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지음, 오코소 레이코 그림, 이창희 옮김 / 북뱅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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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9.9.

맑은책시렁 307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이창희 옮김

 북뱅크

 2002.5.15.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마쓰오카 교코 글·오코소 레이코 그림/이창희 옮김, 북뱅크, 2002)는 수수께끼를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숲에서 늑대하고도 신나게 노는 길을 들려줍니다. 으레 늑대란 사납고 아이를 마구 잡아먹으려 한다고 여기지만, 늑대가 혼자 섣불리 아이한테 달려드는 일이란 없습니다. 늑대뿐 아니라 뭇짐승도 섣불리 사람을 건드리려 하지 않아요. 다들 사람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서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려 하고, 이모저모 바라보다가 마음으로 말을 걸려고 합니다.


  이웃을 마주하고 동무를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겉모습으로 따지거나 가르지 않아요. 잘생겨야 이웃인가요? 곱상해야 동무인가요? 아닐 테지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도 겉이 아닌 속으로 마주하고 사귈 적에 비로소 이웃이요 동무이면서 사랑이 샘솟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사람 아닌 뭇숨결을 그저 숨빛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는 길을 익히거나 이야기하지 않을 적에는, 그만 아이답지도 않고 어른스럽지도 않습니다. 이런 여러 대목을 보자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는 제법 잘 썼다고 여길 만하면서도 여러 곳이 아쉽습니다. 뻔한 틀에 아이 눈길을 가두려 한 대목이라든지, 아이가 섣불리 늑대 따위하고 어울리면 안 된다고 걱정하고 나무라는 어머니는 참으로 아쉽지요. 우리는 이렇게 틀에 스스로 가둔 채 아이로서도 어른으로서도 삶이며 사랑을 등집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웃음꽃으로 수수께끼를 놀고, 말에 얽힌 삶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는 아이스러운 줄거리는 반갑습니다. 글쓴이가 더 마음을 기울여서 글을 쓰고 손질했다면 한결 나았을 테지요. 또한 옮김말은 어린이책답지 않아요. 얄궂은 일본말씨는 털어내고 손질해야지요.


ㅅㄴㄹ


“이거 참, 꽤나 어려운 수수께끼로군 그래.” “어렵지? 잘 생각해 봐.” 아이가 말했습니다. 늑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18쪽)


“그렇게 쉬운 건 재미없어. 그건 아까 한 번 냈던 거잖아.”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창문에 손을 갖다대면서, “하얗고 부드럽고 맛있고, 게다가 늑대보다 훨씬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그건 바로, 바로 나!” 하고 말하더니 창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56쪽)


+


어린아이를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 어린아이를 찾습니다

8쪽


뭘 하고 있니

→ 뭘 하니

8쪽


입 주변을 쓰윽

→ 입가를 쓰윽

10쪽


이런 식으로 하는 거 말이야

→ 이렇게 하는 놀이 말이야

11쪽


준비 됐니? 그럼, 나부터 시작할게

→ 다 됐니? 그럼, 나부터 할게

12쪽


들쥐는 갉아먹는 게 특기니까

→ 들쥐는 갉아먹기를 잘하니까

16쪽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습니다

18쪽


눈을 감으면 신기하게도 생각의 실마리가 술술 풀린다고도

→ 눈을 감으면 놀랍게도 생각 실마리가 술술 풀린다고도

21쪽


아이의 말대로 양 손을 머리에 대고

→ 아이 말대로 두 손을 머리에 대고

22쪽


언덕 위 풀밭에

→ 언덕 풀밭에

48쪽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그건 바로, 바로 나

→ 훨씬 똑똑한 사람은 누구게? 바로, 바로 나

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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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의 달리기
아만 기미코 지음, 이소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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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8.31.

맑은책시렁 303


《꼴찌들의 달리기》

 아만 기미코 글

 카도다 리츠코 그림

 이소라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10.10.



  《꼴찌들의 달리기》(아만 기미코·카도다 리츠코/이소라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를 읽고서 참 잘 쓴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스스로 쓸 줄 모르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삶을 다루는 이야기는 먼발치에 있지 않아요. 바로 오늘 이곳 우리가 나날이 부대끼는 터전에서 자랍니다.


  우리말 ‘꼴찌·꼬마’는 ‘꽃’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끝’도 말밑이 만납니다. 이 대목을 헤아리는 어진 눈은 얼마나 있을까요? 꼴찌에 꼬마인 아이들 곁에서 “꽃이란 언제나 꼴찌로 피어나면서 끝을 빛내어 처음부터 새롭게 여는 길이란다.”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진 마음은 얼마나 될까요?


