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0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2.5.3.

맑은책시렁 269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3.21.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22)를 읽었습니다. 어릴 적 여러 일을 떠올립니다. 요사이는 집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2000년 무렵까지 집개를 돌보는 분이 많았습니다. 다만 마당집이 아니고서야 집개를 돌볼 엄두를 거의 내지 않았고, 아무리 집에서 개를 돌보더라도 ‘땅을 디디고 흙냄새를 맡고 흙구덩이를 파야 삶다운 삶을 누리는 개’인 터라, 잿빛집(아파트)에서 섣불리 곁개(반려견)를 두려 하지 않았어요.


  손바닥만 한 마당이어도 모두 마당이에요. 마당 있는 작은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집하고 만납니다. 다시 말해, 지난날 집개·곁개는 작은집을 지키는 몫이자 아이들 놀이동무였고, 마을 누구한테서나 이쁨받는 숨결이었어요. 그래서 ‘마당 없는 잿빛집’이 하나둘 늘고, 이런 잿빛집으로 떠나는 분들은 ‘마당에서 돌보던 곁개’를 눈물을 머금고서 ‘마당 있는 이웃집’한테 넘기곤 했습니다.


  마당을 못 누리는 오늘날 높다란 잿빛집은 겹겹이 쌓아올립니다. 곁개를 돌보는 분들이 이따금 마실(산책)을 시키며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도록 해준다지만 큰고장 잿빛집에서는 개한테 턱없이 모자라게 마련입니다. 집고양이도 매한가지예요. 이러다 보니, 이제는 예전과 달리 아이어른 모두한테 ‘곁짐승(반려동물)’을 ‘큰고장 잿빛집살이’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해야 할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따로 책으로까지 쓰고, 이러한 이야기를 펴는 자리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길은 매우 쉽고 하나입니다. 잿빛집을 이제 버리거나 떠나고서 ‘마당 있는 집’으로 옮기면 되어요. 개도 고양이도 해바람비를 실컷 누릴 뿐 아니라, 어린이도 푸름이도 해바람비를 늘 맞이하면서 어우러질 적에 다같이 튼튼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요 마을이요 살림집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룰 읽다 보니, 글님이 “동물과 함께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에요(40쪽).” 하고 말하는데, 왜 ‘평생 책임’이 ‘가장 큰일’이라고 말할까요? 어린이한테 너무 힘들고 짐스러운 말이 아닌가요? 아이도 어른도 ‘목숨(생명)을 맡기(책임)’가 아닌 ‘목숨을 사랑하기’를 들려주어야 알맞을 텐데요? 곁짐승 모두 곁에 둘 짐승이기 앞서 숲에서 살아온 숨결인 줄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비로소 곁에서 돌보는 길을 곱게 찾아내리라 봅니다.


ㅅㄴㄹ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 되었다고 동물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동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죠. (17쪽)


사료 회사들은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강조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어요. 동물 입장에서는 달리 먹을 게 없는 상황이니까요. (58쪽)


햄스터들은 사람 손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야 귀여워서 자꾸 만지고 싶지만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놀면 햄스터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86쪽)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들이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보았어요. 다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눈치채지 못하는 것뿐이죠.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flwhfl34 2022-05-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임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결국 우리가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생각해요.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겁먹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네요.
반려동물과 살고 싶다면 평생 책임지기로 하고 데려와야 하는 것이고,
그 방법들에 대해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저자가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이 보면 오해할 듯 싶어 댓글 남깁니다.

숲노래 2022-05-04 09:46   좋아요 0 | URL
누구나 다 다르게 읽을 테니까.
그렇게 읽으셔도 나쁘지는 않다고 느껴요.

다만,
왜 아이한테 ‘사랑‘이 아닌 ‘책임‘을 먼저 말해야 할까를
생각하기를 빌 뿐입니다.

사랑은 사랑이고
책임은 책입니다.
책임을 사랑이라고 돌릴 수 없고,
사랑을 책임이라고 바꿔 말할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whflwhfl34 2022-05-0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책임을 둘 가르듯 말할 수 있나요?
이걸 왜 이해 못하시는지 참 이해가 어렵네요.

