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4
이유미 지음, 장고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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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28.

숲책 읽기 213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글

 장고딕 그림

 철수와영희

 2023.10.14.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책이름에 붙는 그대로 ‘앞빛(미래 세대)’을 헤아려야 할 오늘날입니다. 머잖아 꼰대(기성세대)가 될 어린이나 푸름이가 아닌,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이야기를 남길 노릇입니다.


  풀밥(채식)이나 들빛(동물권) 이야기는 뜻있습니다. 그런데, 풀밥에 앞서 밭살림을 먼저 다룰 노릇이고, 들빛에 앞서 숲살림을 먼저 살필 일입니다. 가게에서 풀만 사다 먹기만 하면 되는 풀밥이 아닙니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누구나 ‘마당이랑 텃밭’을 누려야 합니다. 귀염짐승이나 곁짐승만 바라보는 길이 아닌, 모든 숲이웃을 헤아릴 일입니다.


  그러니까 “채식과 동물권”이 아닌 “밭살림과 숲살림”을 들려줄 적에 비로소 어른스러우리라 봅니다. 씨앗을 어떻게 묻는지, 싱그러이 숨쉬는 흙은 어떤 빛깔이고 냄새인지, 풀잎을 함께 누리는 풀벌레랑 애벌레를 어떻게 마주할 적에 슬기로운지, 나비하고 벌은 우리 곁 어디에 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야겠지요. 그리고 풀을 가게에서 사다 먹을 적에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짚고, 밭살림을 하는 우리 마음에 사랑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가를 알려줄 노릇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어버이가 사는 곳에서 함께 지냅니다. 그러나 앞으로 스스로 제금을 날 만하니, 앞빛으로 살아갈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서울 잿집(도시 아파트)’이 아니라, ‘시골 흙집’에서 살아갈 길을 알려주고 밝힐 일이에요. 우리가 스스로 서울(도시)을 떠나고 잿집(아파트)을 버리면 들빛(동물원)은 아주 저절로 살아납니다. 목소리만 높이는 들빛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먼저 스스로 서울을 떠나고 잿집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들빛을 말해야 옳습니다.


  서울이라는 데에는 사람이 조금만 남는다면, 사람들 누구나 시골에서 저마다 다르게 도란도란 들살림에 밭살림에 숲살림에 멧살림에 바다살림을 짓는다면, 풀밥이나 들빛 이야기는 아주 쉽고 부드러이 스며들게 마련입니다. 비록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울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펴는 눈금은 ‘시골’로 맞추어야 무엇이든 하나씩 천천히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ㅅㄴㄹ


다른 생명들의 삶의 터전인 무성한 숲은 경작하기 좋은 평평한 땅으로 변해갔어요. 숲에 살던 동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36쪽)


땅과 하늘, 바다와 대기, 지구의 동식물과 인류는 모두 하나로 연결돼 움직이고 있어요. (50쪽)


인류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생명 존중은 없습니다.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재료, 소모품, 대체품, 즐길거리에 지나지 않아요. (78쪽)


너무 빠른 속도 때문인지 사람들의 의식까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117쪽)


+


오늘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 오늘이 놀랍습니다

→ 오늘이 대단합니다

5쪽


지금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별이기도 합니다

→ 오늘 가장 모진 나날을 보내는 별이기도 합니다

5쪽


인간의 힘이 아무리 위대해도 자연 현상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 사람힘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아치면 손도 못 씁니다

→ 우리 힘이 아무리 커도 숲한테 꼼짝을 못 합니다

12쪽


지구는 빠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 푸른별은 빠르게 자랐습니다

→ 푸른별은 휙휙 컸습니다

21쪽


지구는 생명을 잉태하고,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은 다시 지구가 건강하도록 기여한 것입니다

→ 푸른별은 숨결을 낳고, 푸른별에서 태어난 숨결은 다시 푸른별을 살렸습니다

→ 푸른별은 숨빛을 낳고, 푸른별에서 태어난 숨빛은 다시 푸른별을 북돋았습니다

22쪽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어요

→ 끔찍하게 죽었어요

→ 슬프게 목숨을 잃었어요

36쪽


인간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수정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곪은 데를 찾아 바로잡지 않습니다

→ 우리는 곯은 곳을 찾아 고치지 않습니다

69쪽


그때그때 수습하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 그때그때 때워요

→ 그때그때 매만져요

→ 그때그때 다듬어요

69쪽


수족관의 돌고래가 제 수명대로 살 리도 없습니다

→ 물살이터 돌고래가 제 목숨대로 살 턱도 없습니다

→ 물마당 돌고래는 제 숨결대로 살 일도 없습니다

79쪽


한 끼 음식의 선택에도 이렇게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습니다

→ 한끼를 골라도 이렇게 말썽이 많을 수 있습니다

→ 한끼를 먹는데도 이렇게 나쁠 수 있습니다

1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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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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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19.

