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 7~8세가 읽는 우리 동화 2
이원수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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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1.20.

맑은책시렁 312


《새 식구》

 이원수 글

 이태수 그림

 우리교육

 2011.4.15.



  《새 식구》(이원수·이태수, 우리교육, 2011) 같은 어린이책은 앞으로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어린이 곁에서 나란히 걷고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어른이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담은 어린이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를 쇳덩이(자동차)에 싣고서 집이랑 배움터 사이만 오가느라 어린이가 하늘을 볼 틈이 없고 땅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면, 이제 이런 어린이책은 더 안 나오겠지요.


  어린이는 배움터(학교·학원)에 오래 붙들려야 하지 않습니다. 어버이나 어른이라면 어린이를 배움터에 붙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소꿉놀이로 하루를 누리기에 스스로 빛나면서 자랍니다. 어른하고 어버이는 살림을 짓고 가꾸고 꾸리기에 언제나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글은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말을 담으면 됩니다. 말을 솜씨있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말은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마음은 높거나 훌륭해야 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이 깃들어 천천히 자랄 수 있으면 됩니다.


  누구나 숨을 돌릴 틈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하루를 곱씹고 돌아볼 겨를을 누려야 합니다. 다같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바닥에 쪼그려앉아서 개미를 살피고 들꽃을 들여다볼 짬을 내야 합니다.


  나날이 새로 맞아들이면서 숲빛을 헤아리기에 즐겁게 배웁니다. 언제나 이 한 가지입니다.


ㅅㄴㄹ


누나가 된다는 걸 생각하니 참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11쪽)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 아이들은 누구나 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모두 새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잘 차리고 왔지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19쪽)


“창식아, 요전엔 내가 잘못했다.” 은준이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창식이는 뜻밖에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42쪽)


“엄마,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이제 바람이 불어 오면 너희들은 바람을 따라 춤을 추며 멀리 사라져 가게 될 게다. 어느 들판일까? 산 발치일까 그건 모르지만.” (48쪽)


+


누나가 된다는 걸 생각하니 참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 누나가 된다고 생각하니 참 어깨가 으쓱합니다

11쪽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

→ 처음으로 배움터에 들어갈 때

19쪽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해?

4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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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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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3.10.18.

푸른책시렁 168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김라합 옮김

 보리

 2000.10.25.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버하르트 뫼비우스/김라합 옮김, 보리, 2000)를 오랜만에 되읽었습니다. 1981년에 태어난 ‘어린이나라’ 이야기는 2000년을 지나 2023년에도 새록새록 새길 만하지만, 이 어린이나라는 오늘날까지 잇지는 않습니다. 책에 남은 이야기가 되었달까요.


  어린이나라는 그저 어린이나라이면 됩니다. 살림살이를 손수 가꾸고 일구고 짓고 나누는 길이면 됩니다. 어른나라처럼 우두머리라든지 벼슬아치라든지 이것저것 있어야 한다고 여길 까닭이 없어요.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펴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으로 서요. ‘어른으로 자란 어린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린이나라를 세우는 바탕은 언제나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느 한때에만 아름답고 넉넉한 터전이 아니라,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짓고, 스스럼없이 꿈을 펴며 뛰놀고 일할 뿐 아니라, 서로 풀꽃나무를 품는 숲집으로 뻗을 노릇입니다.


  ‘벤포스타’가 그만 주저앉았다면, 숲을 품는 길보다는 ‘얄궂은 어른나라’ 얼개를 손보는 틀에서 머문 탓이라고 느껴요. 누구나 스스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나라(정부)가 없던 무렵에 사람들은 스스로 살림집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짝꿍을 만나서 오순도순 아이를 낳아 모든 살림빛을 누리고 물려주었습니다.


  수수한 순이돌이는 스스로 모든 말을 지었고, 스스로 즐거운 보금자리였고, 스스로 새랑 풀벌레랑 뭇짐승하고 나란히 살아가는 푸른 터전을 꾸렸어요. 그러니까 ‘어린이나라’가 아름답게 이어가려면 ‘나라’가 아닌 ‘어린이숲’으로 거듭날 일입니다. 앞으로 어른으로 자랄 어린이인 만큼 ‘푸른숲’에 ‘사랑숲’에 ‘살림숲’으로 피어나는 길을 찾으면 되어요.


