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고 싶은 마음



  두 아이하고 밤마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뒤 작은아이 이를 닦이고 자리에 눕습니다. 한참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다친 오른무릎이 아직 많이 아파서 끙끙거리며 누운 몸인데, 자장노래를 부를 적에는 아픔을 잊습니다. 노래만 생각하며 부르니 아픈 줄 모릅니다. 그렇지만 노래를 부르다가도 곧잘 ‘아야’ 하는 느낌이 들고, 노래 한 가락을 마치고 숨을 고를 적에도 오른무릎이 참으로 아프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래서는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옆방으로 건너갑니다. 허리를 펴고 반듯하게 앉아서 이십 분 남짓 숨쉬기를 합니다. 아픈 데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내 넋만 헤아리면서 바람이 내 몸으로 드나드는 동안 내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하게 흐를 수 있도록 숨쉬기를 합니다.


  숨쉬기를 이십 분쯤 하고는 방바닥에 엎어집니다. 몸이 힘들어서 더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십 분 동안 숨쉬기를 했기에 오른무릎 아픔이 많이 가십니다. 문득 생각해 보는데, 자꾸 아프네 아프네 하고 생각하고 입으로도 말이 터져나오니 그저 아프기만 하지 않느냐 싶어요. 나 스스로 ‘튼튼하네 튼튼하네, 나는 눈부시게 튼튼하네’ 하고 생각하고 입으로도 말이 터져나와야 비로소 튼튼하면서 씩씩한 몸으로 거듭나리라 느낍니다.


  다시 잠자리에 들기 앞서 아이들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여덟 살 큰아이가 마음껏 달리면서 바람을 가르는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나도 바로 우리 집 큰아이처럼 바람을 가르는 튼튼하고 씩씩한 어버이라는 대목을 마음에 아로새기려 합니다. 즐겁고 재미나게 하늘을 가르며 노는 꿈을 꾸려고, 아이들하고 함게 하늘을 가르고 구름을 타는 신나는 꿈을 꾸려고, 눈부시게 튼튼한 몸을 그리면서 비로소 몸과 마음을 함께 달래고 타이릅니다.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을 따라가는 몸, 몸을 따르는 마음



  다쳐서 아픈 몸은 천천히 낫습니다. 아마 제 마음속으로 때에 맞추어 천천히 낫기를 바랐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아픈 지 나흘째인 오늘은 드디어 두 다리로 다시 일어서고 몇 걸음 뗄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좀 힘을 많이 쓴 탓인지 온몸이 펄펄 끓으면서 더는 서지도 걷지도 못합니다.


  자리에 드러누워 끙끙 앓으며 생각합니다. 내 몸은 새롭게 거듭나려고 하는데 내 마음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하고. 이러다가 문득, 내 몸은 내 마음이 바라는 대로 가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잇따릅니다.


  몸이 튼튼할 때에 마음이 튼튼할까요? 마음이 튼튼할 때에 몸이 튼튼할까요? 돈이 많을 때에 넉넉한 마음일까요? 넉넉한 마음일 때에 돈은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 넉넉한 돈도 맞아들일 수 있을까요?


  흔히들 하는 말로 ‘영혼을 팔아 부귀영화를 얻는다’고 하는데, 이 옛말처럼 부귀영화를 얻으려고 하는 적잖은 이들은 그만 부귀영화에, 이른바 돈과 이름과 힘에 그만 이녁 마음을 팔고 맙니다. 왜 그러한가 하고 아픈 몸으로 드러누워서 생각을 이어 보는데,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얻으려면 ‘나한테 있는 것 가운데 무척 대수로운(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참말 그러할까요? 마음을 팔지 않으면 돈을 못 벌까요? 마음을 팔지 않으면 이름을 드날리지 못하고, 마음을 팔지 않으면 권력이라고 하는 높다는 자리에 오르지 못할까요? 스스로 생각을 이러한 곳에 가두면서 마음을 내팽개친 셈은 아닐는지요?


