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8
김삼웅 지음,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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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 인문책 2023.8.31.

맑은책시렁 301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김삼웅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3.6.25.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김삼웅, 철수와영희, 2023)를 곰곰이 새겨 봅니다. ‘일본바라기’라고 할 적에는 ‘삶을 푸르게 사랑으로 짓는 살림길을 나아가는 수수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우두머리·나리’를 그저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이 살림길을 짓는다면, 일본이건 중국이건 미국이건 러시아이건 독일이건 스위스이건 덴마크이건 배우면 되고, 이웃으로 어깨동무하면 즐거워요. 그러나 어리석을 뿐 아니라 수렁에 밀어넣고 굴레를 채우려는 무리가 있으면 서슴없이 내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붓(연필·볼펜) 한 자루조차 제대로 여미지 못 합니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찰칵이를 벼리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짓는 알뜰한 살림을 받아들이기에 ‘일본바라기’일 수 없습니다. 어리석게 스스로 굴레를 뒤집어쓰고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하니 말썽입니다.


  이를테면, 지난날 총칼에 짓밟히던 무렵 일본바라기였던 백선엽 같은 이는 나중에 ‘인천 사학비리 선인재단’을 매우 오래도록 꾸리면서 썩은짓을 일삼았어요. 바른길도 고운길도 안 걸은 이는 한때에만 일본바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갖 굴레에 수렁에 사슬에 들러붙어서 사람들을 짓밟는 앞잡이 노릇을 했습니다.


  이런 고얀놈은 으레 갈라치기를 꾀합니다. 사람들을 이쪽저쪽으로 갈라서 ‘이쪽에 서야 우리 쪽’이라고 외치면서 그들 뒷짓을 감추고 검은돈을 뿌리고 슬슬 돌라먹기를 하지요.


  배를 곯고 고단한 나머지 한동안 넋이 나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가 뉘우친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는 굴레나 수렁이나 사슬에 휩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검은짓을 물리치려고 힘썼습니다. 그저 ‘친일파’라는 이름에 매이기보다는,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나라를 짓밟고 이웃을 괴롭힌 무리가 벌인 바보짓에 검은짓을 돌아보고 짚을 노릇입니다. 누구라도 잘못을 할 수 있겠지요. 잘못을 했으나 뻔뻔하게 굴러먹은 이가 있고, 잘못을 내내 뉘우치면서 고개숙인 이가 있어요.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매한가지입니다. 엉터리는 으레 엉터리예요. 무엇이 엉터리인지 차분히 짚으면서, 우리가 온누리를 사랑으로 일구는 새길을 바라보면서 모든 헛짓을 치워내는 어진 눈빛을 이 땅 아이들이 배우고 물려받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일제가 패전할 때까지 징병과 징용 등으로 끌고 간 조선인은 총 8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02만 명이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되었어요. (92쪽)


이승만 정권 12년 동안 배출한 8명의 육군참모총장 중 일본 육사 출신이 5명, 만주군 출신이 2명, 지원병 출신이 1명으로 광복군이나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한 인사는 1명도 없었습니다. 학계·언론계·예술 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그들은 동류의식이 강해서 함께 기득권을 지키고 이권을 나누면서 해방된 조국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102쪽)


백선엽과 김흥준, 김석범, 송석하, 신현준은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고, 이종찬은 일본군 소좌 출신으로 일제로부터 무공훈장인 금치훈장을 받았어요. (109쪽)


+


해방 80여 년이 되는 지금까지 친일파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 너울길 여든 해가 되는 오늘까지 일본바라기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6쪽


결코 과거사 문제가 아닙니다

→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 한낱 옛날일이 아닙니다

18쪽


한국인을 노예로 삼고 자원을 빼앗아 자기들끼리 잘살겠다는 야욕 말입니다

→ 한겨레를 종으로 삼고 살림을 빼앗아 저희끼리 잘살겠다는 뱃속 말입니다

43쪽


학교나 행정 관서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토록 하고, 한국어를 쓰면 탄압했어요

→ 배움터나 나라 곳곳에서는 일본말을 쓰라 하고, 우리말을 쓰면 짓밟았어요

47쪽


해방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상실했습니다

→ 우리나라는 홀로섰지만 오랫동안 겨레얼과 삶넋을 잃었습니다

72쪽


독재와 부패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되었지요

→ 가시울과 각다귀가 억눌렀지요

→ 쇠사슬과 곰팡이가 짓눌렀지요

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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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 한림출판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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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5.6.

