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 -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한글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안미란 지음, 방현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토토북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0.17.

책으로 삶읽기 854


《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

 안미란 글

 방현일 그림

 토토북

 2018.4.5.



《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안미란, 토토북, 2018)를 읽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이 책은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한글 이야기”처럼 작은이름이 붙는다. 얼핏 ‘주시경·주보따리’ 님이 우리 한글을 어떻게 돌보고 가꾸고 빛내어 오늘날 우리가 누구나 글살림을 누릴 수 있었나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동화인 척하되, 정작 알맹이는 뜬금없거나 터무니없다 싶은 대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어넣을 뿐이다. ‘호머 헐버트’가 없었으면 ‘한글’을 누구나 쓰는 길을 세울 수 없었다는 듯한 줄거리로 짠 동화는 무엇을 밝히거나 말하는 셈일까? 설마 주시경 님이 쓴 글을 안 읽고서 이 동화를 썼을까? 책끝에 붙인 도움책(참고문헌)에는 주시경 님이 손수 쓴 책이 없다. 주시경 님이 쓴 책이 버젓이 있는데, 다른 책보다 주시경 님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갈고닦은 숨결과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도움책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더구나 이 책은 ‘틀린’ 이야기가 너무 많다.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동화인데, 왜 일부러 ‘없는’ 말과 일을 만드는지 아리송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글쓴이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훈민정음·한글’ 둘 사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세종·주시경’ 두 사람이 우리글을 놓고서 어떻게 이바지를 했는지 까맣게 모른다고 여길 만하다. 조선 오백 해에 걸쳐서 늘 뒷전이자 따돌림이던 우리글 ‘훈민정음’은 ‘암글·아해글’이었다. 한문은 ‘수글’이었다. 임금을 비롯한 벼슬아치에 나리는 몽땅 사내(숫놈)였고, 사내들은 중국바라기(중국 사대주의)에 사로잡혔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킨 사람은 바로 가시내(여자)하고 어린이였다. 우리나라가 일본 총칼에 잡아먹혀 무너질 즈음에 배움길에 선 주시경 님은 이 얼거리와 뿌리와 민낯을 모두 온몸으로 지켜보면서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서 스스로 한문교육을 떨쳐내고서 새길을 나섰고, 새길을 나서면서 “암글이자 아해글로 뒷전에 밀린 훈민정음을 온글(누구나 쓰는 글)로 삼는 길”을 펴자고 생각했다. 일찌감치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 이녁 집안부터 성평등으로 보금고, 독립운동에 한몸을 바치는 길에 서면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 배울 때라야 홀로서기를 이룬다”고 새롭게 깨달아 ‘한글’을 누구나 쉽고 즐겁게 쓸 수 있는 뼈대를 세우고 밑틀을 닦고, 이 모두를 가르치는 첫 길잡이 노릇을 밤낮없이 했다. 이러다 보니 몸을 너무 많이 쓰고 말아 이른나이에 갑자기 숨이 끊어졌다. 그저 주시경 님 삶자취를 차분하게 그리기만 하면 되는데, 엉뚱하면서 틀린 대목을 끼워넣어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창작’이란 허울에 사로잡힌 탓일까? 창피하고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시경은 가방 대신 보따리를 들고 다녔어. 가방 살 돈이 부족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짐이 워낙 많아 가방에 다 넣을 수가 없었거든. (6쪽)

→ ‘신학문·서양’을 좇는다면서 구두에 양복을 걸치는 겉모습으로는 홀로서기(독립)를 할 수 없다고 여긴 주시경 님이다. 그래서 일부러 ‘가방 아닌 보따리’를 들었고, 먼길도 씩씩하게 걸어다니면서 길잡이(교사) 노릇을 했다.



고종 임금님이 다스리던 그 당시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조선 팔도에 단 한 사람도 없었어. 당연히 영어를 통역해 줄 사람도 없었고. (7쪽)

→ 터무니없는 말이다. 여러 나라 선교사가 일찌감치 들어왔고, 천주교도 일찌감치 들어오면서, 이웃말(외국말)을 익힌 조선사람이 꽤 있었다. 천주교와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일본사람은 진작 이 땅에 들어왔고, 일본사람이 쓰던 ‘일본 영어책’을 본 조선사람도 많다.



