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 어린이를 위한 생명철학
오치 노리코 글, 사와다 토시키 그림 / 예림당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2.4.

숲책 읽기 216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오치 노리코 글

 사와다 토시키 그림

 이은경 옮김

 예림당

 2009.9.10.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오치 노리코/이은경 옮김, 예림당, 2009)를 곰곰이 읽습니다. 우리 숨결이 어떻게 비롯하면서 오늘에 이르는가를 상냥하게 들려주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도 고래도 잔나비도 고양이도 젖먹이입니다. 덩이를 이룬 몸을 낳아서 천천히 돌봅니다. 그런데 젖을 물리는 숨결도 처음부터 큰덩이를 이루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모두 낱알입니다. 낱으로 씨앗 한 톨이던 숨결이다가, 어느 날 새롭게 나아가려고 하나로 만나서 깨어나요.


  암수라고 합니다. 암꽃하고 수꽃이 있습니다. 암나무만으로는 살지 않고, 수나무 혼자 씨앗을 맺지 않습니다. 뭇숨결은 암수가 사랑으로 만나서 한빛을 이루고, 순이돌이는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엄마아빠라는 새빛으로 어버이라는 길을 걸어갑니다.


  높은자리란 없습니다. 낮은자리도 없습니다. ‘가시버시’나 ‘암수’나 ‘어버이’처럼 오랜 우리말은 모두 순이(여성)를 앞에 놓습니다만, 높이려는 뜻이 아닌, 숨결이 처음 태어나는 빛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순이 다음에 돌이(남성)를 놓는데, 낮추려는 뜻이 아닌, 둘이 나란히 걸어갈 적에 아기를 낳아 보살핀다는 뜻입니다.


  두 손을 서로 잡고, 두 발을 맞추어 걷고, 두 눈으로 나란히 보고, 두 귀로 가만히 듣습니다. 둘은 두레를 이루지요. 둘은 둥그렇게 어울려 동무이지요. 동무로 지내면서 돕고 돌아볼 줄 아니까 동그마리를 그리면서 티없고 아름답습니다.


  씨앗도 열매도 거의 동글동글하거나 둥그스름합니다. 모든 숨결은 모가 나지 않는 동그란 빛이며 무늬로 어울리기에 사랑을 맺는다는 뜻입니다. 웃사내도 웃가시내도 없이, 웃음짓는 순이돌이로 만나기를 바라요. 우리 아이들은 웃질이 아닌 웃음꽃을 물려받아서 한울(하늘) 같은 마음으로 피어날 작은 씨앗입니다.


ㅅㄴㄹ


코끼리 알이 있을까요? 코끼리는 새끼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코끼리도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는 알이었습니다. 사람도 똑같아요. 여러분도 나도 처음에는 알이었답니다. (11쪽)


산에는 산짐승이 들에는 들짐승이 강에는 물고기가 바다에는 바다 생물이 있습니다. (44쪽)


길가의 흙 한 줌에는 훨씬 더 많은 생물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52쪽)


모든 사람에게는 엄마가 있습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지요 … 모두 한 엄마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를 좀더 따라가다 보면 참깨알만 한 작은 개미나, 광장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도 아주 오래전에는 형제였습니다. (92, 93쪽)


+


생명의 시작은 매우 작습니다

→ 첫 숨결은 매우 작습니다

→ 목숨은 처음에 매우 작습니다

6


연못의 물을 현미경으로 본 적이 있나요

→ 못물을 키움눈으로 본 적이 있나요

27


미생물은 대부분 분열을 통해 그 수를 늘립니다

→ 작은숨결은 거의 갈라서 늘립니다

→ 작은이는 으레 몸을 나눠서 늘립니다

27


단지 한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생물이었다는 건 확실하지요

→ 틀림없이 오직 낱 하나로 이룬 아주 작은 숨결이었지요

38


진화하면서 이 부레가 폐로 바뀌었지요

→ 거듭나며 이 부레가 허파로 바뀌지요

55


광장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도 아주 오래전에는 형제였습니다

→ 너른터에 있는 커다란 부채나무도 아주 옛날에는 하나였습니다

→ 너른뜰에 있는 커다란 부채나무도 아주 예전에는 이웃이었어요

→ 너른마루 커다란 부채나무도 아주 옛적에는 동무였습니다

→ 너른누리 커다란 부채나무도 아주 옛날에는 한집이었어요

93


사람은 포유류에 속합니다

→ 사람은 젖먹이입니다

→ 사람은 젖먹이짐승입니다

11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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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목눈이 성장기 너는 나다 - 십대 2
오영조 지음 / 자연과생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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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28.