맑은책시렁 276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7.20.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마쓰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를 1998년에 처음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은 그림책을 펴낸 발자취가 몹시 긴데, 오랜 발자취가 있을 만하구나 싶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을 지나 2000년에 이르는데에도 아직 그림책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를 뿐더러, 아이 곁에 어떤 그림책을 놓아야 아름다운가를 헤아리지도 못 하는구나 싶었어요.


  마쓰이 다다시 님이 글을 쓰고 책을 낸 지는 꽤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한글판조차 퍽 늦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림책밭을 일구는 손길이나 눈길도 얕았던 터라, 그림책을 속깊이 바라보는 책을 옮기는 일에서도 늦었다고 해야겠지요.


  그래도 여러 펴냄터가 온누리 아름그림책을 꾸준히 한글판으로 냈고, ‘어린이책을 옮긴 적이 없는 탓에 어린이책을 엉성한 일본말씨로 옮긴 이들이 수두룩’했어도, ‘어린이책을 어린이 눈높이로 옮기자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조금씩 늘면서 천천히 발돋움하여 2020년을 넘었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 어린이랑 함께 읽는 책, 어린이 곁에 앉거나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서 어른이 소리를 내어 말빛·말결·말가락에 얹는 마음을 들려주는 책이 ‘어린이책’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도 나옵니다만,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혼자서 읽는 책이라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소리와 삶과 몸짓으로 받아들이고 익힙니다. 곁에서 어버이·어른이 어느 낱말을 입으로 소리를 낼 적에 눈여겨보면서 느껴요. 또한, 어느 낱말을 쓰면서 어느 삶자리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지켜보지요.


  소리내어 읽어 주는 책이 ‘어린이책’인 터라, 모름지기 모든 어린이책은, 동시도 동화도 ‘소리를 내어 읽어 주는 글’로 여밀 노릇입니다. ‘글말 아닌 입말’로만 써야 할 어린이책입니다. 또한, 어린이가 말을 귀와 삶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장 쉽고 수수한 우리말로 가다듬고 손질해서 부드럽게 노래하듯 들려줄 줄 알아야지요.


  어느덧 ‘어린이책 옮김이(번역가)’가 꽤 늘었으나,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돌보거나 건사하는 길을 꾸준히 새롭게 익히면서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꾼은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일자리(직업)로 옮김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만 너무 많습니다.


  어린이책을 쓰는(창작하는) 사람도 매한가지예요. 어린이책을 쓰는 일이란, ‘문학인’이 되려는 뜻일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말 한 마디로 삶을 새롭게 배워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슬기롭고 참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에 마음에 씨앗으로 담을 길을 곁에서 동무로 지켜보는 사람이 쓸 어린이문학이고 어린이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장사하려는 어린이문학과 어린이인문’이 끔찍하게 넘칩니다. ‘어른 인문책’을 조금 추려서 ‘어린이 인문책’으로 꾸미는 큰 펴냄터까지 많습니다. 제발 어린이를 장삿속으로 쳐다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지 맙시다. 어린이한테 소리내어 들려줄 이야기를 쓰고 옮기고 짓고 엮고 펴내어, 함께 ‘새누리(새터·새길)’를 짓는 ‘어진 어른’으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입니다. (14쪽)


그림책은 지식을 주입하거나, 문자를 가르치거나, 혼자 읽기를 훈련하는 교재가 아닙니다. 과학에 관한 책이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24쪽)


재미있는 것은 엘사의 모델은 언제나 자기 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아들들은 각자 ‘자기 그림책’을 가진 셈이고, 그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86쪽)


내가 《메리와 양》을 읽어 주던 시절, 우리 집 아이들은 양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양이나 오리 같은 가축과 우리 집은 인연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메리와 양》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99쪽)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 힘을 잊기 쉬운 우리들에게 스테이크는 당나귀 가족의 마음의 교류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속에 있는 그 힘을 다시 한 번 상기하세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17쪽)


#松居直 #まついただし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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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 산하어린이 9
권정생 지음, 신혜원 그림 / 산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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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5.6.

맑은책시렁 281


《하느님의 눈물》

 권정생

 산하

 1991.1.5.



  《하느님의 눈물》(권정생, 산하, 1991)은 사람 곁에서 하늘빛을 머금고 살아가는 이웃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그리면서 생각을 가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권정생 님은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나날을 되새기면서 천천히 글을 여미었습니다. 사람들이 다툼질을 멈추고서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새길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면서 다시금 기운을 내어 붓을 쥐었습니다.


