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보고서 - 우주먼지에서 집먼지까지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2
옌스 죈트겐 & 크누트 푈츠케 엮음, 강정민 옮김 / 자연과생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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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9


《먼지 보고서》

 옌스 죈트겐·크누트 푈츠케 엮음

 강정민 옮김

 자연과생태

 2012.4.30.



성충권에서 수집된 수천 개의 먼지입자가 바늘머리 하나도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먼지의 모체와 전체로서의 태양계의 탄생에 대한 지식을 결정적으로 확장시켰다 … 먼지에 대한 연구는 우리 태양계를 이해하도록 했고, 결국에는 우리의 근원을 잘 이해하도록 기여했다. (94쪽)


독일에서 산업시설과 연소시설의 먼지 방출은 조치를 취한 1960년 이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방출제한 같은 엄격한 법 규정으로 인간에 의해 야기된 먼지오염은 1970년의 3백만 톤에서 1990년 185만 톤으로, 2000년에는 약 25만 톤으로 줄어들었다. 1990년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핵발전소의 폐쇄 가능성이 가장 크다. (145쪽)


비는 유익하게도 공기를 깨끗이 한다. 겨울에 공기의 먼지는 여름보다 훨씬 많은데, 그 이유는 최대출력으로 작동하는 난방 및 도로에 뿌리는 결빙방지제 때문이다. 도시가 시골에 비해 먼지오염이 심한 것은 당연히 교통량 때문이다 … 도시 공기의 먼지 내용물은 인구수에 비례해서 증가하는데, 그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을 때마다 먼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181쪽)



  우리 삶터는 얼마나 매캐하거나 더러운 곳일까요? 우리가 마시는 바람에는 먼지가 얼마나 섞였을까요? 우리가 마시는 먼지는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먼지 말고도, 서울이며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 생기는 먼지가 얼마나 되는가를 헤아릴까요? 서울이며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서 생기는 먼지가 이곳저곳으로 퍼져서 온나라를 뒤덮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아직 ‘먼지 세금’은 없지 싶습니다만, 먼지를 일으키는 자동차를 몬다든지, 공장 제품을 사다 쓴다든지, 시멘트로 높이 세운 층집에서 지낸다든지, 전기를 얻으려고 세운 발전소하고 송전탑에서 나오는 먼지하고 전자파 피해하고 얽혀서 ‘먼지 세금’을 물린다면, 재산세나 소비세 아닌, 환경부담금을 넘어서 ‘먼지 세금’을 따로 물린다면 그때에 비로소 우리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비닐자루 하나를 쓸 때뿐 아니라, 과자 하나를 살 적에도, 종이잔 하나를 쓸 적에도 먼지 세금을 물리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먼지 보고서》(옌스 죈트겐·크누트 푈스케 엮음/강정민 옮김, 자연과생태, 2012)를 읽으며 공해하고 먼지하고 삶터하고 나라살림 모두를 맞물려서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고흥으로 마실을 온 손님이 문득 말씀합니다. 서울에서는 하루만 길에서 걸어다녀도 코가 새카매진다고, 고흥에서는 하루 내내 밖에서 돌아다녀도 코가 새캐매지지 않는다고요. 부산도 서울처럼 먼지가 많아서 코가 새카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고흥에서도 깊이 들어간 시골에 집이 있는 터라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면 읍내 바람이 매캐하다고 느낍니다. 서울하고 대면 읍내 바람은 훨씬 낫지만, 시골 읍내에 다니는 자동차가 있고 시멘트 건물도 있으니, 이런 데에서 흐르는 바람은 썩 깨끗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오늘날 여러 문명하고 문화하고 물질을 누리는 만큼 곁에 먼지를 끼고 사는 셈이에요. 바람이 깨끗한 시골집에서 지내면 옷을 자주 빨지 않아도 되고 머리를 이레쯤 되어서야 감아도 되지만, 서울이라면 아침저녁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날마다 머리를 감아도 먼지 때가 앉겠지요.


  먼지 한 톨이란 온누리를 지은 바탕이기도 하다지만, 공장이나 발전소나 자동차나 시멘트집, 더욱이 전쟁무기에서 나오는 먼지 무더기는 온누리를 망가뜨리는 잿더미이지 싶습니다. 도시하고 문명하고 물질을 누려야 하더라도, 어떤 도시와 문명과 물질을 어떻게 누려야 할는지, 개발이 먼저인지 숲이 먼저인지, 이제 똑똑히 생각할 때라고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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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서 노린재 한국 생물 목록 25
안수정 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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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5


《한국 육서 노린재》

 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7.15.