숲책 읽기 201


《도시 오목눈이 성장기》

 오영조

 자연과생태

 2023.5.1.



  《도시 오목눈이 성장기》(오영조, 자연과생태, 2023)를 읽었습니다. 새바라기를 하는 우리 집 아이들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러나 셋 모두 가늘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어떤 눈으로 담느냐에 따라 확 갈린다고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오목눈이나 참새나 박새한테는 ‘시골’도 ‘서울(도시)’도 없습니다. 큰새도 작은새도 그저 ‘삶터’를 바라봅니다. 시골하고 서울을 가르는 눈금은 바로 서울내기 마음입니다. 우리가 새를 바라보려 한다면, 서울내기 아닌 시골내기로서 서로 이웃하는 마음일 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새는, 새롭게 빛나며 노래하는 이웃입니다. 새는, 하늘하고 땅 사이를 이을 뿐 아니라, 숲하고 마을 사이를 잇는 숨결입니다. 사람은, 사랑이 어떻게 몸을 다스리면서 삶을 여는 살림길로 나아가는가를 밝히는 숨빛입니다. 이런 얼거리를 먼저 헤아리고서 ‘새를 바라보는 우리(사람)’라는 눈길을 되찾는다면, “오목눈이 지켜보기”는 사뭇 다르겠지요.


  사랑으로 지켜보면 하나도 안 고됩니다. 사랑으로 바라보는 나날이라면, 갓 태어난 아기한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채우고 소꿉을 같이 놀며 누리는 나날이 매우 짧다고 느껴요. ‘성장기’란 무엇일까요? 아기를 지켜보고 돌보는 동안 어버이도 함께 배우기에 ‘돌봄글(성장기록·육아일기)’입니다.


  새하고 사귀려면 새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들으면서, 새하고 수다를 떨면 되어요. 새하고 사귈 마음이 아닌, ‘과학 관찰 기록’만 하려고 하니 고될 뿐 아니라, 겉훑기에서 맴돌고 맙니다. 부디 ‘도시사회 눈금’으로 새를 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열 살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씨로 ‘글’을 적어야겠지요.


ㅅㄴㄹ


오늘은 암수 합해서 총 810분 동안 134번 먹이를 물어 날랐다. 평균 6분마다 한 번씩 먹이를 준 셈이다. (83쪽)


+ + +


오목눈이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은 꽤 고됐습니다

→ 오목눈이 살림을 지켜보고 적는 일은 꽤 고됐습니다

5쪽


오목눈이 부부가 서로 격려하며 둥지를 짓는 모습

→ 두 오목눈이가 서로 북돋우며 둥지를 짓는 모습

5쪽


관찰자가 있다는 걸 오목눈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행동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오목눈이를 누가 지켜보는 줄 몰라야 합니다

→ 오목눈이를 지켜보지 않는 듯 굴어야 합니다

11쪽


오목눈이 둥지를 관찰한 건 일곱 번이다

→ 오목눈이 둥지를 일곱째로 지켜본다

25쪽


다양한 재료를 물고 둥지 안으로 들어간다

→ 여러 가지를 물고 둥지로 들어간다

32쪽


산란 2일째

→ 둥지 이틀

→ 낳고 이틀

43쪽


포란 2일째. 어제 오후부터 알을 품는다는 걸 알았기에

→ 품기 이틀째. 어제 낮부터 알을 품는 줄 알았기에

55쪽


수컷은 그 주변에서 삼엄하게 호위한다

→ 수컷은 둘레에서 매섭게 돌아본다

75쪽


이런 행동은 공식 같다

→ 꼭 이렇게 움직인다

89쪽


경계하랴 미처 깃털 정리할 시간도 없는지

→ 살피랴 미처 깃털 추스를 짬도 없는지

91쪽


가장 바쁜 시간대는 밤새 허기진 새끼들 배를 얼른 채워야 하는 오전 5시

→ 가장 바쁜 때는 밤새 굶은 새끼들 배를 얼른 채워야 하는 새벽 다섯 시

93쪽


깔끔한 모습이다. 또 금방 헝클어지겠지만 잠시라도 단정한 모습을 보니

→ 깔끔한 모습이다. 또 곧 헝클어지겠지만 제법 깔끔한 모습을 보니

97쪽


겉모습만 봐서는 부모인지 헬퍼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 겉모습으로는 어버이인지 도움이인지 가리기가 어렵지만

99쪽


입구 쟁탈전

→ 들머리 다툼

→ 길목 싸움

111쪽


새끼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

→ 새끼가 처음으로 날았다

1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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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4
이유미 지음, 장고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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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28.

