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19. 새롭다


  ‘현대사진’이기에 새롭지 않다. ‘현대사진’이라는 이름이 붙는 사진은 한 해만 지나도 ‘현대스럽지’ 않다. 아니, 한두 달만 지나도 이렇게 될 테지. 현대사진 이름이 붙은 사진 가운데 열 해나 스무 해나 쉰 해 뒤에도 현대스럽다는 말을 듣는 사진이 있을까. 새롭기를 바란다면 ‘현대사진’이라는 겉모습이나 꾸밈새는 모두 벗어던질 수 있어야지 싶다. 삶이 새롭게 생각이 새로우며 손길이 새로울 적에 비로소 사진 한 장을 새롭게 찍는다.


2018.1.10.물.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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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8. 주고받기


  내가 찍은 사진을 그냥 달라고 하는 이한테는 내가 찍은 사진을 그냥 안 준다. 그냥 달라고 하니 그냥 안 준다. 내가 찍은 사진을 즐겁게 얻고 싶다 하는 이한테는 내가 찍은 사진을 즐겁게 준다. 즐겁게 얻고자 하니 즐겁게 준다. 한 장만 그냥 주기를 바라는 이한테는 한 장조차 안 주는데, 즐겁게 얻고자 하는 이한테는 이백 장을 즐겁게 준다.


2018.1.5.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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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7. 담는다


  아무 생각이 없이 눌렀는데 사진이 되는 일이 있을까. 아마 “아무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우리를 둘러싼 이 생각 저 생각”을 내려놓았기에, “뭔가 이루거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접었기에, “자잘한 생각을 잊은” 몸짓이기에, “잘해야 하거나 멋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쳤기에, 홀가분하게 이야기꽃 한 송이를 사진 하나로 담을 수 있으리라 본다.


2018.1.5.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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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6. 손가락


  우리 손가락으로 사진기 단추를 누르는데, 이 손가락을 먼저 하늘에 대고 네모를 그려 보렴. 동그라미나 별이나 사랑이나 세모도 그려 보렴. 손가락으로 가만히 빚는 틀에 이야기가 흘러들어 마음에 깃들면, 이때에 손가락을 새삼스레 사진기에 얹고서 단추를 가만히 누르지.


2017.12.30.흙.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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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5. 빛그림


  사진을 두고 ‘빛그림’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여 본다면, 이는 ‘빛 + 그림’이기만 하지는 않아. 우리 눈빛에 흐르는 마음빛이 있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우리 삶자리에서 살림빛을 가꾸기에 사랑빛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이웃님 손빛에서 우리 낯빛에서 환하게 깨어나는 즐거운 노래를 저 햇빛에 별빛에 달빛에 꽃빛에 흙빛에 물빛에 바람빛에 담아서 나누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


2017.12.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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