년 10월 25일까지) 새로운 겹말을 더 찾았습니다. 아마 2019년에는 《겹말 사전》 둘째 권을 선보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겹말 사전》을 장만해서 보시면 느끼실 텐데,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살려서 쓰지 못하는 일이 대단히 잦습니다. 얄궂게 쓰는 겹말 보기를 이 사전은 1004가지를 짚었다는 소리는, 우리가 흔히 모르거나 틀리는 겹말 얼개가 적어도 1000꼭지가 넘는다는 뜻이요, 이태 뒤에 《겹말 사전》 둘째 권을 낼 수 있다는 말은, 우리는 수천 꼭지에 이르는 얄궂은 말씨를 아무것도 못 느끼는 채 이냥저냥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이웃님이 한국말을 새로우면서 즐겁게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엮은 사전입니다. 글을 더 잘 쓰자는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 이렇게 해야 좋은 글이 된다고도 밝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과 뜻과 마음을 되도록 쉽고 수수하게 밝히도록 글을 살짝 가다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참으로 멋지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이 사전에서 다룬다고 말씀을 여쭙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뜻을 모르겠다 싶은 낱말을 찾아보는 책’으로만 여깁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읽어 보시면 여러 가지를 배우실 수 있어요. 이토록 쉬운 낱말(텃말이든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일본말이든)이 어떤 뜻인지 참말 모르고 살았구나 하고 느끼실 테고, 우리 국어사전(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모든 국어사전) 뜻풀이가 대단히 엉터리로구나 하고 느끼실 테며, 이런 엉터리 물결 사이에서도 우리 나름대로 겹말에서 벗어나 즐거이 말길을 여는 실마리를 찾을 만하다고 느끼시리라 생각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겹말 사전》은 ‘배우는 사전’입니다. 앞서 선보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도 ‘배우는 사전’이에요. 두 사전은 ‘읽는 사전’이면서 ‘배우는 사전’입니다. 즐겁게 읽고 기쁘게 배우는 사전입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이웃님들이 저희 숲노래가 빚어서 펼치는 사전을 즐겁게 장만하시고 기쁘게 읽으시면서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새롭고 슬기로운 숨결을 함께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10.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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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읽어 보셨나요?



  예전에는 시나 소설을 쓰든 여느 글을 쓰든, ‘글을 쓰는’ 일을 하려면 으레 책상맡에 사전을 놓고 바지런히 펼쳤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에 담는 낱말’을 모두 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뜻하고 결을 헤아렸어요. 사전을 곁에 두지 않고서는 ‘글을 쓰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여겼지요.


  오늘날 글을 쓰는 분이 부쩍 늘지만, 사전을 곁에 두는 분은 뜻밖에 무척 적구나 싶어요. 작가나 기자나 전문가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누구나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멋진 오늘날입니다만, 막상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찬찬히 살피는 손길은 매우 적구나 싶어요.


  사전을 곁에 두느냐 안 두느냐는 매우 달라요. 아주 흔하게 쓰는 낱말이더라도 이 ‘흔한 낱말’을 사전을 뒤적여 다시 읽고서 새롭게 헤아리며 글을 쓰는 사람하고, ‘흔한 낱말’이니까 구태여 사전을 안 뒤적이고 그냥 글을 쓰는 사람하고는 똑같을 수 없어요.


손수 :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제 손으로 직접

몸소 : 1. 직접 제 몸으로


  우리 한국말사전을 보면 ‘손수·몸소’를 이처럼 풀이해요. 자, 이 뜻풀이를 보면서 어떤 느낌인가요? 두 낱말을 어떻게 달리 쓰는가를 환하게 알 만한가요? 또는 이 말풀이가 알맞거나 올바른지 헤아릴 수 있나요?


  ‘손수·몸소’ 뜻풀이를 보면 “제 손으로 직접”하고 “직접 제 몸으로”예요. 두 뜻풀이에 ‘직접’이라는 낱말이 끼었어요. ‘직접(直接)’은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 바로”를 뜻한다고 해요. ‘손수’ 뜻풀이를 다시 보면 앞자락에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라 나와요. 바로 이 “남의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 중간에 아무것도 개재시키지 아니하고”입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뜻풀이가 겹말풀이라는 이야기예요.


제각기(-各其) : 1. 저마다 각기 2. 저마다 따로따로


  사람들은 ‘제각기’라는 말마디를 퍽 흔하거나 쉽게 씁니다. 아마 이 낱말을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며 뜻풀이를 새롭게 되새기려는 분은 거의 없지 싶어요. 그러면 다른 낱말을 몇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각기(各其) : 1.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 2. 각각 저마다

저마다 : 1. 각각의 사람이나 사물마다 2. 각각의 사람이나 사물

각각(各各) : 1.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 2.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마다. ‘따로따로’로 순화

따로따로 : 한데 섞이거나 함께 있지 않고 여럿이 다 각각 떨어져서


  ‘제각기 = 저마다 각기’이거나 ‘제각기 = 저마다 따로따로’라 하는데, ‘저마다’하고 ‘각기’하고 ‘따로따로’라는 낱말을 더 찾아보면, 뜻풀이가 서로 겹치거나 되풀이되어요. 그야말로 뒤죽박죽입니다. ‘각기’를 ‘저마다·각각’을 써서 풀이하고, ‘저마다’는 ‘각각·-마다’를 써서 풀이하며, ‘각각’은 ‘따로따로’로 고쳐써야 한다고 나와요. 이러면서 ‘따로따로’는 ‘각각’으로 풀이하지요.


  이런 한국말사전을 좀 들여다본다면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여보시오, 글을 쓰려면 사전을 보라 했는데, 사전이 이렇게 엉망진창이라면, 사전을 보며 글을 쓰다가는 글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지 않겠소?’ 참말 그렇습니다. 아주 흔하거나 쉽구나 싶은 낱말을 이렇게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진창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이니, 이런 사전을 곁에 두다가는 글쓰기가 뒤죽박죽이나 엉망진창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전이더라도 곁에 둘 수 있어야지 싶어요. 이런 뒤죽박죽 사전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실마리를 풀 수 있기도 하거든요. ‘제각기’라는 낱말은 안타깝게도 겹말 얼거리인 낱말인 줄 알 수 있고, ‘저마다’나 ‘따로따로’라는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각기·각각’은 굳이 안 써도 될 만하다고 배울 수 있기도 해요.


  우리가 한국말로 글을 쓰려 한다면 한국말사전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영어로 글을 쓰려 한다면 영어사전을 곁에 둘 테지요? 일본말로 글을 쓰려 한다면 일본말사전을 곁에 둘 테고요?