숲책 읽기 213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글

 장고딕 그림

 철수와영희

 2023.10.14.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책이름에 붙는 그대로 ‘앞빛(미래 세대)’을 헤아려야 할 오늘날입니다. 머잖아 꼰대(기성세대)가 될 어린이나 푸름이가 아닌,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이야기를 남길 노릇입니다.


  풀밥(채식)이나 들빛(동물권) 이야기는 뜻있습니다. 그런데, 풀밥에 앞서 밭살림을 먼저 다룰 노릇이고, 들빛에 앞서 숲살림을 먼저 살필 일입니다. 가게에서 풀만 사다 먹기만 하면 되는 풀밥이 아닙니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누구나 ‘마당이랑 텃밭’을 누려야 합니다. 귀염짐승이나 곁짐승만 바라보는 길이 아닌, 모든 숲이웃을 헤아릴 일입니다.


  그러니까 “채식과 동물권”이 아닌 “밭살림과 숲살림”을 들려줄 적에 비로소 어른스러우리라 봅니다. 씨앗을 어떻게 묻는지, 싱그러이 숨쉬는 흙은 어떤 빛깔이고 냄새인지, 풀잎을 함께 누리는 풀벌레랑 애벌레를 어떻게 마주할 적에 슬기로운지, 나비하고 벌은 우리 곁 어디에 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야겠지요. 그리고 풀을 가게에서 사다 먹을 적에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짚고, 밭살림을 하는 우리 마음에 사랑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가를 알려줄 노릇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어버이가 사는 곳에서 함께 지냅니다. 그러나 앞으로 스스로 제금을 날 만하니, 앞빛으로 살아갈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서울 잿집(도시 아파트)’이 아니라, ‘시골 흙집’에서 살아갈 길을 알려주고 밝힐 일이에요. 우리가 스스로 서울(도시)을 떠나고 잿집(아파트)을 버리면 들빛(동물원)은 아주 저절로 살아납니다. 목소리만 높이는 들빛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먼저 스스로 서울을 떠나고 잿집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들빛을 말해야 옳습니다.


  서울이라는 데에는 사람이 조금만 남는다면, 사람들 누구나 시골에서 저마다 다르게 도란도란 들살림에 밭살림에 숲살림에 멧살림에 바다살림을 짓는다면, 풀밥이나 들빛 이야기는 아주 쉽고 부드러이 스며들게 마련입니다. 비록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울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펴는 눈금은 ‘시골’로 맞추어야 무엇이든 하나씩 천천히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ㅅㄴㄹ


다른 생명들의 삶의 터전인 무성한 숲은 경작하기 좋은 평평한 땅으로 변해갔어요. 숲에 살던 동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36쪽)


땅과 하늘, 바다와 대기, 지구의 동식물과 인류는 모두 하나로 연결돼 움직이고 있어요. (50쪽)


인류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생명 존중은 없습니다.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재료, 소모품, 대체품, 즐길거리에 지나지 않아요. (78쪽)


너무 빠른 속도 때문인지 사람들의 의식까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117쪽)


+


오늘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 오늘이 놀랍습니다

→ 오늘이 대단합니다

5쪽


지금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별이기도 합니다

→ 오늘 가장 모진 나날을 보내는 별이기도 합니다

5쪽


인간의 힘이 아무리 위대해도 자연 현상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 사람힘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아치면 손도 못 씁니다

→ 우리 힘이 아무리 커도 숲한테 꼼짝을 못 합니다

12쪽


지구는 빠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 푸른별은 빠르게 자랐습니다

→ 푸른별은 휙휙 컸습니다

21쪽


지구는 생명을 잉태하고,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은 다시 지구가 건강하도록 기여한 것입니다

→ 푸른별은 숨결을 낳고, 푸른별에서 태어난 숨결은 다시 푸른별을 살렸습니다

→ 푸른별은 숨빛을 낳고, 푸른별에서 태어난 숨빛은 다시 푸른별을 북돋았습니다

22쪽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어요

→ 끔찍하게 죽었어요

→ 슬프게 목숨을 잃었어요

36쪽


인간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수정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곪은 데를 찾아 바로잡지 않습니다

