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 변화의 시대 조선 후기 조선 시대 깊이 알기
손주현.이광희 지음, 장선환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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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30.

맑은책시렁 277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손주현·이광희 글

 장선환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7.12.13.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손주현·이광희, 책과함께어린이, 2017)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던 무렵 저잣거리하고 나라살림을 엮어서 들려주려는 얼거리입니다. 고려가 어떤 나라였는지 얼핏 엿보려 하지만, 내내 조선이 새롭고 더 살기 좋다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그러나 고려나 조선이나 오늘날 우리나라 어느 쪽이 더 살기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나라이름이 바뀌고, 나라지기가 바뀌고, 벼슬꾼이 바뀔 뿐입니다. 나라지기는 으레 그들 스스로 가장 낫거나 훌륭하다고 여깁니다. 나라지기나 벼슬꾼이라는 자리에 서면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 안 섞입니다. 아니, 나라지기나 벼슬꾼은 처음부터 ‘사람들 사이’에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바쁘다든지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서 성가시다든지 이러저러해서 ‘사람들 사이’에 아예 없는 나라지기나 벼슬꾼이 많아요. 붓바치(작가·예술가)도 매한가지요, 이름꾼(연예인·유명인·스포츠 스타)도 ‘사람들 사이’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 없는 나라지기·벼슬꾼’이 나라틀을 짜고, ‘사람들이 맡을 몫이나 낼 낛(세금)’을 따지고 갈무리하고 거두어서 씁니다. 나라지기·벼슬꾼은 나라돈(예산)을 써서 나라일(행정)을 한다고들 하는데, 정작 ‘사람들 사이’에서 살지 않는 그들은 ‘사람들 살림새’를 모르는 터라, 나라돈을 함부로 쓰거나 빼돌려요. 고려이든 조선이든 오늘날이든 똑같습니다. 남녘·북녘도 똑같아요. 우두머리 자리에 있건 벼슬을 거머쥐었든 그들은 똑같이 ‘사람들 사이’가 아닌 ‘끼리끼리 담벼락을 쌓아서 못 넘보’도록 틀어막고 채찍을 휘두르지요.


  어린이한테 우리 옛자취를 들려주는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인데, 조선 무렵에 나리(양반)가 흙지기(농민)를 어떻게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업신여기거나 짓밟거나 가로채거나 우려먹거나 죽이거나 놀렸는지를 조금 더 차근차근 짚으면서 이 대목을 풀어내려고 했다면, 고려뿐 아니라 조선도 허울스러운 나라틀이라는 대목을 밝혔으리라 봅니다. 고려는 신라보다 낫지 않았고, 조선은 고려보다 낫지 않았으며, 오늘날 남북녘은 조선보다 낫지 않습니다. 모두 매한가지인 사슬이자 굴레입니다.


  우리가 돌아볼 옛자취하고 오늘자취는 ‘우두머리가 세운 나라틀’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저마다 손수 짓는 보금자리 살림새’여야 슬기롭고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조선왕조실록은 이제 걷어치우고, ‘글로 안 남았으나 몸마음에 남은 수수한 사람들 살림빛’ 이야기를 다루는 어린이책하고 어른책이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요즘 청의 간섭이 덜해져싸고 해도 도망친 포로 문제만은 길길이 뛰며 돌려보내라고 하니 조정도 어쩔 수 없다고 하오. 작년에 단체로 도망친 포로들을 모두 붙잡아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쳐들어오겠다고 엄포를 놓으니 우린들 어쩌겠소.” (35쪽)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부자가 된 농민은 땅을 사들이며 떵떵거리며 산다. 반면 고향을 떠나야 하는 농민도 생겼다. 예전에는 죽으나 사나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는데 말이다. 이들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도시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품을 팔아먹고 사는 노동자가 되었다. (77쪽)


이처럼 돈 주고 양반이 된 상민과 노비들이 많아지며 한때 조선 인구 절반을 차지하던 노비 수는 확 줄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양반의 권위는 툭 떨어졌다. 양반이라도 돈 없고 벼슬 얻지 못하면 양반 대우 못 받는다. (143쪽)



* 아쉬운 말씨 하나 (아쉬운 말씨는 많으나 하나만 골라서 손질해 놓는다)

그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장 중앙통을 능숙하게 걸어가는 한 조선 소년이 있다

→ 그 고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저잣길을 슬슬 걸어가는 조선 아이가 있다

→ 그 고을 저잣길 한가운데를 요리조리 걸어가는 조선 아이가 있다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손주현·이광희, 책과함께어린이, 2017) 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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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이 힘찬문고 10
임길택 글, 유진희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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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책 2023.1.30.