  겹말풀이나 돌림풀이로 뒤죽박죽인 한국말사전인 터라, 이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지 못하면, 사전을 보든 안 보든 우리가 쓰는 글은 ‘겹말 굴레’에 쉬 갇힐 수 있어요. “독특한 개성”이나 “말이 없고 과묵”이나 “체중 감량”이나 “흔한 일상”이나 “제 손으로 직접” 같은 말마디는 모두 겹말입니다. 적어도 사전을 슬쩍 들추어 보았다면, 비록 사전이 엉망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겹말을 안 쓸 수 있어요. 한국말사전이 너무 엉망인 탓이 크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한국말사전을 너무 안 읽고 너무 못 읽기 때문에 자꾸 겹말을 쓰고 맙니다.


  글을 쓰는 길에서 ‘겹말 굴레’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한결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글맛을 누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더 잘 쓰는 길이나, 글을 더 멋지게 쓰는 길까지는 아니더라도, ‘겹말 굴레’가 아니라 한다면, 우리가 쓰는 글은 수수한 멋이나 투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어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우리가 한국말로 글을 수수하면서도 멋스럽게, 또 투박하면서도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돕는 징검돌이 되고자 합니다. 사전을 새로 읽고 겹말을 새로 읽으며 한국말을 새로 읽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이러면서 말에 깃드는 넋을 새로 읽고, 말로 짓는 삶을 새로 읽으며, 말로 나누는 사랑을 새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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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최종규 글, 숲노래 기획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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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책이 나왔습니다]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누리신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누구나 손수 쓴 책이 있으면, 출판사 보도자료에 기대지 않고 글쓴이 스스로 ‘시민기자 책을 바로 시민기자가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알린다’는 뜻으로 일구는 꼭지입니다. 


한글날에 맞추어 저는 제가 쓴 책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뜻으로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 2017)라는 책을 놓고서 저 스스로 이 책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글을 누리책방 느낌글(리뷰)에 걸치는 대목을 이웃님들이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작고 수수한 말 한 마디하고 글 한 줄로 삶을 새롭게 짓고 사랑을 기쁘게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지피는 길에 제 작은 책 한 권이 길동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6027&PAGE_CD=00000&CMPT_CD=S0024





한글날에 국어사전 함께 읽어 볼까요?
[책이 나왔습니다] 돌림풀이·겹말풀이 벗기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자연과생태 펴냄, 2017.9.11. 11000원


  올해도 가을에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국은 아직 노벨문학상을 탈 만한 문학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 대목을 좀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국어사전을 안 읽고서 쓰는 글’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와 맞물려 문학창작뿐 아니라 문학번역도 ‘국어사전을 꼼꼼하고 촘촘하며 낱낱이 읽지 않고서 옮기는 글’이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국어사전을 안 읽기 때문에 창작이나 번역이 뒤떨어진다?’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꼭 들어맞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지난날에는 문학을 하는 분들이 ‘사전 한 권을 통째로 씹어먹듯’이 글을 썼어요. 끝없이 새로 샘솟는 한국말을 요모조모 알맞게 쓰면서 글을 빛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현진건 문학이나 김유정 문학이나 백석 문학을 읽으려면 곁에 반드시 국어사전이 있어야 합니다. 해방 뒤에 나온 웬만한 문학도 곁에 국어사전을 두지 않고서는 못 읽기 마련입니다. 아마 이문구 문학까지 이와 같았으리라 느껴요. 서울말이든 시골말이든, 지난날에는 문학이라고 하는 글을 쓰는 분들은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꾼 숱한 말을 마음껏 살리고 곱게 키우면서 이야기를 엮었어요. 그때그때 알맞으면서, 제자리에 척척 들어맞는 한국말을 아름다이 빛내던 지난날 한국문학이라면, 오늘날 한국문학은 줄거리하고 이야기는 있되,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싱그러이 살아서 숨쉰다고는 느끼기 어렵구나 싶어요.


사전은 한자말 ‘반복하다’는 “되풀이하다”, 우리말 ‘되풀이하다’는 “반복하다”를 뜻한다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입니다. ‘반복하다·되풀이하다’는 퍽 쉬운 낱말이어서 굳이 사전을 뒤져서 말뜻을 알아보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전은 무척 쉬운 낱말을 이렇게 돌림풀이로 다루곤 합니다. (13쪽)

사전을 살피면 ‘생소하다’라는 한자말을 “낯이 설다”로 풀이하거나 ‘익숙하다’나 ‘서툴다(서투르다)’ 같은 낱말을 써서 풀이합니다. 그러면 ‘낯이 설다’나 ‘익숙하다’는 무엇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생소하다’를 ‘친숙하다’라는 한자말까지 써서 풀이하며 다시 ‘친숙하다’는 “익숙하다”라고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 얼거리입니다. 더 살피면 ‘익숙하다’는 “서투르지 않다”로, ‘서투르다’는 “익숙하지 못하다”로 풀이하기까지 합니다. (17쪽)


  번역을 헤아려 봅니다. 지난날 한국에서 번역을 하신 분들은 으레 일본책을 옮겼어요. 영어 문학조차 영어에서 옮기기보다 일본말에서 옮겼어요. 독일 문학이나 에스파냐 문학이나 프랑스 문학도 으레 일본말에서 옮겼고,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말이었으나 스웨덴말로 옮기려고 하는 몸짓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요. 요즈음은 살짝 나아져서 ‘말괄량이 삐삐’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작품을 일본말에서 옮기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스웨덴말에서 옮기지는 못하고 독일말에서 옮기곤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을 세계 여러 나라 말에서 안 옮기고 일본말에서 옮길 적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제강점기를 거친 터라, 적잖은 지식인은 일본말을 마음껏 쓸 수 있었어요. 이분들은 일본말로 된 책을 한국말로 수월하게 옮겼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된 책이라면 한국말로 옮기기까지 퍽 오래 걸렸을 테지만, 일본말로 된 책은 아주 빠르고 쉽게 옮겼어요.

  일본말을 잘하던 분들이 세계문학을 일본말을 거쳐 한국말로 옮길 적에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스며듭니다. 그리고 일본말을 제법 잘하다 보니 ‘사전 없이’ 옮기기도 하지요. 이러면서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가 더 많이 스며들어요.

  우리는 지난 1900년대를 이렇게 보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은 일제강점기에 학문을 하던 분들이 엮다 보니, 사전 올림말이나 뜻풀이가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다루는 결보다는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나 번역 말씨로 깊이 물들었습니다.