→ 우리는 곯은 곳을 찾아 고치지 않습니다

69쪽


그때그때 수습하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 그때그때 때워요

→ 그때그때 매만져요

→ 그때그때 다듬어요

69쪽


수족관의 돌고래가 제 수명대로 살 리도 없습니다

→ 물살이터 돌고래가 제 목숨대로 살 턱도 없습니다

→ 물마당 돌고래는 제 숨결대로 살 일도 없습니다

79쪽


한 끼 음식의 선택에도 이렇게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습니다

→ 한끼를 골라도 이렇게 말썽이 많을 수 있습니다

→ 한끼를 먹는데도 이렇게 나쁠 수 있습니다

1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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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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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1.19.

숲책 읽기 212


《초록의 공명》

 지율

 삼인

 2005.11.10.



  《초록의 공명》(지율, 삼인, 2005)을 곰곰이 되읽습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에 굴을 파려는 ‘노무현 나라’가 삽질을 자꾸 해대면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려는 짓을 제발 멈추기를 바라던 뜻을 돌아봅니다. ‘노무현 나라’에서 ‘으뜸 곁지기’ 노릇을 하던 분은 뒷날 ‘문재인 나라’를 폈고, 꼭두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천성산 곁에 큰집’을 지어서 산다지요.


  감자는 흙에 묻습니다. 고속도로·기찻길·공항·아파트에는 감자를 못 묻습니다. 벼도 흙에 심습니다. 논밭이어야 벼도 감자도 가꿉니다.


  사람은 감자나 벼만 먹고서 살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버스나 기차를 탈 테고, 쇳덩이(자동차)를 몰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적잖은 길을 숱하게 팠고 냈고 뚫었고 놓았습니다. 온나라를 보면 부릉부릉 치달리는 길이 대단히 넓고 많습니다. 설이나 한가위에는 어느 길이든 막히게 마련이지만, 한 해 내내 거의 텅텅 비는 길이 온나라에 수두룩합니다.


  왜 더 뚫어야 하는지 물어보려는 마음을 담은 《초록의 공명》입니다. 그러나 ‘노무현·문재인’ 두 분은 대꾸를 안 했습니다. 그저 이라크에 싸울아비(군대)를 보냈고, 그저 경남 양산에 큰집을 지었습니다. 지킴이(경호원)를 두어야 하니 집이 커야 할까요? 그러면 왜 지킴이를 두어야 할까요? 두 사람이 살아갈 시골집은 20평이어도 넓습니다. 시골에 넘쳐나는 빈집을 조금 고쳐서 살면 됩니다. 우리나라 벼슬아치는 어쩐지 목돈 모으기를 즐기고, 어쩐지 큰집에 큰쇠(대형자동차)를 거느리기를 좋아하더군요.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스스로 모든 돈을 나라에 내놓고서, 다달이 나라꽃돈(국민연금)과 어른꽃돈(노인연금) 두 가지만 받을 줄 아는 ‘예전(전임)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는 언제쯤 나올까요? 큰쇠를 안 몰고서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두다리로 걷는 일꾼은 언제쯤 나올까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안 태어날 만합니다. 기껏 이 나라에서 태어난들 어릴 적부터 ‘학원 뺑뺑이’에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기다립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뭘 물려받는지요? 들숲바다를 자꾸 밀어내고 풀꽃나무를 자꾸 죽이는 막삽질을 물려받아야 하나요? 삽질은 가끔 할 일이지만, 한 해 내내 노상 삽질만 해대면 풀꽃나무가 어떻게 자라는가요?


  사슬에서 풀려난 박근혜 옛 나라지기는 아주 새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스스로 걷어찼더군요. 깃들 집이 이 나라에 왜 없겠습니까. 지난날을 뉘우칠 마음이라면 전라남도 시골 한켠 12평 조그마한 오두막 한 채를 빌려서 살면 됩니다. 손수 씨앗을 심고 밭일을 하면서 마을할매하고 동무하면 됩니다. 이런 길을 새로 걸으려 했다면 그분 스스로 푸른빛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날개돋이를 할 만했겠지요.