저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을 아이에게 지게 해서 중압감을 가지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을 보고 아이들이 겁을 먹고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니 참...
네. 겁먹어야죠, 이런 기본조차 갖추지 않는다면 입양할 자격이 되지 않는 거겠죠.


한 생명을 사랑하려면,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다면
그 존재가 어떤 것이 됐든 책임지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 생명이 반려동물이라면 그 존재에게 인간 가족은 전부가 되지요.
그렇기에 그 책임감은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한 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도 그렇고 많은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이런 점들을 알려주는 어른들이 많이 없어요.
아직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부족한 한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하는 점을 저자는 짚어주는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게 가져야할 마음가짐입니다.
반려인이 되려면요.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후에 그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조차 없이 데려왔다가
파양되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나요.

다들 처음에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는 예뻐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데려오죠.
그러나 자기 상황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참으로 무책임하게 파양하고 버리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합니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책임이 따로 읽힌다는 게 참 이해가 어렵네요.
책임지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까요?
독자마다 다 다르게 읽히는 게 당연하다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가질 마음가짐에 대해 이해를 못하시니 그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사정이 안되면 책임지지 않고 파양하고 다른 곳에 보내고 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책이 불편할 수 있겠네요.

숲노래 2022-05-04 12:56   좋아요 0 | URL
저로서는
‘사랑‘은 ‘사랑‘이고
‘책임‘은 ‘책임‘이라는 대목을
제대로 갈라서 바라보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느낄 만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사랑과 책임은 다릅니다.
둘이 같다면 ˝똑같은 말˝을 쓰겠지요.

‘애완동물‘하고 ‘반려동물‘은 틀림없이 다르니
이름을 갈라서 쓰지 않겠습니까?

제가 쓴 느낌글을 다시 읽으시기 바랍니다.

‘도시에서 살더라도 마당 있는 집‘일 적에만
‘곁짐승‘을 돌보던 예전 우리 살림(문화)이었는데
이제는 이 살림이 아주 사라져서
‘도시 아파트 문명‘에서는
이 책처럼 길잡이책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인 두 사람은
‘사랑하려고 아이를 낳을‘ 뿐입니다.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맡아(책임)‘서 돌보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이 먼저 있지도 않고
앞서서도 안 될 노릇이에요.

왜냐하면 ‘숨결(생명)‘을 낳는데
‘사랑‘이 없이 ‘책임‘만 생각한다면
동물원에 가두듯
아이를 학교와 학원에 가두면서 ˝책임/의무를 다한다˝고
말할 테니까요.

사랑하고 책임은 다릅니다.

이 다른 결을 짚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whflwhfl34 2022-05-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자가 사랑이 빠진 책임만 말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사랑을 전제로 가져야할 책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전반에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가짐‘이고요.

다만 아이들과 그 부모가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어도
그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해 저자가 설명하고 강조하는 것뿐입니다.
동물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고, 동물과 함께 살고자 하는 아이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고요.

책 내용은 누가봐도 사랑 없이 책임만 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전제로 상대에게 가져야 할 책임, 반려동물과 함께 살 때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에 대해 말하는 것인데
사랑과 책임, 그 단어 자체가 다르다고 해서
왜 자꾸 그 둘이 다르다는 말만 하시는지...
왜 이 책의 포인트를 놓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사랑 없는 책임이 무슨 의미가 있고, 책임 없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 반려동물을 들일 때 신중하게 선택하는 자세를 갖자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숲노래님의 말대로라면, 사랑은 하나 나는 너를 책임질 능력이 되지 않기에 너를 버릴 수 있다. (자식이든 동물이든) 는 것이 성립이 되는 걸로 보여집니다.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지 못하시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전적인 의미에만 집착하시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숲노래 2022-05-04 14:58   좋아요 1 | URL
죄송하지만
본인 신분을 안 밝히는 덧글에는
더 대꾸를 안 하겠습니다.