‘학대하다’라는 한자말을 사전에서는 거의 “괴롭히다”로 풀이하기에 ‘괴롭히다’라는 우리말을 다시 살피니 남녘 사전은 “고통·고통스럽다”로 풀이합니다. ‘학대하다 → 괴롭히다 → 고통스럽다’ 얼거리입니다. 다시 ‘고통스럽다’를 찾아봅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고통스럽다’를 “괴롭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면 ‘학대하다’는 ‘괴롭히다’인 셈이고, ‘고통스럽다’는 ‘괴롭다’인 셈입니다. (26쪽)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필요’를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 요구되는 바가 있음”으로, 『조선말대사전』은 “반드시 꼭 요구되거나 있어야 함”으로 풀이합니다. 세 사전이 모두 ‘꼭’이나 ‘반드시’를 써서 풀이합니다. 그런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꼭’을 “반드시”로 풀이하고, 세 사전은 모두 ‘반드시’를 “꼭”으로 풀이합니다. (35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 2017)라는 작은 책을 써냈습니다. 책이름은 이다지도 길지만, 책은 모두 160쪽입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은 이 책을 이루는 꾸러미 이름입니다. 앞으로 이 이름으로 “읽는 우리말 사전”을 꾸준히 써낼 생각입니다.

  저는 지난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냈습니다.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인 비슷한말을 꾸러미로 모아서 뜻풀이하고 말결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이 사전을 쓰는 동안 다른 숱한 사전을 함께 살폈는데요, 남·북녘에서 나온 어느 사전이든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에 아주 깊고 넓게 갇혔더군요.

  지난해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낼 적에는 ‘다른 사전이 아무리 엉성하거나 엉터리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 새로 짓는 사전에 뜻풀이를 제대로 옳게 바르게 하면 될 뿐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뜻풀이를 붙여서 사전을 하나 쓰고 나서 보니, 둘레에서 이렇게 묻더군요.

  ‘다른 사전이 얼마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이기에 굳이 요즘 같은 때에 종이사전을 새로 씁니까?’

  둘레에서 보시기에 아무리 봐도 종이사전은 한물 갔고, 이제 사람들은 손전화로 바로바로 낱말찾기를 하는데, 뭣 하러 돈이나 품을 잔뜩 들여서 ‘새로운 말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이고 말결을 이야기하는 사전’을 쓰느냐고 물으셨고, 이 물음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구나, 그동안 나온 사전이 어떻게 말썽이 많은가를 짚어서 보여주어야 하는구나 싶었지요.


남녘 두 사전은 ‘소탈하다’를 “수수하고 털털하다”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소탈하다’를 “소박하고 수수하다”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소박하다(素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남·북녘 사전 모두 겹말풀이에 돌림풀이를 합니다. 더 들여다보면 ‘수수하다’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모습을 가리킨다 합니다. 이는 한자말 ‘솔직하다’하고 맞물리는 말풀이입니다. 게다가 ‘털털하다’는 “소탈하다”로 풀이하니 엉성합니다. (4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라는 책은, 책이름을 간추려서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은, 바로 이 물음 때문에 태어났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160쪽이 아닌 1600쪽이나 16000쪽쯤으로 남·북녘 사전에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낱낱이 짚는 “바로쓰기 사전”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북녘 사전에 깃든 어마어마한 돌림풀이·겹말풀이를 몽땅 짚으려 하면 이런 “바로쓰기 사전”은 너무 두꺼울 테니, 오히려 사람들이 읽거나 헤아리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작게 간추리자고 생각했어요. 손꼽을 만한 보기를 고르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읽는 우리말 사전》 첫째 권에서는 모두 44가지 꾸러미로 208가지 낱말만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만 한 낱말을 작고 알맞게 보여주면서, 우리 국어사전을 우리 스스로 새삼스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자고 생각했어요.

  궁금하거나 잘 모르겠네 싶거나 낯선 낱말만 가끔 손전화로 찾아보는 몸짓은 이제 멈추고서, 우리 국어사전을 찬찬히 살피면서 무엇이 엉터리요 무엇이 잘못인가를 똑똑히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국어사전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느껴서 이를 국립국어원 같은 곳에 따지지 않는다면, 사전을 짓거나 엮는 학자들은 스스로 바뀌거나 거듭나지 않아요. 우리가 자꾸 따지고 나무라고 물어보아야 비로소 우리 국어사전이 이제부터 새로우며 아름다운 결로 달라지거나 거듭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자라다’를 “크다”로 풀이하거나 ‘성장·생장’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크다’를 놓고는 남·북녘 사전은 모두 “자라다”로 풀이하고, 한자말 ‘성장·생장’은 “크다”나 “자라다”로 풀이합니다. ‘자라다·크다’를 이렇게 풀이해도 될까요? (59쪽)

남·북녘 사전 모두 ‘불안’을 “조마조마하다”나 “뒤숭숭하다”로 풀이하는데, ‘조마조마하다’를 “초조하고 불안하다”로 풀이하고, 다시 ‘초조’를 “조마조마하다”로 풀이하니 이 뜻풀이로 무엇을 알거나 짚을 수 있을까요? (77쪽)


  우리는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왜 아주 흔하면서 쉬운 말부터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할까요?

  자, 영어 같은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을 생각해 보기로 해요. 핀란드말이든 네덜란드말이든 낯선 외국말을 처음 배울 적에 어떻게 하시나요?

  유튜브만 켜면 온갖 외국말을 잘 배울 만할까요? 그런데 아주 잘된 유튜브를 보더라도 ‘외국말사전’을 곁에 두면서 모든 낯선 외국말을 하나하나 찾아보아야 비로소 그 외국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할 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쓰는 분들이 한국문학을 눈부시게 밝히려고 한다면, ‘가다·먹다·주다·보다·크다’ 같은 손쉽다고 여기는 낱말부터 꼼꼼히 낱낱이 촘촘히 살피고 되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있다·나다·되다·하다’ 같은 낱말이 어떤 결인가를 제대로 살피고 똑똑히 알 때에 비로소, 숱한 한국말을 마음껏 넘나들면서 즐거이 글꽃을 피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남녘 두 사전은 ‘정서’를 “감정”으로, ‘감정’을 “마음·기분·심정”으로, ‘기분’은 “마음에 생기는 감정”으로 풀이합니다. 북녘 사전은 ‘정서’를 “감정·느낌”으로 풀이합니다. ‘정서·감정·기분’이 얽히고 ‘느낌’을 “기분·감정”으로 풀이하기에 더욱 어지럽습니다. (90쪽)


  이 나라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되새겨 봐요. 지난날에 중국 사대주의로 나아가면서 중국말을 높이 섬겼지요. 일제강점기를 지날 때는 일본말을 섬기고,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말까지 뒤섞였어요. 지난 백 해를 통틀어서 한국사람이 정작 한국말다운 한국말로 생각하거나 글을 쓴 일은 무척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는 사이에 국어사전을 국어사전답게 한국말로 쉽고 또렷하게 밝히는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아직 우리는 한국말다운 한국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라고도 할 만합니다.