  다툼질은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때린이(가해자)더러 “네가 잘못했어. 뉘우치고 값을 치러!” 하고 다그치면 다툼질을 멈출까요? 끝없이 불거진 싸움박질(전쟁)을 ‘역사’란 이름으로 갈무리해서 읽히고 가르쳐서 ‘미움(분노)·밉놈(적군)’을 아이들 마음에 씨앗으로 심으면 멈출까요?


  새끼 토끼는 이슬하고 바람만 머금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도 이슬하고 바람이랑 빗물하고 냇물에 햇볕하고 별빛을 머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요. 잘 봐야 합니다. ‘모든 덩이진 밥’은 ‘해바람비’를 머금습니다. 우리는 ‘고기나 낟알이나 열매나 남새’라는 덩이를 이룬 ‘해바람비’를 밥으로 맞아들이기에 목숨을 이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덩이(몸)를 이룬 이웃’인 닭이나 벼나 능금이나 밀이 아니라, 해바람비를 사랑으로 맞아들이는 길을 열면, 아무도 안 굶고 아무도 안 아프고 아무도 눈물이 없이, 늘 웃음꽃으로 피어날 만합니다.


  이 나라(정부)를 봐요. 북녘을 보고,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을 봐요. 다들 총칼(전쟁무기)을 무시무시하게 때려짓습니다. 총칼에 돈을 허벌나게 퍼붓고, 총칼을 다루는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리려고 또 돈을 허벌나게 들이붓습니다.


  온누리 어느 나라도 안 가난합니다. 모든 총칼과 싸울아비를 없애면, 모든 사람은 쓸데없이 얽매일 까닭이 없이 넉넉하게 살아갈 만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짓고 일구는 열매를 나라(정부)가 총칼·싸울아비에 몽땅 들이부을 뿐 아니라, 싸움판(전쟁)하고 얽혀 뒷돈을 끔찍하게 빼돌리기에, 가난한 이가 끊이지 않고 배부른 이들은 배가 터지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눈물》은 어린이부터 읽는 글입니다. 어린이부터 스스로 마음을 달래어 빛나는 숨결로 저마다 깨우치도록 북돋우려는 글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뭘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찾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 총칼을 자꾸 만들거나 싸울아비를 왜 잔뜩 두어야 하나요? 누구나 넉넉히 누릴 수 있는 터전을 이루면 훔치려는 이가 없게 마련 아닐까요? 누구나 넉넉한데, 아이들을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쳇바퀴에 몰아넣을 까닭이 있나요? 누구나 넉넉한데, 쓰잘데기없는 일본 한자말로 뜬구름잡는 부스러기(인문지식·교양·정보)를 외우거나 익히는 데에 하루를 허투로 흘려야 할 까닭이 있나요? 누구나 넉넉한데 구태여 쇳덩이(자동차)를 몰아야 하나요? 누구나 넉넉한테 굳이 매캐한 서울(도시)에서 잿집(아파트)을 사들여서 지내야 하나요?


  사람들이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로 몰리는 까닭을 알기는 참 쉽습니다. 스스로 안 넉넉하다고 여기니, 돈벌이·이름팔이·힘자랑을 하려고 서울로 몰립니다. 나눔돈과 두레와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라면, 스스럼없이 서울을 떠나 시골이며 들숲바다에 가만히 안기게 마련이요, 서울에서도 기스락 골목집에 호젓이 머물 테고요.


ㅅㄴㄹ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주셔요.” (16쪽)


“엄마, 왜 있지도 않은 도깨비들을 있다고 거짓말했어요?” “그 …… 글쎄, 너희 아버지가 그러고, 또 다른 어른들 모두가 그러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아기 다람쥐는 엄마 다람쥐를 데리고 고개 너머 쫑쫑이네 엄마 다람쥐에게 놀러갔습니다. 그리고 쫑쫑이네 엄마 다람쥐도 쫑쫑이와 함께 고개 이쪽 똘똘이네 집에 놀러왔습니다. (37쪽)


깽깽이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거치장스런 옷을 훨훨 벗어던져 버렸습니다. 깽깽이는 푸른하늘을 시원하게 날아다니며 모든 아기 까마귀에게 얘기했습니다. “진짜 훌륭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거야.” (48쪽)


울타리는 많은 풀이 우거져 벌레들이 많았습니다. 자벌레도 기어가고, 여치도 살았습니다. 호박잎에는 청개구리도 파란색으로 변장을 하고 앉아서 놀았습니다. 모두들 뜨거운 여름볕을 싫다 앓고 자라고만 있었습니다. 쬐그만 꼬마벌레들까지, 참으로 신기하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1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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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밭 달님 창비아동문고 5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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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3.27.