이녁 논리와 주장을 펴려면
이녁 블로그에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급조한 아이디로
이 책만 강추하고
비평글을 쓴 사람 속뜻을 무시하는 이녁은
이 책 지은이나 주변인이나 관계자가
마치 제3자나 객관시선으로
불법홍보를 한다고밖에 여길 수 없습니다.

이미 이녁 계정을 확인했고
급조 아이디인 줄 알았으며
익명에 숨으려 한다면
알라딘 서재관리자한테
신고해야겠구나 싶군요.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이녁 같은 익명강추집단으로
책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신분을 떳떳이 밝히든지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한국생활사박물관 11 - 조선생활관 3, 조선, 근대와 만나다 한국생활사박물관 11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11권) 엮음, 고석규 감수 / 사계절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2022.4.14.

푸른책시렁 162


《한국생활사박물관 11 조선생활관 3》

 편찬위원회 엮음

 사계절

 2004.8.20.



  《한국생활사박물관 11 조선생활관 3》을 읽었습니다. ‘조선생활관 1∼3’을 나란히 읽었어요. 석 자락으로 조선이란 틀을 잘 간추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선이라는 틀’은 잘 간추렸되, ‘조선이 아닌 틀’은 하나도 안 짚었구나 싶습니다. 임금붙이나 벼슬아치가 ‘조선이라는 틀’을 세웠을는지 모르나, ‘흙을 일구며 아이를 낳아 돌보고 보금자리를 지은 수수한 사람들’은 어떠한 나라틀도 없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여느 어버이로서는 조선도 고려도 고구려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오직 여느 어버이 스스로 낳아 돌보면서 날마다 사랑을 누리는 하루가 기쁜 새길입니다.


  ‘조선생활관’이라고 이름을 적습니다만, ‘조선이라는 틀’에서 ‘조선왕조실록’ 같은 데에 적힌 줄거리일 뿐, 정작 자장노래도 들노래도 일노래도 놀이노래도 이 《한국생활사박물관》에서 못 찾아봅니다. 홍대용이나 박지원이나 세종 같은 이름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으나, 아기한테 기저귀를 어떻게 대었고, 실이나 천은 어떻게 얻어서 옷을 어떻게 지었는지, 집을 어떻게 닦아서 세웠는지, 지붕은 어떻게 이는지, 호미와 낫과 쟁기와 삽 같은 연장은 어떻게 태어나서 발돋움하여 자리를 잡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찾아볼 길이 없어요.


  집은 왜 ‘집’이고, 호미는 왜 ‘호미’일까요? 여러 고을 글바치가 사투리로 중국말을 하면 임금붙이부터 스스로 알아듣지 못하기에 ‘소리값(발음기호)’을 갈무리하려고 생각한 벼슬판입니다. 종(노비)을 거느리며 돈으로 삼은 벼슬밭입니다. 저 하늬녘(서양)처럼 ‘문화예술사’를 보여주려는 얼거리로 따지면 《한국생활사박물관》은 ‘D·K’에서 선보이는 꾸러미 못지않게 값집니다만, 조선 무렵만 하더라도 100사람 가운데 99사람은 흙을 만지는 살림이었을 텐데, 시골 이야기도 흙짓기 이야기도 아기를 어떻게 낳아서 돌보았느냐 하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어떠한 글도 배움터도 없는 판에 수수한 흙사람(시골사람·평민)은 어떻게 말을 물려주고 가르치면서 온누리를 ‘우리말(사투리)’로 지어서 이었을까 하는 수수께끼도 이 책에서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우리 발자취라기보다는 ‘1퍼센트도 안 될,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 발자취’인 《한국생활사박물관》일 텐데, 여느 배움터에서 쓰는 배움책(역사 교과서)도 이 얼거리하고 똑같습니다. 우리는 ‘전쟁사·왕조사·지식사·문화예술사’가 아닌, 참말로 ‘살림길(생활사)’을 바라보고 익힐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살림길(생활사)’을 다루려 한다면,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 발자취는 모조리 덜어내야겠지요? 그들은 ‘살림(생활)’을 안 하고 다스림(권력다툼)만 했잖아요?


