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세상을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5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1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1.15.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이수정·홍윤표, 철수와영희, 2023)를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으뜸길(헌법)을 들려주는 책은 곧잘 나오는데, 막상 속깊이 다가가기보다는 겉에서 가볍게 짚고 지나가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일살림길(노동법)을 다루는 자그마한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는 우리 터전에 선 틀(법)이 무슨 뜻이나 값어치이며, 이러한 틀을 우리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서 헤아리고 가다듬으면서 삶터를 가꿀 만한가 하는 속내를 차분히 밝혀 줍니다.


  어느 틀이 서기에 나라·삶터·마을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무런 틀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다스릴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틀이 없이 누구나 어깨동무하며 아름다울 노릇입니다만, 틀이 없다는 핑계로 말썽을 일으키거나 검은셈을 키우는 무리가 있기에, 차근차근 틀을 세우곤 합니다.


  아직 일본스런 한자말 ‘노동’을 그대로 쓰고, ‘근로·근무’ 같은 한자말을 섞어서 쓰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수수하게 ‘일’이요, 조금 더 살피자면 ‘일살림’입니다. “일하는 살림”이자 “일로 살리는 길”입니다.


  어린이한테 ‘일살림길·일살림틀’을 들려주는 뜻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누구나 일꾼입니다.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꾼이기도 하고, 집에서 집일을 하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바깥일이건 집안일이건 모두 살림을 가꾸는 일이니, 어린이는 언제나 어버이 곁에서 ‘일을 바라보고 느낍’니다. 이러한 일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찾고, 어떻게 나눌 적에 서로 아늑한 하루일 만할까요?


  어른이 맡기는 심부름이란 무엇이고, 어린이가 자라나는 길에 곁일(알바)을 한다면, 곁일삯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온누리 모든 틀(법)을 다 알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틀을 세우는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틀이 어떻게 서는가를 짚을 줄 알아야 하고, 틀이 알맞은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해요.


  일·일살림·집살림·바깥일·돈·이웃·어버이·사람·나·마을·나라, 이렇게 어우르는 길에 틀(법) 하나를 새삼스레 엮어서 바라봅니다. 어린이로서 가게에서 주전부리 하나를 사먹을 적에 마주하는 어른도 ‘일꾼(노동자)’입니다. 버스나 전철을 모는 어른도 일꾼입니다. 가르치는 어른도, 길에서 스치는 모든 어른도 저마다 일꾼입니다. 글월이나 짐을 나르는 어른도, 밥을 지어서 팔고 빵을 구워서 파는 모든 어른도 일꾼이에요. 일꾼이면서 이웃이고 우리 어버이나 한집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살림살이를 우리가 손수 짓지 않았다면, 둘레에서 이웃 어른들이 일꾼으로 지내면서 마련했습니다. 살림 하나를 누리면서, 떡 한 덩이나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 저마다 일살림꾼으로서 일삯을 알맞게 누리는가를 돌아보면서 보듬는 얼거리가 일살림길(노동법)입니다.


ㅅㄴㄹ


어떤 법이 우리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잘 살피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고쳐야 해요. (20쪽)


처음 노동법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어요. 겉으로는 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일을 계속 시키려면 일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됐던 거죠. (23쪽)


무엇보다 여러분이 즐겁게 하는 놀이나 활동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안 돼요. (42쪽)


나이가 적든 많든, 여자든 남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학을 다녔든 아니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으니까요. (60쪽)


아쉬운 점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직 큰 회사에만 의무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라고 위험이 적지는 않은데도 말이죠. (95쪽)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만든다면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가 생길 때마다 노동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거예요.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산하인물이야기 10
고정욱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0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고정욱 글

 허구 그림

 산하

 2002.4.11.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고정욱·허구, 산하, 2002)을 읽었습니다. 우리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뜻깊은 어른을 다루는 책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 있을 텐데, 장영실 님이 걸어간 길이나 나눈 뜻보다는, ‘나라틀(국가질서)을 바르게 세운 세종대왕’을 기리는 뜻을 오히려 들려주려는 듯한 얼거리 같습니다.