숲책 읽기 212


《초록의 공명》

 지율

 삼인

 2005.11.10.



  《초록의 공명》(지율, 삼인, 2005)을 곰곰이 되읽습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에 굴을 파려는 ‘노무현 나라’가 삽질을 자꾸 해대면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려는 짓을 제발 멈추기를 바라던 뜻을 돌아봅니다. ‘노무현 나라’에서 ‘으뜸 곁지기’ 노릇을 하던 분은 뒷날 ‘문재인 나라’를 폈고, 꼭두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천성산 곁에 큰집’을 지어서 산다지요.


  감자는 흙에 묻습니다. 고속도로·기찻길·공항·아파트에는 감자를 못 묻습니다. 벼도 흙에 심습니다. 논밭이어야 벼도 감자도 가꿉니다.


  사람은 감자나 벼만 먹고서 살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버스나 기차를 탈 테고, 쇳덩이(자동차)를 몰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적잖은 길을 숱하게 팠고 냈고 뚫었고 놓았습니다. 온나라를 보면 부릉부릉 치달리는 길이 대단히 넓고 많습니다. 설이나 한가위에는 어느 길이든 막히게 마련이지만, 한 해 내내 거의 텅텅 비는 길이 온나라에 수두룩합니다.


  왜 더 뚫어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마음을 담은 《초록의 공명》입니다. 그러나 ‘노무현·문재인’ 두 분은 대꾸를 안 했습니다. 그저 이라크에 싸울아비(군대)를 보냈고, 그저 경남 양산에 큰집을 지었습니다. 지킴이(경호원)를 두어야 하니 집이 커야 할까요? 그러면 왜 지킴이를 두어야 할까요? 두 사람이 살아갈 시골집은 20평이어도 넓습니다. 시골에 넘쳐나는 빈집을 조금 고쳐서 살면 됩니다. 우리나라 벼슬아치는 어쩐지 목돈 모으기를 즐기고, 어쩐지 큰집에 큰쇠(대형자동차)를 거느리기를 좋아하더군요.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스스로 모든 돈을 나라에 내놓고서, 다달이 나라꽃돈(국민연금)과 어른꽃돈(노인연금) 두 가지만 받을 줄 아는 ‘예전(전임)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는 언제쯤 나올까요? 큰쇠를 안 몰고서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두다리로 걷는 일꾼은 언제쯤 나올까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안 태어날 만합니다. 기껏 이 나라에서 태어난들 어릴 적부터 ‘학원 뺑뺑이’에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기다립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뭘 물려받는지요? 들숲바다를 자꾸 밀어내고 풀꽃나무를 자꾸 죽이는 막삽질을 물려받아야 하나요? 삽질은 가끔 할 일이지만, 한 해 내내 노상 삽질만 해대면 풀꽃나무가 어떻게 자라는가요?


  사슬에서 풀려난 박근혜 옛 나라지기는 아주 새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스스로 걷어찼더군요. 깃들 집이 이 나라에 왜 없겠습니까. 지난날을 뉘우칠 마음이라면 전라남도 시골 한켠 12평 조그마한 오두막 한 채를 빌려서 살면 됩니다. 손수 씨앗을 심고 밭일을 하면서 마을할매하고 동무하면 됩니다. 이런 길을 새로 걸으려 했다면 그분 스스로 푸른빛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날개돋이를 할 만했겠지요.


  양산에 선 〈평산책방〉에 《초록의 공명》을 놓았을까요? 《초록의 공명》뿐 아니라 ‘알도 레오폴드’,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 앙리 파브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페트라 켈리’, ‘존 무어’, ‘이와사키 치히로’, ‘엘사 베스코브’, ‘완다 가그’, ‘윌리엄 스타이그’, ‘기무라 아키노리’, ‘블라지미르 메그레’ 같은 이들이 남긴 책을 한켠에 곱게 놓고서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허울뿐인 풀빛은 ‘풀빛척(그린워싱)’입니다. 풀빛인 척하지 말고, 그저 스스로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벌나비랑 이웃하는 하루를 지을 줄 알아야 들사람(자연인)으로 거듭나겠지요.


  지율 스님은 ‘도룡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도룡뇽도 함께 살아가는 들숲을 바라보지 않으면, 사람나라부터 망가진다’고 속삭였습니다.