“소리글자라면 세종 대왕께서 만든 언문 같은 거 아닙니까?” …… “긴 머리는 낡은 풍습입니다. 긴 머리를 치렁치렁 땋고 다니면 우리의 사고방식도 변하지 않습니다.” 배제학당 선생의 말이다. (35, 39쪽)

→ 주시경 님은 배제학당 길잡이 말을 듣고서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서당을 다니다가 머리를 잘랐다. 서당을 다니며 한문을 배우던 어느 날, ‘조선말’로 새기고 읽으면 쉽게 마칠 텐데, 억지로 한문을 오래 길게 배우느라 우리나라가 무너진다고 깨달아, 모든 낡은 틀하고 끊는다는 뜻으로, 집안마저 끊겠다는 다짐으로 머리를 잘랐다. 엉터리 이야기를 동화에 끼워넣지 말 노릇이다.



시경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들처럼 전차를 탈 수도 인력거를 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거리에서 떡 하나를 사 먹으려 해도 돈이 없어 굶기 일쑤였다. (46쪽)

→ 지난날에 전차나 인력거를 타는 사람은 드물었다. 거의 다 걸어다녔다. 가난해서 걸어다녔다기보다, 누구나 으레 걸었을 뿐이다. 걸어다니던 사람을 다 ‘가난뱅이’로 몰아넣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거리에서 떡을 사먹는다는 대목은 뭔가? 왜 사먹어야 하는가? 지난날 사람들은 으레 걸어다니고, 주전부리도 딱히 안 했다. 요새야 사람들이 가까워도 버스에 전철을 타고, 군것질도 자주 한다지만, 이런 요새 모습을 지난날 삶에 억지로 끼워맞춰서, ‘주시경하고는 안 얽히는, 그야말로 없던 얘기’를 만들지 말 노릇이다.



“문법에 맞게 썼는지 그르게 썼는지 판단할 기준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훈민정음 연구에 평생을 바칠 각오를 세웠습니다.” 시경은 출판사에서 자기 할 일을 하면서 틈틈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헐벗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50쪽)

→ 말을 담는 글이요, 말은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배웠다. ‘말법(문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말법’을 갈무리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말법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글(훈민정음)을 살피는 길을 가는가? 도무지 앞뒤조차 안 맞는 이런 뜬금없는 대목을 왜 집어넣는가? 이렇게 하면서 ‘헐벗’을 우러르도록 줄거리를 짜야 하는가? 주시경 님은 ‘훈민정음 연구에만 온삶을 바치’지 않았다. ‘훈민정음 연구도 했’다. 한겨레 모든 사람이 제 뜻과 생각과 넋을 우리글에 수월하게 담고서 나누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길에 온삶을 바쳤다.



“박사님, 저나 아랫사람을 시키시지, 손이 더러워졌습니다.” 서재필은 그 말을 듣더니 껄껄 웃었다. “이봐 시경 군, 나는 미국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네.” (64쪽)

→ ‘낡은틀(고루한 전통)’을 일찌감치 끊은 주시경 님이 “저나 아랫사람을 시키시지”처럼 말했을까? 동화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마구 끌어들여도 되는가? 댕기머리만 끊는대서 낡은틀을 끊는 삶이 아니다. 주시경 님은 집에서도 ‘성평등’을 폈는데, 무슨 윗사람·아랫사람으로 가르는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넣는가?



아무리 양반 제도가 없어지고 만백성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평복이 서재필과 나란히 앉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79쪽)

→ 이 동화책이 ‘한글을 지킨 주시경’을 다루는 줄거리가 맞는가? ‘평등이란 길을 삶에서 펴지도 못 한 바보’를 그리는 줄거리 아닌가? 터무니없는 대목이라 말조차 안 나온다.



국어사전 (92쪽 그림)

→ 나라이름을 ‘조선’으로 쓰던 그무렵에는 ‘조선말사전’이나 ‘조선어사전’ 같은 이름을 붙였다.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대목을 헤아린다면 ‘한글사전’이라든지 ‘한글모이’처럼, 또는 ‘말모이’처럼 글씨를 넣어야 알맞을 텐데.



+


조선 팔도에 단 한 사람도 없었어

→ 이 나라에 한 사람도 없었어

→ 우리나라에 한 사람도 없었어

7쪽


쑥보다 더 새파란 청개구리 한 마리가

→ 쑥보다 더 푸른 풀개구리 한 마리가

11쪽


어깨동하는 친구, 동무라고요, 나의 벗

→ 어깨동무하는 사이, 동무라고요, 벗

20쪽


주경야독 주시경! 옛사람은 낮에 밭 갈고 밤에 글 공부했는데

→ 낮일 밤배움 주시경! 옛사람은 낮에 밭 갈고 밤에 배웠는데

47쪽


아르바이트는 하루 종일 일하지 않습니다

→ 곁일은 하루 내내 일하지 않습니다

→ 틈새일은 하루 내내 일하지 않습니다

4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 15가지 유형으로 알아보는 종류별 해변 쓰레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마이클 스타코위치 지음, 서서재 옮김 / 한바랄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9.27.