  이러한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일이란 대단히 마땅할 만하지요. 애써 창작한 훌륭한 문학작품이 있어도 이를 외국말로 훌륭히(또는 제대로) 옮기려면 외국말뿐 아니라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한국문학을 외국말로 훌륭히 옮기지 못합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외국말만 잘하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면 아름다운 외국문학을 한국말로 제대로 못 옮길 테지요. 엉성한 기계 번역이 되거나 어설픈 영어 말씨나 일본 말씨가 곳곳에 드러날 테고요.


남·북녘 사전은 모두 ‘보살피다’를 “돌보다”로, ‘돌보다’를 “보살피다”로 풀이합니다. 돌봄이나 보살핌이나 지킴을 가리키는 한자말 ‘보호’는 “보존”으로 풀이하면서 ‘보존’은 “보호”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말 ‘보호’를 “보살펴 돌봄”과 “지켜 보존”으로 풀이합니다. 이 뜻풀이부터 겹말풀이입니다. 더욱이 ‘보존’을 “보호하고 간수하다”로 풀이하는데, ‘간수하다’라는 낱말은 “보호하여 보관하다”로 풀이하며 돌림풀이가 되고, ‘보관’은 “간직하다”로 다시 풀이하기에 또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까지 됩니다. 게다가 ‘지키다’는 “보호”로 풀이하니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101쪽)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긴 이름을 붙인 작은 책을 앞으로 잇달아 선보이려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로 붙인 한자말 이야기, 토씨 ‘-의’를 어떻게 털어내는가 하는 이야기, ‘-的’이라는 일본 한자말 버릇을 어떻게 떨굴 수 있나 하는 이야기, 길거리 알림판이나 간판하고 얽힌 이야기, 공문서를 여느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질하는 이야기 들을 쓰려고 생각합니다.

  솜씨 있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보다는, 솜씨가 없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지피는 즐겁고 아름다운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뜻을 말이나 글에 담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말이란 생각을 나타내어 마음에 담은 그림이요, 글이란 이러한 말을 눈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새롭게 빚어 종이에 얹은 또 다른 그림이라고 봅니다. 더 좋거나 더 낫거나 더 훌륭한 말글을 가다듬어도 즐거울 테고, 수수하거나 투박하더라도 우리 삶을 고이 담아내는 말글을 나누어도 즐거울 테지요.

  손꼽히는 글님이 몇 분 있어서 이분이 노벨문학상을 타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이 나라를 이룬 우리 모두가 한국말을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가꾸거나 살릴 수 있는 수수한 살림살이를 지으면서 우리 국어사전이 참말로 우리 국어사전답게 거듭나도록 살며시 읽고 함께 손질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신바람나는 마을을 일굴 만하지 싶습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돕다’를 ‘거들다’라는 낱말로 풀이하고, ‘거들다’는 ‘돕다’라는 낱말로 풀이합니다. 이러면서 남녘 사전 둘은 ‘거들다’ 둘째 뜻을 “끼어들어 참견하다”로 풀이하는데요, 이 대목을 더 살펴보면 두 사전은 ‘끼어들다’라는 낱말을 “간섭하거나 참견하다”로, ‘참견하다(參見-)’를 “끼어들어 간섭하거나 관계하다”로 풀이합니다. “끼어들어 참견하다” 같은 뜻풀이는 말이 될까요? (147쪽)


  한글날은 한 해 가운데 하루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루만 하지 않습니다. 글도 하루만 쓰지 않습니다. 한 해 내내, 삼백예순닷새 내내, 기쁨하고 노래하고 웃음이 흐르는 곱고 사랑스러운 말글을 늘 생각하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빌어요. 이웃님이 멋진 말길이나 고운 글길을 가실 수 있기를 꿈꾸면서 자그마한 “읽는 우리말 사전”인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를 썼습니다.

  이 작은 “읽는 우리말 사전”을 책상맡에 두시면서 즐거이 말꽃이며 글꽃을 길어올리시면 좋겠어요. 이제부터는 “읽는 사전”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즐거이 읽고 즐거이 배워서 즐거이 말하고 글을 쓰는 길동무다운 사전이 태어나야지 싶습니다. 2017.10.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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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이 좀 깁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예요.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 할 수 있고, ‘읽는 우리말 사전’ 1권이라 할 수 있으며,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국어사전 바로잡기’라고도 이 책을 가리켰습니다.


이제부터 사전(국어사전/한국말사전)은 ‘가끔 펼치는 사전’이 아닌 ‘읽는 사전’으로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말하고 글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생각을 가꾸는 길을 찾도록 길동무책으로 삼을 적에 사전이 사전다울 수 있으리라 느껴요. ‘읽는 우리말 사전’이 이러한 길동무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우리말 사전’을 쓰는 뜻



이 책은 사전이지만 ‘읽는’이라는 말을 앞에 붙입니다. 사전이라고 하면 으레 책상맡에 놓고서 틈틈이 낱말 한두 가지를 찾아보는 책이라고 여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책상맡 사전이나 모시는 사전이 아니라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사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내놓습니다.


첫 ‘읽는 우리말 사전’으로는 국어사전에서 매우 자주 드러나는 돌림풀이와 겹말풀이를 바탕으로 삼아서 뜻풀이를 새로 손질해 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돌림풀이’란 이 낱말을 풀이하면서 저 낱말을 쓰는데 저 낱말을 풀이할 적에 또 이 낱말을 쓰는 일을 가리키며, ‘겹말풀이’란 어느 낱말을 풀이하면서 쓴 여러 낱말이 서로 뜻이 겹치는 일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날에 중국 사대주의로 나아가면서 중국말을 높이 섬겼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날 때는 일본말, 해방을 맞이한 뒤로는 미국말까지 뒤섞이다 보니, 정작 우리말로 생각하거나 사전을 우리말로 쉽고 또렷하게 밝히는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우리말다운 우리말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는 사회라고도 할 만합니다. 사회가 이러하다 보니 우리말을 담은 사전이 한자말(중국 한자말과 일본 한자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우리말과 한자말이 어지러이 섞이면서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불거집니다. 이밖에도 어렵거나 엉뚱한 뜻풀이가 많습니다.