ㅅㄴㄹ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님들이 이야기하는 개혁과 진보,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명과 평화는 바퀴의 두 축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그때 수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정치에 발을 담지 않았으면 저를 위해 변호를 하셨을지도 모르겠다고. (8쪽)


천성산 끝자락 조용하고 아늑한 개곡리 마을에서 70년을 살아오신 두 분께서 내일 노포동 장에 낼 산동초를 캐시면서 “이제 이 동리는 못쓰게 된기여. 저렇게 나무를 베고 산을 파헤치고 있으니 어디 사람이 살것서. 시님, 이제라도 막을 수 있것소.” 물으신다. (14쪽)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물음처럼 어리석다. (21쪽)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쪽)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그나마 주춤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53쪽)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400조 원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58쪽)


사실, 책읽기를 게을리 하는 저로서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기에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정생 선생님의 무너질 듯한 오두막으로 발길하면서 오래전에 잊혀진 길을 더듬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 낡은 의자를 권하시면서 선생님께서는 “단식 50일이 넘어가자 이젠 그만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리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이 병들면 사람도 병이 드는데, 조금 더 불편하고 덜 가지면 모든 사람이 부족함이 없을 텐데 요즘 사람들은.”이라고 말씀하시며 끝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228쪽)


저는 처음으로 이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읽어가다가 저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두세 시간 동안 한 사람이 40∼50개의 글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270쪽)


+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 지난 밥끊기에 제 칸을 찾아온 문재인 님한테 말씀했습니다

→ 지난 밥굶기에 저한테 찾아온 문재인 지기한테 여쭈었습니다

8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

→ 숲빛은 누가 임자인가

→ 숲살림은 누구 몫인가

21


서울 근교에 있는 작은 수녀원에 들어와 행장을 풀었습니다

→ 서울 가까운 작은 믿음집에 들어와 짐을 풀었습니다

→ 서울 곁 작은 빛바라기집에 들어와 짐붙이를 풀었습니다

34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게 하루만 남는다면 이 꽃밭에 앉아 꽃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 이미 여러 판 다짐을 깨고 믿음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길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 이미 다짐을 자꾸 뒤집어 아주 미덥지 않은 사람들과 맞춤길을 여밀 수 있을까요

53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 이제까지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던 그들이

→ 이제까지 무엇이든 힘을 앞세우던 그들이

53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 숲이 나라에서 68푼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 숲이 제 나라 68눈금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58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 일본에서는 멧자락 값어치를 우리 열 곱인

→ 일본은 멧숲을 우리 열 갑절 값어치인

58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 그분을 넘겨짚지 않았습니다

→ 어른을 뻔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228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불타는 까닭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부아내는 뜻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270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 덧글은 거의 쉰 사람쯤이 날마다 꾸준히 올렸고

2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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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내가 좋아하는 것들 9
박정미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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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0.25.

숲책 읽기 20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박정미

 스토리닷

 2023.4.1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박정미, 스토리닷, 2023)을 읽으면 시골이라는 터전을 싱그러우면서 새롭게 품으면서 사랑하려는 마음을 물씬 누릴 만합니다. 이 땅에서 시골은 서울(도시)보다 훨씬 넓고 크되, 시골사람은 매우 적어요. 서울(도시)에는 사람이 가득합니다만, 그리 안 넓고 안 큰 자리에 다닥다닥 몰려 살아요. 흔히들 “사람 많은 서울에 일거리가 많고 돈벌이가 많다”고 여깁니다. 옳은 말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서울에서 살아야지요. 이름을 날리려면 서울내기가 되어야 합니다. 힘을 거머쥐려 할 적에도 서울에 뿌리를 내릴 일입니다.


  시골도 일거리는 수두룩하되, 서울과 달리 시골에서는 돈벌이가 적습니다. 시골내기는 이름을 날리기 어렵거나 못 날립니다. 시골사람은 힘을 부리거나 다스리거나 펴지 않고, 거머쥐거나 붙잡지 않습니다.


  시끌벅적하게 살고 싶으니 서울사람이 됩니다. 조용하거나 고즈넉이 살고 싶기에 시골사람이 됩니다. 사람을 널리 사귀면서 돈도 이름도 힘도 얻고 누리면서 펴고 싶기에 서울사람으로 지냅니다.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면서 스스로 새롭게 깨어나고 피어나면서 눈뜨려는 마음을 틔울 뜻으로 시골사람으로 지내요.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그저 서울은 북새통일 뿐입니다. 시골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저 시골은 시원하며 고운 고장이요, 싱그러우면서 깊은 골이며, 샘물과 멧골을 품으면서 푸른 삶터일 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은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어떻게 하루하루 깃들며 새롭게 시골을 만나서 배우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배움거리인 시골이에요. 서울에도 배움거리는 많다지만, ‘서울 배움거리’는 죄다 ‘돈·이름·힘’하고 얽혀요. ‘서울 배움거리’는 ‘길들이는 틀’이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시골 배움거리’는 몽땅 ‘들·숲·바다’에 ‘풀·꽃·나무’입니다. ‘시골 배움거리’는 ‘살리는 빛’이기도 합니다.


