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18] Book Wall

 인터넷이 처음 자리를 잡을 무렵에는 인터넷을 다루는 낱말이 모조리 영어였습니다. 이무렵 쓰던 영어를 여태껏 그대로 쓰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이무렵 쓰던 영어를 우리 나름대로 거르거나 다듬은 낱말을 쓰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처럼 생긴 무늬를 ‘앳’으로 읽는 사람이 퍽 많지만, ‘골뱅이’로 읽는 사람도 몹시 많습니다. 인터넷편지 주소를 밝히며 마침표(.)를 ‘컴’으로 읽는 사람이 제법 많으나, ‘점’으로 읽는 사람 또한 무척 많아요. 셈틀 바탕에 깔아 놓는다는 그림이나 사진을 가리켜, 맨 처음에는 영어로 ‘wallpaper’라고만 했습니다. 나중에 ‘바탕사진’이라든지 ‘바탕화면’이라든지 ‘배경사진’이라든지 ‘배경화면’이라든지 ‘바탕그림’ 같은 말마디로 다듬었습니다. ‘Book Wall’이라면 ‘책 바탕’이나 ‘책 배경’일 테지요. 그러면, 처음부터 ‘책 바탕화면’이나 ‘책 바탕그림’쯤으로 이름을 지으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어김없이 이래야 하는지, 꼭 영어로 먼저 이름을 지어서 대롱대롱 달아 놓습니다. 이래야 멋이요, 이래야 눈여겨보며, 이래야 팔리는가 보지요. (4344.1.2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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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7] GUESS HOW MUCH I LOVE YOU

 영어를 해야 이 지구별에서 살아남는다든지 세계시민이 된다든지 경제대국이 된다든지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영어 장사를 하려고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며, 어른들 또한 영어로 장사하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영어바람을 일으키고 영어나라로 만들고자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4343.1.2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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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6] 휴먼뉴딜 프로젝트

 우리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서, 지난날 임금님이나 관리가 쓰던 한문 말투를 고스란히 외웁니다. 지난날 임금님이며 학자며 관리며 지식인이며 다들 ‘쉬운 우리 말’이 아닌 ‘중국 한문’을 썼습니다. ‘탕평책’이라 하든 ‘균전제’라 하든, 또 ‘목민심서’라는 책이름이든 ‘을병연행록’이라는 책이름이든, 우리 말 이름이 아닙니다.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쯤 지나면, 우리 뒷사람들은 오늘날 삶자락이나 정치나 문화나 사회를 역사책으로 배우겠지요. 2111년이나 2211년 역사책에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직속기구인 미래위원회에서 내놓은 ‘휴먼뉴딜 프로젝트’라는 정책이 실릴 테고, 수험생들은 이런 이름을 달달 외워야 하겠지요. 모르기는 모르는 노릇이지만, 2111년이나 2211년 수험생들은, ‘뭔 조상놈들이 한문만 죽어라 쓰다가 영어만 신나게 쓰며 살았담?’ 하고 투덜투덜거릴는지 모릅니다. (4344.1.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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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5] 단골논 프로젝트

 우리 식구는 충청남도 홍성군 풀무학교생협에서 쌀을 받아 먹습니다. 우리 식구 먹을 쌀이니 제대로 지은 쌀로 먹고 싶기도 하지만, 제대로 지은 쌀이 참말 맛있을 뿐 아니라, 제값을 치러 쌀을 장만하면 농사짓는 이들이 괜히 비료나 풀약이나 항생제를 쓸 까닭이 없습니다. 여러 해째 풀무학교생협 ‘단골논’으로 쌀을 받는데, 이곳 풀무학교생협은 농사짓는 뜻뿐 아니라 살아가는 매무새를 한결 살가이 보듬고자 몹시 애씁니다. ‘단골논’이라는 이름을 지은 데에서도 말사랑을 가만히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골논 함께하기”를 펼치면서, 이곳에서도 어쩔 수 없는지 ‘프로젝트’라는 영어를 씁니다. 인천에서 시골로 살림을 옮기며 주소를 바꾸려고 풀무학교생협 누리집에 들어가 본 지난여름부터 엊그제까지, 이곳 누리집도 ‘CLICK’이라고 적어 놓을 뿐, 딱히 손질하거나 고치지 않습니다. ‘가기’나 ‘바로가기’나 ‘들어가기’나 ‘더보기’로 적으면 참 좋으련만, 이 대목까지는 헤아리지 못합니다. (4344.1.2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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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14] 커뮤니티

 사람들 작은 힘으로 온누리를 조금씩 바꾸면서, 우리들이 주고받는 말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전 같으면, 아니 요즈음도 어슷비슷하지만, 으레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같은 말마디만 썼다면, 이제는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같은 말마디를 쓸 줄 압니다. 다만, ‘케이블카’는 ‘하늘차’로 고쳐써야 하지만, 이렇게 고쳐쓰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잘못된 일을 가로막겠다 할 때에는, 여느 사람들이 익히 쓰는 말투대로 외침말을 적어서 가로막으려고 힘써야겠지요. 옳게 다듬을 말투는 ‘하늘차’이지만, 이렇게 다듬어서 이야기하면 여느 사람들은 말투를 다듬으려고 애쓰지 않는 만큼 못 알아듣습니다. 이리하여 사회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정치운동이든 교육운동이든 환경운동이든, 슬프거나 딱하거나 아쉬운 말마디로 일을 할밖에 없어요. 그리고, 좋은 뜻으로 좋은 모임을 꾸려 이야기를 나누는 누리집 게시판 이름을 ‘커뮤니티’처럼 붙이고야 맙니다. ‘사랑방’이라든지 ‘이야기터’라든지 ‘회원 한마당’이라든지 ‘열린마당’이라든지 ‘쉼터’라든지 ‘우물가’라든지, 예쁘며 살가이 이름을 붙이는 데까지 마음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4344.1.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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