맑은책시렁 299


《사과나무밭 달님》

 권정생

 창비

 1978.12.25.첫/2006.10.2.고침2판



  《사과나무밭 달님》(권정생, 창비, 1978/2006)은 이제 해묵은 이야기책 같습니다. 시골 작은집에서 살며 시골 작은이웃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낸 글인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나 어른 가운데 오늘날 누가 시골 작은집에서 살까요? 서울에서 커다란 잿집(아파트)에 머물기에 권정생 님 글을 못 읽거나 못 헤아려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겠어요? 여름에 부채질을 하다가 나무 곁에 서서 쏴아아 하고 부는 바람으로 풀내음을 맡는 살림살이가 아니면서, 《사과나무밭 달님》에서 들려주는 어떤 바람소리를 들을 만한가요? 겨울에 손끝 발끝 꽁꽁 얼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지어 조그마한 칸에 둘러앉아 한끼를 나누는 살림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채, 삶으로 마주하지 않고 글로만 읽는다면, 무엇을 보거나 느낄까요?


  이제는 나라 어느 책숲(도서관)이든 으리으리합니다. 밤에도 불빛이 환한 책숲이며, 잿집이고, 서울이고, 배움터입니다. 한밤에 별빛을 그리면서 밤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히 듣는 하루가 없는 채, 그저 글로만 《사과나무밭 달님》을 만난다면, ‘글로만 읽는 글’이 마음에 무슨 씨앗을 남길는지 아리송합니다.


  꽃집이 나쁠 일은 없되, 꽃집에서 돈을 치러서 사는 꽃하고, 마당이나 뒤꼍이나 밭자락이나 멧골에서 만나는 꽃은 참으로 다릅니다. 이름은 같은 ‘꽃’이어도, 숨결이며 내음이며 기운이며 빛이 모두 달라요. 꽃집에서 키운 꽃은 여러 날 잘 살아남지만, 들이나 멧골에서 살던 꽃은 사람이 함부로 파내면 1시간은커녕 10분도 못 견디고 시듭니다.


  어린이한테 글만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삶이 없이 읽히는 글로는 삶도 마음도 못 가꾸게 마련입니다. 책은 안 읽어도 좋으니, 부디 쇳덩이하고 잿더미를 모두 내려놓고서 맨몸으로 빗방울을 머금고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마시면서 별빛을 그리는 하루를 고즈넉이 보낼 줄 아는, ‘오늘날로는 얼핏 바보스러워 보일 시골스러운 몸짓’으로 하루를 보내는 이웃이 늘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울내음부터 걷어내고서야 손에 책을 쥘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책 한 자락이 마음으로 푸른빛이 되어 스며들 테니까요.


ㅅㄴㄹ


할머니가 욕을 해대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또 그냥 있지 않았습니다. 집히는 대로 돌멩이고 흙덩이고 뿌리고 던졌습니다. “애고 애고, 이마빡이 터졌다…….” 똬리골댁은 이마를 싸잡고 털썩 주저앉아 앙앙 기를 쓰고 울어대었습니다. (50쪽)


얼핏 보아 거지 같아 보였다. 누더기나 다름없는 작업복 바지와 저고리를 입었기 때문이다. 육이오 전쟁 때 부모님을 잃었다니까 어릴 적부터 떠돌아다니며 자란 모양이다. (73쪽)


“돌아, 너네 엄마 아버지 돌아가셨니?” “아냐, 산에서 살아 계실 거야. 흙이 좋다고 산에서만 사시겠대.” “그럼, 산에는 폭격이 없었니? 그 무서운 불꽃놀이가 없었니?” “왜 없었겠니? 다만 흙이어서 타지 않았을 뿐이야. 어머니 아버진 흙이래.” (142쪽)


“하지만 내가 소라면 마지막 도살장에까지 멍에를 메고 가겠어요. 그 고달픈 멍에와 함께 죽어버린다면, 모든 소들이 무거운 멍에에서 자유로워질 거예요.” (2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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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5
조정래 지음, 원유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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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3.27.