‘읽는 사전’으로 내기 때문에 두께를 알맞게 가눕니다.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 하기보다는 국어사전에서 잘못된 곳을 밝히고, 어떻게 손질하면 좋은지 길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보다 훨씬 많은 돌림풀이와 겹말풀이가 있습니다. 이웃님들도 이 책이 보여주듯이 잘못된 곳을 찾아 새롭게 갈무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사전을 읽는 분들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엮는 사람도 배웁니다. 우리가 함께 배워서 즐겁게 말살림을 가꿔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말 사전에 이리 허술한 구석이 있었네 하고 느낄 수도 있지만, 찬찬히 손질하면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사전지음이(사전편찬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사전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아쉽거나 안타까운 대목을 나름대로 손질하고 고쳐 볼 수도 있습니다. 말을 사랑하고 글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람들 누구나 사전지음이가 될 만합니다.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에서

2017년 9월 최종규 적음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글 차례


수확하다, 거두어들이다, 거두다

반복하다, 되풀이하다, 거듭하다, 자꾸

가루분, 분가루

생소하다, 낯설다, 친숙하다, 익숙하다, 서투르다

편하다, 편리하다, 쉽다, 좋다

표정, 얼굴, 얼굴빛, 낯빛, 형색, 기색

학대하다, 괴롭히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아픔, 괴로움, 고통

쑤시다, 앓다, 아리다, 쓰리다, 쓰라리다

꼭, 필요하다, 반드시

오염되다, 더럽다, 지저분하다

소탈하다, 솔직하다, 수수하다, 털털하다

세밀하다, 자세하다, 꼼꼼하다, 찬찬하다 

한가롭다, 한가하다, 여유, 한갓지다, 느긋하다, 넉넉하다

흠모, 공경, 사모, 존경, 섬기다, 받들다, 모시다, 우러르다

모양, 형, 모습, 꼴

성장, 생장, 자라다, 크다

우화, 날개돋이

선천적, 타고나다

변화, 변하다, 바꾸다, 달라지다, 갈다, 거듭나다

비만, 찌다, 뚱뚱하다 

작파, 포기, 중단, 그만두다, 그치다, 멈추다

불안, 초조, 조마조마하다, 뒤숭숭하다, 어수선하다

비밀, 숨기다, 감추다, 가리다

체험, 경험, 겪다, 치르다

교환, 주고받다, 나누다

정서, 감정, 기분, 마음, 느낌

시원, 시작, 처음, 비롯하다

구획, 구분, 가르다, 나누다, 쪼개다

보호, 보존, 보관, 간수하다, 간직하다, 지키다, 보살피다, 돌보다

친하다, 가깝다, 두텁다

별나다, 별다르다, 별스럽다, 특별하다, 보통, 남다르다, 유난하다, 다르다

매번, 번번이, 매, 제각기, 제가끔, 각기, 각각, 따로따로, 저마다, -마다

상처, 부상, 다치다, 생채기

역할, 직책, 직무, 책임, 임무, 소임, 역, 맡다, 구실, 몫, 노릇, 담당

지금, 현재, 이때, 이제

도구, 연장

늘, 언제나, 노상, 줄곧, 한결같다, 항상, 변함없다

유머, 우스개, 익살, 웃음, 해학

침묵, 잠잠하다, 정적, 조용하다, 고요하다, 괴괴하다

위로, 위안, 달래다, 다독이다

보조, 협력, 협조, 돕다, 거들다

명확, 명백, 확실, 분명, 정확, 뚜렷하다, 틀림없다, 똑똑하다

큰길,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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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시골에서 책을 고르고.읽고.쓴다는 것
최종규 지음 / 스토리닷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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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요즈음 [책을 냈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시민기자 가운데 책을 낸 사람들 스스로

이녁 책을 소개하는 꼭지를 마련했어요.

그래서 저도 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 봅니다.


이 글은 2017년 7월 21일에

수원 한림도서관에서 '노란등대/수원한살림'에서 마련한 이야기자리에서

함께 주고받은 생각을 바탕으로 썼어요.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놓고서뿐 아니라

시골살림과 '진 사람(패배자/루저)'이란 무엇인가를

즐겁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


+ + +



‘루저’가 시골에서 책을 쓴 뜻

― 우리는 모두 졌어요, 마음하고 마음이 이어지는 책읽기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보기에 어느 모로 ‘진 사람(패배자·루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없고, 2003년 9월부터는 따로 몸담고 지내면서 일삯을 받는 일터를 다니지 않았어요.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고, 자가용이 없어요. 옷 한 벌을 새로 사는 일은 몇 해에 한 번 있을까 말까인데다, 책을 써내는 사람으로서 굵직한 이름을 드날리는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지도 않습니다.


  저는 제가 ‘졌다’는 대목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네, 저는 ‘진 사람’이에요. 아마 앞으로도 이처럼 진 사람으로 살아갈 테고요.


  다르게 본다면 저는 진 사람이되, “빚을 진 사람”이나 “다툼에서 진 사람”보다는 “꿈을 진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제 어깨에는 꿈을 짊어지려고 해요. 한쪽 어깨에는 꿈을 짊어져요. 다른 한쪽 어깨에는 사랑을 짊어지려 하고요. 사회에서 저를 두고 ‘졌다’고 말한다면, 서글서글하게 “참말 그렇네. 나는 졌네. 나는 꿈을 지고 사랑을 졌네.” 하고 대꾸하는 살림이에요.


  저희는 두 아이를 ‘졸업장 따는 학교’에 보내지 않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졸업장 따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요. 우리 집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우리 집 학교’입니다. 홈스쿨링이 아닌 우리 집 학교예요. 우리 집에서 살림을 함께 배우고, 우리 집에서 생각을 새로 살찌웁니다. 우리 집에서 신나게 뛰놀면서, 나무랑 풀이랑 꽃이랑 풀벌레랑 벌나비랑 바람이랑 해님을 고이 맞이합니다.


  사회에서는 졸업장을 따는 곳만 학교인 듯 여겨요.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울 수 있는 곳일 때에 학교라고 생각해요. 어른하고 아이가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터가 바로 학교라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말하는 학교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거머쥐도록 이끄는 곳이기에, 우리로서는 두 아이를 이러한 곳에 맡길 뜻이 없어요. 우리 집 두 아이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짓고 사랑을 손수 가다듬는 즐거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6년 12월에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 펴냄)이라는 책을 써냈습니다. 어제 출판사 대표님이 쪽글을 보내 주셨는데,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으로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도 뽑혔다고 알려주셨어요. 스토리닷이라는 출판사는 대표님이 혼자 모든 살림을 맡고 편집과 배본과 홍보까지 이끌어요. 1인출판사에서 야무지게 낸 책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으로 뽑히니 반가운 일이에요. 제 책이 그러한 상을 받아서 반갑다기보다, 제 책이 받는 사랑이 발판이 되어서, 스토리닷이라는 1인출판사에서 앞으로 새로 펴낼 책에 보탬이 될 씨앗돈이 모이겠구나 싶어서 반가웠어요.