  우리말 ‘끝’은 ‘꽃’하고 맞물립니다. 끝이요 끄트머리이기에 꽃이면서 꼬마입니다. 끝을 맺는 자리는 언제나 처음을 여는 길이곤 해요.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우면서 ‘끝’을 맺어요. 한해살이 끝을 맺지요. 풀과 나무는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맺은 뒤부터 고요히 쉽니다.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은 꽃씨를 맺고 열매를 내놓는 풀과 나무처럼, 봄에 눈뜨고 여름에 일어나고 가을에 일하고 겨울에 쉬면서 철빛에 물들어요. 철들어 가고 싶기에 시골살림을 짓습니다.


  그러면 서울사람은 철빛을 모를까요? 네, 그럼요. 서울사람은 철들지 않는 틀입니다. 서울사람한테는 ‘달종이 날짜(달력 숫자)’가 있을 뿐, 모든 철과 달과 날이 다르게 흐르는 숨빛이며 바람빛이며 별빛인 줄 못 느끼거나 안 쳐다봅니다.


  나무가 언제 움트는지 지켜보지 않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철들었다고 할까요? 나비가 어떻게 고치를 틀고서 애벌레 몸을 벗고서 날개돋이를 하는지 안 지켜보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슬기롭다고 할까요? 봄맞이로 찾아온 제비를 봄여름에 날마다 맞이하고 노래를 듣다가 가을에 배웅하는 철빛을 모르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어질다고 할 수 있나요?


  모든 다른 하루를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에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사이에 있는 숨결입니다. 사람이란, 사랑을 펴는 목숨입니다. 사람이란, 살림을 짓기에 살아가면서 사르르 녹일 줄 아는 숨빛입니다.


  다들 그냥그냥 ‘지방’ 같은 말을 쓰곤 하는데, 우리말에는 ‘지방’이 없어요. 우리말은 그냥 ‘시골’입니다. 시골이기에 시골말입니다. 시골말이기에 사투리입니다. 사투리란, 사람으로서 숲을 품고 삶을 사랑하기에 스스로 투박하게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살림말입니다.


  오늘날 서울을 봐요. 서울사람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지요? 쇳덩이(자동차)나 잿집(아파트)을 물려준들, 아이들은 몇 해를 건사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느 해가 지나면 와르르 허무는 쓰레기더미인 잿집(아파트)입니다. 쉰 해나 일흔 해는커녕 스무 해를 굴리기도 벅찬 쇳덩이(자동차)입니다.


  시골을 보셔요. 논밭은 즈믄해(1000년)도 거뜬합니다. 돌과 흙과 짚으로 지은 시골집은 온해(100년)뿐 아니라 두온해(200년)나 닷온해(500년)를 이어도 조금만 손보면서 즐거이 살아갈 만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품고 보고 배우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어른일 적에 사람다운 사람일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가며 하루를 지을 적에 사람다운 사람일까요? 우두머리(대통령)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지지만, 시골이 없으면 나라는 무너집니다. 벼슬꾼(정치인·공무원)이 없어도 나라는 안 사라지지만, 시골이 없으면 나라는 사라집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골은 새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개구리도 뱀도 모두 미워하거나 풀죽임물로 짓밟는 죽음터로 기울어요. 시골이 시골빛을 찾을 적에 나라가 나라다워요. 서울이 고개숙일 줄 알아야 나라가 반듯해요. 서울사람은 시골사람한테서 살림과 숲과 사랑을 어질게 배울 노릇입니다. 서울사람이 돈·이름·힘에 사로잡혀서 자꾸자꾸 넋을 잃고 헤매면서 벼슬을 움켜쥐기만 한다면, 다같이 죽음수렁에 잠기겠지요.


ㅅㄴㄹ


나무를 깎으면서 나무마다의 결과 색을 알게 되는 것이 즐거웠다. (26쪽)


시골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은 없고 계절이 있었다. 시간을 셀 틈도 없이 철이 돌아왔고, 철마다 먹어야 할 것,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40쪽)


몇 달을 오가시던 할아버지의 걸음이 뚝 끊겼고, 어느 날 아드님과 함께 책방에 나타나셨다.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으셨다. (63쪽)


희한하게도 할머니들의 수다가 계속될수록 일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92쪽)


시골에서는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편이 쉬웠다. (145쪽)


할머니들은 좋은 어른이셨다. 가르쳐 드리고 싶은 것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다. 평생 좋은 선생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좋은 할머니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159쪽)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는 제의에는 망설여졌다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묶자는 말에는 망설였다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고 할 적에는 망설였다

21쪽


누구보다 깊은 잠을 잤다

→ 누구보다 깊이 잤다

→ 누구보다 곯아떨어졌다

29쪽


육해공의 재료를 다 굽고 나면 불을 땐다. 불멍 시간이다

→ 물뭍하늘감을 다 굽고 나면 불을 땐다. 불멍이다

47쪽


도시에서는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유행인가 보다. 우리말로는 ‘쓰담달리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 서울에서는 달리다가 쓰레기를 줍는 ‘쓰다달리기’가 한창인가 보다

