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생태 도감 한국 생물 목록 28
정철운 지음, 한상훈 감수 / 자연과생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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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6.21.

숲책 읽기 203


《박쥐 생태 도감》

 정철운

 자연과생태

 2020.4.14.



  《박쥐 생태 도감》(정철운, 자연과생태, 2020)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가만히 읽었습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란 어릴 적부터 박쥐를 으레 보았고, 전남 고흥으로 옮긴 뒤에도 박쥐를 곧잘 보는데, 집안으로 들어와서 하늘하늘 나는 박쥐를 만나기도 합니다.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지만, 시골집은 여러모로 수수께끼입니다. 팔뚝 길이만 한 지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두꺼비랑 뱀이 물고물리면서 다투는 모습을 마당에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갓 날갯짓을 익힌 듯한 어린 매가 뒤꼍에 내려앉아 비둘기처럼 걸어다니기도 하고, 이따금 고라니가 우리 집 풀밭에서 자고 가기도 합니다.


  다만 《박쥐 생태 도감》을 읽으며 다른 여러 꾸러미처럼 아쉬웠습니다. 배움밭(학문)에서는 ‘뜯고, 따지고, 가르고’를 해야 할는지 모르나, ‘숲꾸러미(생태도감)’라면 ‘동물원 같은 생물학 분석 보고서’가 아니라 ‘숲빛을 이루는 우리 이웃 마주하기’라는 눈길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박쥐를 ‘짐승우리(동물원)’에 가둔 짐승을 들여다보듯 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박쥐하고 사람 사이에 어떤 고리가 있는가를 읽고 느끼고 헤아리면서, 먼저 박쥐랑 동무하고 이웃하는 마음부터 들려주어야 비로소 ‘숲꾸러미’라는 이름이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박쥐 책’을 제대로 여미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대단히 반가운 《박쥐 생태 도감》이지만, 어깨힘을 빼야지 싶고, ‘학문’이란 굴레를 벗어나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국내 서식이 명확하지 않거나 추가로 분류학적 연구가 필요한 종, 생태 자료가 없어 보호종 지정 논의조차 못한 종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4쪽)


우리나라에서는 붉은박쥐가 가장 오래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부 개체는 6월 중순까지 겨울잠을 잔다. 또한 대체로 암컷이 수컷보다 빨리 겨울잠에서 깨며, 겨울잠 장소를 떠난 암컷은 출산과 육아를 목적으로 무리를 이룰 때가 많다. (41쪽)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여러 박쥐가 서식지로 삼는 곳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우회로를 만둘어,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248쪽)


+


낮에 태양열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은색으로 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낮에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게 발라도 좋다

→ 낮에 해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박쥐집을 검게 입혀도 된다

25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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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 - 유해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건강한 생활 만들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3
김신범.배성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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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5.28.

숲책 읽기 199


《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

 김신범·배성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



  《선생님, 유해 물질이 뭐예요?》(김신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2)는 여러모로 뜻있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터에 무엇이 사납것(유해물질)인지 짚으면서, 이 사납것을 풀어내는 길을 살며시 밝힙니다. 지난날에는 책걸상이 모두 나무였고, 골마루는 ‘골마루’라는 이름처럼 나무였습니다. 이제는 나무 아닌 책걸상이 늘고, 나뭇바닥은 사라집니다. 더구나 한낮에도 미닫이를 안 열고서 불을 켜기 일쑤입니다.


  밝은 낮에 환한 해를 바라보지 않으면 눈을 버립니다. 덧눈집(안경집)은 왜 하나같이 ‘형광등’을 그토록 밝게 켤까요? 사람들이 얼른 확확 눈을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널리 퍼진 손전화도 ‘파란불빛(블루라이트)’이 우리 눈을 좀먹습니다. 바람이 부는 파란하늘은 우리 눈도 몸도 살리고 살찌우지만, 전기로 일으키는 형광등이나 손전화 ‘파란불빛’은 눈이며 몸을 좀먹어요.