  제가 책을 써내는 마음이라면, 또 제가 쓴 책을 커다란 출판사가 아닌 작은 출판사나 1인출판사에 맡기는 마음이라면, 책 하나를 더 많이 알려서 더 많이 팔기보다는, 책 하나를 살뜰히 사랑해서 두고두고 이웃님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려는 마음입니다. 들하고 숲을 채우는 수많은 꽃은 한 가지만 있지 않아요. 그야말로 수많은 꽃이 옹기종기 도란도란 알콩달콩 사이좋게 어우러집니다.


  한두 가지 꽃만 잔뜩 핀 꽃밭이나 뜰도 이쁘겠지요. 벚꽃잔치나 튤립잔치나 장미잔치 같은 꽃잔치를 으레 하잖아요? 이런 꽃잔치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꽃송이가 소담스러운 함박꽃을 비롯해서 꽃송이가 아기 손톱보다 작은 봄까지꽃이나 코딱지나물꽃이나 곰밤부리꽃이나 꽃마리꽃이나 괭이밥꽃이나 냉이꽃이나 …… 이런저런 수많은 들꽃이 어우러지는 자리는 더없이 이쁘다고 느껴요.


  우리가 이름을 아는 꽃만 핀 곳보다, 우리가 이름을 아직 잘 모르는 숱한 들꽃이 어우러진 곳이 참말로 들판답고 숲다우며 마을답지 싶어요.


  사월에는 들딸기꽃으로 싱그러워요. 오월에는 붓꽃으로 흐드러져요. 유월에는 찔레꽃으로 환해요. 칠월에는 하늘타리꽃으로 싱그러워요. 이러면서 옥수수꽃이 피고요, 곧 나락꽃이 피지요. 나락꽃이 지며 이삭이 여물 즈음에는 어느새 들판이나 멧자락마다 산국이 곳곳에서 돋아요. 이러는 사이에 살살이꽃이라든지 해바라기꽃이라든지 접시꽃이라든지 갖은 꽃이 살가이 어울립니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라면, 숲과 냇물과 흙과 나무와 풀과 풀벌레와 벌나비와 새와 들짐승이 모두 어우러지는 큰 터전에서 사람이 어떻게 제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일구는가 하는 살림을 읽는 즐거움이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삶터만 시골이 아니에요. 마음터가 시골이고, 생각터가 시골이며, 사랑터가 시골입니다. 이야기터와 샘터와 빨래터가 모두 시골입니다. 꿈터와 배움터와 노래터도 시골이에요.


  시골스럽게 숲을 노래하려고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글 한 줄을 씁니다. 시골스럽게 바람을 마시면서 흙을 보듬다가 글 두 줄을 씁니다. 시골스럽게 낫질하고 호미질을 하면서 땀을 훔친 뒤에 글 석 줄을 씁니다. 시골스러운 밤하늘에서 미리내를 날마다 마주하는 기쁨을 고스란히 옮기는 글 넉 줄을 씁니다.


  그러고 보면 그런데요, 미리내를 늘 보는 곳에서 살림하는 사람하고, 미리내는커녕 달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서 살림하는 사람이 마음에 품는 생각은 사뭇 다를 만해요. 흐르는 냇물을 언제나 두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살림짓는 사람하고, 페트병에 담긴 먹는샘물을 돈으로 사다가 마셔야 하는 곳에서 살림짓는 사람이 마음에 담을 생각도 사뭇 다를 만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다고 느껴요. 비록 서로 다른 삶터에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더라도, 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마음으로 만나지 싶어요.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피어나는 맑은 숲바람이 구름을 밀면서 서울로 갑니다. 서울을 거친 숲바람이 평양이나 의주로도 나아가고, 이 바람은 러시아하고 핀란드를 돌아서 호주랑 태평양을 가로지르더니 일본을 스쳐서 전남 고흥으로 다시 옵니다.


  돌고 도는 바람이에요. 한쪽에서 사랑으로 짓는 살림이 바람을 타고 온누리를 어루만져요. 한쪽에서 기쁨으로 짓는 살림이 바람과 함께 골골샅샅을 쓰다듬어요.


  더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랑을 배우려는 기쁨으로 책을 읽어요. 더 많은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거머쥐기보다는 스스로 살림을 아이하고 함께 지으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기쁨으로 책을 읽어요.


  서울서 사는 분들은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키운 먹을거리를 제값을 치르고 장만해 주는 따스한 손길을 베풉니다. 돈이 넉넉하거나 많아서 자연농이나 유기농 먹을거리를 장만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가난하거나 팍팍한 살림이더라도 제값을 치러서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누릴 적에 시골에서 제대로 키운 제대로 된 곡식하고 남새를 돌보는 밑힘을 얻을 수 있는 줄 알기에 기꺼이 제값을 치러 준다고 느껴요.


  일하는 사람이 땀방울에 값하는 일삯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면 이 땅에는 언제나 평화와 민주와 평등이 흐를 만하다고 생각해요. 더 싼 것을 찾거나 더 값싸면서 많은 것을 찾는 손길이 자꾸 비정규직이나 차별이나 불평등을 끌어들인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봐요. 값이 싼 책을 100권이나 1000권이나 10000권을 장만할 적에 기쁠까요? 값싸게 파는 책을 읽으면 즐거울까요?


  아니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담은 제대로 된 책을 제값을 치르고서 장만할 적에 기쁠까요? 제대로 엮은 이야기를 담은 제대로 지은 책을 읽을 적에 즐겁지 않나요?


  우리는 아무 책이나 읽지 않아요. 우리는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북돋우는 책을 읽어요. 우리는 아무 책이나 책꽂이에 모셔 두지 않아요. 우리는 틈틈이 다시 꺼내어 되읽고 되새기며 되돌아볼 만한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고이 모셔요.


  장만해 놓고 한 번도 안 입을 옷을 옷장에 가득 채우면 집안이 어떻게 될까요? 값이 싸서 사 놓기는 했는데 한 번도 안 쓰는 이불이나 세간을 집안에 가득 쟁이면 어떻게 될까요?