  양산에 선 〈평산책방〉에 《초록의 공명》을 놓았을까요? 《초록의 공명》뿐 아니라 ‘알도 레오폴드’,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 앙리 파브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페트라 켈리’, ‘존 무어’, ‘이와사키 치히로’, ‘엘사 베스코브’, ‘완다 가그’, ‘윌리엄 스타이그’, ‘기무라 아키노리’, ‘블라지미르 메그레’ 같은 이들이 남긴 책을 한켠에 곱게 놓고서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허울뿐인 풀빛은 ‘풀빛척(그린워싱)’입니다. 풀빛인 척하지 말고, 그저 스스로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벌나비랑 이웃하는 하루를 지을 줄 알아야 들사람(자연인)으로 거듭나겠지요.


  지율 스님은 ‘도룡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도룡뇽도 함께 살아가는 들숲을 바라보지 않으면, 사람나라부터 망가진다’고 속삭였습니다.


ㅅㄴㄹ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님들이 이야기하는 개혁과 진보,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명과 평화는 바퀴의 두 축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그때 수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정치에 발을 담지 않았으면 저를 위해 변호를 하셨을지도 모르겠다고. (8쪽)


천성산 끝자락 조용하고 아늑한 개곡리 마을에서 70년을 살아오신 두 분께서 내일 노포동 장에 낼 산동초를 캐시면서 “이제 이 동리는 못쓰게 된기여. 저렇게 나무를 베고 산을 파헤치고 있으니 어디 사람이 살것서. 시님, 이제라도 막을 수 있것소.” 물으신다. (14쪽)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물음처럼 어리석다. (21쪽)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쪽)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그나마 주춤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53쪽)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400조 원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58쪽)


사실, 책읽기를 게을리 하는 저로서는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기에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정생 선생님의 무너질 듯한 오두막으로 발길하면서 오래전에 잊혀진 길을 더듬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 낡은 의자를 권하시면서 선생님께서는 “단식 50일이 넘어가자 이젠 그만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리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연이 병들면 사람도 병이 드는데, 조금 더 불편하고 덜 가지면 모든 사람이 부족함이 없을 텐데 요즘 사람들은.”이라고 말씀하시며 끝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228쪽)


저는 처음으로 이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읽어가다가 저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두세 시간 동안 한 사람이 40∼50개의 글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270쪽)


+


지난번 단식 중 제 방을 찾아온 문재인 수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 지난 밥끊기에 제 칸을 찾아온 문재인 님한테 말씀했습니다

→ 지난 밥굶기에 저한테 찾아온 문재인 지기한테 여쭈었습니다

8


자연의 권리의 주체가 누구인가

→ 숲빛은 누가 임자인가

→ 숲살림은 누구 몫인가

21


서울 근교에 있는 작은 수녀원에 들어와 행장을 풀었습니다

→ 서울 가까운 작은 믿음집에 들어와 짐을 풀었습니다

→ 서울 곁 작은 빛바라기집에 들어와 짐붙이를 풀었습니다

34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게 하루만 남는다면 이 꽃밭에 앉아 꽃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2


이미 수차례나 약속을 파기하고 단 한 번도 신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조정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 이미 여러 판 다짐을 깨고 믿음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길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 이미 다짐을 자꾸 뒤집어 아주 미덥지 않은 사람들과 맞춤길을 여밀 수 있을까요

53


이제까지 힘과 권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 이제까지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던 그들이

→ 이제까지 무엇이든 힘을 앞세우던 그들이

53


삼림이 국토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 숲이 나라에서 68푼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 숲이 제 나라 68눈금을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58


일본에서는 산의 효율적인 가치를 우리의 10배인

→ 일본에서는 멧자락 값어치를 우리 열 곱인

→ 일본은 멧숲을 우리 열 갑절 값어치인

58


선생님에 대하여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습니다

→ 그분을 넘겨짚지 않았습니다

→ 어른을 뻔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228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불타는 까닭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부아내는 뜻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270


그 댓글들은 대부분 50명 정도 되는 인원에 의해 하루 종일 계속 올려진 글들이었고

→ 덧글은 거의 쉰 사람쯤이 날마다 꾸준히 올렸고

2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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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내가 좋아하는 것들 9
박정미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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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3.10.25.