  살림살이를 들려주려는 책을 여민다면, 우리한테는 조선도 고려도 고구려도 아닌 오직 ‘우리’라는 속모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조선사람도 고려사람도 고구려사람도 백제사람도 신라사람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한사람’입니다. 언젠가 오롯이 ‘살림길’을 다루는 책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백성은 가난한데 고을에서 여러 해 걷은 세금은 서류상에만 있을 뿐 온데간데없었다. 지방관과 아전들이 떼어먹고 훔쳐 가는 것이 관행이 된 지 오래였다. (30쪽)


미국으로 간 박정양 일행도 출발 전부터 중국의 온갖 압력에 시달렸다. 자기네 속국이 전권공사를 파견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37쪽)


사실 ‘만세(萬歲)’란 것은 중국 황제의 책봉을 받던 시절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구호였다. 고작해야 ‘천세(千歲)’를 외칠 뿐이었다. 이제 중국과 대등한 황제의 나라임을 선포했기에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만세 만세 만만세!”를 마음껏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38쪽)


그러나 오랫동안 조선의 지식인들은 양반구도에 등장하는 서구 세계가 정말로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영국이 중국을 패배시킨 1840∼1842년의 아편전쟁이 조선뿐 아니라 동양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기기 전까지는. (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게 바로 화난 거야! 울퉁불퉁 어린이 감성 동화 4
톤 텔레헨 지음, 마르크 부타방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2.4.2.

맑은책시렁 250


《그게 바로 화난 거야!》

 톤 텔레헨 글

 마르크 부타방 그림

 성미경 옮김

 분홍고래

 2021.8.2.



  《그게 바로 화난 거야!》(톤 텔레헨 글·마르크 부타방 그림/성미경 옮김, 분홍고래, 2021)는 우리 마음에 깃드는 여러 느낌 가운데 ‘불·부아’를 짚습니다. 한자말로는 ‘화(火)’를 씁니다만, 우리말로는 ‘부아나다’나 ‘불나다’로 옮겨야 알맞아요. 때로는 ‘뿔나다’라 합니다.


  우리는 한자로 생각하며 살림을 가꾸지 않기에 우리말로 헤아릴 뿐입니다. ‘불’이 이글이글하듯 타오르기에 성나거나 짜증나거나 싫은 기운이 드러납니다. 불은 서로 따뜻하게 감싸는 기운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알맞게 다스릴 줄 모른다면 그만 모조리 태우고 말아요.


  ‘불·부아·뿔’은 말밑이 하나입니다. 게다가 ‘불·물’은 말밑이 같아요. 결이 확 다른 불하고 물이지만, 밑자락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말을 글로 옮기는 살림살이인 ‘붓’도 말밑이 같지요.


  이러한 얼개를 제대로 읽으면서 나누고 싶기에 ‘화나다’보다는 ‘불나다·부아나다·뿔나다’라는 낱말을 골라서 알맞게 가릴 적에 어른으로서도 어린이한테도 이바지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기에 사납거나 무시무시할 만해요. 활활 타오르기에 모든 일을 재빠르면서 힘차게 해내기도 합니다. 활활 타오르면서 미움도 시샘도 창피도 몽땅 살라서 없애고 새몸에 새마음으로 거듭날 만합니다.


  어떤 불이 되려나요? 어떤 불빛이 되고 싶나요? 어떤 불길로 나아가면서 가만히 촛불이 되고, 천천히 붓을 놀리려나요?


  붓은 부드럽게 놀릴 노릅니다. ‘부드럽게’입니다. 무르기에 물이요, 맑기에 물이라면, 부드럽기에 불이면서, 밝기에 불입니다. 사랑으로 다스릴 줄 아는 불이라면 밝게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해님처럼 말이지요. 사랑을 잊은 채 날뛰는 불이라면 그만 사납에 온누리를 집어삼킵니다. 우리 마음을 들여다봐요. 불이 났나요? 붓을 쥐어 부드러우면서 밝게 노래하는 길인가요?