  즐겁게 읽을 책을 즐겁게 제값을 치러서 즐겁게 내 틈을 내어 읽습니다. 기쁘게 되새기며 배울 책을 기쁘게 일해서 얻은 돈으로 장만하고는, 기쁘게 내 짬을 내어 새로운 마음으로 읽습니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낸 뜻을 더 적어 볼게요. 우리가 사는 곳이 서울이나 인천이나 부산이나 광주나 대전이나 울산이라 하더라도, 우리 마음속에 숲을 사랑하고 바람을 노래하며 별을 그리는 생각이 흐른다면, 우리는 늘 마음으로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스럽게 살림을 짓는다고 느껴요. 고흥이나 장흥이나 해남이나 고성 같은 고장에 살아야 시골사람이지 않아요. 사는 터를 넘어서 생각이 하나로 모이거나 만나는 어깨동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숲지기가 되고, 숲동무가 되면서, 숲놀이를 즐기는, 숲살림으로 나아가 보면 좋겠어요. 서로서로 아낄 줄 아는 따사로운 손길이 되면 좋겠어요.


  나무 곁에 서서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도 책읽기예요.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올려다보면서 들마실이나 골목마실을 할 수 있어도 책읽기예요. 귀뚜라미나 매미가 노래하는 소리에 가슴이 뭉클할 수 있어도 책읽기예요. 밥 한 그릇이 되어 준 나락과 빗물과 흙과 햇볕을 느낄 수 있어도 책읽기예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살림을 지으며 ‘우리 집 배움터’를 가꿀 수 있어도 책읽기예요.


  종이가 되어 준 나무를 생각하기에 책읽기예요. 종이로 바뀐 숲을 헤아리기에 책읽기에요. 종이로 거듭나면서 이야기를 온몸에 담는 나무와 숲을 돌아보기에 책읽기입니다.


  우리 함께 시골지기가 되어 보면 좋겠어요. 우리 함께 숲지기도 되고 풀지기나 꽃지기나 바람지기나 하늘지기나 별지기나 구름지기가 되어 보면 좋겠어요. 물 좋고 바람 맑은 시골을 건사할 적에 서울사람 누구나 맑고 싱그러우며 정갈한 먹을거리를 누릴 수 있다는 대목을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시골사람이 시골스럽게 웃음지을 적에 서울사람도 시골벗을 그리면서 날마다 새롭게 살림꽃을 피울 수 있다는 대목을 헤아려 보면 좋겠어요.


  다툼에서 이기고 지는 길은 이제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지고 사랑을 지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길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시골에서 시골책을 읽고 서울책을 읽습니다. 시골에서 바람을 마시고 풀을 베면서 하루를 읽습니다. 시골에서 부르는 노래가 나락 한 톨에 담겨 서울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2017.7.2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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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푸름이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며

사랑스레 가꾸는 길을 이야기하려고 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나왔어요.


주말에 인쇄 제본을 마쳤고

이주에 책방에 들어가요.


어린이와 푸름이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이기에

어른도 즐겁게 함께 읽을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머리말, 차례, 맺음말을 붙일게요.


+ + +


이야기를 여는 말 :  말과 넋과 삶을 사랑하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우리가 쓰는 모든 말에는 뜻이 있어요. 이 말을 처음 지어서 쓰던 사람들이 품은 뜻이 있어요. 뜻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말뜻이고, 다른 하나는 느낌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이요, 새로운 하나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나 꿈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말뜻’과 ‘느낌’, ‘생각’을 주고받아요. 말뜻을 주고받는 일이란 너나 내가 한 말을 서로 알아듣는 테두리입니다. 다음으로 ‘느낌’을 주고받을 적에는 어떤 일을 놓고서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테두리인데, 좋으냐 싫으냐 반갑냐 서운하냐 모자라냐 넉넉하냐 하고 느끼는 결을 살피지요. ‘생각’을 주고받을 적에는 스스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로 나아가는 테두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말뜻 한 가지만 바라보며 그칠 수 있어요. 이때에는 시험공부라든지 학습 능력을 따지지요. 이른바 시사 상식이나 지식이 되어요. 말뜻을 넘어 ‘느낌’을 살피려 한다면, 나를 둘러싼 이웃이나 동무를 바라보는 자리가 돼요. 여기에서 ‘생각’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디디면 ‘스스로 짓는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아서 손수 움직이느냐 하는 자리가 되어요.


  우리는 말 한마디를 들려주거나 내놓으면서 삶을 북돋우거나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을 꽃피우거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말뜻·느낌·생각’을 거쳐서 ‘이야기’가 되는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이나 꿈으로 거듭나려는 새로운 숨결이 될 적에, 내가 나를 살려내는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말삶’을 지어서 ‘말넋’을 가꾸는 ‘말길’을 여는 자리에서 길동무가 되려고 합니다. 먼저 말뜻(말풀이)을 읽고, 다음으로 말결(말느낌)을 돌아보며, 이 다음으로 말넋(말생각)을 키우다가 바야흐로 말삶(말에 담는 삶·살림·사랑·꿈을 짓는 슬기)을 가꾸는 기쁨으로 곱게 다스리는 기운을 스스로 얻기를 바라요.


  한국말사전에 ‘집전화’라는 낱말은 없어요. 그렇지만 새로운 문화나 문명이 생기면서 ‘전화’라는 물건을 놓고 “들고 다니는 전화”하고 “집에 두고 쓰는 전화”를 갈라야겠다고 여겨서, ‘집전화·손전화(휴대전화)’라는 새 낱말이 태어나기도 해요. 이때에는 어른들 스스로 생각을 잘 밝혀서 재미난 말을 지은 셈이에요. ‘집’은 보금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쓰고 가게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써요. 그러니 ‘회사전화’도 ‘집전화’일 수 있어요. 회사에서 쓰는 전화를 따로 가르고 싶다면 ‘일터전화’나 ‘가게전화’라는 낱말을 새로 지을 만해요. 짧게 줄여 ‘일전화’로 쓴다면 ‘손전화·집전화·일전화’처럼 나눌 수 있겠지요? 또 팩스라고 하는 기계를 놓고는 ‘그림전화’라 할 수 있어요. 팩스라는 기계는 종이에 얹은 모든 그림을 그대로 보내는 구실을 하거든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어린이 여러분이 스스로 살고 배우고 지내고 놀고 어울리고 꿈꾸는 마을에서 말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살리거나 사랑할 때에 아름답고 즐거운 삶으로 거듭날 만할까 하는 대목을 다루려 합니다. 앞서 선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은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이 태어난 자리는 ‘숲’이라는 대목을 밝히면서, 우리가 숲을 가꾸고 사랑할 때에 말을 가꾸고 사랑하는 슬기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어요.