  우리가 쓰는 흰종이에는 ‘형광물질’에 ‘표백제’가 넘실거립니다. 숲에서 온 종이는 누렇습니다. 누런종이를 하얗게 바꾸려고 사납것(화학물질)을 엄청나게 들이붓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모든 흰종이는 ‘아이도 어른도 죽이는 사납것’입니다. 흰종이를 오래 쳐다보면 눈도 지치고 다칩니다. 지난날 누런종이(갱지·크라프트지)는 숲빛과 나무빛이 싱그럽기에 우리 손에도 눈에도 이바지합니다.


  손이나 몸을 씻는 비누는 어떨까요? 비누에 무엇을 집어넣는지 얼마나 아는가요? ‘치약’이란 이름이지만 정작 이랑 잇몸을 갉는 줄 얼마나 아는가요? 우리를 둘러싼 숱한 ‘약·약물·약품’은 정작 ‘살림(藥)’이 아니라 ‘죽임’이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바늘로 찔러서 몸에 집어 넣는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는 끔찍한 더럼치(화학물질)입니다. ‘보존제·방부제’는 ‘물티슈’뿐 아니라 ‘미리맞기’에도 꼬박꼬박 들어갑니다.


  이제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왜 이 나라는 어른아이 눈을 속이면서 갖가지 사납것·몹쓸것·더럼치·죽음물을 자꾸 만들 뿐 아니라, 어린이 손에 함부로 들이밀까요? 왜 이 나라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걷어낼 엄두조차 안 낼까요? 마침종이(졸업장)에 얽매인 모든 배움터는 허울만 ‘배움(공부)’입니다. 정작 배움길과 익힘길하고 등진 채 배움수렁일 뿐인 숱한 배움터요 나라입니다. 형광등도 엘이디도 싹 걷어내고서 백열전구로 바꿀 뿐 아니라, 햇빛으로 배움칸(교실)을 밝히도록 바꿀 수 있을까요? 미리맞기를 할 일이 아닌, 배움터를 넉넉히 숲으로 둘러싸고서, 아이어른 모두 맨발로 풀밭을 달리면서 느긋이 어우러지는 길을 열 수 있을까요?


ㅅㄴㄹ


심지어 매일 사용하는 가방, 실내화, 필통, 줄넘기 등 학용품뿐만 아니라 장난감도 피브이시로 만들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유해 성분에 노출되는 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35쪽)


페인트는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마모되어서 먼지가 되고 벗겨져서 흙과 섞이죠. 결국 환경 중에 납 농도를 높여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46∼47쪽)


하지만 이름처럼 순수하게 물과 휴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답니다. 화학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미생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존제를 넣기 때문이에요. (62쪽)


될 수 있으면 모기약과 모기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독성이 있는 성분을 원료로 하고 있어 어린이나 임신부,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해롭기 때문이에요. (69쪽)


사실 디디티만 위험한 건 아니에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농약이나 살충제도 조심해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농약 중독으로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에요. (100쪽)


.

.


환경 호르몬은 그래서 무서운 존재랍니다

→ 그래서 흔들물은 무섭답니다

→ 그래서 망침물은 무섭습니다

24쪽


일본에서 만든 말이에요 … 이건 너무 어렵죠? 그래서 일본에서 쉬운 이름을 지었답니다

→ 일본에서 지은 말이에요 … 이러면 너무 어렵죠? 그래서 일본에서 쉽게 지었답니다

24쪽


물로 희석하지 않은

→ 묽히지 않은

→ 물을 타지 않은

→ 물을 섞지 않은

39쪽


책상 위의 공간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었지요

→ 책상이 좁아서 나빴지요

→ 책상이 좁으니 고약했지요

52쪽


화학제품을 사용할 때는 적절한 양을 써야 해요

→ 섞음물은 알맞게 써야 해요

→ 죽음물은 조금만 써야 해요

1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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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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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3.5.28.

숲책 읽기 200



《나무 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비룡소

 1999.7.20.



