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독서 (문고본) 마음산 문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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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4


《프루스트의 독서》

 마르셀 프루스트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18.1.5.



가장 재미난 대목을 읽을 때 친구가 찾아와 같이하자던 놀이, 읽던 페이지에서 눈을 들거나 자리를 옮기게 만들던 성가신 꿀벌이나 햇살, 떠안겨서 가져오긴 했지만 건드리지도 않고 벤치 옆자리에 놓아둔 간식. (19쪽)


그 작품들은 훨씬 더 감동적인 다른 아름다움도 받아들이는데, 그것들의 재료며 그것들이 쓰인 언어가 삶의 거울과 같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다. (89쪽)


“19세기 말부터 작가들이 글을 제대로 못 쓴다.” 이 반대도 이 말만큼 사실이 아닐까? (125쪽)



  어떤 일을 아무나 해댄다면 엉성하거나 어설퍼 보이기 마련입니다. ‘아무나’ 해대니까요.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나’였을지라도, 이 ‘아무나’가 차츰 퍼져서 ‘누구나’로 될 즈음에는 확 바뀌어요. 어떤 일을 누구나 할 줄 알 적에는 빈틈없거나 알차기 마련이에요.


  집안일을 아무나 한다면 참 엉성하겠지요. 집안일을 누구나 한다면 참 야무지겠지요. 글을 아무나 쓴다면 참 어설프겠지요. 글을 누구나 쓴다면 참 알뜰살뜰하겠지요.


  《프루스트의 독서》(마르셀 프루스트/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18)는 프루스트라고 하는 분이 바라본 책하고 글을 들려줍니다. 지난날 프랑스라는 터전에서 책하고 글이 어떤 값이나 뜻이었는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책을 말하는 책이니, 책읽기란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 하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배고픔을 느낄 까닭이 없고, 책을 읽을 적에는 하루가 흐르는 줄 안 느끼니 늙을 일이 없으며, 책을 읽는 사이에는 새롭게 받아들이려는 살림이 넘치기에 싱그러이 기운이 흐른다는 이야기를 엿볼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굳이 ‘책으로 읽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테지요. 아름다운 길을 만나고 싶어서 내딛는 걸음걸이에는 시나브로 아름다운 바람이 스며들거든요. 사랑스러운 꿈을 키우고 싶어서 나아가는 몸짓에는 어느새 사랑스러운 햇볕이 퍼지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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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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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9


《태도의 말들》

 엄지혜

 유유

 2019.2.4.



인터뷰하며 감동하는 순간은 상대가 내 질문을 진심으로 경청할 때다. 다소 식상한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답하는 인터뷰이를 보면, 정말이지 더 잘 쓰고 싶다. (10쪽)


글과 사람은 굉장히 닮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15쪽)


친구를 위로하겠다고 메일을 썼는데,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내가 위로받고 싶어 쓴 메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143쪽)


나와 아무리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애써 안 보고 싶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153쪽)



  이야기마실을 하러 서울로 가는 길에 수원에 살짝 내려 〈마그앤그래〉라는 마을책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이때에 《까마귀 책》이라는 책을 만났고, 일본은 까마귀를 몹시 아끼면서 마을 어디에서나 쉽게 본다고 하니 이런 책도 나올 만하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인천하고 서울에서 살 적에는 까마귀를 본 일이 드문데, 고흥에서 살며 까마귀를 으레 봅니다. 가을겨울에 가장 자주 보는데, 이제는 봄여름에도 흔히 봐요. 더구나 이 까마귀가 우리 집을 찾아옵니다.


  까마귀는 봄철에는 그냥 우리 집 큰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떠나고, 여름철에는 뽕나무에 여럿이 모여 오디를 나누어 먹습니다. 사람 발자국을 느끼면 이내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달아나지만, 때로는 우듬지에서 까마귀가 놀고, 나무 곁에서 우리가 오디를 훑기도 해요. 가을철이면 무화과나무로 찾아와서 같이 무화과를 누리지요. 곁에서 마주하는 까마귀 이야기를 책으로도 새삼스레 들추니 한결 재미나다고 느낍니다.


  《태도의 말들》(엄지혜, 유유, 2019)을 읽으며 여러 소설가 모습을 그립니다. 저는 사전이란 책을, 더구나 한국말사전이란 책을 쓰니, 이 일을 같이하는 이웃을 아예 볼 일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전 쓰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도록 드물거든요. 사전 뜻풀이를 동시처럼 쓰니 동시도 덩달아 쓰지만, 그렇다고 동시를 쓰는 이웃을 만나지도 않습니다. 어른시이든 동시이든 글벗은 으레 큰도시에서 사니까요.


  소설을 쓴다는 글벗을 만난 일이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책을 손에 쥐면서 이 소설가는 이런 몸짓이고 저 소설가는 저런 말짓이네 하고 어림합니다. 누리책집에서 여러모로 글벗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일을 맡는 분이 엮은 책이라, 여느 때에 만날 수 없는 숱한 사람들 글살림을 슬쩍 엿보기도 합니다.