53쪽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한다

→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77쪽


내려와 처음 살았던 마을의 할머니 세 분이 오셨다

→ 와서 처음 살던 마을 할머니 세 분이 오셨다

85쪽


봉인이 해제되는 기분이 이런 걸까

→ 풀리는 마음이 이러할까

→ 빗장을 열면 이러할까

85쪽


열다섯 개의 택호 중에

→ 열다섯 집이름에서

→ 열다섯 집씨 가운데

86쪽


결국 죽게 만드는 마이너스 손

→ 끝끝내 죽이는 손

→ 끝내 죽이는 지움손

→ 마침내 죽이는 뺄셈손

101쪽


너무 원대한 꿈이었다

→ 너무 부푼 꿈이었다

→ 꿈이 너무 컸다

103쪽


어깨에 오십견을 얻고는 빵 만들기를 그만두었다

→ 어깨앓이를 얻고는 빵굽기를 그만두었다

150쪽


수업이 이루어졌다

→ 배운다

→ 가르친다

155쪽


저녁에 논길을 걸어다니시는 것이 걱정되어 상의를 드려 보아도

→ 저녁에 논길을 걸어다니시니 걱정스러워 여쭈어 보아도

156쪽


집이 구해지지 않아서 다른 마을로 이사해야 했지만

→ 집을 찾지 못해서 다른 마을로 떠나야 했지만

→ 집을 얻지 못해서 다른 마을로 옮겨야 했지만

163쪽


옆에 앉아 채반을 무릎에 얹고 블루베리 고르는 일을 거든다

→ 옆에 앉아 채그릇을 무릎에 얹고 파랑딸 고르기를 거든다

1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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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 -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한글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안미란 지음, 방현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토토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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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0.17.

책으로 삶읽기 854


《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

 안미란 글

 방현일 그림

 토토북

 2018.4.5.



《주보따리, 한글을 지키다》(안미란, 토토북, 2018)를 읽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이 책은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한글 이야기”처럼 작은이름이 붙는다. 얼핏 ‘주시경·주보따리’ 님이 우리 한글을 어떻게 돌보고 가꾸고 빛내어 오늘날 우리가 누구나 글살림을 누릴 수 있었나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동화인 척하되, 정작 알맹이는 뜬금없거나 터무니없다 싶은 대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어넣을 뿐이다. ‘호머 헐버트’가 없었으면 ‘한글’을 누구나 쓰는 길을 세울 수 없었다는 듯한 줄거리로 짠 동화는 무엇을 밝히거나 말하는 셈일까? 설마 주시경 님이 쓴 글을 안 읽고서 이 동화를 썼을까? 책끝에 붙인 도움책(참고문헌)에는 주시경 님이 손수 쓴 책이 없다. 주시경 님이 쓴 책이 버젓이 있는데, 다른 책보다 주시경 님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갈고닦은 숨결과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도움책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더구나 이 책은 ‘틀린’ 이야기가 너무 많다.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동화인데, 왜 일부러 ‘없는’ 말과 일을 만드는지 아리송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글쓴이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훈민정음·한글’ 둘 사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세종·주시경’ 두 사람이 우리글을 놓고서 어떻게 이바지를 했는지 까맣게 모른다고 여길 만하다. 조선 오백 해에 걸쳐서 늘 뒷전이자 따돌림이던 우리글 ‘훈민정음’은 ‘암글·아해글’이었다. 한문은 ‘수글’이었다. 임금을 비롯한 벼슬아치에 나리는 몽땅 사내(숫놈)였고, 사내들은 중국바라기(중국 사대주의)에 사로잡혔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킨 사람은 바로 가시내(여자)하고 어린이였다. 우리나라가 일본 총칼에 잡아먹혀 무너질 즈음에 배움길에 선 주시경 님은 이 얼거리와 뿌리와 민낯을 모두 온몸으로 지켜보면서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서 스스로 한문교육을 떨쳐내고서 새길을 나섰고, 새길을 나서면서 “암글이자 아해글로 뒷전에 밀린 훈민정음을 온글(누구나 쓰는 글)로 삼는 길”을 펴자고 생각했다. 일찌감치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 이녁 집안부터 성평등으로 보금고, 독립운동에 한몸을 바치는 길에 서면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 배울 때라야 홀로서기를 이룬다”고 새롭게 깨달아 ‘한글’을 누구나 쉽고 즐겁게 쓸 수 있는 뼈대를 세우고 밑틀을 닦고, 이 모두를 가르치는 첫 길잡이 노릇을 밤낮없이 했다. 이러다 보니 몸을 너무 많이 쓰고 말아 이른나이에 갑자기 숨이 끊어졌다. 그저 주시경 님 삶자취를 차분하게 그리기만 하면 되는데, 엉뚱하면서 틀린 대목을 끼워넣어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창작’이란 허울에 사로잡힌 탓일까? 창피하고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시경은 가방 대신 보따리를 들고 다녔어. 가방 살 돈이 부족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짐이 워낙 많아 가방에 다 넣을 수가 없었거든. (6쪽)