숲책 읽기 204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마이클 스타코위치
 서서재 옮김
 한바랄
 2023.3.27.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마이클 스타코위치/서서재 옮김, 한바랄, 2023)을 뜻깊은 꾸러미입니다. ‘남’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알게 모르게 버린 것이 바닷가에 어떻게 모이는가를 보여줍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후쿠시마 구정물을 바다에 버린다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갖은 구정물을 바다에 몰래 또는 그냥 버렸습니다. 다른 이웃나라 중국도 숱한 구정을을 끝없이 바다에 마구 버립니다.

  엉터리 일본도 나무랄 노릇이면서, 우리 민낯을 들여다볼 뿐 아니라, 중국이 두고두고 해오는 막짓을 함께 바로잡을 일입니다.

  어느 한 나라만 더럽히지 않는 바다입니다. 구정물 한 가지만 바다를 더럽히지 않습니다. 바다에 때려박은 ‘해상태양광·해상풍력’도 바다를 더럽힙니다. 김을 다루면서 바다에 펑펑 버리는 염산도 바다를 더럽힙니다. 전남 고흥 나로에서 펑펑 쏘아대는 ‘미사일’도 바다를 끔찍하게 망가뜨립니다. 논밭에 으레 뿌리는 풀죽임물도 흙에 섞이고 스미다가 냇물로 옮겨서 어느새 바다로 깃들어 더럽힙니다.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에는 구정물이나 풀죽임물을 다루지는 못 합니다만, 크고작은 갖은 쓰레기가 바닷가에 얼마나 많은지 잔뜩 보여줍니다. 우리는 ‘바다빗질’을 할 수 있을까요? 머리카락을 고르면서 반들반들 추스르듯, 바다와 바닷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터로 거듭나도록 빗질(손질)을 할 마음을 낼 수 있을까요?

  곰곰이 보면, 우리 마음부터 이미 망가지고 무너지고 더럽기에, 우리 말도 어느새 망가지고 무너지고 더럽고, 시나브로 땅이며 바다이며 하늘도 망가뜨리고 무너뜨리고 더럽힌다고 느껴요. 스스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짓는 숨결을 일으켜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우리말을 맑고 밝게 가꾸는 눈빛을 길러야지 싶습니다. 바다하고 숲은 하나요, 사람하고 숲하고 바다도 하나입니다. 그리고 하늘하고 바다하고 뭍도 하나이고, 모든 숨결은 하나입니다. 말 한 마디도 씨앗으로 깃들어 우리 삶과 삶터를 바꿉니다.

ㅅㄴㄹ

#TheBeachcombersGuidetoMarineDebris #MichaelStachowitsch


주로 해변을 통해 바다와 연결된다
→ 바닷가를 거쳐 바다와 잇는다
→ 갯벌로 바다와 잇닿는다
9쪽

여러분이 해변 청소 활동에 참여하고 있건
→ 여러분이 바다쓸기를 함께하건
→ 여러분이 바다치우기를 하건
→ 여러분이 바다빗질을 하건
14쪽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나라 사람이 읽더라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어느 나라 사람이 읽더라도 받아들일 만하리라고 생각한다
21쪽

각종 해양 쓰레기를 대분류와 소분류로 나누어 정리했다
→ 온갖 바다 쓰레기를 크고 작게 나누었다
→ 숱한 바다 쓰레기를 큰갈래와 작은갈래로 묶었다
22쪽

수영복과 모자, 신발, 슬리퍼
→ 헤엄옷과 갓, 신발, 끌신
24쪽

해변 근처의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처럼 해변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 바닷가 술집에서 일하는 술지기처럼 바닷가로 오가는 사람들도 있다
→ 바닷가 술집 맛잡이처럼 바닷가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27쪽

해변은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다
→ 바닷가는 살아 움직이는 숲이다
28쪽

쓰레기의 종류와 유형을 살펴보고 이것이 왜 문제인지 이야기 해보자
→ 쓰레기 갈래를 살펴보고 왜 골치인지 이야기해 보자
33쪽

대다수의 해양 쓰레기가 얕은 연안 해역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 바다 쓰레기가 얕은바다에 모였기 때문이다
37쪽

