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찍기와 사진읽기
 ― 너그럽고 따스히 살아가는 내 매무새


 사진을 찍으니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사진을 읽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내 그림을 비롯해서 둘레 그림쟁이들 그림을 즐거이 읽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내가 쓴 글이 실린 책을 읽는 한편, 다른 글쟁이들 글이 담긴 책을 널리 읽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읽으며,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습니다. 사진을 읽지 않고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림을 읽지 않고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며, 글을 읽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버이는 내 아이 삶을 읽습니다. 내 아이 삶을 읽고 내 아이 말을 들으며 내 아이 몸짓을 받아들입니다. 사랑을 하는 짝꿍들은 서로서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톺아보면서 서로서로 다른 삶을 읽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읽는 가운데 저마다 얼마나 애틋하며 살가운가를 읽습니다.

 사진찍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는 사진입니다. 그림그리기만 해서는 이루지 못하는 그림입니다. 글쓰기만 해서는 이룩하지 못하는 글(책)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글쓰기와 아울러 글읽기가 잘 맞닿지 못하곤 합니다. 그림그리기와 맞물려 그림읽기가 살뜰히 어우러지지 못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사진찍기와 함께 사진읽기를 즐기는 삶은 너무 적다 할 만합니다.

 사진기를 장만하는 사람만큼 사진잔치를 찾아다니는 한편 사진책을 사들여 읽는 사람이 늘어야 사진문화가 꽃을 피웁니다. 사진찍기를 즐기려고 여러 모임에 몸을 담는다든지 누리사랑방(블로그) 같은 데에 사진을 바지런히 올리기만 해서는 내 사진찍기가 발돋움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사진쟁이나 사진즐김이는 ‘내가 찍은 사진을 함께 나누어요’ 하는 마음과 함께 ‘내가 읽은 사진책을 함께 읽어요’ 하는 매무새일 때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좋은 사진책이나 좋다 하는 사진책을 찾아서 읽는 일은 훌륭합니다. 내 사진삶을 훌륭하게 가다듬는 일은 퍽 놀랍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책이라거나 좋다 하는 사진책에 앞서, 그저 사진책을 가까이하며 아낄 줄 알아야 하는 우리 삶이어야 즐겁습니다. 수수한 사진책이든 좀 떨어진다 싶은 사진책이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이든 사진도록이든 사진잡지이든, 우리들이 꾸리는 삶을 사진으로 엮어 소록소록 담은 이야기를 마주할 사진책을 쥐어들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되려고 읽는 사진책이 아닙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되려고 문학책이나 동화책이나 인문책을 읽는 사람은 없어요. 내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삶을 한결 아름다이 일구고픈 마음에 문학책이든 동화책이든 인문책이든 읽습니다. 사진책을 읽는 매무새란 사진 하나를 한결 깊이 사랑하는 가운데, 사진 하나로 내 삶과 넋과 말을 어떻게 일구는가를 깨닫고 헤아리며 가다듬습니다. 브레송을 읽어야 사진책을 읽은 셈이 아니고, 강운구를 알아야 사진책을 아는 셈이 아니에요. 동네 이웃 사진첩을 넘기든, 헌책방 책시렁에서 조용히 잠자는 사진책을 돌아보든, 내 눈을 트도록 돕고 내 마음을 열도록 이끌며 내 삶을 일구도록 어깨동무하는 사진책을 마주할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찍기는 사진읽기를 밑바탕으로 삼으며 이루어 갑니다. 사진읽기 또한 사진찍기를 밑틀로 다스리면서 이룩합니다. 내 이웃과 동무들 사진을 너그럽고 따스히 읽는 가운데 내 사진찍기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내 이웃과 동무들 삶을 너그럽고 따스히 (눈으로든 사진으로든 마음으로든) 담는 가운데 내 사진읽기가 싱그럽고 아리땁게 뿌리를 내립니다.