→ ‘신학문·서양’을 좇는다면서 구두에 양복을 걸치는 겉모습으로는 홀로서기(독립)를 할 수 없다고 여긴 주시경 님이다. 그래서 일부러 ‘가방 아닌 보따리’를 들었고, 먼길도 씩씩하게 걸어다니면서 길잡이(교사) 노릇을 했다.



고종 임금님이 다스리던 그 당시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조선 팔도에 단 한 사람도 없었어. 당연히 영어를 통역해 줄 사람도 없었고. (7쪽)

→ 터무니없는 말이다. 여러 나라 선교사가 일찌감치 들어왔고, 천주교도 일찌감치 들어오면서, 이웃말(외국말)을 익힌 조선사람이 꽤 있었다. 천주교와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일본사람은 진작 이 땅에 들어왔고, 일본사람이 쓰던 ‘일본 영어책’을 본 조선사람도 많다.



“소리글자라면 세종 대왕께서 만든 언문 같은 거 아닙니까?” …… “긴 머리는 낡은 풍습입니다. 긴 머리를 치렁치렁 땋고 다니면 우리의 사고방식도 변하지 않습니다.” 배제학당 선생의 말이다. (35, 39쪽)

→ 주시경 님은 배제학당 길잡이 말을 듣고서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서당을 다니다가 머리를 잘랐다. 서당을 다니며 한문을 배우던 어느 날, ‘조선말’로 새기고 읽으면 쉽게 마칠 텐데, 억지로 한문을 오래 길게 배우느라 우리나라가 무너진다고 깨달아, 모든 낡은 틀하고 끊는다는 뜻으로, 집안마저 끊겠다는 다짐으로 머리를 잘랐다. 엉터리 이야기를 동화에 끼워넣지 말 노릇이다.



시경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들처럼 전차를 탈 수도 인력거를 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거리에서 떡 하나를 사 먹으려 해도 돈이 없어 굶기 일쑤였다. (46쪽)

→ 지난날에 전차나 인력거를 타는 사람은 드물었다. 거의 다 걸어다녔다. 가난해서 걸어다녔다기보다, 누구나 으레 걸었을 뿐이다. 걸어다니던 사람을 다 ‘가난뱅이’로 몰아넣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거리에서 떡을 사먹는다는 대목은 뭔가? 왜 사먹어야 하는가? 지난날 사람들은 으레 걸어다니고, 주전부리도 딱히 안 했다. 요새야 사람들이 가까워도 버스에 전철을 타고, 군것질도 자주 한다지만, 이런 요새 모습을 지난날 삶에 억지로 끼워맞춰서, ‘주시경하고는 안 얽히는, 그야말로 없던 얘기’를 만들지 말 노릇이다.



“문법에 맞게 썼는지 그르게 썼는지 판단할 기준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훈민정음 연구에 평생을 바칠 각오를 세웠습니다.” 시경은 출판사에서 자기 할 일을 하면서 틈틈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헐벗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50쪽)

→ 말을 담는 글이요, 말은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배웠다. ‘말법(문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말법’을 갈무리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말법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글(훈민정음)을 살피는 길을 가는가? 도무지 앞뒤조차 안 맞는 이런 뜬금없는 대목을 왜 집어넣는가? 이렇게 하면서 ‘헐벗’을 우러르도록 줄거리를 짜야 하는가? 주시경 님은 ‘훈민정음 연구에만 온삶을 바치’지 않았다. ‘훈민정음 연구도 했’다. 한겨레 모든 사람이 제 뜻과 생각과 넋을 우리글에 수월하게 담고서 나누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길에 온삶을 바쳤다.



“박사님, 저나 아랫사람을 시키시지, 손이 더러워졌습니다.” 서재필은 그 말을 듣더니 껄껄 웃었다. “이봐 시경 군, 나는 미국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네.” (64쪽)

→ ‘낡은틀(고루한 전통)’을 일찌감치 끊은 주시경 님이 “저나 아랫사람을 시키시지”처럼 말했을까? 동화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마구 끌어들여도 되는가? 댕기머리만 끊는대서 낡은틀을 끊는 삶이 아니다. 주시경 님은 집에서도 ‘성평등’을 폈는데, 무슨 윗사람·아랫사람으로 가르는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넣는가?