  다만, 이 책은 일본글로는 “びりっこ一年生”으로 나왔습니다. 일본글은 ‘꼴찌’란 말을 안 내세웁니다. 그저 첫걸음(1학년) 아이들이 서로 돕고 아끼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책이름을 “꼴찌 달리기”로 바꾸어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나, 이렇게 바꾼 뜻을 우리 스스로 얼마나 읽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꼴찌’가 왜 꼴찌이고, ‘꼬마’가 왜 꼬마이고, ‘꽃’이 왜 꽃인 줄 모르는 채 허덕이는 나날은 아닌가요? 너무 바쁘고, 그저 서울에 얽매이고, 아이하고 말을 섞을 틈이 없는 굴레이지는 않나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닌 꼴찌는 ‘꽃찌’입니다. 


ㅅㄴㄹ


‘정말 그럴까?’ 수정이는 엄마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정이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꼴찌가 되는 건 정말 싫어…….’ 하는 소리가 자꾸만 울려 나왔습니다. (19쪽)


지은이와 수정이는 검정색과 빨간색, 크고 작은 짝짝이 장화를 신고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하나둘 결승점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달리고 있는 사람은 꼴찌가 된 둘뿐이었죠. 둘은 ‘비’ 선에 놓여진 우산을 하나씩 들고서 다시 달렸습니다. (75쪽)


#あまんきみこ #びりっこ一年生


지은이의 기쁜 마음을 아는지

→ 지은이가 기쁜 줄 아는지

7쪽


운동회 준비를 하게 되는 거야?

→ 놀이마당을 꾸려?

→ 들마당을 건사해?

13쪽


춤을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끝내 잘 되지 않았습니다

→ 춤을 힘껏 쳐 보았는데도 끝내 잘 되지 않습니다

17쪽


식탁 위에는 수정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김밥이랑

→ 밥자리에는 수정이가 아주 좋아하는 김밥이랑

22쪽


지은이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 지은이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 지은이는 온힘으로 달렸습니다

5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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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신랑 (보급판) -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개정판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1
서정오 글, 김성민 그림 / 보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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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문학 2023.8.31.

맑은책시렁 297


《두꺼비 신랑》

 서정오 글

 김성민 그림

 보리

 1996.3.25.



  《두꺼비 신랑》(서정오·김성민, 보리, 1996)을 오랜만에 되읽습니다. 우리 옛이야기를 갈무리한 꾸러미 가운데 하나로, ‘말로 배우’고 ‘이야기로 익히’던 매무새를 돌아볼 만합니다. 참으로 우리는 배움터나 책이 아닌, 이야기로 아이들을 이끌었고, 이 이야기로 어른하고 어버이도 스스로 추슬렀어요.


  오늘날 우리는 이야기를 잊거나 잃습니다. 다들 남(사회)에 쓰거나 여민 부스러기(지식·정보) 에 매달립니다. 마음에 심을 말씨를 스스로 짓는 어버이가 너무 드물고, 생각을 밝히면서 여미는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주는 어른도 참으로 드물어요.


  가만 보면 《두꺼비 신랑》을 비롯한 옛이야기도 글쓴이가 스스로 짓거나 여민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먼 옛날부터 흘러온 숱한 이야기를 요샛말로 다듬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동화·어린이문학’ 같은 이름으로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밝거나 참한 이야기를 짓는가요? 이름은 ‘동화·어린이문학’이되, 오히려 미움이나 멍울이나 싸움을 부추기는 부스러기를 쏟아내지는 않나요?


  세 가지 바람을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읽다가, ‘오늘날에 맞게 세 가지 바람’을 그린다면 무엇이 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숲을 바라고, 노래를 바라고, 살림짓기를 바라는 길을 들려줄 만한 어진 눈빛이 아직 있는가요? 잿집(아파트)이 아닌 시골집에서 마당을 돌보면서 풀벌레랑 새하고 동무하는 착한 손빛이 아직 있는가요? 이제라도 눈을 뜨고 마음을 틔우는 어른으로 설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ㅅㄴㄹ


“아이고, 내 팔자야. 그놈의 노새라도 있었더라면 …….” 그러자 눈앞에 다리 부러진 노새가 턱 나타나네. 이렇게 해서 세 가지 소원을 다 쓰고 말았다는 이야기야. (56쪽)


하늘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가 두둥실 뜨더니, 초가집 마당으로 넘실넘실 내려오더래. 둘이서 그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높이높이 올라갔어. (102∼103쪽)


넓은 마루에 물레를 벌여 놓고 왱왱 돌리면서 “이 고운 무명 길쌈 뉘 주려고 이리 하나.” 하고 노래를 부르니까, “쿵쿵절싸 잘 한다. 좋은 때가 있으리.” 하면서 지팡이가 마루 위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110쪽)