 쟁이(작가)가 되어야 하는 사진찍기가 아니듯이, 꾼(비평가)이 되려고 하는 사진읽기가 아니에요. 즐거이 찍고 기쁘게 읽습니다. 넉넉히 찍고 따스히 읽습니다. 알차게 찍고 알뜰히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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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과 함께 놀기
 ― 내 삶인 사진을 새롭게 빚어내기



 누군가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수월히 오가면서 프랑스 문화와 삶과 사진을 온몸으로 맛봅니다. 누군가는 프랑스는커녕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조차 거의 드나들지 못할 뿐더러, 아예 드나들 틈을 못 내는 가운에 이 나라에서 살아갑니다. 프랑스를 맛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프랑스를 맛보지 못하는 사람하고 견주어 프랑스를 한결 잘 알거나 한껏 가슴으로 껴안는다 여길 만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땅에 뿌리박은 채 나라밖 마실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한국땅 삶터와 삶자락과 사진을 조금 더 헤아린다 할 만할까요.

 가난한 사진쟁이인 저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밟아 보지 못했고, 이 나라를 밟을 만한 살림돈은 없지만,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프랑스 사진잡지 《PHOTO》를 곧잘 장만합니다. 그나마 새책으로도 못 보고 헌책으로 보지만, 이 사진잡지를 새책으로 장만하여 읽어 준 ‘한국 사진쟁이’나 ‘여느 한국사람’이 있기 때문에 고맙게 헌책방에서 조금 눅은 값으로 장만하여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잡지 《PHOTO》는 다달이 나옵니다. 얼마 앞서 서울마실을 하면서 이 사진잡지를 대여섯 권 장만했습니다. 2008년 12월치를 보니 455호라 합니다. 한 해에 열두 권이니 열 해면 백스무 권, 서른 해일 때에 삼백예순 권이니만큼, 마흔 해가 조금 못 되는 발자취인 《PHOTO》입니다. 사진잡지 하나가 마흔 해 가까이 꾸준하게 나올 수 있다니 대단한데, 일본에서는 《アサヒカメラ》라는 사진잡지가 1949년부터 한결같이 나오니까 훨씬 대단하다 할 만하겠지요. 사진잡지 나이만 보아도 예순한 살이 넘잖아요.

 문득 궁금해서 잡지를 뒤적여 누리집이 있나 살핍니다. “www.PHOTO.fr”이라는 주소가 있어 들어가 봅니다. 프랑스 사진잡지를 그때그때 사 읽을 수는 없으나 프랑스 사진잡지 누리집에 틈틈이 들어가며 프랑스에서 일구는 사진밭 흐름을 찬찬히 살필 만합니다. 사진잡지 《PHOTO》를 보면 다달이 눈여겨볼 만한 사진책을 죽 보여주는 자리가 있으나 언제나 그림떡이라고 느껴 슬픈데, 아쉬우나마 이렇게 누리집으로 나라밖 사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니 고마워요. 참말, 프랑스 사진잡지 《PHOTO》에서 다루는 숱한 사진책이랑, 일본 사진잡지 《アサヒカメラ》에서 손꼽는 수많은 사진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기쁘게 들여다보며 사진을 익힐 나날을 언제쯤 맞이하려나 궁금합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나라에는 어린이책 도서관부터 제대로 있지 않지만, 청소년책 도서관이든 어른책 도서관이든, 또한 문학책 도서관이든 잡지책 도서관이든 과학책 도서관이든 철학책 도서관이든 그림책이나 사진책 도서관이든 무엇 하나 알뜰히 건사하는 도서관이란 없어요. 사진책을 마음껏 즐기며 사진놀이를 하고파도 좀처럼 숨구멍을 트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예 없는 터전을 하루아침에 바랄 수 없습니다. 아예 없으니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일구어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일구되 잔뜩 찌푸린 얼굴이 아닌 활짝 웃거나 방그레 웃음짓는 매무새로 일구어야지 싶어요. 왜, 예부터 어릴 적에 마을에서 놀이를 할 때에는 돌멩이나 나뭇가지 하나로도 신나게 놀잖아요. 흙땅에 금을 죽 긋고는 갖가지 놀이를 즐겼어요. 사진기가 없으면 손가락으로 사진기 모양을 만들어 찰칵찰칵 하면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고요.