맑은책시렁 278


《수경이》

 임길택

 우리교육

 1999.12.15.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를 가만히 되읽었습니다. 1999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금조금 읽히는구나 싶은데, 이 작은 이야기꾸러미에 흐르는 시골빛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웃도 조금조금 늘려나 하고 어림해 봅니다.


  멧골마을에서 멧골아이 곁에 서면서, 멧골어른으로 같이 살면서, 살림빛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은 《수경이》입니다. 이 책이 나오던 무렵에도, 임길택 님이 글을 쓰던 무렵에도, 또 그때부터 스무 해가 훌쩍 지난 때에도, 시골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면서 시골빛을 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나날이 줄면서 사그라드는 시골빛이되, 서울을 떠나 시골에 깃들면서 시골노래를 글로 여미어 책을 내는 분은 조금조금 늘어납니다. 다만, 시골에서 조금 더 느긋이 풀꽃나무를 돌아보고 들숲바다를 품어 보고서 천천히 시골노래를 여미면 한결 나을 텐데, 다들 너무 서둘로 글을 쓰거나 책을 낸다고 느껴요.


  시골사람이 서울로 옮겨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이나 책으로 여민다고 생각해 봐요. 서울에서 한두 해 살아 보고서 서울살이를 글이나 책으로 여미면 얼마나 엉성하거나 서툴까요? 적어도 서울살이 열 해쯤 하고서 글이나 책으로 여미어야 ‘서울맛’을 조금 담아낼 만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옮긴 사람들도 매한가지예요. 적어도 ‘철갈이’라고 하는 ‘열 해’를 묵혀 보아야 이야기가 무르익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열 해면 들숲이 바뀐다(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얘기합니다.


  멧골내기로 살아가는 꿈을 키우다가 흙으로 돌아간 임길택 님은 누구보다 시골아이랑 시골어른을 바라보면서 글을 여미었고, 시골아이랑 시골어른하고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려는 마음을 키울 서울아이랑 서울어른을 그리면서 글을 써냈다고 느껴요.


  시골에서 짓는 시골빛이든, 서울에서 일구는 서울빛이든, 먼저 우리 스스로 살림빛으로 나아가는 사랑길일 적에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빛’이란 사랑으로 녹여서 새롭게 가꾸려는 숨결입니다. 이와 달리, 서둘러 선보이면서 팔아치우려 하거나 자랑하려 들거나 내세우려고 하는 자랑길로 간다면 ‘빚’이지요. 텅 빈 수레예요. 빈수레가 시끄럽다고 하듯, 무르익히지 않고서 내놓는 모든 글은 겉으로만 시끌벅적합니다.


  하느님은 틀림없이 하늘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마음에 빛나는 사랑이 흐르는 하느님입니다. 우리 겨레 이름이 ‘한겨레’인 뜻을 돌아봐요. ‘한 = 하늘 = 하나 = 큰 = 우리 = 해 = 오늘’인 얼거리입니다. 남(서울내기)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논밭을 지을 수 없어요. 스스로(시골내기) 오늘 하루를 사랑하려고 논밭을 짓습니다. 이리하여 수경이는 들숲을 헤치면서 들꽃을 그러모아 소한테 꽃걸이를 씌워 줍니다. 조그맣게 피어나는 사랑꽃을 속삭이는 작은 이야기꽃인 《수경이》입니다.