+


복 많은 사람 복의 반이라도 좀 주시구려

→ 기쁜 사람 기쁨 조금이라도 좀 주시구려

→ 꽃 많은 사람 꽃에서 몇 좀 주시구려

27쪽


이 사람이 옥황상제인가 몰라

→ 이 사람이 하늘님인가 몰라

→ 이 사람이 하늘어른인가 몰라

27쪽


아이고, 내 팔자야

→ 아이고, 내 삶이야

→ 아이고, 내 하루야

56쪽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거지

→ 이야기도 할 수 있지

83쪽


갓을 쓰고 있다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게지

→ 갓을 쓴 줄 깜빡 잊어버렸지

86쪽


은혜를 갚고 싶은데

→ 고마워 갚고 싶은데

→ 빛을 갚고 싶은데

87쪽


한 어머니가 예쁜 딸을 낳았지

→ 어머니가 딸을 곱게 낳았지

95쪽


초가집 마당으로

→ 흙집 마당으로

→ 풀집 마당으로

103쪽


지팡이가 마루 위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 지팡이가 마루를 신나게 쿵쿵 뛰어다니거든

110쪽


깊디깊은 산 속에 들어가게 됐어

→ 깊디깊이 멧골로 들어갔어

118쪽


아무도 와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산중인데

→ 아무도 와 보지 않은 듯한 멧골인데

118쪽


파랑새가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더니

→ 파랑새가 커다란 바위에 올라앉더니

1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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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8
김삼웅 지음,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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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 인문책 2023.8.31.

맑은책시렁 301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김삼웅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3.6.25.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김삼웅, 철수와영희, 2023)를 곰곰이 새겨 봅니다. ‘일본바라기’라고 할 적에는 ‘삶을 푸르게 사랑으로 짓는 살림길을 나아가는 수수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우두머리·나리’를 그저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이 살림길을 짓는다면, 일본이건 중국이건 미국이건 러시아이건 독일이건 스위스이건 덴마크이건 배우면 되고, 이웃으로 어깨동무하면 즐거워요. 그러나 어리석을 뿐 아니라 수렁에 밀어넣고 굴레를 채우려는 무리가 있으면 서슴없이 내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붓(연필·볼펜) 한 자루조차 제대로 여미지 못 합니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찰칵이를 벼리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짓는 알뜰한 살림을 받아들이기에 ‘일본바라기’일 수 없습니다. 어리석게 스스로 굴레를 뒤집어쓰고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하니 말썽입니다.


  이를테면, 지난날 총칼에 짓밟히던 무렵 일본바라기였던 백선엽 같은 이는 나중에 ‘인천 사학비리 선인재단’을 매우 오래도록 꾸리면서 썩은짓을 일삼았어요. 바른길도 고운길도 안 걸은 이는 한때에만 일본바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갖 굴레에 수렁에 사슬에 들러붙어서 사람들을 짓밟는 앞잡이 노릇을 했습니다.


  이런 고얀놈은 으레 갈라치기를 꾀합니다. 사람들을 이쪽저쪽으로 갈라서 ‘이쪽에 서야 우리 쪽’이라고 외치면서 그들 뒷짓을 감추고 검은돈을 뿌리고 슬슬 돌라먹기를 하지요.


  배를 곯고 고단한 나머지 한동안 넋이 나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가 뉘우친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는 굴레나 수렁이나 사슬에 휩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검은짓을 물리치려고 힘썼습니다. 그저 ‘친일파’라는 이름에 매이기보다는,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나라를 짓밟고 이웃을 괴롭힌 무리가 벌인 바보짓에 검은짓을 돌아보고 짚을 노릇입니다. 누구라도 잘못을 할 수 있겠지요. 잘못을 했으나 뻔뻔하게 굴러먹은 이가 있고, 잘못을 내내 뉘우치면서 고개숙인 이가 있어요.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매한가지입니다. 엉터리는 으레 엉터리예요. 무엇이 엉터리인지 차분히 짚으면서, 우리가 온누리를 사랑으로 일구는 새길을 바라보면서 모든 헛짓을 치워내는 어진 눈빛을 이 땅 아이들이 배우고 물려받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일제가 패전할 때까지 징병과 징용 등으로 끌고 간 조선인은 총 8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02만 명이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되었어요. (92쪽)


이승만 정권 12년 동안 배출한 8명의 육군참모총장 중 일본 육사 출신이 5명, 만주군 출신이 2명, 지원병 출신이 1명으로 광복군이나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한 인사는 1명도 없었습니다. 학계·언론계·예술 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그들은 동류의식이 강해서 함께 기득권을 지키고 이권을 나누면서 해방된 조국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102쪽)


백선엽과 김흥준, 김석범, 송석하, 신현준은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고, 이종찬은 일본군 소좌 출신으로 일제로부터 무공훈장인 금치훈장을 받았어요. (109쪽)


+


해방 80여 년이 되는 지금까지 친일파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 너울길 여든 해가 되는 오늘까지 일본바라기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6쪽