 빼어나거나 뛰어난 사진책을 기쁘게 맞아들일 수 없는 이 나라이지만, 우리가 알차며 어여쁜 사진책을 하나씩 엮으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바라기 앞서 나 스스로 아리땁게 사진책 하나 만들 수 있어요. 내 살가운 벗을 찍은 사진으로 사진책을 만들고, 내 아버지나 내 아이 사진을 찍어서 사진책을 빚으면 돼요. 꼭 책방에 꽂혀 여러 사람한테 사랑받아야 하지는 않아요. 우리 집 책꽂이에 곱게 꽂아 놓고는,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한테 즐거이 보여주면 흐뭇해요. 사진책 《윤미네 집》이 괜히 태어났겠어요. 다시 나온 책을 읽으면, 집식구들은 이렇게 사진책을 새롭게 펴내는 일을 썩 달가이 여기지 않으셨다는데, 우리 스스로 우리 살붙이 살림살이를 어여삐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먼 뒷날 또다른 “아무개네 집” 사진책을 내놓을 만해요. 사진이란 삶이잖아요. 사진이란 삶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내 삶을 마음껏 즐기며 노는 모양새 그대로 신나게 가꾸거나 보듬거나 보살피거나 꾸미면 넉넉합니다. 사진으로 놀고 사진으로 일하면서 사진으로 이야기하면 돼요.

 삶인 사진이기에, 사진은 언제나 내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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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야기가 사진입니다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13] 모토하시 세이이치(本橋成一), 《上野驛の幕間》(現代書館,1993)


 사진쟁이 김기찬 님은 사진밭에서는 《골목 안 풍경》이라는 사진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여느 사람들한테는 그닥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김기찬 님이 《골목 안 풍경》 말고 《역전 풍경, 서울역 부근 1968∼1983》(눈빛,2002)이나 《잃어버린 풍경, 1967∼1988》(눈빛,2004) 같은 사진책을 내놓은 줄 아는 사진밭 사람은 무척 드뭅니다. 찬찬히 읽히지 못할 뿐더러 제대로 읽히지 못하는 셈입니다.

 일본 우에노역 삶자락을 사진으로 담은 책 《上野驛の幕間》(現代書館,1993)을 봅니다. 김기찬 님이 일군 《역전 풍경》하고 한 자리에 놓고 보니 김기찬 님 사진책이 몹시 초라해 보입니다. 김기찬 님은 《역전 풍경》이라는 사진책으로 서울역 둘레 사람들과 삶자락을 스치듯 담아냈으나 알뜰히 살피며 여미지는 못했습니다. 이와 달리 《우에노역 한자락》을 일군 모토하시 세이이치 님은 일본 우에노역이라는 데에서 뿌리내리어 살아가는 사람처럼 ‘역 둘레 사람들’을 마주하고 맞이하며 얼싸안는 모습을 고이 담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사진쟁이 모토하시 세이이치 님은 ‘우에노역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기찬 님이 진작에 내놓던 《골목 안 풍경》 사진들을 보면, 당신이 살던 집에서 골목동네로 마실을 나와서 찍은 사진이기는 하나 ‘골목동네 사람과 한식구가 되며’ 찍은 내음과 빛깔과 손길과 몸짓이 듬뿍 배었습니다. 김기찬 님 《역전 풍경》은 이렇게까지 짙은 내음과 빛깔과 손길과 몸짓까지 배어들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역전 풍경》을 찍던 무렵은 사진기자로 일하던 때이니, 틈틈이 사진을 찍느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여길 만합니다.

 한편,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삶과 넋과 사진이 얼마나 다른가 헤아려 봅니다. 한국 사진쟁이와 일본 사진쟁이는 사진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어느 만큼 벌어졌는가 곱씹어 봅니다. 한국 삶자락과 일본 삶자락은 저마다 얼마나 살갑거나 따스하거나 넉넉하거나 아름다운가 가누어 봅니다.

 사진 솜씨가 더 빼어나다 해서 더 빼어나다 싶은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사진 장비가 한결 훌륭하다 해서 한결 훌륭하다 싶은 사진을 이루지 않아요. 내 삶을 읽을 줄 아는 가운데 내 이야기란 내 삶에서 비롯하는 줄 깨달을 때에 나 스스로 즐겁고 좋은 사진을 일굽니다.