  《나무 위의 아이들》(구드룬 파우제방·잉게 쉬타이네케/김경연 옮김, 비룡소, 1999)을 처음 읽을 무렵, 이제 이 나라에는 “나무 타는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을 텐데 싶었습니다. 어버이 가운데 아이한테 “나무 심을 마당”을 베풀거나 물려주는 이는 찾아보기 너무 어렵습니다. 배움터 길잡이 가운데 아이들한테 배움책(교과서)이 아닌 나무를 길동무로 삼거나 배움벗으로 삼아 즐겁게 뛰놀도록 틈을 내주는 어른이 있으려나 궁금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타고 오를 나무를 건사하는 길잡이(교사·교감·교장)는 예전부터 아예 없거나 아주 드뭅니다. 나무타기를 하려면 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을 노릇입니다. 타고 오를 나무라면 여러 나무가 자라야겠지요. 나무 곁에는 풀밭이 흐드러지면서 갖은 들꽃이 피고 질 노릇이요, 갖은 풀벌레에 개구리에 뱀에 제비에 참새에 복닥복닥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합니다.


  푸나무만 우거지는 숲이 아닙니다. 숱한 새가 나란히 깃들어야 숲입니다. 벌나비에 풀벌레가 마음껏 살아가는 곳이 숲입니다. 골짝물이나 냇물이 싱그럽고, 온갖 짐승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데가 숲입니다. 그러니, 이 나라에는 “나무를 돌보며 물려주는 어버이나 어른”도 거의 자취를 감추고, “숲다운 숲과 나무다운 나무”도 자꾸 사라지거나 밀려나거나 죽어버립니다.


  그나저나 “나무 위”는 하늘이라, 아이들은 “나무 위”에 있지 않아요. 아이들은 “나무를 타고 앉을” 뿐입니다. 새라면 나무 위로 날 테지만, 아이들은 “나무를 타면서” 놉니다. 이 아름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벌써 스무 해가 훌쩍 지났습니다만, 이제라도 책이름을 바로잡기를 바랍니다. “나무 타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나무타기를 하기에 나무를 익히고,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돌아봅니다. 아이들은 맨발로 풀밭을 달리기에 풀꽃을 사귀고, 풀꽃을 품으며, 풀꽃을 아낍니다. 아이들은 글을 몰라도 되고, 종이책이 없어도 되고, 배움터(학교)조차 없어도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첫째로 숲이 있을 노릇이고, 둘째로 냇물과 샘물과 바다가 있을 노릇입니다. 셋째로 새와 풀벌레와 숲짐승이 있을 노릇에, 넷째로 해바람비에 풀꽃나무가 싱그러이 어우러진 즐거운 보금자리가 있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사라지는 시골’이 대단히 많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모든 시골에서는 아이가 사라집니다. 시골에서 아이가 왜 사라질까요? 시골에는 숲부터 짓밟혀 사라졌어요. 시골에는 아이들이 스스럼없고 느긋하게 뛰어놀면서 어울릴 숲이 확 밀려나고, 온통 죽음물(농약) 수렁입니다.


  시골을 살리고 싶나요? ‘인구소멸지역’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 싶은가요? 나무를 심으셔요. 죽음물(농약)을 몽땅 걷어내셔요. 아이들을 사슬(학교·입시지옥)에 가두려는 얼뜬 마음을 털어내셔요. 흙을 만지고 풀꽃을 쓰다듬고 나무를 안으면서 하루를 새하고 노래할 틈과 자리와 살림을 짓는다면, 다시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고, 태어난 아이들이 놀 수 있으면, 이 나라는 아름답게 거듭날 만합니다.


ㅅㄴㄹ


움베르토는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이 없어. 움베르토 집 정원에선 나무에 올라가선 안 되었거든. 하긴 나무에 올라가도 된다고 해도 친구도 없이 혼자 덜렁 무슨 재미가 있겠니. (26쪽)


세뇨르 리폴은 횃불을 발로 밟아 껐어. 두 손이 덜덜 떨렸어. 움베르토가 소리쳤어. “아빠, 저도 산타나네 아이들처럼 숲을 지키고 싶어요. 저는 저 애들 친구고요, 또 숲의 친구예요. 숲이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뇨르 리폴이 대답했어. “그렇게 되면 새 밭을 갖지 못한다, 움베르토.” 움베르토가 물었어. “왜 우리에게 밭이 더 필요하지요? 우린 잘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숲은 모두에게 필요해요. 산타나네 식구들도, 우리 리폴네 식구들도, 심지어 여기서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숲이 필요해요. 숲은 물과 좋은 공기를 주니까요. 여기서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도 숲이 필요하고요.” (51쪽)