ㅅㄴㄹ


다람쥐는 가끔 실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거의 확실한 것과 완전하게 확실한 것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알아요. (20쪽)


사마귀는 문간에 선 채 구겨진 날개를 펴서 가지런히 접었어요. 그리고 어깨 위에 붙어 있는 열 개가량의 먼지를 불어서 털어 냈어요. 사마귀는 등을 쫙 펴고 아주 당당한 자세로 다시 섰어요. (42쪽)


울퉁불퉁한 돌기로 뒤덮인 커다란 공 모양의 물체가 방바닥에 있었어요. “아니, 저 화 덩어리가 왜 또 여기 있어!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 개미는 속으로 빈정거렸어요. “꺼져!” 개미가 소리쳤어요. (45쪽)


“내 상징은 가시로 덮여 있어. 백조의 상징과 달라. 내 상징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래서 결코 누구도 내 상징을 더럽히려고 하지 않는 거야.” 고슴도치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백조가 지금 원하는 건 뭘까?” 개구리가 고슴도치에게 물었어요. “모르지.” 고슴도치가 대답했어요. “넌 결코 알아맞힐 수 없을 거야!” (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0
이유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2022.3.24.

푸른책시렁 161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11.22.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는 푸름이한테 풀밥이 어떻게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고 들려줍니다. 이 책을 쓰신 분을 비롯해 숱한 풀밥벗은 ‘비건·프루테리언·락토 베지테리언·오보 베지테리언·페스코 베지테리언·폴로 베지테리언·플렉시테리언’ 같은 바깥말을 그대로 쓰는데, 대단히 어렵습니다. 외우기도 알아보기도 어려워요. 어린이도 쉽게 알아보도록, 또 사람마다 다른 몸에 맞게 풀밥을 헤아리도록 우리말로 새로 엮기를 바랍니다.


과일밥·과일살이·과일살림 ← 프루테리언

온풀밥·온풀살이·온풀살림 ← 비건

젖풀밥 ←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풀밥 ← 오보 베지테리언

젖달걀풀밥 ←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물빛풀밥 ← 페스코 베지테리언

조금풀밥 ← 폴로 베지테리언

두루풀밥 ← 플렉시테리언

풀밥·풀살이·풀살림·풀밥살이·풀밥살림 ← 베지테리언


  글님이 얘기하듯 ‘산 돼지’를 볼 틈이 없을 적에는 돼지가 어떤 숨빛인지를 모르게 마련입니다. 사람한테 시달리는 나무가 아닌 숲에서 씨앗 한 톨부터 싹터서 우람히 자라난 나무를 늘 곁에 두지 않는다면 나무가 어떤 숨결인지를 몰라요. 풀밥을 먹더라도 풀포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씨앗부터 자라서 우리 밥자리로 오는가를 살피지 않으면 풀빛이 어떻게 이바지하는가도 모르겠지요.


  요사이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햇볕도 빗물도 흙도 없이 ‘잿빛(시멘트) 바닥 + 꼭짓물(수돗물) + 전기로 밝힌 불빛 + 들바람 아닌 공기청정기로 흐르는 바람’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쓰는 푸성귀가 넘칩니다. 해바람비하고 동떨어진 채 살집을 키우는 고기짐승처럼, 해바람비를 모르는 채 포동포동 키우는 ‘먹이풀’을 가게에 놓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오늘 풀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풀’이 무엇지부터 모르는 서울살림이지는 않을까요? 흙하고 땅이 어떻게 다른지, 빗물하고 냇물하고 바닷물이 어떻게 다른지, 햇빛하고 햇볕하고 햇살이 어떻게 다른지, 낮빛하고 밤빛이 어떻게 다른지 까맣게 모르는 채 풀밥차림을 바라보지는 않나요?