ㅅㄴㄹ


“우리가 그렇게 농사짓는다고 도시놈들이 알아주기나 할 줄 아는가?” “그들이 알아주라고 농사를 지어선 안 되지요. 하느님이 주신 우리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농사를 지어야지요.” “하느님 같은 소리 말게. 하느님이 밥 먹여 주는 게 아니여. 하느님이 있었다면 이날 이때까지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걸세.” (28쪽)


책을 떠듬떠듬 읽고, 가지고 온 사탕을 동무들과 나누어 먹으며 금주는 오학년을 마치고 육학년이 되었다. 그동안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금주는 ‘하느님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런 시를 쓰기도 했다. “어느 날 / 어머니랑 아버지랑 싸우실 때 / 나는 하느님한테 /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 싸우지 못하게 말려 주세요 하고 / 말씀드렸다.” (94쪽)


수경이는 잡목을 타고 오르던 댕댕이덩굴을 뜯어 둥그렇게 만들었다. 머루알 같은 댕댕이덩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찔레 열매도 꺾어서 꽂고 억새꽃도 끼워 꽃다발을 만들었다. 노란 마타리꽃은 한쪽에 따로 꺾어 놓았다. 소 목덜미를 긁어 주면서 수경이는 그 꽃다발을 소뿔에다 씌워 주었다. 소는 꼬마 주인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라도 하듯이 그 꽃다발을 뿌리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수경이가 마지막으로 마타리꽃을 꽂으니 소는 금방 들판의 왕이 되었다. (1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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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세상을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5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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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1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1.15.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이수정·홍윤표, 철수와영희, 2023)를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으뜸길(헌법)을 들려주는 책은 곧잘 나오는데, 막상 속깊이 다가가기보다는 겉에서 가볍게 짚고 지나가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일살림길(노동법)을 다루는 자그마한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는 우리 터전에 선 틀(법)이 무슨 뜻이나 값어치이며, 이러한 틀을 우리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서 헤아리고 가다듬으면서 삶터를 가꿀 만한가 하는 속내를 차분히 밝혀 줍니다.


  어느 틀이 서기에 나라·삶터·마을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무런 틀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다스릴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틀이 없이 누구나 어깨동무하며 아름다울 노릇입니다만, 틀이 없다는 핑계로 말썽을 일으키거나 검은셈을 키우는 무리가 있기에, 차근차근 틀을 세우곤 합니다.


  아직 일본스런 한자말 ‘노동’을 그대로 쓰고, ‘근로·근무’ 같은 한자말을 섞어서 쓰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수수하게 ‘일’이요, 조금 더 살피자면 ‘일살림’입니다. “일하는 살림”이자 “일로 살리는 길”입니다.


  어린이한테 ‘일살림길·일살림틀’을 들려주는 뜻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누구나 일꾼입니다.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꾼이기도 하고, 집에서 집일을 하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바깥일이건 집안일이건 모두 살림을 가꾸는 일이니, 어린이는 언제나 어버이 곁에서 ‘일을 바라보고 느낍’니다. 이러한 일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찾고, 어떻게 나눌 적에 서로 아늑한 하루일 만할까요?


  어른이 맡기는 심부름이란 무엇이고, 어린이가 자라나는 길에 곁일(알바)을 한다면, 곁일삯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온누리 모든 틀(법)을 다 알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틀을 세우는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틀이 어떻게 서는가를 짚을 줄 알아야 하고, 틀이 알맞은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해요.


  일·일살림·집살림·바깥일·돈·이웃·어버이·사람·나·마을·나라, 이렇게 어우르는 길에 틀(법) 하나를 새삼스레 엮어서 바라봅니다. 어린이로서 가게에서 주전부리 하나를 사먹을 적에 마주하는 어른도 ‘일꾼(노동자)’입니다. 버스나 전철을 모는 어른도 일꾼입니다. 가르치는 어른도, 길에서 스치는 모든 어른도 저마다 일꾼입니다. 글월이나 짐을 나르는 어른도, 밥을 지어서 팔고 빵을 구워서 파는 모든 어른도 일꾼이에요. 일꾼이면서 이웃이고 우리 어버이나 한집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살림살이를 우리가 손수 짓지 않았다면, 둘레에서 이웃 어른들이 일꾼으로 지내면서 마련했습니다. 살림 하나를 누리면서, 떡 한 덩이나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 저마다 일살림꾼으로서 일삯을 알맞게 누리는가를 돌아보면서 보듬는 얼거리가 일살림길(노동법)입니다.