숲책 읽기 20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

 박정미

 스토리닷

 2023.4.1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박정미, 스토리닷, 2023)을 읽으면 시골이라는 터전을 싱그러우면서 새롭게 품으면서 사랑하려는 마음을 물씬 누릴 만합니다. 이 땅에서 시골은 서울(도시)보다 훨씬 넓고 크되, 시골사람은 매우 적어요. 서울(도시)에는 사람이 가득합니다만, 그리 안 넓고 안 큰 자리에 다닥다닥 몰려 살아요. 흔히들 “사람 많은 서울에 일거리가 많고 돈벌이가 많다”고 여깁니다. 옳은 말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서울에서 살아야지요. 이름을 날리려면 서울내기가 되어야 합니다. 힘을 거머쥐려 할 적에도 서울에 뿌리를 내릴 일입니다.


  시골도 일거리는 수두룩하되, 서울과 달리 시골에서는 돈벌이가 적습니다. 시골내기는 이름을 날리기 어렵거나 못 날립니다. 시골사람은 힘을 부리거나 다스리거나 펴지 않고, 거머쥐거나 붙잡지 않습니다.


  시끌벅적하게 살고 싶으니 서울사람이 됩니다. 조용하거나 고즈넉이 살고 싶기에 시골사람이 됩니다. 사람을 널리 사귀면서 돈도 이름도 힘도 얻고 누리면서 펴고 싶기에 서울사람으로 지냅니다.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면서 스스로 새롭게 깨어나고 피어나면서 눈뜨려는 마음을 틔울 뜻으로 시골사람으로 지내요.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그저 서울은 북새통일 뿐입니다. 시골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저 시골은 시원하며 고운 고장이요, 싱그러우면서 깊은 골이며, 샘물과 멧골을 품으면서 푸른 삶터일 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골》은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어떻게 하루하루 깃들며 새롭게 시골을 만나서 배우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배움거리인 시골이에요. 서울에도 배움거리는 많다지만, ‘서울 배움거리’는 죄다 ‘돈·이름·힘’하고 얽혀요. ‘서울 배움거리’는 ‘길들이는 틀’이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시골 배움거리’는 몽땅 ‘들·숲·바다’에 ‘풀·꽃·나무’입니다. ‘시골 배움거리’는 ‘살리는 빛’이기도 합니다.


  우리말 ‘끝’은 ‘꽃’하고 맞물립니다. 끝이요 끄트머리이기에 꽃이면서 꼬마입니다. 끝을 맺는 자리는 언제나 처음을 여는 길이곤 해요.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우면서 ‘끝’을 맺어요. 한해살이 끝을 맺지요. 풀과 나무는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맺은 뒤부터 고요히 쉽니다.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은 꽃씨를 맺고 열매를 내놓는 풀과 나무처럼, 봄에 눈뜨고 여름에 일어나고 가을에 일하고 겨울에 쉬면서 철빛에 물들어요. 철들어 가고 싶기에 시골살림을 짓습니다.


  그러면 서울사람은 철빛을 모를까요? 네, 그럼요. 서울사람은 철들지 않는 틀입니다. 서울사람한테는 ‘달종이 날짜(달력 숫자)’가 있을 뿐, 모든 철과 달과 날이 다르게 흐르는 숨빛이며 바람빛이며 별빛인 줄 못 느끼거나 안 쳐다봅니다.


  나무가 언제 움트는지 지켜보지 않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철들었다고 할까요? 나비가 어떻게 고치를 틀고서 애벌레 몸을 벗고서 날개돋이를 하는지 안 지켜보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슬기롭다고 할까요? 봄맞이로 찾아온 제비를 봄여름에 날마다 맞이하고 노래를 듣다가 가을에 배웅하는 철빛을 모르는 서울사람이 어떻게 어질다고 할 수 있나요?


  모든 다른 하루를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에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사이에 있는 숨결입니다. 사람이란, 사랑을 펴는 목숨입니다. 사람이란, 살림을 짓기에 살아가면서 사르르 녹일 줄 아는 숨빛입니다.


  다들 그냥그냥 ‘지방’ 같은 말을 쓰곤 하는데, 우리말에는 ‘지방’이 없어요. 우리말은 그냥 ‘시골’입니다. 시골이기에 시골말입니다. 시골말이기에 사투리입니다. 사투리란, 사람으로서 숲을 품고 삶을 사랑하기에 스스로 투박하게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살림말입니다.


  오늘날 서울을 봐요. 서울사람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지요? 쇳덩이(자동차)나 잿집(아파트)을 물려준들, 아이들은 몇 해를 건사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느 해가 지나면 와르르 허무는 쓰레기더미인 잿집(아파트)입니다. 쉰 해나 일흔 해는커녕 스무 해를 굴리기도 벅찬 쇳덩이(자동차)입니다.