움베르토가 외쳤어. “아빠, 아빠가 숲을 태우신다면, 나중에 제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주시는 농장은 갖지 않겠어요! 옳지 못한 것은 갖지 않겠어요!” 세뇨르 리폴은 여전히 말이 없었어. (52쪽)


#DieKinderindenBaumen #GudrunPausewang #IngeSteinek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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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전의 마음
나카야 우키치로 지음, 후쿠오카 신이치 엮음, 염혜은 옮김 / 목수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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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숲책 2023.4.18.

숲책 읽기 195


《과학 이전의 마음》

 나카야 우키치로 글

 후쿠오카 신이치 엮음

 염혜은 옮김

 목수책방

 2017.6.9.



  《과학 이전의 마음》(나카야 우키치로/염혜은 옮김, 목수책방, 2017)을 읽었습니다. 읽기는 읽었는데 엮음새가 너무 어지럽습니다. 꾸밈결(디자인)을 남달리 보여주려고 했구나 싶은데, ‘꾸민 멋’으로 뒤죽박죽 벌리고 좁히고 늘리고 하다 보니 눈이 아프군요.


  일본사람이 여민 말씨 가운데 하나인 ‘과학’은 ‘科學’으로 적습니다. 대단하다 싶은 뜻을 품은 이름이 아닌 ‘과학’입니다. 일본이건 다른 이웃나라이건, 이 배움길은 “밝히는 길”입니다. 우리말로는 ‘밝힘길·밝은길·밝길’로 받아들이고 바라볼 만한 ‘과학’입니다.


  그러니까 “과학 이전의 마음”이라면, “밝히기 앞서 마음”이요, “낱낱이 파헤치려 하기 앞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았나” 하는 길을 짚는다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해묵은 이웃나라 책을 오늘날 되읽으려 한다면, 오직 이 하나 ‘마음’ 때문일 테지요.


  우리나라에도 ‘밝히는 길’을 걸어간 분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조복성’ 님이 있습니다. 일본사람 글을 책으로 여미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우리는 조복성 님이며 석주명 님이 일찌감치 남긴, 또 주시경 님 같은 어른이 일찌감치 맨바닥에서 뒹굴면서 캐낸 이슬 같은 이야기꽃을 오늘말로 가다듬어서 풀어내어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스스로 이 ‘마음씨앗’을 새록새록 가꿀 만하리라 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자꾸자꾸 ‘천황’을 들먹이는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천황을 섬기는 과학’이라면, 말 다 하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아무튼 천황이 영하 25도 저온실에 방문한다는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또한 천황 앞에서 만에 하나라도 눈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34쪽/1947.1.)


비과학적 교육을 받은 내 자신이 훨씬 더 행복했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운星雲이 온몸을 휘휘 감고 있는 허공과 비녀를 꽂은 뱀은 내 과학의 모태다. 사람들은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 자신만은 끝까지 이것들을 소중하게 가슴속에 간직할 생각이다. (161쪽/1946.10.)


분화나 대지진 전에 꿩이나 새가 도망간다는 이야기도 완전히 유언비어는 아니다. 새들이 실제로 토지의 파동을 감지한다는 게 밝혀지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291쪽/1950.6.)


생활이 바빠지지 않으면 전기제품도 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가전제품이 들어오면서 옛날에 비해 굉장히 생활이 편해진 것 같지만 사실 옛날보다 더 한가해진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옛날보다 바빠진 사람이 훨씬 더 많다. (361쪽/(196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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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 나를 키워 준 시골 풀꽃나무 이야기
숲하루(김정화)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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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4.5.

숲책 읽기 194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숲하루

 스토리닷

 2022.12.13.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숲하루, 스토리닷, 2022)은 2022년에 태어난 ‘올해책’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만 한 책이 태어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풀꽃책(식물도감)을 들추어야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풀꽃을 지켜보고 돌아보고 살펴볼 적에라야 풀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교 농학과’를 다녔기에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습니다. ‘대학교수’쯤 해야 풀꽃을 알 수 있지 않아요. 풀꽃책(식물도감)을 쓰거나 엮은 적잖은 글꾼 가운데 ‘책에 이름을 담은 풀꽃’을 모조리 먹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스스로 먹어서 스스로 몸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느껴 보지 않는다면, 풀꽃이 어떤 보람(효능)이 있는지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먹어 보지 않은 풀꽃이면서 어떻게 풀꽃 보람(효능)을 글로 적을까요?