  《태도의 말들》을 쓴 글님은 글벗을 마주할 적에 무엇보다 ‘몸짓(태도)’을 눈여겨본다고 합니다. 책을 덮고서 스스로 돌아봅니다. 저는 이웃이나 글벗을 만날 적에 어떤 모습을 눈여겨보려나 돌아보니, 딱히 아무것도 안 봅니다. 겉모습도 몸짓도 옷차림도 생김새도 살피지 않고 따지지 않으며 헤아리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하나가 있다면, 아무래도 이웃이나 글벗 입에서 흐르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눈을 감고서 ‘목소리에 얹힌 이야기’에 얼마나 이녁 삶하고 사랑을 담았나 하는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를 남 목소리 아닌 우리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면, 이 하나로 넉넉하다고 여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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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서점 -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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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으로 삶읽기 471


《탐방서점》

 금정연·김중혁 엮음

 프로파간다

 2016.8.1.



[유어마인드/이로] 제가 손님을 대하는 노하우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좀 강박적으로 아무것도 안 합니다. (31쪽)


[고요서사/차경희] 대형 서점이라도 서가에 한계가 있으니까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은 재고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그 책을 좋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권해 주고 싶어서 들인 경우가 있는 거예요. 작은 서점은 구색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하지만 각각의 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54쪽)


[땡스북스/최혜영] 저희 직원들이 마스다 미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보통 전시 기획은 출판사에서 리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저희는 방향을 제시하는 편인데, 마스다 미리의 경우는 저희가 책도 다 읽고 애정도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기획을 해서 이야깃거리와 볼거리를 만들었던 전시였어요. (215쪽)


[햇빛서점/박철희]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껴야 하는 ‘의무감’이란 것이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단어입니다. 혹은 ‘소명 의식’도 사고를 엄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냥 해맑게 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249쪽)



《탐방서점》(금정연·김중혁 엮음, 프로파간다, 2016)을 몇 해 앞서 읽다가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일찍 덮었다. 뜻있게 엮은 이야기판을 알뜰살뜰 여미려고 했구나 싶었지만, 그무렵 한창 태어나는 마을책집에 서둘러 발맞추려고 한 티가 뚜렷했다. 굳이 서둘러서 일을 꾀하거나 책을 내야 했을까? 글마을에서 제법 이름있는 두 사람이 여러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집지기하고 말을 섞는 자리를 꾸미기까지는 좋으나, 마을책집마다 다른 사람이 다른 눈썰미로 다른 책시렁을 꾸린다는 대목을 눈여겨보기보다는 ‘똑같은 물음으로 다른 대꾸’가 나오기를 바라는 흐름이기도 하니 재미있기가 어렵다. 생각해 보자. ‘인터뷰에 앞서 손님이 될 노릇’이다. 왜냐하면, 책집이니까. 빵집에 가서 말을 섞는다고 생각해 보자. 마을마다 다른 마을빵집에 가서 말을 섞는데, 그곳 빵집에서 구운 빵을 먼저 맛보고 돈을 치러서 장만하지 않고서 그 마을빵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마을책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름난 글쟁이로서 똑같은 물음만 내뱉는’ 흐름이 아니라, ‘그저 수수한 책손으로서 느긋하게 두루 책시렁을 둘러보고 책을 사고 읽은 짬을 누린 다음’에 물어볼 노릇이다. 이렇게 그 마을책집을 누려서 그곳 책맛을 느낀 다음에 ‘똑같은 말’을 물으면, 똑같은 말을 묻더라도 막상 똑같은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묻기 마련이다. 《탐방서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른 마을책집을 헤아리는 마음’을 느낄 수 없더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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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지음, 백원근 옮김, 하바 요시타카 북큐레이터 / 책의학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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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3


《책의 소리를 들어라》

 다카세 쓰요시

 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6.15.



예전의 서점은 그렇게 눈이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책을 판매하지는 않았다. 잘 팔리지 않는 책도 계속 서점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팔리지는 않지만 좋은 책이니까 우리 서점에서는 이 책을 판다”는 생각으로 서점 주인이 진열 방법을 바꾸면서도 묵묵히 책을 지켜주는 서점이 지금보다는 많았다. (9쪽)


“비용 대비 효과는 긴 안목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제대로 전달됨으로써 가게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가게의 콘셉트를 고객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봅니다.” (38쪽)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저명한 작가의 책이라면 한번에 모아서 구입해도 되지만, 그렇게 간단히 구하기 어려운 희소본이나 오래된 책은 고서점을 한 집씩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발견할 수 있다. (173쪽)


매년 몇 백 권 읽는다는 식의 숫자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빠져들며 읽는가를 중시한다. 그렇게 해야 기억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178쪽)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만 듣고, 누구는 사람말보다는 풀말이나 바람말이나 벌레말이나 새말을 듣습니다. 누구는 곁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누구는 먼발치에서 소곤거리는 말을 듣습니다.