요트를 타는 사람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는 것이 ‘쿨한’ 일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 나들배를 타는 사람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며 ‘멋’이라고 잘못 알기도 한다
→ 마실배를 타는 사람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지면 ‘도도하다’고 넘겨짚기도 한다
53쪽

적재된 컨테이너가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 꽉 찬 짐칸이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 큰짐이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57쪽

올바른 쓰레기 처리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 올바로 버리기는 언제나 뒤로 밀린다
→ 올바로 치우기는 언제나 다음으로 밀린다
61쪽

많은 제품은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거듭날 수 있다 …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업사이클링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 숱한 살림은 아주 다르게 거듭날 수 있다 … 온누리에는 참으로 온갖 살려쓰기가 있다
→ 숱한 살림은 아주 다르게 거듭날 수 있다 … 우리는 가없이 거듭쓰기를 할 수 있다
71쪽

많은 해변에서는 이용수칙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 여러 바닷가 알림판에
→ 적잖은 바닷가 알림판에
84쪽

인터넷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씨글라스 활용법이 있으니
→ 누리판에는 바다몽돌을 다루는 길이 셀 수 없이 있으니
→ 누리밭에는 바다조약돌을 살리는 길이 숱하게 있으니
→ 누리바다에는 물살몽돌을 누리는 길이 잔뜩 있으니
99쪽

금속은 어떻게 해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 쇠붙이는 어떻게 바닷가에 올까
→ 쇳더미는 어떻게 바닷가에 이를까
116쪽

매설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뢰에 의해서도
→ 파묻은 지 오랜 펑 때문에도
→ 묻은 지 오랜 밑펑 탓으로도
117쪽

과연 얼마나 될까? 어느 추정에 따르면 그 수는 대략
→ 참말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 얼마나 될까? 얼추
151쪽

타이어는 엄청난 맷집을 지녔다
→ 바퀴는 맷집이 엄청나다
→ 바퀴는 맷집이 세다
159쪽

살림에 쓰이는 가재도구는 자주 사용되는 탓에 닳고 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집살림은 자주 쓰는 탓에 닳고 해진다
→ 집안살림은 자주 쓰는 탓에 닳고 해진다
242쪽

실수로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투기한 것일까
→ 잘못해서 흘렸을까, 아니면 일부러 버렸을까
→ 어쩌다 흘렸을까, 아니면 내던졌을까
383쪽

바다에는 온갖 어구를 적재한 어선이 통째로 침몰하기도 한다
→ 바다에는 온갖 그물을 실은 배가 통째로 가라앉기도 한다
→ 바다에는 그물살림을 실은 배가 통째로 가라앉기도 한다
→ 바다에는 그물붙이가 가득한 배가 통째로 갈앉기도 한다
413쪽

팔레트가 대부분 재사용될 수 있고, 돈이 되며, 대여도 가능하다면
→ 밑나무를 거의 다시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릴 수 있다면
→ 밑판을 으레 되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줄 수 있다면
→ 받침을 늘 물려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갈 수 있다면
→ 받침판을 거듭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릴 수 있다면
→ 받침나무를 되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쓸 수 있다면
453쪽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 중에서도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
→ 많이 거두는 쓰레기 가운데 언제나 첫째를 차지한다
→ 언제나 가장 많이 거두는 쓰레기이다
513쪽

조금 더 익숙한 표현을 찾아보자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 조금 더 익숙한 말씨를 찾아보기로 했다
→ 조금 더 익숙히 쓸 말을 찾아보았다
5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우스트의 선택 - 생명공학의 위험과 비윤리성
박병상 지음 / 녹색평론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8.10.

숲책 읽기 198


《파우스트의 선택》

 박병상

 녹색평론사

 2000.10.23.



  《파우스트의 선택》(박병상, 녹색평론사, 2000)을 오랜만에 되읽습니다. 박병상 님은 마흔을 조금 넘은 무렵 이 책을 써냈고, 어느덧 예순을 훅 넘어가는 하루를 보냅니다. 서울 곁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지켜보기도 했고,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에서 나고자라는 어린이’가 어떻게 푸른넋이 없이 설치는가를 보기도 했을 테지만, ‘푸른숲이 짓밟힌 큰고장에서 나고자랐기에 오히려 푸른빛을 찾아내고픈 어린이’를 보기도 했을 테지요.