  시골을 보셔요. 논밭은 즈믄해(1000년)도 거뜬합니다. 돌과 흙과 짚으로 지은 시골집은 온해(100년)뿐 아니라 두온해(200년)나 닷온해(500년)를 이어도 조금만 손보면서 즐거이 살아갈 만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품고 보고 배우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어른일 적에 사람다운 사람일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가며 하루를 지을 적에 사람다운 사람일까요? 우두머리(대통령)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지지만, 시골이 없으면 나라는 무너집니다. 벼슬꾼(정치인·공무원)이 없어도 나라는 안 사라지지만, 시골이 없으면 나라는 사라집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골은 새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개구리도 뱀도 모두 미워하거나 풀죽임물로 짓밟는 죽음터로 기울어요. 시골이 시골빛을 찾을 적에 나라가 나라다워요. 서울이 고개숙일 줄 알아야 나라가 반듯해요. 서울사람은 시골사람한테서 살림과 숲과 사랑을 어질게 배울 노릇입니다. 서울사람이 돈·이름·힘에 사로잡혀서 자꾸자꾸 넋을 잃고 헤매면서 벼슬을 움켜쥐기만 한다면, 다같이 죽음수렁에 잠기겠지요.


ㅅㄴㄹ


나무를 깎으면서 나무마다의 결과 색을 알게 되는 것이 즐거웠다. (26쪽)


시골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은 없고 계절이 있었다. 시간을 셀 틈도 없이 철이 돌아왔고, 철마다 먹어야 할 것,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40쪽)


몇 달을 오가시던 할아버지의 걸음이 뚝 끊겼고, 어느 날 아드님과 함께 책방에 나타나셨다.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으셨다. (63쪽)


희한하게도 할머니들의 수다가 계속될수록 일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92쪽)


시골에서는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편이 쉬웠다. (145쪽)


할머니들은 좋은 어른이셨다. 가르쳐 드리고 싶은 것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다. 평생 좋은 선생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좋은 할머니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159쪽)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는 제의에는 망설여졌다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묶자는 말에는 망설였다

→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고 할 적에는 망설였다

21쪽


누구보다 깊은 잠을 잤다

→ 누구보다 깊이 잤다

→ 누구보다 곯아떨어졌다

29쪽


육해공의 재료를 다 굽고 나면 불을 땐다. 불멍 시간이다

→ 물뭍하늘감을 다 굽고 나면 불을 땐다. 불멍이다

47쪽


도시에서는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유행인가 보다. 우리말로는 ‘쓰담달리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 서울에서는 달리다가 쓰레기를 줍는 ‘쓰다달리기’가 한창인가 보다

53쪽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한다

→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77쪽


내려와 처음 살았던 마을의 할머니 세 분이 오셨다

→ 와서 처음 살던 마을 할머니 세 분이 오셨다

85쪽


봉인이 해제되는 기분이 이런 걸까

→ 풀리는 마음이 이러할까

→ 빗장을 열면 이러할까

85쪽


열다섯 개의 택호 중에

→ 열다섯 집이름에서

→ 열다섯 집씨 가운데

86쪽


결국 죽게 만드는 마이너스 손

→ 끝끝내 죽이는 손

→ 끝내 죽이는 지움손

→ 마침내 죽이는 뺄셈손

101쪽


너무 원대한 꿈이었다

→ 너무 부푼 꿈이었다

→ 꿈이 너무 컸다

103쪽


어깨에 오십견을 얻고는 빵 만들기를 그만두었다

→ 어깨앓이를 얻고는 빵굽기를 그만두었다

150쪽


수업이 이루어졌다

→ 배운다

→ 가르친다

155쪽


저녁에 논길을 걸어다니시는 것이 걱정되어 상의를 드려 보아도

→ 저녁에 논길을 걸어다니시니 걱정스러워 여쭈어 보아도

156쪽


집이 구해지지 않아서 다른 마을로 이사해야 했지만

→ 집을 찾지 못해서 다른 마을로 떠나야 했지만

→ 집을 얻지 못해서 다른 마을로 옮겨야 했지만

163쪽


옆에 앉아 채반을 무릎에 얹고 블루베리 고르는 일을 거든다

→ 옆에 앉아 채그릇을 무릎에 얹고 파랑딸 고르기를 거든다

1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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