  어깨동무하는 곳은 ‘나라’도 ‘정부·공화국’도 아닙니다. 어깨동무하는 곳은 ‘둥지’요 ‘보금자리’인 ‘숲’입니다. 이 대목을 차근차근 짚고 나눌 때라야 새 ‘아름숲’을 가꾸고 일굴 수 있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다섯 살짜리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는지 여기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어른들이 공동체 안의 동등한 동반자이자 조언자로서 아이 편이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은 아이의 앞날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68쪽)


어린이 나라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 쪽에서 주는 지식과 기술이 아이들의 학습 욕구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100쪽)


우리는, 늘 밝고 명랑한 이 아이가 미장이인 아버지와 함께 아레아스에 휴양지가 생기기 전 아이들의 숙소로 쓸 돌 오두막집을 열두 채나 지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72쪽)


벤포스타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벤포스타에서는 25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더없이 신선하게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실천해 왔다. (205쪽)


교회는 프랑코 정부와 결탁해 있었고, 세상을 보게 된 실바 신부는 정부뿐 아니라 카톨릭 교회와도 잘 지내지 못했다. (213쪽)


+


좀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아이들뿐이다

→ 좀더 바르고 아름다운 터전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이들뿐이다

→ 아이들이 좀더 곧고 사랑스레 이 삶터를 일굴 수 있다

37쪽


드나드는 것을 제한하는 차단기

→ 드나들지 않게 막는 작대기

→ 드나들지 말라는 가로막이

47쪽


여기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 여기서 따지지는 않는다

→ 여기서 가름하지는 않는다

→ 여기서 다루지는 않는다

68쪽


아이의 앞날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아이 앞날을 크게 바꾼다

→ 아이 앞날에 깊이 이바지한다

→ 아이 앞날을 뜻있게 스민다

68쪽


한 예로 주유소 종업원들은 계속 바뀐다

→ 이를테면 기름집 일꾼은 늘 바뀐다

80쪽


그날 그날의 일과가 토론으로 어려움 없이 처리된다

→ 그날그날을 이야기하며 어렵잖이 다스린다

→ 그날 일을 이야기로 수월하게 끝맺는다

86쪽


열두 채나 지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열두 채나 지은 줄도 알았다

172쪽


무차초스 서커스단의 훌륭함은 무엇보다도 위대한 인간성에 있다

→ 무차초스 멋솜씨판은 무엇보다도 됨됨이가 훌륭하다

→ 무차초스 꽃솜씨판은 무엇보다도 마음결이 훌륭하다

212쪽


교회는 프랑코 정부와 결탁해 있었고

→ 절집은 프랑코 무리와 손을 잡았고

→ 절집은 프랑코 나라와 한통속이고

213쪽


새로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를 교육합니다

→ 새사람으로 살도록 어린이를 가르칩니다

→ 새롭게 살아가도록 어린이를 이끕니다

215쪽


이 모든 까닭으로 해서

→ 이리하여

→ 이 때문에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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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지음, 오코소 레이코 그림, 이창희 옮김 / 북뱅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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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9.9.

맑은책시렁 307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이창희 옮김

 북뱅크

 2002.5.15.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마쓰오카 교코 글·오코소 레이코 그림/이창희 옮김, 북뱅크, 2002)는 수수께끼를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숲에서 늑대하고도 신나게 노는 길을 들려줍니다. 으레 늑대란 사납고 아이를 마구 잡아먹으려 한다고 여기지만, 늑대가 혼자 섣불리 아이한테 달려드는 일이란 없습니다. 늑대뿐 아니라 뭇짐승도 섣불리 사람을 건드리려 하지 않아요. 다들 사람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서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려 하고, 이모저모 바라보다가 마음으로 말을 걸려고 합니다.


  이웃을 마주하고 동무를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겉모습으로 따지거나 가르지 않아요. 잘생겨야 이웃인가요? 곱상해야 동무인가요? 아닐 테지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도 겉이 아닌 속으로 마주하고 사귈 적에 비로소 이웃이요 동무이면서 사랑이 샘솟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사람 아닌 뭇숨결을 그저 숨빛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는 길을 익히거나 이야기하지 않을 적에는, 그만 아이답지도 않고 어른스럽지도 않습니다. 이런 여러 대목을 보자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는 제법 잘 썼다고 여길 만하면서도 여러 곳이 아쉽습니다. 뻔한 틀에 아이 눈길을 가두려 한 대목이라든지, 아이가 섣불리 늑대 따위하고 어울리면 안 된다고 걱정하고 나무라는 어머니는 참으로 아쉽지요. 우리는 이렇게 틀에 스스로 가둔 채 아이로서도 어른으로서도 삶이며 사랑을 등집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웃음꽃으로 수수께끼를 놀고, 말에 얽힌 삶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는 아이스러운 줄거리는 반갑습니다. 글쓴이가 더 마음을 기울여서 글을 쓰고 손질했다면 한결 나았을 테지요. 또한 옮김말은 어린이책답지 않아요. 얄궂은 일본말씨는 털어내고 손질해야지요.