ㅅㄴㄹ


어떤 법이 우리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잘 살피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고쳐야 해요. (20쪽)


처음 노동법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어요. 겉으로는 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일을 계속 시키려면 일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됐던 거죠. (23쪽)


무엇보다 여러분이 즐겁게 하는 놀이나 활동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안 돼요. (42쪽)


나이가 적든 많든, 여자든 남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학을 다녔든 아니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으니까요. (60쪽)


아쉬운 점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직 큰 회사에만 의무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라고 위험이 적지는 않은데도 말이죠. (95쪽)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만든다면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가 생길 때마다 노동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거예요.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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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산하인물이야기 10
고정욱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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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0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고정욱 글

 허구 그림

 산하

 2002.4.11.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고정욱·허구, 산하, 2002)을 읽었습니다. 우리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뜻깊은 어른을 다루는 책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 있을 텐데, 장영실 님이 걸어간 길이나 나눈 뜻보다는, ‘나라틀(국가질서)을 바르게 세운 세종대왕’을 기리는 뜻을 오히려 들려주려는 듯한 얼거리 같습니다.


  그런데 세종 임금은 ‘한글 아닌 훈민정음’을 여미었습니다. 세종 임금은 모든 사람이 ‘글’을 쓰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임금·벼슬아치·나리·글바치는 지난날 한 줌(1퍼센트)도 되지 않았으나 글힘(문자권력)을 그들끼리 거머쥐었고, 글힘은 모두 중국글이었습니다. 훈민정음조차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우리말로 담아서 옮기는 글’이 아닌 ‘중국말을 조선팔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씨로 맞추는 틀’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지난날 ‘유교 삼강오륜’이란 위아래(신분·계급)를 가르는 무시무시한 굴레입니다. 세틀닷길(삼강오륜)이 서기에 나라가 아늑(평안)할까요? 힘(권력)을 틀어쥐고서 사람(백성)을 억누르는 이들로서는 걱정없을는지 모르나, 억눌린 들풀이 보기에는 그저 갑갑하고 고약한 굴레일 뿐입니다.


  종(노예)이라는 몸을 입은 장영실이기에 종으로 일하는 어린날이었고, 종이라 하더라도 다부지고 슬기롭게 일매무새를 추스르고 펼 줄 알았기에 나리(관청)가 귀여워했고, 장영실이 품은 솜씨를 나라(정부)에서도 뽑아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아래(신분·계급)가 무시무시할 뿐 아니라, 순이(여성)는 벼슬이나 감투를 얻을 수 없던 메마르고 차가운 지난날, 장영실 같은 사람이 어렵사리 벼슬을 얻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아슬아슬했을까요. 또한 시샘과 미움을 얼마나 한몸에 받아야 했을까요. 나리(양반) 핏줄이 아닌 장영실 님이기에 장영실 님을 둘러싼 글이 남을 턱이 없습니다. 더구나 장영실 님을 둘러싸고서 누가 남긴 글조차 훈민정음이 아닌 한문이지요.


  서슬퍼런 조선이라는 때에 종몸이었어도 솜씨를 조금은 펼 수 있던 장영실 님 이야기를 동화나 위인전으로 다룬다고 할 적에는, 장영실 님이나 장영실 어머님이 겪고 맛보며 받아들여야 했을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을 나란히 펼치면서, 그무렵 돌이나라(가부장 국가권력)가 어떻게 고약한 민낯이었는가를 차근차근 짚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지난날 종(노예)이라는 몸(신분)인 사람들은 임금·벼슬아치·나리한테 딸린 돈붙이(재산)였습니다. ‘가마에 앉은 분’이 아닌 ‘가마를 메고 나르는 일꾼’을 바라볼 줄 아는 눈썰미로 옛사람을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응, 별은 일 년 내내 살펴야 해. 별자리를 보고 하늘을 살피면 우리가 어떠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어.” (36쪽)