  몸을 따라가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몸매가 멋지거나 얼굴이 잘생겨야 비로소 아름답거나 씩씩한 마음이 되리라 여길 만합니다. 마음을 따라가는 몸이라고 생각하면, 몸매나 얼굴이 아닌 그야말로 마음을 곱게 가꾸기 마련이니, 늘 착하고 참다우면서 슬기로운 길을 걸어갑니다. 4348.9.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구름을 사진으로 찍는 마음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길을 달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이 더없이 곱다고 느껴서 얼른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습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사진기는 늘 내 목에서 대롱대롱 춤을 춥니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묻습니다. “아버지, 뭐 찍어?” “응? 아, 저 구름이 아주 예뻐서, 구름 찍어.” “와, 구름 되게 예쁘네, 참 예쁘다.” “예쁘지? 구름이 우리한테 반갑네 하고 인사하는구나.” “응, 나도 구름한테 반가워 하고 인사했어.”


  어제도 오늘도 구름이 대단히 멋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고 새로 찾아오는 이튿날 하늘에 낄 구름은 어떠할까요? 비를 머금은 구름이든, 소나기를 이끄는 구름이든, 그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이든, 나는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저 구름을 타면서 놀고 싶어서 구름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4348.8.1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구백 살 나무에 오르고 싶은 마음



  고흥 읍내에 몹시 오래된 우람한 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봉건제 계급 사회에다가 식민지에다가 한국전쟁까지 치르느라 숲이나 들이나 마을에 있던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가 거의 씨가 마르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1100년대부터 씩씩하게 살아남은 나무가 있어서, 읍내에 볼일을 보러 들를 적에 곧잘 찾아가서 인사를 합니다.


  아직 이 느티나무 둘레에 ‘술판 벌이는 정자’가 없을 적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기면서 놀았어요. 아이들은 오래되고 우람한 나무 곁에서 맑은 마음이 되어 나무를 안아 주었고, 귀를 대고 볼을 대고 가슴을 대었지요. 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이웃이여 벗이며 사랑입니다. 4348.8.1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행복하자 2015-08-17 10:33   좋아요 0 | URL
술판 벌리는 정자라는 말에 울컥해집니다. 엊그제 행사하면서 이동도서관을 등나무 아래에서 진행했어요.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그 옆자리에서 드시는 바람에 아이들이 책 보러 오기 꺼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ㅠ 잠깐 2시간인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데 조금만 참아주시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술병을 치우지도 않고 가시고..
그분들은 공공장손데 라고 생각하셨을수도 있었겠지만요~~

나무 아름드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숲노래 2015-08-17 12:46   좋아요 0 | URL
천연기념물 나무를 좀 살펴보니 500~600살 된 나무가 많고 이보다 어린 나무도 많아요. 그런데 800살이 훌쩍 넘고, 우리 아이들이 제 나이쯤 될 무렵에 900살을 넘길 이 나무는 따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이, 주변 가게에서도 가지를 쳐 버렸고, 군청에서도 정자를 지으면서 또 가지를 쳤어요. 아마 가지 하나가 수백 살을 먹었을 텐데 말이지요...

어르신들이 소주 아닌 막걸리만 마신다면 좀 낫다 할 만한데, 어르신들이 술을 자시더라도 즐겁게 옛노래(들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며 부드러운 말씨를 쓴다면 재미있을 수 있지만, 소주만 마시면서 대낮부터 벌겋게 달아오르시면 아이들이 곁에서 함께 어울려서 놀기가 어렵지요.

참 거석한 노릇입니다......
 

날고 싶은 마음



  내가 날고 싶기 때문에 하늘을 훨훨 나는 새를 자꾸 눈여겨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은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이어져서, 아이들이 언제나 폴짝폴짝 뛰면서 바람을 가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하고 싶은 꿈이 자라면, 이 꿈은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갑니다.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미워하려는 꿍꿍이가 깃들면, 이 꿍꿍이는 하나하나 아이들한테 갑니다. 내 마음속에 파랗게 빛나는 하늘 같은 노래가 흐르면, 이 노래는 찬찬히 아이들한테 퍼집니다. 그러니 나는 늘 내 삶에서 가장 기쁜 웃음을 지으면서 하루를 짓고 싶습니다. 날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이곳에 섭니다. 4348.8.10.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15-08-10 21:12   좋아요 0 | URL
어쩜 저렇게 신이 나서 뛰어갈까요? 뒷모습이 한참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숲노래 2015-08-10 22:44   좋아요 1 | URL
앞에서도 뒤에서도
늘 신나게 달리면서 뛰어오르니
저도 늘 함께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한집사람이로구나 하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