  스무 해 남짓 가로지르는 푸른책(환경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푸른눈’을 되찾기도 해야 하고, 푸른물결(환경운동)에 몸바치는 사람도 ‘푸른몸’을 되찾을 노릇입니다. 요사이는 ‘푸른척(그린워싱)’을 나무라는 목소리를 이따금 들을 수 있습니다만, 적잖은 푸른물결(환경운동)도 안타깝게 ‘푸른척’이었습니다.


  잘 봐야 합니다. 비닐을 안 쓰고 수저를 챙기던 사람은 2023년뿐 아니라 2000년에도 1990년에도 챙기고 살림을 했습니다. 쇳덩이(자동차)를 안 끌면서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는 사람은 2023년뿐 아니라 2000년에도 1990년에도, 또한 앞으로 2040년에도 두 다리에 두바퀴로 살아갑니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태어났더라도 푼푼이 살림돈을 모아서 큰고장이나 서울을 즐겁게 떠나 시골이나 멧골이나 숲에 깃드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다면, 푸른물결로 일하거나 푸른목소리를 내는 분 가운데 ‘몇 사람’이나 큰고장하고 서울을 떠났나요? ‘몇 사람’이나 쇳덩이를 거느리지 않나요? ‘몇 사람’이나 잿집(아파트)을 떠났나요?


  반드시 시골이나 멧골이나 숲에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삶터하고 일터가 시골·멧골·숲이 아닐 적에는, ‘푸른척’이 얼마나 드세게 끼리질(카르텔)을 이루면서 눈가림에 눈속임을 하는지 못 보거나 등돌린다는 소리입니다. 왜 다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만 푸른물결을 할까요? 왜 시골 한켠이나 멧골에서 조용히 푸른목소리를 내지는 않을까요? 돈 때문인가요? 이름 때문인가요? 목소리를 낼 길(언론) 때문인가요?


  ‘글(이론)’은 이제 됐습니다. 살림(실천·생활)을 어떻게 꾸리는지를 밝힐 때입니다. 목소리는 그만 내기 바랍니다. 전남 고흥에서 ‘펑펑’ 쏘아대는 것이 ‘우주발사체’일까요, ‘미사일(대륙간탄도탄)’일까요? 전남 ‘고흥항공센터·드론센터’에서 여태 ‘어떤 드론시험’을 했을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가지 않았으면 ‘드론’은 거의 ‘군사드론’인 줄 몰랐을 사람투성이입니다. 목소리만 내서는 푸른물결이 아닌 푸른척에서 그치고, 푸른길 아닌 푸른시늉에서 쳇바퀴를 돌고 맙니다. ‘그들’만 푸른흉내를 내지 않아요. 푸른물결을 하는 분들 스스로 푸른굴레에 갇혀서 허덕이는 오늘날 모습입니다.


ㅅㄴㄹ


특정 농약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농약을 덜 뿌려도 되므로 환경에 이로울 것이라는 궤변도 들린다. 그런데 우리의 서글픈 환경은 농약을 덜 뿌리기만 해도 회복될 정도로 건강하지 못하다 … 농약소모가 많아야 돈을 벌 농약회사들이 적량 생산판매를 고수할 리 만무하다. (15쪽)


생명공학은 대안일 수 없다. 대안은 생태사회에 있다. (20쪽)


경찰청은 전 국민의 지문 전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에 찍힌 지문은 종이 주민등록증에 찍히 지문에 비해 식별이 훨씬 용이하므로 범죄자 색출이 그만큼 쉬워진다는 게 경찰당국의 자랑이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뻔한 범인을 관할구역 탓하며 미루다 놓치고 시민이 잡은 범인도 유유히 사라지는 판국에, 경찰은 지금까지 지문을 식별 못해 범인을 못 잡았을까? (39쪽)


임산부는 언제부터 환자가 되었을까. 서양의 경우, 여성들의 오랜 영역이었던 출산에 남성들이 개입하면서 의과분야로 흡수하게 되었다 … 이후 경험 많은 산파보다 남성 의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50쪽)


대지를 오염시키며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충성하는 생산력 증대가 이 시대의 대안일 수 없다. 요컨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생의 페미니즘’이다. (수렵채취 사회에서 남성의 수렵행위보다 여성의 채취 역할이 식솔들을 먹여살리는 데 훨씬 큰 몫을 담당했다고 한다) (62쪽)


‘물질과 정신의 분리’ 이래 인간 이외의 물질은 오직 인간을 위해 이용되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식물도 동물도 다 마찬가지였다. (139쪽)


인구증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앙공급식 소비문화에 획일적으로 매몰되는 인간들의 과소비 풍조다.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발적인 가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독특한 지역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자급자족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155쪽)



생명공학기술이 혹세무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 목숨다룸길이 눈가림을 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36쪽


산아제한을 꾸준히 수행한다고 해도

→ 아기를 꾸준히 안 낳는다고 해도

→ 아이르 꾸준히 막는다고 해도

56쪽


부가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 돈을 먼저 생각한다

→ 덤을 먼저 생각한다

→ 벌이를 먼저 생각한다

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 자연 결핍 장애를 극복하고 삶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리처드 루브 지음, 류한원 옮김 / 목수책방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8.10.