맑은책시렁 298


《박태준》

 조정래 글

 원유미 그림

 문학동네

 2007.10.25.첫/2007.11.12.3벌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는 모두 열다섯 사람을 다루려 했고, ‘신채호·안중근·한용운·김구·박태준’에 ‘이순신·세종대왕·허준·김정호·전봉준’에 ‘홍범도·신돌석·김원봉·유일한·장기려’ 이야기를 쓰려 했다는데, 이 가운데 앞쪽 일곱 사람 이야기만 책으로 나옵니다. ‘사람 이야기’를 굳이 순이돌이(남녀)를 고루 살펴서 써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큰작가 조정래’는 열다섯 사람을 모조리 돌이(남성)로 엮으려 했습니다.


  열다섯 사람 가운데 모자라거나 빠질 만한 발자취란 없을 테지만, 어쩐지 외곬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 이야기’라는 길로 무엇을 밝힐 수 있는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박태준》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서슬퍼런 굴레에 짓밟혀 앓거나 죽은 기나긴 나날에 걸쳐 ‘짓밟는 무리’에 깃들어 오래오래 힘·이름·돈을 부린 ‘박태준’이 어떻게 ‘신채호·안중근·한용운·김구’나 ‘홍범도·신돌석·김원봉·유일한·장기려’ 옆에 나란히 놓을 만한지 알쏭해요.


  그러나 《박태준》을 읽고 보니, ‘큰작가 조정래’가 ‘사람 보는 눈’은 ‘아이들 곁에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짓는 숲빛살림’이 아닌 ‘벼슬자리에서 힘·이름·돈을 떨치면서 ‘불쌍한 사람(백성·민중)’을 도와주거나 건져내는 꼭두자리’로구나 싶더군요. 위에 올라앉아 내려다보는 눈썰미인 조정래인 터라, 이이가 고른 열다섯 ‘훌륭이(위인)’는 엇비슷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러다 보니 《박태준》조차 ‘박태준을 치켜세우려고 일부러 쓴 대목’마저 오히려 치킴말이 되기보다는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가난한 백성을 돕는 나라님(정치지도자)’으로 받드는 얼거리입니다. 포항제철을 세워서 나라에 큰돈을 벌어들이고 자랑스런 이름을 온누리에 드날렸다고 섬기는 줄거리는 오히려 ‘1965년 한일협정 뒷짓’을 누가 왜 벌였으며, 이 멍울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오는 까닭을 알려주는 셈이기도 합니다.


  ‘박정희는 정치, 박태준은 경제’ 이렇게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 ‘대한민국 살리기’를 했으니 둘 모두 훌륭하다고 읊는 《박태준》을 ‘문학동네’에서 어린이책으로 여미었으니, 이곳에서 내는 어린이책이 들려주려는 삶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되짚을 만합니다. 1992년에 《태백산맥》을 한창 읽다가 어쩐지 얄궂다 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아리랑》은 손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 《태백산맥》이 얄궂고 《아리랑》은 손조차 대고 싶지 않았는지, 《박태준》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큰작가 조정래’란 허울을 드날리고 싶은 먹물붙이는 여러 ‘끄나풀(권력추종자)’ 가운데 하나였군요.


ㅅㄴㄹ


(아버지) 박봉관은 청년 시절에 씨름 선수로 근동에 이름을 날릴 만큼 기운이 셌고, 서당 공부도 남을 앞지를 만큼 머리가 좋았고, 무슨 일에든 거짓말하는 적이 없었고, 특히나 그 누구도 따라가기 어렵게 부지런했다. 박봉관의 이런 사람 됨됨이를 와세다 대학을 나왔다는 소메야 사장은 잘 알아보았던 것이다. (19쪽)


(1940년) 후지산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순간 사촌형제의 팔은 저절로 치켜 올려졌다. 그들은 감격에 겨워 자신들도 모르게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다른 등산객들도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3776미터를 정복한 모든 사람의 감격은 그렇게 크고 순수했다. (24쪽)


대대장과 그 참모들이 한꺼번에 희생당하기도 했다. 총탄과 포탄이 빗발치는 속에서 안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천수력발전소는 끝끝내 지켜냈다. 박태준이 사력을 다해 치러낸 마지막 격전이었다. (52쪽)


일본 자민당 부총재 오노가 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힌 대통령 특사의 요건은 세 가지였다. 대통령이 절대 신뢰하는 사람, 통역 없이 자유자재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 대통령은 그 조건에 딱 들어맞는 사람으로 박태준을 골랐던 것이다. (92쪽)


1965년 6월 22일 마침내 한일국교를 정상화하는 ‘한일협정’이 체결되었다. 협상 결과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청구권이라는 이름의 경제협력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이를 묵인했던 것이다. (96쪽)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박태준의 업적을 기려 11개의 훈장, 6개의 명예박사학위, 2개의 상을 수여했다. (1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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