  슬기롭게 사랑으로 가자면 맨발로 걷고 맨손으로 일하는 터전을 누릴 노릇입니다.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며, 빗물놀이를 하는 곳에서라야 참사랑이 아름다이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글님은 “자연의 이치극 고스란히 느끼며 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쓰면서, 누구나 시골에서 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이와 같다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저부터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골내기요,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아이입니다. 아무리 오늘날 우리나라 시골사람이 1퍼센트가 될랑 말랑 하더라도 틀림없이 시골사람은 1/100은 있습니다. 또한 ‘돈이 넉넉해서 시골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삶길을 찾아 서울을 버리고 시골을 품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풀만 차리기에 풀밥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스스로 풀넋으로 바라보고 풀살림을 사랑하며 풀집을 누리는 오늘을 짓기에 비로소 풀밥이리라 생각합니다. 풀은 사람한테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먹을거리로만 풀을 바라보는 틀을 버리고서, 사람하고 똑같은 숨빛인 풀빛물결을 맞아들이는 어진 이웃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우리는 살아 있는 돼지를 볼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이들이 생명으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45쪽)


아파트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지구의 광물 덕분이고, 모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또한 땅과 햇빛, 비가 내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59쪽)


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23쪽)


자연의 이치를 고스란히 느끼며 이렇게 사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마,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의 편 스콜라 어린이문고 36
사토 마도카 지음,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2.3.12.

맑은책시렁 267


《정의의 편》

 사토 마도카 글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6.16.



  《정의의 편》(사토 마도카·이시야마 아즈사/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을 펴면 여러 어린이하고 어른이 나옵니다.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말을 못 하거나 더듬다가 얼굴이 붉어지는 아이가 나오고, 이 아이를 놀려먹는 아이가 나오고, 동무를 놀려먹는 아이를 나무라는 아이가 나오고, 놀려먹는 쪽에 서는 아이들이 나오고, 팔짱을 끼는 아이들이 나오고, 놀림받는 아이더러 기운내라고 북돋우는 아이가 나옵니다. 모두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쪽에 섭니다.


  오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하고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머잖아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리라고 얘기하지만, 막상 오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머잖아’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얼굴이 빨개지던 나날을 겪어 보았다면 ‘머잖아’ 같은 말은 도움말도 달램말도 아닙니다. 어버이가 들려준 말이라 하더라도 ‘팔짱말’입니다.


  바르거나 옳은 쪽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고 무엇을 하기에 바르거나 옳은 쪽일까요? 왜 서로 갈라서 싸우거나 다투는 짓이 배움터에서 쉽게 불거지고, 마을이며 나라에서도 끊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참말로 서로 다르기에 이 다른 빛을 받아들이면서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라면 함부로 ‘왼쪽·오른쪽’이란 말을 안 해야 맞고, 이런 말을 치울 노릇입니다. 굳이 ‘왼쪽·오른쪽’이란 말을 쓸 생각이라면, 어느 쪽이 옳거나 맞다고 가르지 않을 노릇입니다.


  정 왼쪽이 좋다면 오른손은 자르기 바랍니다. 정 오른쪽이 좋다면 왼다리는 자르기 바랍니다. 한 손하고 한 다리로만 살아 보기 바랍니다. 다른 손가락 다섯을 움직여서 젓가락을 쥐고 숟가락을 놀리며 밥을 먹어요. 다른 두 손을 함께 써서 밭을 짓고 나무를 심고 풀꽃을 쓰다듬습니다. 스스로 본다면 ‘나 혼자 옳거나 그르’겠지요. 옳은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을 찾을 노릇이고, 그른 길이라고 따지지 말고 사랑이란 길을 생각을 노릇입니다. 이때에 비로소 네 쪽도 내 쪽도 아닌 “우리 쪽”이란 말을 슬기롭고 참다이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대체 뭘 피하고 싶은 거야? 정우와 친한 사이로 여겨질까 봐? 그렇다. 정우와 친구로 여겨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79쪽)


나는 왜 이렇게 맨날 남의 시선만 신경 쓸까. 제발 좀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희지처럼 자기 페이스로 살 수 있을까? (91쪽)


“나는 정우처럼 강하지 않아. 그래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못 해. 그래도 똘똘 뭉쳐 놀리지는 않으려고 해.” (124쪽)


#佐藤まどか #セイギのミカタ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