 ‘마을’이란 ‘여러 집이 어우러진 터전’입니다.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으로, 어린이 여러분이 저마다 곱게 살림집을 이루면서 사는 동안 이웃하고 동무를 살가이 사귀면서 나눌 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느낌을 찬찬히 깨닫고, 우리 생각을 차근차근 갈고닦으며, 우리 삶을 손수 짓는 기쁜 사랑과 꿈을 아름답게 펼치는 길에서 ‘말 한마디’가 어떤 힘이 있는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딱딱하게 굳은 말이 아닌 보드랍게 열린 말을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에 담는 마음을 살필 수 있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마다 흐르는 숨결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한다지만 천 냥 빚을 지기도 한다고 해요. 다시 말해서, 말 한마디를 어떻게 살려서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마음은 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아름다움하고 동떨어질 수 있어요. 아주 작은 말 한마디를 슬기롭고 즐겁게 쓰면서 맑으면서 밝은 꿈을 사랑스레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하고 어른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마을에서 말과 넋과 삶을 살리는 기쁜 웃음을 짓는 노래”가 흐를 수 있기를 바라요. 상냥하고 넉넉하게 웃는 기쁜 눈길로 읽어 주셔요. 고맙습니다.


한국말사전 배움터 ‘숲노래’ 이야기지기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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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마을에서 노래하는 말

골목꽃·골목놀이·마실·마을돈·마을신문·어귀


2. 집이 모여 이웃이 손잡는 말

동무집·두레·모둠집·석 간·숲집·쪽마루·하늘바라기집


3. 가게에서 사이좋게 나누는 말

길장사·닷새마당·에누리·우수리·이웃가게·저자·흥정


4. 잔치로 환하게 어우러지는 말

겨울잔치·곰국·국·누리잔치·예순잔치·잔칫밥·큰잔치


5. 모임을 이루어 넉넉한 말

갈무리·노래모임·동아리·두레누리·사랑모임·어깨나라


6. 배움님이 되어 나누는 따뜻한 말

글쓰기·또래·배움동무·배움바라지·배움책


7. 쉬다 보니 기운이 샘솟는 말

겨를·깁다·느린밥·느린배움·말미·버스터·쉬는차


8. 책으로 이야기꽃 피우는 말

삶말·숲책·오늘이야기·책손질·책쓰기·책찻집


9. 누리마다 고이 퍼지는 말

골·별내·사랑누리·온둥이·울·잘·즈믄·한가람·해누리


10. 그림으로 날아오르는 말

권정생 집·그림터·동화나라·부산책누리·살림그림·한글집


11. 이음고리가 되어 살가운 말

누리그물·누리글·누리날개·누리놀이·누리님·셈틀·열린터·풀그림


12. 탈것을 누리며 마실하는 말

널방아·부름차·쇠돈·아기수레·왼돌이·이음목·타는곳·하늘길


13. 이름마다 서린 그윽한 말

만들다·빚다·손질·짓다·일컫다


14. 믿음을 보듬는 말

넋·부뚜막할매·비손·서낭·신·얼·지킴이·한울


15. 사랑으로 살뜰히 쓰다듬는 말

그리다·다짐글·반하다·사랑·좋다·한사랑·홀리다


16. 살림을 알차게 건사하는 말

나라살림·반짇고리·살림꽃·세간·옷밥집·장이·쟁이·즐김이


17. 텃밭에서 꿈꾸는 말

그릇밭·나눔밥·마음밭·봄걷이·터·텃새·한마당


18. 길을 거닐며 떠올리는 말

거님길·길바늘·길벗·길손집·느린걸음·징검돌


19. 어른으로 자라는 옹근 말 

다소곳하다·셈·약돌이·애늙은이·오롯하다·옹글다·철·철모름쟁이


20. 책상맡에서 생각에 잠기는 말

걸음쇠·네글벗·모둠상·앉은뱅이책상·연필주머니·책상물림·책시렁


21. 놀이터에서 뛰어오르는 말

공놀이터·깍두기·깨끔발·소꿉·손바닥놀이터·추임새


22.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말

두찻길·빗물닦이·빠른길·어린이길·오솔길·지름길·차둠터


23. 힘이 나는 놀라운 말 

바람힘·별빛·손놀림·손힘·전기힘·햇볕힘


24. 곳마다 꽃으로 거듭나는 말

곳곳·새로짓기·숲정이·자투리땅·질그릇·처네·하늘숨


붙임말 1 : 책에 나온 낱말 뜻 헤아려 보기

붙임말 2 : 인터넷에서 쓰는 말 손질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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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무르는 말: 이야기꽃을 피우며 꿈꾸자


  일을 끝맺을 적에 ‘마무리하다’라고 해요. 이와 비슷하지만 살며시 결이 다른 ‘마무르다’라는 낱말이 있어요. ‘마무르다’도 어떤 일이 잘 끝나도록 다스리는 몸짓을 가리켜요.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으로 스물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마무르는 말을 붙여 볼게요.


  지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에서는 “수수께끼 놀이 하자” 하는 말로 책을 마물렀어요. 이 책에서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꿈꾸자” 하는 말로 마무릅니다. “수수께끼 놀이”란 우리한테 궁금한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묻고 우리 스스로 풀어 보자는 뜻이에요. “이야기꽃 피우는 꿈”은 스스로 궁금한 이야기를 풀었으면, 이렇게 풀어낸 실마리를 마음껏 펼쳐서 날개돋이를 해 보자는 뜻입니다.


  말길을 활짝 트면서 생각을 활짝 트면 좋겠어요.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날아오르는 마음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모두 우리한테 돌아오는 줄 잘 되새기면 좋겠어요. 예부터 어른들이 들려주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처럼,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먼저 고운 말을 즐겁게 지어서 쓸 수 있기를 빌어요. 둘레에서 아무리 우리한테 밉거나 싫은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싱긋 웃음을 띠면서 고운 말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요.


  생각해 봐요. 둘레에서 우리를 괴롭히려고 밉거나 싫거나 궂은 말을 퍼붓더라도 우리가 그런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귀로 흘리면서 고운 말을 상냥한 눈빛으로 건네면, 우리 둘레에서는 아마 깜짝 놀랄 테지요. 남이 나한테 주는 사랑스러운 말이 아닌, 내가 바로 나한테 주는 사랑스러운 말이랍니다. 이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선물한 사랑스러운 말을 둘레에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어요.


  생각하는 말이 사랑하는 말이 되어요. 사랑하는 말이 생각하는 말이 되지요. 꿈꾸는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말이 되고, 꽃처럼 피어나는 말이 꿈으로 다시 샘솟는 말이 되어요. 말꽃잔치 벌어진 이 한마당에 온누리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기쁨누리를 가꾸려는 손길로 글월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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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7-06-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치 제 일인양 즐겁습니다..

숲노래 2017-06-26 17:42   좋아요 0 | URL
축하해 주시는 분은
모두 하느님이라고 생각해요 ^^

기쁘게 반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