숲책 206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리처드 루브

 류한원 옮김

 목수책방

 2016.2.26.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리처드 루브/류한원 옮김, 목수책방, 2016)는 “The Nature Principle : Human Restoration and the End of Nature-Deficit Disorder” 같은 영어를 옮겼습니다. “숲길 : 사람을 살리며, 숲을 잊은 굴레를 끝내다”를 나타낸다고 할 만하니, “오늘 우리는 숲으로 간다”처럼 풀어낸 이름이 꽤 어울릴 수 있습니다. 배움길에서는 ‘자연결핍장애’ 같은 이름을 쓰는 듯싶은데, ‘숲멍울’이나 ‘숲을 잊다’라 해야 알맞다고 느껴요. 자꾸 ‘장애·결핍장애’ 같은 굴레를 씌우지 않기를 바라요. 숲이 모자라거나 없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숲을 등지거나 멀리하거나 잊을 뿐입니다. 사랑길을 등지거나 멀리하거나 잊기에 숲도 등지거나 멀리하거나 잊어요. 푸른넋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기에 멍들고 다치고 아픕니다.


  풀이 조금만 자라면 모기가 끓느니 뱀이 나온다느니 두려움에 무서움이라는 마음을 심는 짓도 숲멍울이라 여길 만합니다. 이 별에는 모기하고 파리에, 지네하고 지렁이도 함께삽니다. 벌나비만 함께살지 않아요. 매미랑 풍뎅이도 함께살지요. 잠자리랑 다슬기도 함께살아요.


  그러나 자꾸 숲을 등지면서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르게 어우러지는 터전을 망가뜨립니다. 이 땅에서 범하고 여우하고 늑대를 몰아내고서 빼곡하게 때려박은 빠른길(고속도로)이 널렸기에 사람살이가 나아졌나요? 핵발전소는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면서 멧골·갯벌·바다·못에까지 햇볕판을 잔뜩 때려박았으니 뭔가 나아졌는지요? 기름 먹는 쇳덩이(자동차)한테 빛(전기)을 먹이니 사람살이가 나은가요? 오히려 길에 쇳덩이가 더 늘면서 갑갑한 죽음터로 뒤덮이는 얼거리 아닌가요?


  ‘핵발전소를 햇볕판으로 바꾸기’는 ‘뒷돈 빼먹는 끼리질(카르텔)’입니다. ‘기름 쇳덩이를 빛 쇳덩이로 바꾸기’도 ‘뒷돈 우려먹는 끼리질’이에요. ‘빛터(발전소) 하나를 안 돌릴 수 있는 나라’로 바꿀 일입니다. 싸움연장(전쟁무기)을 만드는 길에 빛(전기)을 허벌나게 쓰는 민낯을 깨달을 노릇입니다. 자맥배(잠수함)나 싸움날개(전투기)를 자꾸 때려짓느라 목돈뿐 아니라 빛(전기)을 끝없이 써대는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마음을 기울이고 참모습을 들여다볼 적에, 비로소 ‘숲멍울 아닌 숲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안 건드리는 풀숲을 넓게 두면, 모기는 사람피 아닌 이슬만 먹으면서 조용히 잘 살아갑니다. 우리는 숲으로 나아가는 몸짓으로 거듭나야 할 뿐 아니라, 숱한 숲에는 발자국을 안 남기면서 그대로 살리는 길을 틔울 노릇입니다. ‘함께살기’를 참답게 깨달으려 할 적에 비로소 푸른별이 푸른별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삶터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기술이 우리를 매일 조금씩 더 옥죄도록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30쪽)


우리 사회는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찾으려고 다른 방법들은 샅샅이 검토하면서 자연의 영역만 빼놓고 있는 것 같다. (49쪽)


소년 시절에 나는 자연의 치유력을 느꼈던 것이 분명하다. (74쪽)