  그런데 세종 임금은 ‘한글 아닌 훈민정음’을 여미었습니다. 세종 임금은 모든 사람이 ‘글’을 쓰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임금·벼슬아치·나리·글바치는 지난날 한 줌(1퍼센트)도 되지 않았으나 글힘(문자권력)을 그들끼리 거머쥐었고, 글힘은 모두 중국글이었습니다. 훈민정음조차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우리말로 담아서 옮기는 글’이 아닌 ‘중국말을 조선팔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씨로 맞추는 틀’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지난날 ‘유교 삼강오륜’이란 위아래(신분·계급)를 가르는 무시무시한 굴레입니다. 세틀닷길(삼강오륜)이 서기에 나라가 아늑(평안)할까요? 힘(권력)을 틀어쥐고서 사람(백성)을 억누르는 이들로서는 걱정없을는지 모르나, 억눌린 들풀이 보기에는 그저 갑갑하고 고약한 굴레일 뿐입니다.


  종(노예)이라는 몸을 입은 장영실이기에 종으로 일하는 어린날이었고, 종이라 하더라도 다부지고 슬기롭게 일매무새를 추스르고 펼 줄 알았기에 나리(관청)가 귀여워했고, 장영실이 품은 솜씨를 나라(정부)에서도 뽑아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아래(신분·계급)가 무시무시할 뿐 아니라, 순이(여성)는 벼슬이나 감투를 얻을 수 없던 메마르고 차가운 지난날, 장영실 같은 사람이 어렵사리 벼슬을 얻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아슬아슬했을까요. 또한 시샘과 미움을 얼마나 한몸에 받아야 했을까요. 나리(양반) 핏줄이 아닌 장영실 님이기에 장영실 님을 둘러싼 글이 남을 턱이 없습니다. 더구나 장영실 님을 둘러싸고서 누가 남긴 글조차 훈민정음이 아닌 한문이지요.


  서슬퍼런 조선이라는 때에 종몸이었어도 솜씨를 조금은 펼 수 있던 장영실 님 이야기를 동화나 위인전으로 다룬다고 할 적에는, 장영실 님이나 장영실 어머님이 겪고 맛보며 받아들여야 했을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을 나란히 펼치면서, 그무렵 돌이나라(가부장 국가권력)가 어떻게 고약한 민낯이었는가를 차근차근 짚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지난날 종(노예)이라는 몸(신분)인 사람들은 임금·벼슬아치·나리한테 딸린 돈붙이(재산)였습니다. ‘가마에 앉은 분’이 아닌 ‘가마를 메고 나르는 일꾼’을 바라볼 줄 아는 눈썰미로 옛사람을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응, 별은 일 년 내내 살펴야 해. 별자리를 보고 하늘을 살피면 우리가 어떠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어.” (36쪽)


부자유친·군신유의·부부유별·장유유서·붕우유신의 다섯 가지로,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 사이의 도리를 밝힌 것입니다. 삼강오륜을 몸에 익혀 새활한다면 나라가 평안하고 질서가 잡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가르침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백성들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자신의 뜻을 백성들에게 널리 펼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들이 교육을 받고 자신의 뜻을 글로 전할 수 있게 된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81쪽)


장영실이 그토록 많은 공로를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명 덕분에 혜택을 입었지만, 결국 쫓겨나고 만 것입니다. 장영실은 더 이상 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습니다. 이는 조선 시대 신분 제도의 큰 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타깝다.

비추천도서이다.

부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기를 빈다.

,

,

숲노래 어린이책 2023.1.16.

맑은책시렁 289


《나쁜 말 사전》

 박효미 글

 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



  《나쁜 말 사전》(박효미·김재희, 사계절, 2022)은 모두 36 낱말을 ‘나쁜말’이라고 여기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녹색 어머니회·여직원·학부형·집사람·치맛바람·미망인·처녀작’처럼 순이하고 얽힌 낱말을 많이 다루고, ‘정상 비정상·남자가 여자가·불우 이웃·숏 다리·삐끼·애완동물·짱깨·촌놈’처럼 어떤 자리나 모습하고 얽힌 낱말을 나란히 다룹니다.


