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39. 가두니 갇힌다


  사랑을 가두면 사랑이 못 깨어나요. 꿈을 감추면 꿈이 못 일어나요. 생각을 억누르면 생각이 못 자라요. 이야기를 옭매면 이야기가 못 피어나요. 우리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 적에 즐겁게 노래할까요? 우리는 어떤 삶길을 씩씩하게 걸으면서 춤추며 사진기를 쥐어야 아름답게 눈부시게 곱게 환하게 사진을 밝힐 수 있을까요? 가두면 다 갇힙니다. 열면 다 열립니다.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생각길도 사랑길도 삶길도 꿈길도 모두 열어요. 그리고 사진책을 누리는 책길도 함께 열어요.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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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8. 그대는 낡지 않아요


  흔히들 어떤 사람은 스스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힙니다. 그분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진보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여요. 그렇다면 ‘보수·진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수나 진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이런 이름에 제 모습을 감추거나 엉뚱한 길을 가지는 않을까요? 참다운 뜻으로 보수란, 지키면서 돌보는 길입니다. 참다운 뜻으로 진보란, 새롭게 지으면서 가꾸는 길입니다. 지킨다고 해서 거머쥐거나 끌어안지 않아요. 돌볼 줄 아는 길이어야 지키는 길입니다. 외곬로 붙들어맨다면 지키기가 되지 않아요. 새로짓기도 이와 같지요. 남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야 새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우려는 몸짓으로 손수 짓는 기쁨을 누릴 적에 참다이 진보입니다. 그리고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두 배우는 삶이 되어야 이러한 이름이 어울립니다. 배우려 하지 않고서 스스로 어떤 틀을 세워 보수입네 진보입네 하고 읊는다면 그저 낡은 길입니다. 그대논, 우리는, 서로서로 낡을 일이 없습니다. 낡지 않으려면 배우는 하루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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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7. 옷차림 따지는 교장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이 있습니다. 이녁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맙니다. 겉모습을 보고서 ‘얌전해 보여야 말을 잘 하’고 ‘얌전해 보이지 않으면 말을 엉성하게 하’리라 여깁니다. 그래서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은 아무한테서도 못 배웁니다. 그리고 옷차림을 말쑥하게 꾸며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다가와도 좀처럼 못 알아차리지요. 우리가 읽을 모습이란 옷차림이 아닌 마음일 테지만, 속 아닌 겉을 보는 이는 사진을 앞에 두고 ‘작가 이름값’ 따위에 얽매여서 이야기를 영 못 읽고 맙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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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6. 그냥 되는


  어느 사진벗이 “나는 해가 갈수록 사진을 못 찍어” 하고 말씀합니다. 저는 가만히 듣다가 말씀을 여쭙니다. “잘 안 찍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늘 즐겁게 찍으면 되어요. 그냥 찍으면 다 잘 찍는 사진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오히려 그냥 안 찍기 때문에 자꾸 ‘잘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이러다가 그만 ‘나는 참 사진을 못 찍어’하는 생각이 자라는데다가, 나중에는 이 말 그대로 사진을 참 못 찍는 굴레에 갇히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냥 찍으면 됩니다. 이때에 ‘그냥’은 ‘마구’가 아닌, 티없는 마음으로 즐겁게 삶을 노래하듯이 저절로 찍는 몸짓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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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5. 어디에 쓰나


  저는 제가 찍을 사진만 찍습니다. 너무 마땅한 소리인 듯한데, 저로서는 제가 찍을 사진만 찍고, 앞으로 제가 쓸 사진만 찍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매우 아름답다고 여기거나 으레 찍는 모습이 있어도 사진기를 꺼낼 생각을 않고, 아예 그 모습을 안 쳐다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가 바라보는 곳은 제가 사진으로 담고 싶은 곳입니다. 제가 바라보거나 만나는 사람은 제가 사진기로도 제 마음으로도 담으면서 함께 살아가고픈 고운 벗님입니다.


2018.4.2.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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