부자유친·군신유의·부부유별·장유유서·붕우유신의 다섯 가지로,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 사이의 도리를 밝힌 것입니다. 삼강오륜을 몸에 익혀 새활한다면 나라가 평안하고 질서가 잡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가르침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백성들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자신의 뜻을 백성들에게 널리 펼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들이 교육을 받고 자신의 뜻을 글로 전할 수 있게 된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81쪽)


장영실이 그토록 많은 공로를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명 덕분에 혜택을 입었지만, 결국 쫓겨나고 만 것입니다. 장영실은 더 이상 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습니다. 이는 조선 시대 신분 제도의 큰 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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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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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비추천도서이다.

부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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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6.

맑은책시렁 289


《나쁜 말 사전》

 박효미 글

 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



  《나쁜 말 사전》(박효미·김재희, 사계절, 2022)은 모두 36 낱말을 ‘나쁜말’이라고 여기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녹색 어머니회·여직원·학부형·집사람·치맛바람·미망인·처녀작’처럼 순이하고 얽힌 낱말을 많이 다루고, ‘정상 비정상·남자가 여자가·불우 이웃·숏 다리·삐끼·애완동물·짱깨·촌놈’처럼 어떤 자리나 모습하고 얽힌 낱말을 나란히 다룹니다.


  그런데 ‘장사꾼·뚱보·벙어리·장님·늙다리·꼰대·대가리·대박’ 같은 우리말을 그저 나쁜말로만 삼기도 합니다. 또한 ‘쟁이·장이’를 붙이는 우리말씨도 그냥 나쁜말로만 다루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로 하면 나쁜말”이고, “한자말로 하면 안 나쁜말”로 삼는 얼거리입니다. 한자나 영어로 바꾸면 안 나쁠 수 있을까요? ‘낱말’이 나쁠 수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어떤 모습하고 자리하고 결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바꿀 대목이란 ‘낱말을 다루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을 안 바꾸면서 ‘한자말로 허울좋게 바꾼다’고 해본들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꾸다가 ‘장애우’로 바꾸는 틀이 올바를까요? 한자 ‘-사’만 붙이면 다 좋은말이 될까요?


ㅅㄴㄹ


(21쪽 유모차)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우는 작은 수레를 말한다 : 유아차라고 하면 된다

→ 아기를 태우는 수레는 ‘아기수레’입니다. 한자 ‘유아’를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53쪽 장사꾼) 장사꾼은 장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상인이라 부르는 게 좋다

→ 장사를 하니 ‘장사꾼’입니다. 요새 ‘일꾼’이란 말을 안 쓰고 ‘노동자’라고만 쓰는 듯한데, ‘-꾼’을 그저 나쁘게 여기는 탓이지 싶습니다. ‘살림꾼’이란 우리말이 버젓이 있어도, ‘성차별이 가득한 가정주부’ 같은 낱말을 그냥 쓰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장사꾼’을 제대로 쓰도록 이끌 줄 알아야 하고, ‘장사하다’처럼 수수하게 쓰면 됩니다.


(59쪽 벙어리) 벙어리는 말 못 하는 장애인을 얕보는 말이다 : 언어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

→ 입을 ‘벙긋’ 한다고 할 적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벙 + 어리’는 얼개 그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벙어리’란 말이 잘못일 수 없어요. ‘벙긋’은 ‘벙글벙글’ 웃는 모습도 가리키지요. 소리를 안 내고 웃기에 ‘벙글·벙긋·방긋·빙글·빙그레’입니다. 또한, 소리가 없이 가만히 피어난다고 여겨 ‘봉긋’으로 이어 ‘봉오리(꽃봉오리)’라 해고, 비슷한 ‘몽우리·망울’이 있습니다. 벙어리인 ‘사람’을 깔보거나 괴롭히는 터전이 잘못입니다. ‘장애’란 한자말을 넣은 “언어 장애인”은 어떻게 ‘안 나쁜 안 차별 낱말’일까요?