아무리 양반 제도가 없어지고 만백성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평복이 서재필과 나란히 앉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79쪽)

→ 이 동화책이 ‘한글을 지킨 주시경’을 다루는 줄거리가 맞는가? ‘평등이란 길을 삶에서 펴지도 못 한 바보’를 그리는 줄거리 아닌가? 터무니없는 대목이라 말조차 안 나온다.



국어사전 (92쪽 그림)

→ 나라이름을 ‘조선’으로 쓰던 그무렵에는 ‘조선말사전’이나 ‘조선어사전’ 같은 이름을 붙였다.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대목을 헤아린다면 ‘한글사전’이라든지 ‘한글모이’처럼, 또는 ‘말모이’처럼 글씨를 넣어야 알맞을 텐데.



+


조선 팔도에 단 한 사람도 없었어

→ 이 나라에 한 사람도 없었어

→ 우리나라에 한 사람도 없었어

7쪽


쑥보다 더 새파란 청개구리 한 마리가

→ 쑥보다 더 푸른 풀개구리 한 마리가

11쪽


어깨동하는 친구, 동무라고요, 나의 벗

→ 어깨동무하는 사이, 동무라고요, 벗

20쪽


주경야독 주시경! 옛사람은 낮에 밭 갈고 밤에 글 공부했는데

→ 낮일 밤배움 주시경! 옛사람은 낮에 밭 갈고 밤에 배웠는데

47쪽


아르바이트는 하루 종일 일하지 않습니다

→ 곁일은 하루 내내 일하지 않습니다

→ 틈새일은 하루 내내 일하지 않습니다

4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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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 15가지 유형으로 알아보는 종류별 해변 쓰레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마이클 스타코위치 지음, 서서재 옮김 / 한바랄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9.27.

숲책 읽기 204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마이클 스타코위치
 서서재 옮김
 한바랄
 2023.3.27.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마이클 스타코위치/서서재 옮김, 한바랄, 2023)을 뜻깊은 꾸러미입니다. ‘남’이 아닌 ‘우리’가 스스로 알게 모르게 버린 것이 바닷가에 어떻게 모이는가를 보여줍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후쿠시마 구정물을 바다에 버린다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갖은 구정물을 바다에 몰래 또는 그냥 버렸습니다. 다른 이웃나라 중국도 숱한 구정을을 끝없이 바다에 마구 버립니다.

  엉터리 일본도 나무랄 노릇이면서, 우리 민낯을 들여다볼 뿐 아니라, 중국이 두고두고 해오는 막짓을 함께 바로잡을 일입니다.

  어느 한 나라만 더럽히지 않는 바다입니다. 구정물 한 가지만 바다를 더럽히지 않습니다. 바다에 때려박은 ‘해상태양광·해상풍력’도 바다를 더럽힙니다. 김을 다루면서 바다에 펑펑 버리는 염산도 바다를 더럽힙니다. 전남 고흥 나로에서 펑펑 쏘아대는 ‘미사일’도 바다를 끔찍하게 망가뜨립니다. 논밭에 으레 뿌리는 풀죽임물도 흙에 섞이고 스미다가 냇물로 옮겨서 어느새 바다로 깃들어 더럽힙니다.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에는 구정물이나 풀죽임물을 다루지는 못 합니다만, 크고작은 갖은 쓰레기가 바닷가에 얼마나 많은지 잔뜩 보여줍니다. 우리는 ‘바다빗질’을 할 수 있을까요? 머리카락을 고르면서 반들반들 추스르듯, 바다와 바닷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터로 거듭나도록 빗질(손질)을 할 마음을 낼 수 있을까요?

  곰곰이 보면, 우리 마음부터 이미 망가지고 무너지고 더럽기에, 우리 말도 어느새 망가지고 무너지고 더럽고, 시나브로 땅이며 바다이며 하늘도 망가뜨리고 무너뜨리고 더럽힌다고 느껴요. 스스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짓는 숨결을 일으켜야지 싶습니다. 스스로 우리말을 맑고 밝게 가꾸는 눈빛을 길러야지 싶습니다. 바다하고 숲은 하나요, 사람하고 숲하고 바다도 하나입니다. 그리고 하늘하고 바다하고 뭍도 하나이고, 모든 숨결은 하나입니다. 말 한 마디도 씨앗으로 깃들어 우리 삶과 삶터를 바꿉니다.