 엊그제는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며 읍내 마실을 나왔습니다. 빨래를 하고 아이랑 엄마랑 함께 밥을 먹고 아이 옷을 챙겨 입히며 시골길을 헉헉대며 달려 버스 타는 곳에 닿았습니다. 옆지기는 몸이 많이 힘들어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시골버스는 아침 11시 50분에 음성 읍내에서 떠나 넓은벌(광벌) 마을에 12시 안팎에 닿습니다. 어느 날에는 12시 7분쯤 떨어지고 어느 날에는 11시 57분에 떨어지기에 종잡을 수 없는 터라 일찌감치 버스 타는 곳에 나와 있어야 합니다. 아이랑 아빠는 11시 51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를 걸리며 가다가 아무래도 늦겠다 싶어 아이를 안고 달리니 12시 2분에 닿습니다. 고맙게도 이날은 버스가 12시 8분에 들어옵니다. 한 시간 남짓 읍내 장마당 구경을 하고 나서 낮 한 시 사십 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여러 날째 낮잠 없이 저녁까지 버티며 놀던 아이는 버스를 타고 나오기 앞서부터 졸음 가득한 눈이었는데 장마당을 마구 걸어다니면서도 졸음을 떨치지 못합니다. 내내 아빠 품에 안겨 다니다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곯아떨어집니다. 아빠는 아이를 안고 버스에서 내려 시골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집에 거의 다 닿을 무렵 길가 들꽃이 말라죽으며 남은 꽃받침이 참 예쁘다고 느껴 사진 한 장 박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둡니다. 아이가 새근새근 잘 수 있도록 눕힌 채 가슴으로 안느라 한손으로 아이를 안고 한손으로 사진기를 쥐지 못합니다. ‘아이를 왼어깨로 안고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이렇게 해도 아이는 깨지 않겠지요. 살짝 응응거리다가 다시 잠들겠지요. 그러나 아빠 사진 한 장 더 얻는다면서 잘 잠든 아이가 끄응 하며 뒤척이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눕혀도 아이는 깨지 않습니다. 다른 때에는 이렇게 자리에 눕히면 깨곤 했는데, 아이가 참 힘들었나 봐요. 달게 잘 자는 아이를 바라보다가는 아빠 일손을 좀 붙잡을까 생각했지만, 아빠 또한 졸음이 밀려듭니다. 아이가 잘 때에 아빠 일을 하고픈데, 아이가 잘 무렵에는 아빠도 지쳐서 함께 곯아떨어지고야 맙니다. 한 시간쯤 눈을 붙이고 나면 아이도 어느새 일어나고, 바야흐로 저녁을 지어 함께 먹을 때입니다. 참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노릇이 없어요. 그래도 날짜는 하루 이틀 지나며, 1월이던 달력이 12월 마지막에 이르고, ‘어, 우린 아직 2011년 달력이 없는데?’ 하는 생각을 비로소 합니다.

 사진책 《우에노역 한자락》을 다시 들춥니다. 우에노역을 거쳐 어디론가 떠나거나 어디에선가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우에노역은 시끌벅적했다가 조용해지고, 조용하다가는 시끌벅적해집니다. 잘나 보이는 사람이 있고, 못나 보이는 사람이 있으며, 수수해 보이는 사람이랑 멋스러워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온갖 사람 온갖 모습을 보면서, 아하 그렇구나, 온갖 사람 온갖 모습이란 온갖 이야기가 되는구나, 하고 되새깁니다. 그저 사람만 찍는다고 사람사진이 되지 않고, 서울역이든 우에노역이든 또 골목길이든 여느 길거리나 마을에서든 사람만 집어넣는다고 볼 만하거나 살가운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 달리 깃들거나 서린 이야기를 느끼어 살포시 담아야 사진이 됩니다. 저마다 다 달리 이루는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사람을 사진에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웃는 얼굴에는 웃는 이야기가 있고, 슬픈 얼굴에는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틋한 이야기, 그늘진 이야기, 기쁜 이야기, 궂은 이야기, 사람 살아가는 하루하루 언제나 다른 이야기가 온누리 곳곳에 그득그득 있습니다. (4343.1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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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을 어디에서 볼까
 ― 언제쯤 시립·군립 사진도서관이 생길까