(61쪽 장님) 장님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는 게 좋다

→ 우리말 ‘님’은 서로 높이는 자리에 씁니다. ‘장 + 님’입니다. ‘-님’을 붙인 ‘장님’을 찬찬히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말끝마다 ‘장애인’이라고 집어넣는 말씨가 거꾸로 따돌림(차별)으로 가는 지름길인 줄 느끼기를 바랍니다.


(69쪽 도배장이) 다른 직업에는 선비나 벼슬 등을 의미하는 ‘사(師·事·士)’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판사, 의사, 교사처럼 말이다 : 직업을 하찮게 여기는 느낌이 있다면 안 쓰는 게 좋다

→ 우리말 ‘-쟁이’하고 ‘-장이’는 결이 다릅니다. 어느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가볍게 할 적에는 ‘-쟁이’요, 어느 일이 익숙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룰 줄 알 적에는 ‘-장이’를 붙입니다. ‘도배장이’는 도배라는 일을 익숙하게 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루는 일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77쪽 대가리)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말한다.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말할 때 쓰인다 : 머리라고 해야 한다

→ 우리말 ‘대가리’는 ‘대 + 가리’요, ‘대’는 ‘꽃대·속대·장대·작대기·대나무’라든지 ‘대단하다·대수롭다’에 깃드는 ‘대’로 크거나 복판을 차지하는 곳을 가리킬 적에 씁니다. ‘가리’는 ‘갈피’하고 맞물리는 낱말로 ‘가름·가눔·가림’하고 ‘갓(메·山)’하고 얽힙니다. 사람한테 안 쓴다고 해서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하고 사람이 아닌 숨결을 가르려고 낱말을 갈라서 쓸 뿐입니다. 갈라서 쓰는 말을 섣불리 나쁜말로 삼지 않아야겠습니다.


(81쪽 단일 민족) 단일 민족은 단 하나의 민족이라는 뜻이다. 외국인이나 다른 민족을 인정하지 않는 맥락에서 쓰일 때는 차별의 뜻을 담고 있다 : 차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게 좋다

→ 이웃나라나 이웃겨레를 따돌리는 사람이라면 바보입니다. 철없는 사람이지요. 한겨레이든 두겨레이든 여러겨레이든 대수로울 일이 없습니다. 하나인 겨레는 그저 ‘한겨레’로 가리킬 뿐입니다. 또한 ‘한겨레’는 두 갈래 뜻이 있으니, 첫째는 “하나인 겨레(= 단일민족)”이고, 둘째는 “하늘에서 온 겨레(= 한민족)”입니다. 말밑하고 말뜻을 똑똑히 갈라서 알려줄 노릇입니다. 한겨레이기에 훌륭할 까닭이 없고 이웃겨레이기에 낮을 까닭이 없습니다. 똑바로 살펴서 제대로 알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게 마련입니다.


(83쪽 점쟁이) 글쟁이는 글 쓰는 사람을 낮추어 보는 말이다. 관상쟁이는 관상 보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겁쟁이는 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역술인이라고 하면 된다

→ ‘-쟁이’는 낮춤말이 아닙니다. 두렴쟁이(겁쟁이)는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두려워하니까(겁내니까 두렴쟁이(겁쟁이)라 할 뿐입니다. 한자말 ‘역술인’으로 바꾼들 무엇이 바뀔까요? 우리말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부터 바꾸기를 바랍니다.


(89쪽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는 상대의 허락을 얻지 않고 몰래 찍는 카메라를 말한다 : 불법 촬영이 맞는 말이다

→ ‘몰래’란 우리말이 왜 나쁠까요? 알쏭합니다. 한자말 ‘불법’을 써야 틀(법)에 맞고 좋을까요? 몰래질을 하지 않도록, 훔침질을 하지 않게끔, 우리 터전을 가다듬고 바르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쁜말’을 다루려면

아이들마저 함부로 쓰는

‘씨발(씹할)’이나 ‘존나(좆나)’가

왜 얄궂은 말씨인가를 짚을 노릇이다.

엉뚱한 말을 괴롭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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