  두 손에 책을 쥐어 읽을 적에 글씨만 읽는 사람이 있고, 이 글을 쓴 사람이 마치 곁에서 몸소 읊어 준다고 느끼면서 읽는 사람이 있어요. 때로는 퍽 다르다 싶은 소리도 듣거나 느껴요. 이를테면, 책이 되어 준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가 자라던 숲에서 흐르던 소리를 느껴요.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는 어떤 책소리를 듣자고 하는 이야기를 다룰까요? 얼핏 퍽 너른 책소리를 다루려나 싶은 이름인데, 책을 펴서 읽어 보면 ‘책칸 꾸미기’를 남다르게 하는 한 사람 목소리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러나 한 사람 목소리를 다룬다고 해서 좁은 목소리이지 않아요. 병원이나 머리방 한켠에 어울리는 책칸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고, 다 다른 삶자리에 다 다른 책칸을 꾸며 보면서 저마다 다르게 책을 거쳐 배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추천도서란 이름이 붙는 책이 많습니다. 추천도서를 뽑는 모임이나 비평가나 교사가 꽤 많습니다. 어느 출판사는 추천도서란 이름을 얻으려고 따로 영업부 일꾼을 여럿 쓰고, 어느 출판사는 이런 이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책짓기를 합니다.


  책을 두 손에 쥐어서 읽는 우리는 어떤 책을 만나려는 마음일까요? 우리는 어디에 눈을 뻗을까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몇몇 전문가하고 기자가 뽑은 책만 쳐다볼 수도 있고,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책만 헤아릴 수도 있습니다. 어느 책을 두 손에 쥐든 좋습니다. 글쓴이 넋을 찬찬히 느끼면서 받아들이면 되어요. 책이 되어 준 나무랑 숲을 마음으로 느끼면 되어요. 그리고 조용히 태어나서 살며시 바람처럼 우리 곁을 어루만지는 상냥한 책이 나긋나긋 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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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서점 - 책방지기가 안내하는
하나다 나나코 외 기획.편집,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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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1


《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

 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7.27.



누군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은 장서라는 형태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14쪽)


“섬에는 책방이 없었어. 책방 정도는 있는 게 좋잖우. 이런 작은 섬에서 누가 책을 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또 예상과 달리 모두 산단 말이지.” (53쪽)


“책을 세세한 장르 구분 없이 연상 게임처럼 늘어놓고 있는 탓인지, 이곳을 찾는 분들은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훑어보시지요.” (111쪽)


“저희 서점은 굉장히 작아서 책을 한 권 한 권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113쪽)


“나무라는 게 차분히 관찰하면 저마다 표정이 모두 다릅니다. 이 나무는 과연 어떤 책으로 다시 태어날까 하고 상상하며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이곳에서 하는 일입니다.” (242쪽)



  커다란 가게 한켠에 책을 놓는 자리가 더러 있습니다. 고속도로 쉼터에도 한켠에 책을 놓곤 하며, 버스나루나 기차나루 가게 한켠에 책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곳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놓지 싶은데, ‘가볍게 읽다’는 무엇일까요? 슥 읽고서 종이쓰레기로 버릴 만한 책일까요?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삼는 책일까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라면, 어쩌면 여느 때에 안 찾을 만한 책일 수 있고,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읽는 책이라면, 우리 삶에 이바지를 안 할 만한 책일 수 있습니다. 나쁜 책도 좋은 책도 따로 없을 테지만, 책을 한켠에 애써 놓으면서 막상 마음이나 눈을 번쩍 뜨도록 이끄는 새로운 이야기에는 제대로 눈길을 못 두지 싶습니다.


  《꿈의 서점》(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은 책을 으레 곁에 두면서 삶을 짓는 일본이라는 나라이기에 태어날 수 있는 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일본이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수 있다기보다,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사람들이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길로 못 나아가지 싶습니다. 이런 길을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못 배우기도 하고, 신문이나 방송이나 누리그물에서 안 다루기도 합니다.


  둘레를 보셔요. 신문을 채운 이야기는 뭔가요? 방송에 누가 나오나요? 누리그물은 뭘로 가득한가요? ‘가볍게 읽는다’고 할 적에는 ‘빈틈 때우기’가 아니라 ‘빈틈을 내어 마음을 가볍게 하기’여야지 싶습니다. 책집 하나 없던 섬에 책집을 열어 ‘아주 무거운 책’을 제법 신나게 팔 수 있다고 하듯이, 한국에서도 이제부터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함께 읽을 만하고 함께 새길을 여는 삶에 이바지할 책을 제대로 가리고 똑똑히 고르는 눈을 키워 가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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