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일산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이들을 이끌고 고흥으로 돌아온 뒤, 고흥에서도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달콤한 빗물이 온 들과 숲을 적시는 기운을 느끼면서 새로 한 걸음을 내딛는 하루가 될 테지요. 아이들은 이모도 이모부도 아기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보았으니 마음 가득 즐거운 기운을 길어올리면서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놀이를 지을 테고요. 2017.6.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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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영등포



  서울에서 수원을 들러서 고흥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기차를 타고 달리자고 생각하면서 망원역 둘레에 있는 ㅊ출판사에 찾아갑니다. 수원에 있는 마을책방에 들를 생각을 하면서 책 두 권을 사려고요. ㅊ출판사에서 책을 두 권 산 뒤에 길을 나서려는데, ㅊ출판사 일꾼이 저한테 “서울역으로 가시지 말고 영등포역으로 가 보시지요?” 하고 말씀합니다. 이 말을 듣고서 지하철 길그림을 들여다봅니다. 서울역 가는 길보다 한결 낫구나 싶어요. 더 헤아리니, 망원역에서 영등포역으로 택시를 타면 매우 빠르면서 수월하고 느긋하게 갈 만하지 싶고요. 지난주에 서울마실을 하며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택시를 탔을 적에는 엄청나게 막히는 길 때문에 기차표를 취소해야 했어요. 지난주에도 용산역이 아닌 영등포역으로 택시를 달렸으면 길이 안 막혔을 테고 한결 느긋하게 기차를 탔겠구나 싶습니다. 게다가 영등포역은 표를 끊을 적에 기다리지 않아도 될 뿐더러, 뒷간은 제 짐가방을 모두 내려놓아도 될 만큼 널찍합니다. 여러모로 조용합니다. 다음주에는 인천·일산마실을 할 텐데, 다음주에 기차를 탄다면 영등포역에서 내리자고 생각합니다. 영등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일산으로 건너가면 꽤 빠르겠지요. 2017.6.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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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맡



  책상맡에 무엇을 두면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가방에 무엇을 넣으면 좋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손에 무엇을 쥐면 좋을까 하고 되짚어 봅니다. 이제 마음에 어떤 생각을 심으면 좋을까 하고 곱씹습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삶에 어떤 이야기를 지으면 좋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오늘 하루 어떤 사랑을 길어올려서 나눌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그립니다. 2017.5.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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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에서 2분



  기차역 맞이방에 있기보다는 기차옆 앞마당 나무그늘에 있고 싶습니다.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순천역에서 기다립니다. 앞으로 사십 분쯤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연필을 손에 쥐고 글을 씁니다. 한창 글을 쓰다가 문득 시계를 살피니 09시 42분. 어라 벌써 이렇게 되었나? 부랴부랴 가방을 어깨에 걸고 등에 메고 하면서 달립니다. 기차표를 보니 09시 44분에 타야 합니다. 2분 남았어? 이야, 바지런히 달려야겠네. 눈썹을 휘날리며 계단을 날아오릅니다. 네, 날아오릅니다. 기차는 제때에 들어와서 제때에 떠나려고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기차에 오릅니다. 나무그늘 앞마당이 좋아서 그만 글쓰기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면 열 시가 넘도록, 제가 탈 기차가 떠나고 나서도, 까맣게 몰랐을 테지요. 2017.5.24.물.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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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이야기잔치



  2017년 들어 처음으로 강의를 나옵니다. 되도록 집에서 봄맞이 흙살림을 할 생각이었지만, 멋지고 즐거운 자리가 있기에 씩씩하게 강의를 나옵니다. 요즈음 한국은 미국 사드와 핵잠수함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정책과 맞물려서 전쟁 기운이 감돕니다. 둘레에서는 사드와 핵잠수함을 보고도 전쟁 기운을 못 느끼는 분이 많을 뿐 아니라, 전쟁이 터지겠느냐고 하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1조 원에 이르는 미사일에다가 핵잠수함이 함께 움직이는 흐름은 틀림없이 북녘이 남녘을 치도록 부추기는 무서운 모습이지요.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노릇일 뿐 아니라, 먹고살기에 바쁘기에 이런 일에 고개를 돌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새 대통령을 뽑는 일에만 마음을 빼앗길 수 없지요. 요즈음 일을 놓고서 주한 미국 대사를 찾아가서 이 일을 따진 대선후보는 오직 심상정 한 사람이라는 대목조차 사람들이 못 느낍니다. 다른 후보는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는 데에만 마음을 쓰거든요. 고흥에서 포항으로 오는 길에 ‘평화를, 평화를, 오직 평화를’을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길손집에 깃들어 몸을 씻고 옷을 빨래하고 느즈막히 저녁을 먹으면서도 ‘평화를, 평화를, 바로 평화를’을 마음으로 바랍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평화요, 우리가 대통령으로 뽑을 일꾼도 평화여야 한다고 느낍니다. 평화를 말하지 않고 안보를 말하는 이는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2017.4.29.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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