  풀꽃을 알려면 씨앗부터 누리면 됩니다.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서 가만히 기운을 느끼고, 씨앗을 밥으로 삼아 고마이 먹고, 이 씨앗을 땅에 놓아 무럭무럭 자라도록 하고, 봄에는 봄잎을 여름에는 여름잎을 가을에는 가을잎을 나물로 삼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봄나물이라 해도 새벽이슬이 내린 잎하고 낮볕이 따끈따끈 스민 잎하고 별빛이 살며시 내린 잎은 맛도 결도 숨도 다릅니다.


  쑥 하나만 알려고 해도 열 해로는 어림없습니다. 흔히 봄쑥·가을쑥처럼 말하지만 2월쑥·3월쑥·4월쑥·5월쑥이 다 다릅니다. 10월쑥·11월쑥도 다른데, 하루하루 더 다르기까지 합니다. 또한, 뜯는 때에 따라서도 달라요. 자라는 땅에 따라서도 다를 뿐 아니라, 쑥 곁에 어떤 나무나 풀꽃이 자라는가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모과나무 곁에서 자라는 쑥이라면 모과빛을 살포시 담습니다. 뽕나무 곁에서 자라는 쑥이라면 뽕빛을 살몃살몃 담지요. 그러나 이런 결과 살림과 이야기를 찬찬히 짚은 풀꽃책(식물도감)은 여태 안 나왔습니다.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은 책이름처럼 풀꽃나무하고 놀던 어린 나날을 이야기로 여밉니다. 경북 의성 멧골자락에서 태어나서 자란 시골순이는 엄마아빠 사랑을 듬뿍 누리면서 하루하루 꿈을 키웁니다. 아직 고린틀(가부장제)이 단단하던 지난날이요, 시골은 고린틀이 더 세다고 하지만, 글님 아버지는 고린틀을 그다지 안 내세운 듯싶습니다. 앞장서서 바꾸기는 어려웠어도 고린틀이 그대로 흐르기를 바라지 않으셨구나 싶고, 이 마음이 들꽃씨앗으로 땅에 드리워 천천히 자라났구나 싶습니다.


  지난날 시골사람은 ‘참정권’ 같은 어려운 먹물말은 몰랐을 테지만 아이들한테 집안일과 흙일을 골고루 맡길 줄 알았습니다. 지난날 시골에서는 순이도 돌이도 똑같이 집안일을 하고 흙일을 맡았습니다. 아이들도 어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쉬고 함께 자고 함께 놀고 노래하면서 마음빛을 가꾸었습니다.


  흔히들 “아이들한테 자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들 말하는 듯싶으나 ‘자연’이란 뭘까요? 둘레(사회)에서 하는 말은 걷어치우고서 “아이한테 물려줄 숲을 어른부터 아름답게 누리면서 함께 사랑하자”고 새롭게 말을 할 줄 알아야지 싶어요.


  생각해 봐요. 왜 플라스틱에 담은 물을 사다 마셔야 하지요? 가뭄이라 물이 모자라다는 핑계는 씨알도 안 먹힙니다. 물은 안 모자랍니다. 몇몇 일터(기업)에서 땅밑물을 펑펑 뽑아내어 마구잡이로 돈벌이를 할 뿐입니다. 왜 제주물을 온나라 곳곳에서 플라스틱에 담아서 사다 마셔야 하나요? 이 얼뜬짓을 얼른 멈출 노릇 아닐까요? 그러나 온나라 곳곳은 땅밑물을 뽑아대는 무리가 퍼지기만 합니다. 우리는 이런 바보나라를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없습니다. 누구나 땅밑물을 맑고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아름나라를 물려줄 일입니다. 누구나 마당에 나무를 심고 풀꽃을 누리는 즐거운 보금자리를 물려줄 일입니다.