결코 과거사 문제가 아닙니다

→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 한낱 옛날일이 아닙니다

18쪽


한국인을 노예로 삼고 자원을 빼앗아 자기들끼리 잘살겠다는 야욕 말입니다

→ 한겨레를 종으로 삼고 살림을 빼앗아 저희끼리 잘살겠다는 뱃속 말입니다

43쪽


학교나 행정 관서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토록 하고, 한국어를 쓰면 탄압했어요

→ 배움터나 나라 곳곳에서는 일본말을 쓰라 하고, 우리말을 쓰면 짓밟았어요

47쪽


해방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상실했습니다

→ 우리나라는 홀로섰지만 오랫동안 겨레얼과 삶넋을 잃었습니다

72쪽


독재와 부패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되었지요

→ 가시울과 각다귀가 억눌렀지요

→ 쇠사슬과 곰팡이가 짓눌렀지요

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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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 한림출판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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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5.6.

맑은책시렁 276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7.20.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마쓰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를 1998년에 처음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은 그림책을 펴낸 발자취가 몹시 긴데, 오랜 발자취가 있을 만하구나 싶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을 지나 2000년에 이르는데에도 아직 그림책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를 뿐더러, 아이 곁에 어떤 그림책을 놓아야 아름다운가를 헤아리지도 못 하는구나 싶었어요.


  마쓰이 다다시 님이 글을 쓰고 책을 낸 지는 꽤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한글판조차 퍽 늦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림책밭을 일구는 손길이나 눈길도 얕았던 터라, 그림책을 속깊이 바라보는 책을 옮기는 일에서도 늦었다고 해야겠지요.


  그래도 여러 펴냄터가 온누리 아름그림책을 꾸준히 한글판으로 냈고, ‘어린이책을 옮긴 적이 없는 탓에 어린이책을 엉성한 일본말씨로 옮긴 이들이 수두룩’했어도, ‘어린이책을 어린이 눈높이로 옮기자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조금씩 늘면서 천천히 발돋움하여 2020년을 넘었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 어린이랑 함께 읽는 책, 어린이 곁에 앉거나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서 어른이 소리를 내어 말빛·말결·말가락에 얹는 마음을 들려주는 책이 ‘어린이책’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도 나옵니다만,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혼자서 읽는 책이라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소리와 삶과 몸짓으로 받아들이고 익힙니다. 곁에서 어버이·어른이 어느 낱말을 입으로 소리를 낼 적에 눈여겨보면서 느껴요. 또한, 어느 낱말을 쓰면서 어느 삶자리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지켜보지요.


  소리내어 읽어 주는 책이 ‘어린이책’인 터라, 모름지기 모든 어린이책은, 동시도 동화도 ‘소리를 내어 읽어 주는 글’로 여밀 노릇입니다. ‘글말 아닌 입말’로만 써야 할 어린이책입니다. 또한, 어린이가 말을 귀와 삶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장 쉽고 수수한 우리말로 가다듬고 손질해서 부드럽게 노래하듯 들려줄 줄 알아야지요.


  어느덧 ‘어린이책 옮김이(번역가)’가 꽤 늘었으나,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돌보거나 건사하는 길을 꾸준히 새롭게 익히면서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꾼은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일자리(직업)로 옮김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만 너무 많습니다.


  어린이책을 쓰는(창작하는) 사람도 매한가지예요. 어린이책을 쓰는 일이란, ‘문학인’이 되려는 뜻일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말 한 마디로 삶을 새롭게 배워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슬기롭고 참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에 마음에 씨앗으로 담을 길을 곁에서 동무로 지켜보는 사람이 쓸 어린이문학이고 어린이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장사하려는 어린이문학과 어린이인문’이 끔찍하게 넘칩니다. ‘어른 인문책’을 조금 추려서 ‘어린이 인문책’으로 꾸미는 큰 펴냄터까지 많습니다. 제발 어린이를 장삿속으로 쳐다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지 맙시다. 어린이한테 소리내어 들려줄 이야기를 쓰고 옮기고 짓고 엮고 펴내어, 함께 ‘새누리(새터·새길)’를 짓는 ‘어진 어른’으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입니다. (14쪽)


그림책은 지식을 주입하거나, 문자를 가르치거나, 혼자 읽기를 훈련하는 교재가 아닙니다. 과학에 관한 책이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24쪽)


재미있는 것은 엘사의 모델은 언제나 자기 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아들들은 각자 ‘자기 그림책’을 가진 셈이고, 그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86쪽)


내가 《메리와 양》을 읽어 주던 시절, 우리 집 아이들은 양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양이나 오리 같은 가축과 우리 집은 인연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메리와 양》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99쪽)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 힘을 잊기 쉬운 우리들에게 스테이크는 당나귀 가족의 마음의 교류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속에 있는 그 힘을 다시 한 번 상기하세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17쪽)


#松居直 #まついただし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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