  그런데 ‘장사꾼·뚱보·벙어리·장님·늙다리·꼰대·대가리·대박’ 같은 우리말을 그저 나쁜말로만 삼기도 합니다. 또한 ‘쟁이·장이’를 붙이는 우리말씨도 그냥 나쁜말로만 다루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로 하면 나쁜말”이고, “한자말로 하면 안 나쁜말”로 삼는 얼거리입니다. 한자나 영어로 바꾸면 안 나쁠 수 있을까요? ‘낱말’이 나쁠 수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어떤 모습하고 자리하고 결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바꿀 대목이란 ‘낱말을 다루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을 안 바꾸면서 ‘한자말로 허울좋게 바꾼다’고 해본들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꾸다가 ‘장애우’로 바꾸는 틀이 올바를까요? 한자 ‘-사’만 붙이면 다 좋은말이 될까요?


ㅅㄴㄹ


(21쪽 유모차)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우는 작은 수레를 말한다 : 유아차라고 하면 된다

→ 아기를 태우는 수레는 ‘아기수레’입니다. 한자 ‘유아’를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53쪽 장사꾼) 장사꾼은 장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상인이라 부르는 게 좋다

→ 장사를 하니 ‘장사꾼’입니다. 요새 ‘일꾼’이란 말을 안 쓰고 ‘노동자’라고만 쓰는 듯한데, ‘-꾼’을 그저 나쁘게 여기는 탓이지 싶습니다. ‘살림꾼’이란 우리말이 버젓이 있어도, ‘성차별이 가득한 가정주부’ 같은 낱말을 그냥 쓰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장사꾼’을 제대로 쓰도록 이끌 줄 알아야 하고, ‘장사하다’처럼 수수하게 쓰면 됩니다.


(59쪽 벙어리) 벙어리는 말 못 하는 장애인을 얕보는 말이다 : 언어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

→ 입을 ‘벙긋’ 한다고 할 적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벙 + 어리’는 얼개 그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벙어리’란 말이 잘못일 수 없어요. ‘벙긋’은 ‘벙글벙글’ 웃는 모습도 가리키지요. 소리를 안 내고 웃기에 ‘벙글·벙긋·방긋·빙글·빙그레’입니다. 또한, 소리가 없이 가만히 피어난다고 여겨 ‘봉긋’으로 이어 ‘봉오리(꽃봉오리)’라 해고, 비슷한 ‘몽우리·망울’이 있습니다. 벙어리인 ‘사람’을 깔보거나 괴롭히는 터전이 잘못입니다. ‘장애’란 한자말을 넣은 “언어 장애인”은 어떻게 ‘안 나쁜 안 차별 낱말’일까요?


(61쪽 장님) 장님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시각 장애인이라고 하는 게 좋다

→ 우리말 ‘님’은 서로 높이는 자리에 씁니다. ‘장 + 님’입니다. ‘-님’을 붙인 ‘장님’을 찬찬히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말끝마다 ‘장애인’이라고 집어넣는 말씨가 거꾸로 따돌림(차별)으로 가는 지름길인 줄 느끼기를 바랍니다.


(69쪽 도배장이) 다른 직업에는 선비나 벼슬 등을 의미하는 ‘사(師·事·士)’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판사, 의사, 교사처럼 말이다 : 직업을 하찮게 여기는 느낌이 있다면 안 쓰는 게 좋다

→ 우리말 ‘-쟁이’하고 ‘-장이’는 결이 다릅니다. 어느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가볍게 할 적에는 ‘-쟁이’요, 어느 일이 익숙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룰 줄 알 적에는 ‘-장이’를 붙입니다. ‘도배장이’는 도배라는 일을 익숙하게 하거나 오래했거나 잘 다루는 일꾼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77쪽 대가리)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말한다.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말할 때 쓰인다 : 머리라고 해야 한다

