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숲길을 걷는 마음



  아이들하고 걷는 길은 아이들하고 함께 걷고 싶은 길입니다. 아이들이 밟으면서 기쁜 숨결을 누릴 만한 길이라고 여기기에, 나도 이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기쁜 숨결을 누리려 합니다.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뛰놀면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길이라면, 어른도 홀가분하게 일하면서 실컷 노래할 수 있는 길입니다.


  아이들은 참 대단합니다. 어른들이 이 고장에 보금자리를 얻든 저 마을에 살림집을 꾸리든 모두 받아들여 줍니다. 이러면서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저희 나름대로 새롭게 노는 길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롯이 따르면서 함께 걷는 길을 갑니다. 어른들은 이녁 아이를 어떻게 사랑할까요? 이녁 아이가 마음껏 뛰놀 만한 곳을 살펴서 일자리를 찾거나 일거리를 얻는가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나서 일을 하는가요? ‘먹고사는 일’이 첫째라서 아이들이 놀도록 하는 데에는 아무 마음을 안 쓰는가요?


  어떤 아이라 하더라도 ‘학습’이나 ‘교육’에 앞서 ‘놀이’를 누려야 합니다. 놀지 못하고서는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실컷 논 뒤에라야 밥맛이 살고, 신나게 놀고 땀을 쪼옥 빼야 차분히 앉아서 숨을 돌리면서 책상맡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4348.8.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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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줄 수 있는 마음



  선물을 할 적마다 즐겁습니다. 이 선물을 받아 줄 이웃이 있기에 고맙습니다. 선물을 받을 적마다 기쁩니다. 이 선물을 보내려고 마음을 기울인 동무가 있기에 반갑습니다. 선물을 하면서 즐겁고, 선물을 받으면서 기쁩니다. 줄 수 있는 마음을 알도록 하는 이웃이 고맙고, 받을 수 있는 사랑을 깨우쳐 주는 동무가 반갑습니다.


  편지를 띄울 적에도 편지를 받을 적에도, 언제나 가슴이 설렙니다. 보내면서 설레고 받으면서 설렙니다. 바람이 이리로 불다가 저리로 붑니다. 해가 이쪽에서 뜨고는 저쪽으로 집니다. 별이 천천히 돋다가 천천히 스러지고, 구름과 무지개가 조용히 나타났다가 고즈넉히 사라집니다. 줄 수 있는 마음이란 받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받을 수 있는 마음이란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오늘 내가 너한테 주었으니, 네가 오늘 바로 나한테 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 네가 나한테 주었지만, 나는 멀디먼 모레에 비로소 너한테 돌려줄 수 있습니다. 주는 마음은 오롯이 사랑이고, 받는 마음도 오로지 사랑입니다. 주는 손길은 언제나 사랑이며, 받는 손길도 한결같이 사랑입니다. 4348.6.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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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함께 가는 마음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닙니다. 큰아이는 세 살일 적부터 자전거수레에 탔고, 작은아이도 걸음을 제법 잘 뗄 수 있을 적부터 자전거수레에 탔습니다. 처음에 큰아이만 수레에 태우고 다닐 적에는 수레와 아이 무게가 제법 묵직했는데, 샛자전거를 붙이고 수레를 함께 끄는데다가 두 아이를 이끄니 훨씬 묵직합니다. 그래도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니고 또 다니니 어버이 몸에는 새로운 힘살이 붙습니다. 틀림없이 힘이 많이 들지만 다 함께 즐거운 나들이가 됩니다.


  새롭게 여름이 찾아와서 볕이 좋고 바람이 싱그럽기에 이제는 꽤 먼 데까지 나들이를 다닙니다. 골짜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갑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을 뒤쪽을 포근히 감싸는 멧자락을 넘습니다.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밟으면서 멧자락을 넘자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집니다. 비알이 가파르기도 하지만, 자전거 무게와 아이들 무게를 다리힘으로 버티지 못해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걸으면서 자전거를 끄는데, 걷는다기보다 두 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영차영차 밉니다.


  그런데 높거나 가파른 고갯길을 자전거로 너무 자주 넘은 탓일까요. 앞에서 끄는 아버지 자전거는 오늘 안장이 아주 박살이 났습니다. 안장에 앉아서 두 다리에 힘을 모을 적에 안장이 이 무게를 버티지 못한 듯합니다.


  자전거를 찬찬히 살피니, 아버지 자전거는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많이 닳습니다. 아무래도 뒷바퀴에 더 힘이 쏠리기에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훨씬 빨리 닳는구나 싶습니다. 앞뒷바퀴에 붙은 멈추개도 많이 닳았습니다. 혼자 달리는 자전거가 아닌 셋이 함께 달리는 자전거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용하면서도 대견하게 버티어 주는 자전거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바람을 가르면서 싱그럽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스러운 자전거를 쓰다듬습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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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메는 마음



  아이들이 저희 장난감이랑 책이랑 공책이랑 연필을 가방에 담아 멥니다.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이 아이들은 저희 가방을 끝까지 메기도 하고, 제법 오래 메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가방을 메고 나들이를 다니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아버지가 큰 가방에 아이들 가방을 넣습니다. 가방이 무겁다고 할 적에도 아버지 큰 가방에 아이들 가방을 넣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버지가 짊어질 가방은 무게가 줄어듭니다. 머잖아 아이들은 저희 옷가지와 짐도 저희 가방에 챙겨서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버지가 짊어지는 짐을 나누어서 함께 들고 다닐 날도 찾아올 테지요. 큰아이하고 작은아이가 저희 가방뿐 아니라 저희 자전거를 달릴 수 있고, 저희 두 다리로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는 날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뚜벅뚜벅 오늘 이 길을 나란히 걷습니다.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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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마음



  노란 꽃을 보면 노란 마음이 됩니다. 빨간 꽃을 보면 빨간 마음이 됩니다. 하얀 꽃을 보면 하얀 마음이 됩니다.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어지러울 때여도, 꽃을 바라보는 동안 어쩐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온갖 빛깔로 거듭나듯이 새롭게 흐릅니다.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집안에 꽃그릇을 두면서 꽃을 바라보려고 하는 까닭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시골에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둘레에서 온갖 풀꽃과 나무꽃을 잔뜩 보면서도 애써서 마당에 꽃밭을 따로 돌보려고 하는 까닭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눈으로만 바라보는 꽃이라면 입으로 먹지 못합니다. 먹지 못하는 꽃을 왜 키우느냐 하고 물을 수 있지만, 먹지 않기 때문에 꽃을 키우는구나 싶어요. 먹을 뜻이 아니라 보려는 뜻이요, 마음을 살찌우고 북돋우면서 언제나 고운 숨결로 하루를 열려는 뜻이기에, 즐겁게 꽃밭을 일구면서 사랑을 속삭이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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