ㅅㄴㄹ

#TheBeachcombersGuidetoMarineDebris #MichaelStachowitsch


주로 해변을 통해 바다와 연결된다
→ 바닷가를 거쳐 바다와 잇는다
→ 갯벌로 바다와 잇닿는다
9쪽

여러분이 해변 청소 활동에 참여하고 있건
→ 여러분이 바다쓸기를 함께하건
→ 여러분이 바다치우기를 하건
→ 여러분이 바다빗질을 하건
14쪽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나라 사람이 읽더라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어느 나라 사람이 읽더라도 받아들일 만하리라고 생각한다
21쪽

각종 해양 쓰레기를 대분류와 소분류로 나누어 정리했다
→ 온갖 바다 쓰레기를 크고 작게 나누었다
→ 숱한 바다 쓰레기를 큰갈래와 작은갈래로 묶었다
22쪽

수영복과 모자, 신발, 슬리퍼
→ 헤엄옷과 갓, 신발, 끌신
24쪽

해변 근처의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처럼 해변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 바닷가 술집에서 일하는 술지기처럼 바닷가로 오가는 사람들도 있다
→ 바닷가 술집 맛잡이처럼 바닷가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27쪽

해변은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다
→ 바닷가는 살아 움직이는 숲이다
28쪽

쓰레기의 종류와 유형을 살펴보고 이것이 왜 문제인지 이야기 해보자
→ 쓰레기 갈래를 살펴보고 왜 골치인지 이야기해 보자
33쪽

대다수의 해양 쓰레기가 얕은 연안 해역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 바다 쓰레기가 얕은바다에 모였기 때문이다
37쪽

요트를 타는 사람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는 것이 ‘쿨한’ 일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 나들배를 타는 사람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며 ‘멋’이라고 잘못 알기도 한다
→ 마실배를 타는 사람은 바다에 쓰레기를 휙 던지면 ‘도도하다’고 넘겨짚기도 한다
53쪽

적재된 컨테이너가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 꽉 찬 짐칸이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 큰짐이 통째로 바다에 빠지기도 한다
57쪽

올바른 쓰레기 처리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 올바로 버리기는 언제나 뒤로 밀린다
→ 올바로 치우기는 언제나 다음으로 밀린다
61쪽

많은 제품은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거듭날 수 있다 …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업사이클링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 숱한 살림은 아주 다르게 거듭날 수 있다 … 온누리에는 참으로 온갖 살려쓰기가 있다
→ 숱한 살림은 아주 다르게 거듭날 수 있다 … 우리는 가없이 거듭쓰기를 할 수 있다
71쪽

많은 해변에서는 이용수칙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 여러 바닷가 알림판에
→ 적잖은 바닷가 알림판에
84쪽

인터넷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씨글라스 활용법이 있으니
→ 누리판에는 바다몽돌을 다루는 길이 셀 수 없이 있으니
→ 누리밭에는 바다조약돌을 살리는 길이 숱하게 있으니
→ 누리바다에는 물살몽돌을 누리는 길이 잔뜩 있으니
99쪽

금속은 어떻게 해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 쇠붙이는 어떻게 바닷가에 올까
→ 쇳더미는 어떻게 바닷가에 이를까
116쪽

매설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뢰에 의해서도
→ 파묻은 지 오랜 펑 때문에도
→ 묻은 지 오랜 밑펑 탓으로도
117쪽

과연 얼마나 될까? 어느 추정에 따르면 그 수는 대략
→ 참말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 얼마나 될까? 얼추
151쪽

타이어는 엄청난 맷집을 지녔다
→ 바퀴는 맷집이 엄청나다
→ 바퀴는 맷집이 세다
159쪽

살림에 쓰이는 가재도구는 자주 사용되는 탓에 닳고 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집살림은 자주 쓰는 탓에 닳고 해진다
→ 집안살림은 자주 쓰는 탓에 닳고 해진다
242쪽

실수로 버려진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투기한 것일까
→ 잘못해서 흘렸을까, 아니면 일부러 버렸을까
→ 어쩌다 흘렸을까, 아니면 내던졌을까
383쪽

바다에는 온갖 어구를 적재한 어선이 통째로 침몰하기도 한다
→ 바다에는 온갖 그물을 실은 배가 통째로 가라앉기도 한다
→ 바다에는 그물살림을 실은 배가 통째로 가라앉기도 한다
→ 바다에는 그물붙이가 가득한 배가 통째로 갈앉기도 한다
413쪽

팔레트가 대부분 재사용될 수 있고, 돈이 되며, 대여도 가능하다면
→ 밑나무를 거의 다시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릴 수 있다면
→ 밑판을 으레 되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줄 수 있다면
→ 받침을 늘 물려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갈 수 있다면
→ 받침판을 거듭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릴 수 있다면
→ 받침나무를 되쓸 수 있고, 돈이 되며, 빌려쓸 수 있다면
453쪽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 중에서도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
→ 많이 거두는 쓰레기 가운데 언제나 첫째를 차지한다
→ 언제나 가장 많이 거두는 쓰레기이다
513쪽

조금 더 익숙한 표현을 찾아보자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 조금 더 익숙한 말씨를 찾아보기로 했다
→ 조금 더 익숙히 쓸 말을 찾아보았다
5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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