ㅅㄴㄹ


“이거 참, 꽤나 어려운 수수께끼로군 그래.” “어렵지? 잘 생각해 봐.” 아이가 말했습니다. 늑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18쪽)


“그렇게 쉬운 건 재미없어. 그건 아까 한 번 냈던 거잖아.”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창문에 손을 갖다대면서, “하얗고 부드럽고 맛있고, 게다가 늑대보다 훨씬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그건 바로, 바로 나!” 하고 말하더니 창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56쪽)


+


어린아이를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 어린아이를 찾습니다

8쪽


뭘 하고 있니

→ 뭘 하니

8쪽


입 주변을 쓰윽

→ 입가를 쓰윽

10쪽


이런 식으로 하는 거 말이야

→ 이렇게 하는 놀이 말이야

11쪽


준비 됐니? 그럼, 나부터 시작할게

→ 다 됐니? 그럼, 나부터 할게

12쪽


들쥐는 갉아먹는 게 특기니까

→ 들쥐는 갉아먹기를 잘하니까

16쪽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습니다

18쪽


눈을 감으면 신기하게도 생각의 실마리가 술술 풀린다고도

→ 눈을 감으면 놀랍게도 생각 실마리가 술술 풀린다고도

21쪽


아이의 말대로 양 손을 머리에 대고

→ 아이 말대로 두 손을 머리에 대고

22쪽


언덕 위 풀밭에

→ 언덕 풀밭에

48쪽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그건 바로, 바로 나

→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바로, 바로 나

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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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의 달리기
아만 기미코 지음, 이소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8.31.

맑은책시렁 303


《꼴찌들의 달리기》

 아만 기미코 글

 카도다 리츠코 그림

 이소라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10.10.



  《꼴찌들의 달리기》(아만 기미코·카도다 리츠코/이소라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를 읽고서 참 잘 쓴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스스로 쓸 줄 모르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삶을 다루는 이야기는 먼발치에 있지 않아요. 바로 오늘 이곳 우리가 나날이 부대끼는 터전에서 자랍니다.


  우리말 ‘꼴찌·꼬마’는 ‘꽃’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끝’도 말밑이 만납니다. 이 대목을 헤아리는 어진 눈은 얼마나 있을까요? 꼴찌에 꼬마인 아이들 곁에서 “꽃이란 언제나 꼴찌로 피어나면서 끝을 빛내어 처음부터 새롭게 여는 길이란다.”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진 마음은 얼마나 될까요?


  다만, 이 책은 일본글로는 “びりっこ一年生”으로 나왔습니다. 일본글은 ‘꼴찌’란 말을 안 내세웁니다. 그저 첫걸음(1학년) 아이들이 서로 돕고 아끼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책이름을 “꼴찌 달리기”로 바꾸어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나, 이렇게 바꾼 뜻을 우리 스스로 얼마나 읽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꼴찌’가 왜 꼴찌이고, ‘꼬마’가 왜 꼬마이고, ‘꽃’이 왜 꽃인 줄 모르는 채 허덕이는 나날은 아닌가요? 너무 바쁘고, 그저 서울에 얽매이고, 아이하고 말을 섞을 틈이 없는 굴레이지는 않나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닌 꼴찌는 ‘꽃찌’입니다. 


ㅅㄴㄹ


‘정말 그럴까?’ 수정이는 엄마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정이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꼴찌가 되는 건 정말 싫어…….’ 하는 소리가 자꾸만 울려 나왔습니다. (19쪽)


지은이와 수정이는 검정색과 빨간색, 크고 작은 짝짝이 장화를 신고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하나둘 결승점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달리고 있는 사람은 꼴찌가 된 둘뿐이었죠. 둘은 ‘비’ 선에 놓여진 우산을 하나씩 들고서 다시 달렸습니다. (75쪽)


#あまんきみこ #びりっこ一年生


지은이의 기쁜 마음을 아는지

→ 지은이가 기쁜 줄 아는지

7쪽


운동회 준비를 하게 되는 거야?

→ 놀이마당을 꾸려?

→ 들마당을 건사해?