처음에 《노린재 도감》을 낼 때는 10년쯤 지난 뒤에 증보판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종이 단시간에 추가되어 2016년부터 새 노린재 도감을 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에 정리해 보니 2010년 도감보다 248종이나 늘어나 490종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내 미기록종이나 신종도 포함되었습니다. (4쪽)


노린재아목 앞날개 반은 질긴 가죽질이고 반은 막질이어서 반초시라고도 하며, 뒷날개는 모두 막질이다. 노린재아목 어원은 이렇게 앞날개 두 부분 재질이 다른 데서 기원하지만 우리나라 말에서 노린재는 노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데서 유래한다. 영어권에서는 ‘true bugs’라고 부른다. (8쪽)


[에사키뿔노린재] 몸은 황록색 바탕에 초록색 및 적갈색 무늬가 있다. 앞가슴등판 앞부분은 노란색이고 뒷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작은방패판에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 하트 무늬가 있다. 하트 무늬는 간혹 가운데가 세로로 갈라진 것도 보인다. 알에서 2령이 될 때까지 약충을 보호한다. 뿔노린재과에서는 포티뿔노린재와 함께 가장 흔히 보인다. 성충은 다양한 식물에서 보이지만 산초나무와 초피나무에서는 약충과 함께 자주 보인다. (282쪽)



  인천이나 서울에서 살 적에는 미처 못 알아챘으나, 고흥에서 살며 늘 마주하는 노린재입니다. 참말로 노린재가 가득하거든요. 그런데 노린재는 어디에나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풀밭에 가득합니다.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이곳저곳에서 갖가지 노린재가 저마다 다른 몸짓하고 모습으로 즐겁게 풀노래를 부르면서 어우러져요.


  노린재는 무엇을 먹으면서 살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하고 노린재가 못 사는 풀밭은 무엇이 다를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에서는 풀살림이 어떠한 얼거리일까요? 노린재를 눈여겨보지 않고서 숲이나 들을 마구 밀어붙여도 좋을까요? 우리는 노린재를 지키거나 돌보려는 마음으로 숲을 건사하고 도시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까요? 노린재가 살아갈 터에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발전소가 못 들어오게끔, 송전탑이나 고속도로나 운동장이 못 들어서게끔 씩씩하게 손사래칠 수 있을까요?


  뭍살림 노린재를 다룬 《한국 육서 노린재》(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는 대단한 도감 가운데 하나입니다. 631쪽에 이르는 도감인데, 한국에서 사는 모든 노린재를 담지는 못했다지만, 490 가지를 담아냈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그냥 뭉뚱그리는 이름인 ‘노린재’가 아니라 490 가지로 다 다른 이름을 붙여서 바라보고 마주하는 노린재이거든요.


  노린재에는 ‘닮은얼룩뿔노린재’처럼 노린재란 말이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으나, ‘닮은쑥부쟁이방패벌레’처럼 노린재란 말이 안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다고 합니다. ‘밀감무늬검정장님노린재’처럼 기나긴 이름을 읊고 사진을 바라보고 한살림을 헤아립니다. 우리 곁에 숱하게 있는 이웃을 어느 만큼 알아보는 하루일까요? 이웃사람뿐 아니라 이웃새, 이웃벌레, 이웃나무, 이웃풀, 이웃구름을 얼마나 알아차리는 삶일까요? 풀밭에서 가만히 쪼그려앉고서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떠 봐요. 노린재 한 마리를 만나서 이름을 불러 봐요. “이름 모를 들꽃” 같은 바보스런 이름 못지않게 엉성한 “그냥 노린재”라는 말씨를 이제는 떨쳐내 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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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의 미소
비람마 외 지음, 박정석 옮김 / 달팽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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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0


《파리아의 미소》

 비람마·조시안·장 뤽 라신느

 박정석 옮김

 달팽이

 2004.12.15.



높은 계급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운명은 바로 그랬다. 그 애들의 부모들은 장난감과 비싼 물건으로 애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애들은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39쪽)


나는 ‘당신도 나처럼 옷을 입지 않았습니까? 나는 열심히 일하고 지금은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내 돈 주고 옷을 샀는데도 그것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안 됩니까? 왜 나를 꾸짖습니까, 어르신?’ 하고 응수했다. (291쪽)


송아지를 낳고 나면, 일주일 동안 쌀을 씻었던 따뜻한 물로 암소를 씻기고, 젖통과 발굽에도 그 물을 뿌려 준다. 먼저 나는 노란 초유를 받아 과자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346쪽)


“이 정당은 좋은 이념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먹여살려야 할 애들이 있다. 나는 일거리가 필요하고 내 아들도 마찬가지이다. 내 가족 모두는 레디아르 댁의 머슴이어서 우리는 그가 주는 쿠지를 먹고살아야 한다.” (400쪽)



  위하고 아래란 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요. 그런데 이 위아래란, 어쩌면 우리가 삶을 한쪽으로만 바라보면서 생긴 흐름이지 싶습니다. 물흐름이 위에서 아래라기보다는, 물은 저 흐르고 싶은 결에 맞추어 흐른다고 여겨야 알맞지 싶어요. 저쪽이 위고 이쪽이 아래가 아니라, 거꾸로 저쪽이 아래이고 이쪽이 위가 아니라, 그저 물은 저 흐르는 결대로 흐를 뿐이요, 비도 저 바라는 결대로 갈 뿐이지 싶어요.