 만화책을 보거나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차츰 줄어들지만 도서대여점에서는 만화책과 소설책을 알뜰히 갖추곤 합니다. 지난날 새마을문고라든지, 무슨무슨 문고라는 이름으로 ‘책 읽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라든지, 여느 도서관에서도 소설책은 널리 살피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책을 알뜰히 갖춘 도서관은 없을 뿐더러, 사진책을 장만하는 데에는 돈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까, 갖추어도 몇 권 못 갖추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나라안 사진책을 조금 다루기는 하지만, 나라밖 사진책은 거의 못 다루곤 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서울에는 ‘갤러리’나 ‘북까페’라는 이름을 단 곳에서 사진책을 갖추어 놓곤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훌륭한 사진책을 제법 잘 갖춘 이들 갤러리나 북까페는 사진책을 두루 살피려 하는 분들한테는 더없이 멋진 곳입니다. 커피나 차를 팔면서 사진책을 볼 수 있도록 마련한 데도 꽤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쉽사리 마주하지 못하던 사진책을 차 한 잔 마시면서 볼 수 있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라안에서 나온 사진책이든 나라밖에서 나온 사진책이든, 헌책방만큼 골고루 갖춘 데는 드물지 않느냐 싶습니다. 헌책방에서는 온갖 책을 마음껏 들여다보다가, 간직하고픈 책은 언제라도 살 수 있어요.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책도 있고, 나온 지 꽤 오래된 책도 있습니다.

 사진책은 책방에서 잘 다루지 못하지만, 사진책이 하나 나올 때에는 으레 사진잔치를 엽니다. 사진잔치를 여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책이나 도록이나 알림쪽을 구경하거나 얻거나 살 수 있습니다. 책방에는 안 넣고 사진잔치 자리에서만 파는 사진책이 있습니다. 두툼하게 엮지 못하는 도록은 이런 자리에서만 구경하거나 살 수 있어요.

 2005년 7월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벌어진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잔치에 가 본 적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글판과 일어판 두 가지 도록을 팔았습니다. 한글판은 값이 일어판보다 만 얼마 비쌌으나 인쇄와 종이가 좋지 않았어요. 인쇄가 한결 낫고 종이 또한 나은 일어판 도록을 샀습니다. 이 도록은 여느 책방에서는 팔지 않았기에 사진잔치를 보러 갔을 때에만 살 수 있었어요. 살가도 님 사진책은 나중에 서울 혜화동 〈이음책방〉에서 두 권을 더 샀는데, 책값이야 어떻든 눈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장만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2010년 여름 서울 신사동에 열린 ‘타센 팝업스토어’ 같은 데도 사진책을 만날 고마운 곳입니다. 저는 아직 못 가 보았습니다만, 서울이나 서울 둘레에서 살아간다면 이 같은 곳을 사뿐사뿐 마실해 보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을 닫고 사라졌으나, 예전에 서울 연남동 안골목에 ‘캘커타 앤 코코넛’이라는 헌책까페 한 곳 있었어요. 이 조그마한 헌책까페 안쪽 방에는 아우구스트 잔더 사진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책은 팔지만 이 사진책은 팔지 않았고, 팔지 않는 만큼 이곳을 들르는 사람 누구나 즐거이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들를 때면 늘 이 사진책을 되풀이해서 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새삼스럽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 더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반가웠습니다.

 커피를 팔며 한켠에 사진책을 갖춘 곳은 으레 사진책을 그리 많이 갖추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다문 몇 권을 갖추었어도 고마우면서 반가운 ‘사진책 나눔터’라고 느낍니다. 바로 이 몇 안 된다는 사진책 때문에 이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습니다. 만날 수 있고, 이을 수 있으며, 어우러질 수 있는 데에서 사진책 읽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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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을 어디에서 살까
  ― 새책방과 헌책방을 나란히 찾아다닌다


 책은 책방에서 삽니다. 책방은 책을 갖추는 가게입니다. 사진책 또한 책방에서 삽니다. 그러나 작은 책방은 사진책까지 갖추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제법 크다 싶은 책방쯤 되어야 비로소 사진책을 함께 갖추곤 합니다.

 이제는 동네 자그마한 책방은 참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시골 면내에는 책방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읍내 책방은 책이 그리 안 많거나 문방구 구실에 조금 더 힘을 쏟는다는 느낌이 짙곤 합니다. 사진책을 찾아보려는 분들로서는 제법 큰 곳이 되어야 비로소 사진책을 갖추니까, 외려(?) 사진책 구경하기에 한결 낫다 여길 만합니다.