부모들, 특히 자라 때 자연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수많은 어른들 중 한 명이라면, 야외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215쪽)


사람들을 자연에 연결하는 일은 촉망받는 산업이 된다. 우리의 집, 일터, 삶을 자연을 통해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사업들이 생겨난다. (413쪽)


#RichardLouv #TheNaturePrinciple #HumanRestorationandtheEndofNatureDeficitDisorder


+


그 광범위한 세계에서 분리되면 몸과 마음이 둔해지고 약해진다

→ 그처럼 너른 터전에서 떨어지면 몸과 마음이 굼뜨고 힘빠진다

25쪽


오후에 우리는 정말로 곰 한 마리를 목격했다

→ 우리는 낮에 참말로 곰 한 마리를 보았다

→ 낮에 참말로 곰 한 마리를 만났다

26쪽


생명이 절멸의 위기에서 돌아와

→ 목숨이 사라질 고비에서 돌아와

→ 숨결이 죽을 벼랑에서 돌아와

28쪽


후각 추적 능력이 연습으로 더 향상된다는 점인데 … 개가 사람보다 냄새 추적을 잘하는 이유는

→ 맡을수록 코로 잘 찾아낼 수 있다는데 … 개가 사람보다 냄새를 잘 맡는 까닭은

30쪽


도로변의 폭탄 같은 위험을 감지하는 작업을 할 때

→ 길가에서 펑 하고 터지지 않나 하고 살필 때

36쪽


더 고차원적인 힘을 느끼는 것 말이에요

→ 더 힘이 세다고 느끼듯 말이에요

→ 더 힘이 높다고 느끼듯 말이에요

37쪽


휴면을 흥미롭게 정의 내렸다. 잠들어 있지는 않지만 산만함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이다

→ 잠을 재미있게 풀이했다. 잠들지 않지만 어지러운 결이라고 말이다

→ 잠을 재미나게 다뤘다. 잠들지 않지만 뒤죽박죽이라고 말이다

47쪽


자연이 정신을 진정시켜 주고 집중하게 만들며

→ 숲이 넋을 달래고 모으도록 북돋우며

52쪽


운동장을 녹지화한 학교들에서는 무단결석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 너른터가 푸른 배움터에서는 빠지는 아이가 줄어든다

→ 너른터를 풀로 덮은 곳에서는 안 오는 아이가 줄어든다

54쪽


그 시절에 아버지가 침잠해 가는 것을 보면서

→ 그무렵에 아버지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서

→ 그즈음에 아버지가 처지는 모습을 보면서

74쪽


땅을 파든지 정리를 하든지 잡초를 뽑든지

→ 땅을 파든지 추스르든지 풀을 뽑든지

75쪽


자연은 비만에도 효과적이다

→ 숲은 살도 빼준다

→ 숲은 살빼기에도 좋다

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제10회 우수편집도서상
조민제 외 지음, 이우철 감수 / 심플라이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7.28.

숲책 읽기 197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웅 엮음

 심플라이프

 2021.8.15.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조민제와 다섯 사람 엮음, 심플라이프, 2021)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풀꽃나무에 붙은 이름을 《조선식물향명집》을 바탕으로 다시 하나하나 짚으면서 새롭고 깊으면서 넓게 돌아보는 얼거리입니다. 1928쪽에 이르는 두툼한 풀꽃책이고, 웬만하다 싶은 풀꽃나무 이름을 이 꾸러미로 차근차근 찾아볼 만합니다.


  엮은이 여섯 사람은 풀꽃나무를 틀에 박힌 굴레로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풀이름도 꽃이름도 나무이름도 처음에는 언제나 숲사람(시골사람)이 숲을 품고 살아가는 길에 숲빛을 담아서 고을·마을·고장뿐 아니라 집집마다 다르게 가리킨 뿌리를 헤아리려고 애씁니다.


  풀꽃나무 이름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도 처음에는 모두 ‘사투리’입니다. 고을·마을·고장·집마다 다르게 쓰는 말씨였는데, 서울이 크고 나라가 서면서 ‘맞춤말(표준말)’을 세웠을 뿐입니다.


  맞춤말은 으레 한 가지 이름만 세웁니다만, 사투리는 하나일 수 없어요. 또한, 맞춤말은 한 가지 이름이 그대로 흐르되, 사투리는 언제라도 새말이 태어납니다. 가만히 보면, 풀꽃나무를 가리키던 이름은 ‘고인말(고인 채 안 바뀌는 말)’이 아닙니다. 먼먼 옛날부터 조금씩 바뀌면서 흘러왔어요.