  자, 지구라는 별로 본다면 북반구란 데에서 ‘내리는’ 비는 남반구로 본다면 참말로 ‘내린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남반구에서 ‘내리는’ 눈은 어떨까요? 지구라는 별 한복판에 중력이 있어서 이 힘을 따라 물흐름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 힘이 지구라는 별 한복판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이를테면 해나 뭇별한테 있다면, 이때에는 ‘위아래’가 어떤 흐름이나 결이 될까요?


  《파리아의 미소》(비람마·조시안·장 뤽 라신느/박정석 옮김, 달팽이, 2004)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이란 아랫자리에서 태어나 살림을 꾸려야 한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주머니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갈무리한 분은 이 아주머니가 살아온 나날이며 발자국이며 살림이며 생각을 낱낱이 받아적으려 합니다. 어느 하루나 이틀쯤 듣고 마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로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학자로서 다가가서 적바림하는 논문이 아닌, 비람마란 인도 아주머니가 위아래란 계급을 떠나 오롯이 선 사람으로서 이 삶을 어떻게 지었고 앞으로 어떻게 짓기를 바라는가 하는 꿈하고 사랑까지 알뜰히 귀여겨듣고서 차곡차곡 담아내 줍니다.


  인도 아줌마 한 사람이 삶을 지어 온 길은 불가촉천민이란 자리였기에 이룬 삶길이 아닙니다. 어느 자리 어느 살림길이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온사랑이 가득한 숨결로 이룬 삶길이자 살림길이자 노래길이었구나 싶습니다. 참으로 알뜰히 영근 ‘사람노래(민중자서전)’를 만났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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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나무 - 북유럽 스타일로 장작을 패고 쌓고 말리는 법
라르스 뮈팅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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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46

 

《노르웨이의 나무》
 라르스 뮈팅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2017.11.15.

 

땔나무 운반 트레일러가 도랑에 빠져 기름을 뒤집어쓴 바닷새는 하나도 없다. 나뭇더미가 전쟁을 막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하고 지역적인 에너지원이 폭력적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경우는 없다. (45쪽)

 

오래된 자작나무 등걸에서 어린 나무 두 그루가 자랄 수도 있다. 이 묘목들은 늙은 나무의 근계를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한다. 2000년 된 참나무 등걸도 여전히 새 나무를 길러낼 수 있다. (79쪽)

 

정말 좋은 도끼는 소유자의 이름을 새길 만한 가치가 있다. 체인톱과 달리 도끼는 결코 닳지 않는다. 낡을 뿐이다. (109쪽)

 

“장작더미 사이로 부는 바람이 나무를 말립니다. 열기도 중요하지만, 젖은 나무는 햇볕과 바람을 최대한 많이 쐬어야 합니다.” … 그는 살아오면서 나뭇간 설계를 여러모로 실험했다. 여든 번째 생일을 갓 지난 지금, 마침내 마음에 드는 설계를 찾았다. (155쪽)

 

  장작을 때서 지은 밥이 있습니다. 가스불을 올려 냄비에 지은 밥이 있습니다. 전깃줄을 꽂아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로 덥힌 밥이 있습니다. 이 여러 가지 밥을 밥상에 나란히 올려놓아 본다면, 우리는 다 다른 밥맛을 느끼거나 알아챌까요?


  장작을 때서 나무로 불을 지피는 집하고, 도시가스로 방바닥을 덥히는 집하고, 기름보일러를 돌려 따뜻하게 하는 집이 있으면, 우리는 이러한 집마다 다 다른 따스함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느끼거나 알아챌까요?


  《노르웨이의 나무》를 읽으면, 노르웨이라는 나라는 워낙 남다른 터전인 터라 기름이나 가스가 아닌 나무를 때서 따스한 기운을 얻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집에서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패기에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도끼를 다루거나 장작짐을 나를 줄 안다지요.