  풀 한 포기하고 얽힌 사랑을 누구나 글로 여밀 수 있기를 바라요. 꽃 한 송이하고 맺은 살림을 서로서로 글로 담을 수 있기를 바라요. 나무 한 그루하고 마주한 삶을 스스로 글빛으로 밝힐 수 있기를 바라요.


  글은 삶에서 태어납니다. 겉치레를 하는 삶이라면 겉글을 꾸밉니다. 속가꿈을 하는 삶이라면 속빛이 환한 글을 씁니다. 억지로 보기좋게 꾸미려 드는 몸짓이라면 ‘짜맞춤·만듦’으로 글을 내놓겠지요. 삶짓기(밥짓기·옷짓기·집짓기)를 품고 사랑하는 마음으라면 ‘마음짓기’라는 숨결로 글을 펼 테고요.



ㅅㄴㄹ


어릴 적 일인데, 마을을 막 벗어나 오빳골을 오를 적에 앞서간 마을 언니오빠를 따라잡으려고 막 뛴다. 마음은 바쁜데 뛰다가 돌에 걸려 고꾸라진다. 옷도 버리고 손도 따끔한데 윗길에서 보고 낄낄 웃는다. 나는 씩씩거리면서도 누가 한 짓인지 묻지 않았다. (가는잎그늘잔디12쪽)


한 벌 털고 나면 다시 네 단을 아버지가 묶어 두면 나는 밑으로 기어다니며 놀았다. 어머니는 한 톨이라도 깨가 땅에 떨어질까 싶어 살살 터는데 깨단 밑으로 지나가면서 흔들려 깨가 땅에 많이 떨어진다. (깨/37쪽)


골라 다니며 우리가 찾아다니던 돌나물은 이제는 길가까지 내려와도 뜯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숟가락을 부딪치며 떨거덕거리며 먹던 우리는 그곳을 떠났는데, 네가 남아서 골을 푸르게 지키네. 이제 마음껏 꽃을 피우렴. (돌나물/73쪽)


아홉 살에서 열세 살 적에 본 밤하늘과 여름밤은 어린 날 하나뿐인 책이다. 별을 헤아리면서 잠이 든다. 새벽이슬을 맞으면 방으로 옮기는데 찬기운에 새벽에 깨서 혼자 방으로 건너가기가 싫었다. 네 시가 되면 일어나는 아버지는 나를 안고 방에다 누인다. 내 몸이 뜨락을 오르는 줄 느낀다. 설핏 잠이 깨도 자는 척한다.(모깃불/109쪽)


오가는 길에 뒤가 마려우면 하나둘 보리밭 이랑에 들어갔다. 보리밭이 길가에 있어 아이들이 지나가면 몸을 숨기고 뒷일을 봤다. 우리 집은 땅이 얼마 없어서 보리를 얼마 뿌리지 못했다. 보리를 밟으면 좋다고 하면서도 우리 보리를 밟지 않고 어머니도 남일이 바빠 보리를 밟지 않았다. (보리/137쪽)


이 다래가 익어 다래꽃이 피었다. 찬바람이 불면 가시가 송송 난 밤이 쩍 벌어지듯 딱딱한 다래가 쩍 벌어졌다. 허옇게 벌어지면 다래를 밍(명)딴다. 손으로 쏙쏙 뽑듯 솜을 꺼냈다. 솜은 부드럽지만, 나무와 다래가 말라 딱딱했다. 솜을 뽑는 일이 재밌었다. (솜꽃/173쪽)


잔디는 배움터에서 시켰기 때문에 훑기도 했지만 팔려고 훑기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도 많이 훑었다. 재 너머 덥니미에 소풀을 먹이면서 잔디씨를 훑는다. 온집안이 훑어 한 되가 모이면 어머니는 저자에 가서 팔았다. 우리는 잔디씨를 온집안이 훑어서 파는데 배움터에서는 왜 거저로 잔디씨를 거두는지 못마땅했다. (잔디/201쪽)


어른이 되니 어머니처럼 호박죽을 쑨다. 호박을 갈고 밀가루 아닌 찹쌀가루를 넣고 콩 아닌 팥을 넣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호박꽃/2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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