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사람들



  ‘새치기’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슬그머니’라는 말을 써 보겠습니다. 오늘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시외버스를 고흥읍에서 내린 다음에 군내버스로 갈아타는데요, 이동안 참 많은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늙은이가 슬그머니 끼어들었습니다. 슬그머니 끼어들지 않은 사람도 제법 되지만, 슬그머니 끼어든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참 대단하지요. 멀쩡한 줄이 있어도 슬그머니 앞으로 끼어들면서 낯빛 하나 안 바뀌어요. 이들 가운데 푸름이를 슬그머니 한 번 노려보았더니 ‘왜 나한테만? 다들 슬그머니 끼어드는데?’하는 얼굴로 홱 고개를 돌려요. 몸살로 몸이 매우 힘들어서 어린이한테도 푸름이한테도 젊은이한테도 늙은이한테도 한 마디 지청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기다릴 줄 모르고, 기다림이라는 낱말이 마음에 없구나 싶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빨리빨리만 있겠구나 싶어요. 나는 이런 물결이 바로 전쟁 미치광이하고 똑같은 몸짓이라고 느꼈습니다. 대놓고 빼앗는 사람 뒤에 슬그머니 숨어서, 그야말로 슬그머니 빼앗는 이들이 바로 전쟁 불구덩이가 일어나게 하는 불씨입니다. 2017.11.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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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간다



  밤이 지나갑니다. 다 끝난 줄 알던 공문서 손질을 마저 더 하면서 이 밤이 지나갑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몸살이 도는가 싶더니 저녁에는 매우 고단했으나, 저녁도 차리고, 일도 살짝 하고서 아이들 곁에 누웠습니다. 끙끙거리면서 기운이 조금 나면 일어나서 일손을 잡고, 다시 누워서 끙끙거리고는 새로 일어나서 일손을 잡습니다. 12시 1시 2시 3시, 참 쉽게 흐릅니다. 이렇게 흐르는 숫자를 들여다보다가 5시를 살짝 넘길 즈음, 어라 일을 마칩니다. 다만, 자료를 다 갈무리했으나 여기에 살을 입혀 풀이말을 붙여 주어야지요. 풀이말은 단출하게 붙이려고 생각해요. 부디 이 ‘공문서 손질 자료’를 공공기관 일꾼이 슬기롭고 넉넉하게 헤아려서 잘 받아들이시기를 빕니다. 2017.11.2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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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나아지겠지



  공공기관 공문서를 손질해 주느라 어깨하고 등허리가 결립니다. 열 해쯤 앞서 이 일을 할 적에는 도무지 나아질 낌새를 못 느꼈으나, 이제는 좀 달라질 낌새를 느낄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 나아지겠지요? 어깨랑 등허리가 결리도록 손질해 주는 이 새로운 공문서를 공공기관 일꾼이 슬기롭게 살펴서 제대로 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7.10.2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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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네덜란드



  네이버 대표가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청탁을 받고서 글을 숨기거나 내리는 짓을 한 일이 물증으로 잡혔거든요. 물증으로 잡혀서 참거짓이 드러나기까지 네이버 대표나 관계자가 아무도 몰랐을까요? 이는 모르는 노릇이지요. 다만 청탁을 받고서 글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짓이 축구 기사에만 있었는지, 다른 기사에도 있었는지 제대로 샅샅이 캘 노릇이지 싶어요. 그나저나 네이버에는 온누리 여러 나라 말을 살필 수 있는 사전이 있습니다. 이 사전을 찬찬히 보면 ‘네덜란드말’을 찾아볼 수 있어요.


프랑크 레이카르트(Franklin Edmundo Rijkaard)

타이스(Thijs ter Horst)


http://nldic.naver.com/#/entry/1164101

http://nldic.naver.com/#/search?query=Hiddink


  네덜란드 축구 선수를 놓고 한때 ‘리카르트’라고 적거나 말한 매체가 많았는데, 어느새 ‘레이카르트’로 바로잡았습니다(제대로 말하자면 ‘레이까르뜨’입니다만). 그렇지만 네덜란드 배구 선수를 놓고는 ‘타이스’라고 적거나 말할 뿐, 이 이름이 옳은지 그른지 헤아리는 일은 없지 싶습니다. 이름을 멋대로 바꾸어서 쓰는 일이고, 한국말을 다른 나라에서 함부로 바꾸어서 쓰면 성을 내는 사람이 많으나, 정작 한국은 다른 나라 사람을 부르는 이름을 그 나라 말소리에 맞추어 제대로 부르지 않기 일쑤예요. 언제쯤 ‘떼이스(Thijs)’는 ‘떼이스’나 ‘테이스’가 될 수 있을까요?


  ‘거스 히딩크(Guus Hiddink)’로 적는 널리 알려진 분 이름을 네덜란드말로 제대로 적거나 말하자면 ‘휘쓰 히딘끄’입니다. 가만히 보면 네덜란드사람은 대단히 너그럽구나 싶어요. 2017.10.2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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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나한테



  글종이 5000장이면 책이 몇 권일까요? 요즈음은 글종이 5000장에 책 대여섯 권이 가벼울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예전 틀로 어림하면 《우리 글 바로쓰기》 같은 책은 한 권에 글종이 2000장이 넘었어요. 아무튼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일손을 붙잡아 저녁 열 시 무렵 드디어 글종이 5000장이라고 하는 글을 마무리 손질을 했습니다. 사이에 밥을 지어서 아이들한테 차려 주고, 등허리하고 눈하고 손목을 쉬려고 살짝 드러누운 때를 뺀다면 꼬박 열두 시간을 책상맡에서 이 글을 들여다보았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마쳤어도 이 비슷한 일을 이튿날 또 해야 하는데, 이튿날에는 그 일을 참말 얼른 끝내고서 아이들하고 홀가분하게 놀려고 해요. 이러구러 일을 마친 나한테 드디어 떡 한 점에 보리술 한 잔을 베풀어 봅니다. 2017.10.1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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