→ 우리말 ‘대가리’는 ‘대 + 가리’요, ‘대’는 ‘꽃대·속대·장대·작대기·대나무’라든지 ‘대단하다·대수롭다’에 깃드는 ‘대’로 크거나 복판을 차지하는 곳을 가리킬 적에 씁니다. ‘가리’는 ‘갈피’하고 맞물리는 낱말로 ‘가름·가눔·가림’하고 ‘갓(메·山)’하고 얽힙니다. 사람한테 안 쓴다고 해서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하고 사람이 아닌 숨결을 가르려고 낱말을 갈라서 쓸 뿐입니다. 갈라서 쓰는 말을 섣불리 나쁜말로 삼지 않아야겠습니다.


(81쪽 단일 민족) 단일 민족은 단 하나의 민족이라는 뜻이다. 외국인이나 다른 민족을 인정하지 않는 맥락에서 쓰일 때는 차별의 뜻을 담고 있다 : 차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게 좋다

→ 이웃나라나 이웃겨레를 따돌리는 사람이라면 바보입니다. 철없는 사람이지요. 한겨레이든 두겨레이든 여러겨레이든 대수로울 일이 없습니다. 하나인 겨레는 그저 ‘한겨레’로 가리킬 뿐입니다. 또한 ‘한겨레’는 두 갈래 뜻이 있으니, 첫째는 “하나인 겨레(= 단일민족)”이고, 둘째는 “하늘에서 온 겨레(= 한민족)”입니다. 말밑하고 말뜻을 똑똑히 갈라서 알려줄 노릇입니다. 한겨레이기에 훌륭할 까닭이 없고 이웃겨레이기에 낮을 까닭이 없습니다. 똑바로 살펴서 제대로 알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게 마련입니다.


(83쪽 점쟁이) 글쟁이는 글 쓰는 사람을 낮추어 보는 말이다. 관상쟁이는 관상 보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 겁쟁이는 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보는 말이다 : 역술인이라고 하면 된다

→ ‘-쟁이’는 낮춤말이 아닙니다. 두렴쟁이(겁쟁이)는 낮춤말일 까닭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두려워하니까(겁내니까 두렴쟁이(겁쟁이)라 할 뿐입니다. 한자말 ‘역술인’으로 바꾼들 무엇이 바뀔까요? 우리말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부터 바꾸기를 바랍니다.


(89쪽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는 상대의 허락을 얻지 않고 몰래 찍는 카메라를 말한다 : 불법 촬영이 맞는 말이다

→ ‘몰래’란 우리말이 왜 나쁠까요? 알쏭합니다. 한자말 ‘불법’을 써야 틀(법)에 맞고 좋을까요? 몰래질을 하지 않도록, 훔침질을 하지 않게끔, 우리 터전을 가다듬고 바르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쁜말’을 다루려면

아이들마저 함부로 쓰는

‘씨발(씹할)’이나 ‘존나(좆나)’가

왜 얄궂은 말씨인가를 짚을 노릇이다.

엉뚱한 말을 괴롭히지 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에게 친절하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 템플 그랜딘 이야기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6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동물자유연대 추천 / 책속물고기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2022.12.5.

맑은책시렁 284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소에게 친절하세요》(베아트리체 마시니·빅토리아 파키니/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를 읽고서 한참 되새깁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퍼진 ‘개○○’나 ‘○새끼’ 같은 말씨는 이제 막말·깎음말이라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개’나 ‘강아지(새끼)’라는 이름이 막말·깎음말일 수 있을까요?


  빗대어 깎는다고 여깁니다만, 사람들이 치고받거나 괴롭히거나 할퀴면서 내뱉는 말씨는 오히려 ‘개한테 버르장머리없는 말’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소○○’나 ‘닭○○’나 ‘돼지○○’처럼 쓰기도 하는데, 소나 닭이나 돼지나 개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말을 지껄이더라도 막말·깎음말로 안 느낄 만합니다.