  무엇보다도 풀꽃나무 이름은 몇몇 꾼(전문가)이지 안 붙였어요. 풀살림을 가꾸고, 꽃송이를 사랑하면서, 나무를 보금자리에 품은 수수한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풀꽃나무뿐 아니라, 헤엄이나 새나 풀벌레나 숲짐승 이름도 사람들이 스스로 이름을 붙였어요.


  누가 붙인 이름을 외운 살림이 아닙니다. 밥옷집도 누구나 스스로 짓고 가꾼 살림이요, 말빛도 언제나 저마다 스스로 짓고 가꾼 살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여러 얄딱구리한 풀꽃나무 이름은 이제부터 바로잡거나 새롭게 붙일 노릇이라는 뜻입니다. 이웃나라에서 들여오는 풀꽃나무한테는 우리 나름대로 풀빛·꽃빛·나무빛을 헤아리면서 스스로 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름을 붙이기 앞서까지는 풀꽃나무를 모르게 마련이에요. 예부터 모든 숲사람(시골사람)은 모든 곳에 스스로 이름을 붙이면서 스스로 얼거리를 읽고 숨결을 알고 살림살이로 품었습니다. 크고작은 새를 바라보며 이름을 스스로 붙이기에 새를 이웃으로 삼아요. 나비한테도 풀벌레나 개구리한테도, 다들 스스로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이름(이르다 + ㅁ)’이란 “이르는 소리”요, ‘말’을 가리키는 다른 소리마디입니다. 마음을 담은 소리가 ‘말’이요, ‘서로 잇고 이야기하면서 이곳에 함께 있는 숨빛으로 담아내는 소리’가 ‘이름’입니다. 아름나무 같은 아름책 한 자락을 품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전나무의 옛이름은 젓나무로, 구과(毬果) 또는 가지에서 흰 젓이 나오는 것에서 ‘젓’ + ‘나모’가 ‘젓나모 → 젓나무 → 젼나무 → 전나무’로 변화해 현재의 전나무가 되었다. (120쪽)


15세기경부터 그 표현이 확인되는 옛이름인 부들은 붇곶(붓꽃)과 어원을 같이하는 이름으로, 지상부(주로 꽃이삭)의 모양이 붇(붓)처럼 보이는 것에서 유래했다. (142쪽)


버드나무라는 이름은 ‘버들’과 ‘나무’의 합성어로, 옛 표현은 버드나모(버들나모)인데 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자라는 형태가 특징적인 데서 비롯했다. 즉 ‘버들’은 (꼬부렸던 것을) ‘쭉 피다’라는 뜻의 ‘뻗다·벋다’에서 유래한 말이며, 따라서 버드나무는 위를 향하여 쭉 벋어가는 나무를 뜻한다. (417∼418쪽)


누튀의 ‘누’는 누렇다의 뜻으로 느릅나무에 비해 여러 면에서 노란색이 강하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며, 느티나무라는 이름의 어원에 따른 뜻은 ‘누런색을 띤 나무’이다. (498쪽)


무라는 이름은 고유어로 이해되지만, 그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783쪽)


콩이라는 이름은 고리 또는 둥근 것을 가리키는 고 또는 공이 어원으로 둥근 것을 뜻한다. (993쪽)


조록싸리라는 이름은 벗겨놓은 줄기 껍질의 가느다란 모양을 ‘조록’하다고 본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자생지인 경상남도 방언을 채록한 것이다. ‘조록’은 ‘조록조록’에서 유래한 말로 잔주름이 고르게 많이 잡힌 모양을 말한다. (1003쪽)


그러나 많은 초본성 식물을 널리 식용했던 전통적 관습에 비추어 볼 때 쇄채에만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도 합리성이 없고, (1806쪽)


민들레라는 이름은 ‘뮈움/뮈윰’(‘움직이다’ 또는 ‘흔들리다’라는 뜻의 옛말 ‘뮈다’의 명사형)과 ‘달외’(들꽃)의 합성어로, 깃털이 있는 열매가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지는 들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1820쪽)


+


미역취라는 이름은 자원식물로 이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 미역취라는 이름은 밑살림풀로 삼으면서 생겼으며

→ 미역취라는 이름은 밑풀로 누리면서 생겼으며

1815쪽


일본을 거쳐 국내에 유입되었는데, 야생화하여 귀화식물로 분류되고 있다

→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왔는데, 들꽃이 되어 들온풀로 여긴다

17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