  책을 읽으니, 우리가 석유 아닌 나뭇더미를 돌보는 살림일 적에는 전쟁 불길이 안 퍼졌으리라는 얘기도 흐르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1900년대에 이르러 터진 전쟁은 석유 때문이라면, 지난날에는 나무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였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너른 숲을 차지하려고 총칼을 앞세워 싸울는지 모릅니다.


  도시살림을 키우는 길이라면 앞으로 석유다툼뿐 아니라 나무다툼이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도시살림은 알맞게 멈추거나 다독이거나 줄이는 길을 간다면, 또 도시에서도 숲살림을 키우는 길을 간다면, 이때에는 나라 사이에서뿐 아니라 고장 사이에서도 다툼이 잦아들리라 느껴요. 집집마다 숲살림을 누리면서 숲에서 나무를 얻는다면, 집살림을 나무를 베어 다듬어서 손수 짓는다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나무 품에 안기면서 자라고, 숲바람을 마시고 숲길을 걸으며 숲노래를 듣는 하루라면, 마음이며 몸에 아늑하며 넉넉한 숨결이 무럭무럭 크리라 생각해요.


  자동차도 아파트도 얼마든지 줄일 노릇입니다. 정치일꾼도 벼슬아치도 자꾸자꾸 줄일 노릇입니다. 학교도 줄이고 문화시설까지 줄여도 되어요. 숲을 늘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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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 밥 한 그릇의 시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최수연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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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9


《논, 밥 한 그릇의 시원》

 최수연

 마고북스

 2008.10.1.



물은 흙 속에 있는 양분을 녹여 벼에 전달한다. 다시 말해 공기에 있는 양분이나 흙 속에 있는 양분을 물에 녹여 벼가 빨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46쪽)


논이 하는 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일차적으로 쌀을 생산해서 밥을 먹게 해 주고 거대한 녹지공간을 제공해 몸과 마음을 안락하게 해 준다. 논의 공익적 기능을 생각하면 우리가 먹는 쌀은 조금 과장되게 부차적인 생산물이라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50쪽)


논을 나타내는 다른 표현으로 섬지기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볍씨 한 섬의 모 또는 씨앗을 심을 만한 넓이를 나타낸다. 즉, 한 섬지기는 한 마지기의 열 배인 약 2∼3천 평의 논을 가리킨다. (56쪽)


겨울이면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치고 멍석을 짠다. 그 모두가 짚이 재료다. 신도 삼고 다래끼도 만들고 이엉도 얹는다. 콩깍지와 함께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가마솥에서 끓어 넘치던 소여물도 바로 짚이다. (130쪽)



  가을이 되어 나락을 베는 철입니다. 요새는 나락을 기계로 말리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뜸한 두멧시골에서는 길바닥에 나락을 죽 펼쳐서 말립니다. 어쩌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 시골에서는 널따란 찻길은 나락이며 깨이며 콩을 말리기에 무척 좋은 마당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때 논을 늘리려고 갯벌을 메꾸었습니다. 꽤 너른 갯벌이 논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논뿐 아니라 갯벌도 우리 터전에서 매우 대수롭습니다. 논이 하는 구실이 있듯이 갯벌이 하는 몫이 있어요. 둘 가운데 어느 하나만 넓어야 하지 않습니다. 둘은 나란히 들하고 바다를 살찌우는 밑바탕입니다.


  《논, 밥 한 그릇의 시원》(최수연, 마고북스, 2008)을 읽습니다. 이 책을 누가 읽으려나 하고 헤아립니다. 누구보다 시골 지자체 군수를 비롯해, 군청 공무원이 좀 읽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시골 논을 밀어내어 발전소라든지 공장이라든지 비행장이라든지 관광단지로 바꾸고 싶어하는 산업개발과 공무원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싶어요.


  시골에서 살며 시골 공무원을 지켜보자면, 거의 모든 시골 공무원이 이웃 큰도시 아파트나 읍내 아파트에 살면서 자가용으로 다니는구나 싶습니다. 읍이나 면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 흙집에 살며 공무원살림을 잇는 이는 매우 드물지 싶어요. 시골 공무원으로서 늘 논이나 갯벌을 바라보는 집에서 살지 않는다면, 들녘이나 숲이나 멧골이나 바다를 언제나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시멘트 군청 건물 책상맡에만 앉는다면, 이들은 어떤 행정을 펴려나요?


  밥을 얻는 논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삶터로 있는 논입니다. 어른은 일하는 자리요, 아이는 놀이하는 자리인 들판입니다. 사람은 풀열매를 얻는 터이며, 새랑 풀벌레랑 민물고기는 곁에서 고이 어우러지는 터이지요. 아파트를 줄여 숲으로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찻길을 줄여 논밭이나 풀밭으로 돌려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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