 누가 “함박꽃 같은 얼굴이에요!” 하면 반갑고, “호박꽃 같은 얼굴이네요!” 하면 안 반가운가요? 꽃을 꽃으로 여겨 마음으로 품는 사람이라면, 달걀꽃이건 탱자꽃이건 딸기꽃이건 하늘타리꽃이건 개미취꽃이건 모두 반가이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꽃을 꽃으로 여기지 않으니 몇몇 꽃을 ‘못생기거나 나쁘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는구나 싶어요.


  템플 그랜딘 님 삶자취를 가볍게 짚은 《소에게 친절하세요》입니다. 템플 그랜딘 님을 다룬 어린이책이 꽤 되는데, 이 가운데 《소에게 친절하세요》가 템플 그랜님 님 마음빛이나 삶길을 가장 잘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바깥(사회)에서는 이분을 ‘자폐 장애인’으로 여기는데, 이런 이름이건 저런 이름이건 템플 그랜딘 님은 템플 그랜딘일 뿐입니다. 2022년에 선보였지 싶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템플 그랜딘 님 삶자락을 바탕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저는 보임틀(텔레비전)을 쳐다볼 마음이 없기에 ‘우영우’는 앞으로도 안 보려고 합니다. 다만 진작부터 템플 그랜딘 님 삶은 책하고 그림(영화)로 만났어요. 앞으로도 이분 삶은 책으로 만나려고 해요.


  새롭게 담아내는 틀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보여주기’는 달갑지 않습니다. 템플 그랜딘 님은 마음으로 소랑 이야기를 하는 하루를 살았기에 오늘날 이 푸른별 한켠을 푸르게 추스르고 가꾸는 길을 걷습니다. 보임틀이 ‘보여주기’가 아니었다면 “이상한 변호사”가 아닌 “즐거운 흙지기(농사꾼)”라든지 “노래하는 어버이(부모)”를 이야깃감으로 잡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구태여 변호사를 해야 할까요? 굳이 교사·판사·의사처럼 ‘-사’가 붙는 일을 해야 할까요? ‘-사’가 붙는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면 ‘버스기사’나 ‘이발사’나 ‘조산사’ 이야기를 담기를 바랍니다.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펴듯, 사랑받고 자라나는 숨결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오직 이뿐입니다.


ㅅㄴㄹ


그 친구가 먼저 템플에게 ‘지진아’라고 소리쳤단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템풀의 모든 것을 두고 놀렸고, 아이들의 말이 템플에게 총칼이 되어 날라왔다. 다른 아이들은 말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템플은 분노와 좌절을 모두 자기 안에 가둬 둘 수밖에 없었다. (33쪽)


탬플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들이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덩치 큰 소들에게 작디작은 주사 바늘은 거의 아프지 않았을 것이었다. 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목장의 혼란과 소음, 카우보이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42쪽)


“제가 만든 시설은 가축을 올바른 태도로 다루면 필요가 없는 것들이에요. 설비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일하는 사람이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 없이 다룬다면 아무 가치가 없고요.” (63쪽)


“학대받는 소는 고기로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요. 다르게 말하면 누구에게도 학대를 받지 않아 상처가 없는 소가 육류 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그 동물들 자체를 먼저 생각해요.” (69쪽)


“사람들이 날 동물과 비교해도 나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개나 소는 존경할 만한 성품을 갖고 있어요. 이 동물들은 자기들과 같은 종류의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받거나 죽는 끔찍한 전쟁은 벌이지 않아요.” (8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 역사를 아는 만큼 미래가 보인다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1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인문책 2022.11.30.

인문책시렁 254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4.5.



  《10대와 통하는 세계사》(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를 읽다가 “조선의 세종은 15세기에 독창적인 문자 ‘한글’을 창제하는 획기적 업적을 이뤘습니다(156쪽).” 같은 대목이 걸립니다. ‘세계사’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이 지은 글을 ‘훈민정음’으로 올바로 적을 노릇입니다.