13쪽


춤을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끝내 잘 되지 않았습니다

→ 춤을 힘껏 쳐 보았는데도 끝내 잘 되지 않습니다

17쪽


식탁 위에는 수정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김밥이랑

→ 밥자리에는 수정이가 아주 좋아하는 김밥이랑

22쪽


지은이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 지은이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 지은이는 온힘으로 달렸습니다

5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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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신랑 (보급판) -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개정판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1
서정오 글, 김성민 그림 / 보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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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8.31.

맑은책시렁 297


《두꺼비 신랑》

 서정오 글

 김성민 그림

 보리

 1996.3.25.



  《두꺼비 신랑》(서정오·김성민, 보리, 1996)을 오랜만에 되읽습니다. 우리 옛이야기를 갈무리한 꾸러미 가운데 하나로, ‘말로 배우’고 ‘이야기로 익히’던 매무새를 돌아볼 만합니다. 참으로 우리는 배움터나 책이 아닌, 이야기로 아이들을 이끌었고, 이 이야기로 어른하고 어버이도 스스로 추슬렀어요.


  오늘날 우리는 이야기를 잊거나 잃습니다. 다들 남(사회)에 쓰거나 여민 부스러기(지식·정보) 에 매달립니다. 마음에 심을 말씨를 스스로 짓는 어버이가 너무 드물고, 생각을 밝히면서 여미는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주는 어른도 참으로 드물어요.


  가만 보면 《두꺼비 신랑》을 비롯한 옛이야기도 글쓴이가 스스로 짓거나 여민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먼 옛날부터 흘러온 숱한 이야기를 요샛말로 다듬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동화·어린이문학’ 같은 이름으로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밝거나 참한 이야기를 짓는가요? 이름은 ‘동화·어린이문학’이되, 오히려 미움이나 멍울이나 싸움을 부추기는 부스러기를 쏟아내지는 않나요?


  세 가지 바람을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읽다가, ‘오늘날에 맞게 세 가지 바람’을 그린다면 무엇이 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숲을 바라고, 노래를 바라고, 살림짓기를 바라는 길을 들려줄 만한 어진 눈빛이 아직 있는가요? 잿집(아파트)이 아닌 시골집에서 마당을 돌보면서 풀벌레랑 새하고 동무하는 착한 손빛이 아직 있는가요? 이제라도 눈을 뜨고 마음을 틔우는 어른으로 설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ㅅㄴㄹ


“아이고, 내 팔자야. 그놈의 노새라도 있었더라면 …….” 그러자 눈앞에 다리 부러진 노새가 턱 나타나네. 이렇게 해서 세 가지 소원을 다 쓰고 말았다는 이야기야. (56쪽)


하늘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가 두둥실 뜨더니, 초가집 마당으로 넘실넘실 내려오더래. 둘이서 그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높이높이 올라갔어. (102∼103쪽)


넓은 마루에 물레를 벌여 놓고 왱왱 돌리면서 “이 고운 무명 길쌈 뉘 주려고 이리 하나.” 하고 노래를 부르니까, “쿵쿵절싸 잘 한다. 좋은 때가 있으리.” 하면서 지팡이가 마루 위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110쪽)


+


복 많은 사람 복의 반이라도 좀 주시구려

→ 기쁜 사람 기쁨 조금이라도 좀 주시구려

→ 꽃 많은 사람 꽃에서 몇 좀 주시구려

27쪽


이 사람이 옥황상제인가 몰라

→ 이 사람이 하늘님인가 몰라

→ 이 사람이 하늘어른인가 몰라

27쪽


아이고, 내 팔자야

→ 아이고, 내 삶이야

→ 아이고, 내 하루야

56쪽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거지

→ 이야기도 할 수 있지

83쪽


갓을 쓰고 있다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게지

→ 갓을 쓴 줄 깜빡 잊어버렸지

86쪽


은혜를 갚고 싶은데

→ 고마워 갚고 싶은데

→ 빛을 갚고 싶은데

87쪽


한 어머니가 예쁜 딸을 낳았지

→ 어머니가 딸을 곱게 낳았지

95쪽


초가집 마당으로

→ 흙집 마당으로

→ 풀집 마당으로

103쪽


지팡이가 마루 위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 지팡이가 마루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110쪽


깊디깊은 산 속에 들어가게 됐어

→ 깊디깊이 멧골로 들어갔어

118쪽


아무도 와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산중인데

→ 아무도 와 보지 않은 듯한 멧골인데

118쪽


파랑새가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더니

→ 파랑새가 커다란 바위에 올라앉더니

1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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