 오늘날은 인터넷이 무척 발돋움해서 여러 인터넷책방에서 사진책을 찾아보면 손쉽게 책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크기가 어떠하며 두께는 어떠하고 사진은 어떠한가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책방에서는 몇 가지 퍽 사랑받는 사진책을 빼놓고는 속에 담긴 사진을 거의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겉그림마저 구경할 수 없는 책이 꽤 많습니다.

 책방마실을 한다 한들 비닐에 싸인 책을 함부로 뜯을 수 없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비닐을 뜯어 안을 들여다본 다음 안 산다고 합니다. 사진책은 그냥 눈으로 슥 훑으면 다 볼 수 있는 책으로 여겨 버릇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진책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이와 같기 때문에 사진책이 안 팔리는지 모릅니다. 두고두고 즐기는 사진책이요, 사진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찬찬히 읽을 사진책이나, 이러한 사진책 빛깔을 옳게 헤아리는 책손은 퍽 적은 이 나라입니다.

 저는 사진책을 두 군데에서 삽니다. 먼저, 서울 혜화동에 자리한 인문책방 〈이음책방〉에서 삽니다. 다음으로, 헌책방에서 삽니다. 새로 나오는 나라안 사진책은 〈이음책방〉을 찾아가서 ‘책에 적힌 값’ 그대로 셈하면서 삽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멧기슭 시골집에서 살아가다 보니 서울로 마실할 일이 뜸해, 서울로 마실을 하면 〈이음책방〉에 들러 사진책을 사지만, 하는 수 없이 인터넷책방에서 사진책을 삽니다.

 헌책방은 서울이 아니어도 나라안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인천이든 수원이든 제주이든 부산이든 대전이든 진주이든 마산이든 청주이든 춘천이든 …… 나라안 곳곳 헌책방으로 마실을 하면서 사진책을 장만합니다.

 사진책을 장만할 때에는 헌책방을 안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책은 금세 판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책 만드는 돈이 많이 들어 새책방에는 안 넣고 비매품으로 알음알이로 팔거나 나누는’ 일이 퍽 잦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내놓는 졸업작품 또한 새책방에 없을 뿐더러 도서관에조차 없습니다. 이런 작품책은 흘러흘러 헌책방 책시렁에 꽂힙니다. 사진연감이나 보도사진연감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사진책은 헌책방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진기자》 같은 잡지도 똑같습니다. 철지난 사진잡지를 찾을 때에도 헌책방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온 사진잡지를 비롯해 일본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프랑스이든, 나라밖에서 나온 사진잡지는 헌책방에 골고루 있습니다.

 다만, 내가 찾아간 그날 그곳 헌책방에 이 사진책들이 늘 골고루 있기는 어렵습니다. 다 팔려 없을 수 있고, 몇 권 겨우 남았으나 내가 다 가진 책일 수 있어요. 어느 날은 아주 반가운 사진책을 만날 수 있으며, 어느 날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 있겠지요. 한두 번 헌책방마실을 한다 해서 반가운 사진책을 수십 수백 권 장만할 수 있지 않습니다. 한 번 마실을 할 때에 한 권 만날 수 있으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꾸준하게 자주 찾아다녀야 사진책을 그러모을 수 있습니다.

 저는 헌책방을 1992년부터 다녔으나, 헌책방에서 사진책을 장만하기는 1999년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1998년에 비로소 사진찍기를 익혔고, 이때까지는 따로 사진책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1998년에 처음 사진찍기를 익힐 때에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먹고살았으며, 날마다 열 몇 가지 일간신문을 읽으며 ‘신문에 실린 사진’을 견주어 살피며 사진을 헤아렸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을 들여다보기로는 이듬해부터예요. 그러니까 1999년부터 차곡차곡 사진책을 그러모아서 2007년에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 무렵에는 삼천 권 남짓 되었고, 2010년 9월에 사진책 도서관을 충주 멧골마을로 옮길 때에는 사천 권 남짓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에 한두 권쯤 그러모은다는 생각으로 사진책을 장만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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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책만 4천권이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숲노래 2010-12-06 12:35   좋아요 0 | URL
대단할 일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