  ‘한글’이란 이름은 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조선 내내 뒷전에 내몰렸던 ‘훈민정음’이란 글을 조선사람 누구나 마음을 담아내어 쓰도록 새롭게 여미고 갈무리하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지은 길입니다. 이른바 ‘사투리’라 하는데, ‘사투리인 말’은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하던 수수한 사람들이 새롭게 지어낸 살림(발명품)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스스로 살림을 안 짓고 다른 사람을 부리던 힘꾼·이름꾼·돈꾼이 따로 지어낸 굴레입니다. 우두머리·임금(권력자·왕)은 위아래틀(신분제)을 세우려고 글을 지어서 그들끼리만 쓰려고 했습니다. 온누리 발자취를 돌아보면, 우두머리·임금하고 벼슬아치·글바치 아닌 이들이 글을 넘보거나 구경하거나 배우려 했다가는 목아지가 날아갔습니다. 종살이(노예생활)처럼 억눌린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지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되, 수수한 사람을 억누르던 힘꾼(권력자)는 글을 부리는 높다란 자리를 쌓았어요.


  오늘날 우리나라 열린배움터 글자락(대학교 논문)은 매우 어렵습니다. 숱한 글바치는 우리말을 안 씁니다. 다들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쓰지요. 그들은 왜 우리말을 안 쓸까요? ‘어렵게 쓰며 잘난척하는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이란 ‘글힘(문자권력)’이거든요. 수수한 사람들이 넘보지 못 하도록 울타리를 쌓아요.


  ‘문학평론·영화평론’을 보면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평론가’는 모름지기 “아무나 평론을 못 하도록, 그러니까 아무나 글을 못 쓰도록” 높다랗게 울타리를 쌓아서 끼리질(카르텔)을 일삼습니다.


  그동안 나온 ‘세계사’ 책은 으레 싸움질(전쟁)만 다루었다면, 손석춘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는 ‘글’을 제법 다룹니다. 이 대목을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나라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는 언제나 ‘글힘’을 앞세우거나 휘둘렀습니다. 총칼힘만으로는 나라를 움켜쥐지 못 해요. 글힘으로 사람들을 길들이고, 글힘으로 우두머리를 치켜세웁니다. ‘교육·문학·종교·역사·철학’ 모두 ‘글’로 합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글’로 다스립니다. 이들은 ‘말’을 돌보지 않습니다.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는 들꽃 같은 사람들은 ‘글’을 부리지 않아요. ‘말’을 살찌웁니다. 말을 살찌우는 들꽃사람은 위아래를 안 가르고 동무랑 이웃으로 어우러집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언제나 ‘말이 아닌 글로’ 그들 뜻을 펴려 하고, 늘 위아래를 갈라요. ‘문학상·등단·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같은 이름도 ‘글잡이가 부리는 글힘’입니다.


  거의 모든 새뜸(신문·방송)이 서울과 큰고장 이야기만 다루는 대목을 알아챌 노릇입니다. 새뜸은 왜 시골을 안 다룰까요? 새뜸으로 ‘글’을 펴는 이들은 왜 들숲바다에서 안 살까요? 우리가 읽는 ‘발자취(한국사·세계사)’는 참말로 발자취가 맞을까요?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 이야기만 발자취로 남기는 그들이지 않나요?


  이제는 발자취를 처음부터 새롭게 쓸 일입니다. 우두머리 이야기를 덜어내야지요. 벼슬아치 꿍꿍이를 털어야지요. 글바치 굽신질을 씻어야지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를 발자취로 삼아, 서로 삶·살림·사랑을 나누는 오늘을 씨앗으로 적바림할 일입니다.


ㅅㄴㄹ


많은 언어학자들이 지금도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면 할수록 신비롭다고 감탄합니다. 이를테면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을 유아기에 그것도 짧은 시일에 언어를 습득하는 모습은 인간이 언어 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37쪽)


신들이 힘든 노동을 맡기 싫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우리는 초기 인류의 노동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50쪽)


알렉산더로 상징되는 ‘정복 전쟁’이 그 이후로도 세계사에서 이어진 이유를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문자를 독점한 지배 계급은 민중들의 생각과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지요. (62쪽)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 수행을 위한 원유와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를 침략했지요. 태평양으로 세력권을 확장해 가며 이를 ‘대동아 공영권’으로 선전했습니다. (2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