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가리타의 모험 1 :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 학교종이 땡땡땡 6
구도 노리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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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6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

 구도 노리코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4.25.



“잘 먹었어. 그런데 보물 같은 건 없나?” “보물이라면 내 조리 도구지.” “미안하지만 우리가 좀 가져가야겠어. 이게 우리 해적들 일이라서 말이야.” 해적선은 마르가리타의 냄비를 몽땅 싣고 달밤 너머로 사라져 갔습니다. (12쪽)


“뭐야, 어젯밤의 그 꼬마잖아. 그래도 보물은 돌려줄 수없어. 왜냐하면 이건 해적의 규칙이거든.” (25쪽)



  아이들은 어느 때에 즐거울까 하고 물어본다면, ‘오늘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접고서 ‘나도 언제나 똑같이 어린이’라는 마음이 되어 스스로 바라보면 되어요.


  아이한테 물어보면 아이 마음을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물어보는 아이는 여느 어른하고 똑같이 ‘다 다른 사람’이에요. 우리 앞에 선 아이가 들려주는 말은 그 아이라기보다 그 사람 눈빛이자 삶빛입니다.


  더없이 마땅하게도 모든 아이는 즐거운 놀이나 일이 다 달라요. 어느 아이한테는 이 놀이가 즐거울 테지만, 어느 아이한테는 저 심부름이 즐겁고, 어느 아이한테는 그 일거리가 즐겁습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도 누구나 스스로 제 길을 찾아서 가거든요.


  어린이문학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구도 노리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9)에는 부엌지기가 나오고, 바다에서 훔침질을 하는 이가 나오며, 훔침질을 일삼는 이를 붙잡아서 살림살이를 돌려받으려는 사람이 나옵니다. 부엌지기를 하는 아이는 즐겁게 밥을 지어서 넉넉히 나누는 하루를 보냅니다. 배고파 하는 이웃이나 동무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손길을 내밀어요. 부엌지기 살림길입니다. 훔침쟁이는 언제나 훔치려 합니다. 훔치는 짓이 옳거나 그르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여기며, 이 틀을 어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있다고 살림을 빼앗긴 마을사람은 말도 없이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스스로 지어서 나누는 길이 즐거우면서 아름답다고 얘기하지요.


  다들 지키고 싶은 틀이 있어요. 저마다 익숙한 얼개가 있지요. 홀가분하게, 또는 얽매여 살아온 굴레가 있습니다. 이때에 서로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요? 내 틀을 네가 반드시 따라야 할까요? 네 틀이 어떠하건 말건 누구나 내 틀대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고, 서로서로 즐거운 길을 찾아나설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옮김말은 어린이 눈높이에 무척 안 맞습니다. 옮김말을 모조리 가다듬어 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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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뚱보 맛 좀 볼래? 난 책읽기가 좋아-3단계 (초등3,4학년) 17
모카 글, 아나이스 보젤라드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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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2 겉모습으로 놀리는 바보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모카 글

 아나이스 보즐라드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1999.11.3.



  우리 집에서 떼지어 피어나는 민들레가 언제쯤 고개를 내밀려나 하고 여러 날 뒤꼍을 뒤적이다가 어제 비로소 만납니다. 아기 손가락보다도 가늘고 작은 잎을 여리게 내놓은 채 시든 풀줄기 밑에서 살짝 깨어났더군요.


  이제는 따순 볕을 듬뿍 받기를 바라며 시든 풀줄기를 모두 걷어냅니다. 이 시든 풀줄기는 겨우내 민들레뿌리가 든든히 잠들 수 있도록 이불 노릇을 했으리라 여겨요.



“우리 엄마는 돼지같이 살찐다고 아무거나 못 먹게 하시거든.” 돼지같이? 그럼 우리 멈마는 돼지를 굉장히 좋아하시나 보다. 소시지, 햄, 베이컨 …… 이런 게 우리 집에서는 매일 식탁에 오른다. 물론 이런 것들 말고 다른 사람들 먹는 것도 다 먹는다. (7쪽)



  갓 돋은 풀잎은 모두 보드랍습니다. 여리지 않은 떡잎은 없습니다. 나물로 삼지 못할 봄풀이란 없어요. 봄에는 새로 돋은 나뭇잎까지 모조리 나물입니다. 아스라이 옛날에 보릿고개가 있었다지만, 그 철에 모두 봄잎이며 봄풀로 하루하루 누렸겠구나 싶어요. 느티잎으로 느티떡을, 갖은 잎하고 풀로 온몸을 풀빛으로 물들였겠지요.


  봄이란 얼마나 대단할까요. 갓 돋은 잎은 풀줄기에 나무줄기를 북돋웁니다. 막 피어난 꽃은 꽃내음으로도 살찌우고 바야흐로 익는 열매로도 밥이 되어요. 우리한테는 쌀만 밥이지 않아요. 나물이며 남새도 밥이요, 열매도 과일도 밥입니다. 그리고 햇볕하고 빗물하고 바람도 밥일 테고요.



헉헉거리고, 땀이 줄줄 흐르고, 얼굴이 벌게지는 나. 체육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신다. 비웃고 계신 게 틀림없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자, 얘들아! 딱 한 바퀴만 더 뛰자!” 나는 못한다. 선생님도 아신다. 내가 못한다는 것.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10쪽)


사실 선생님은 내게 관심이 없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 내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 가슴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 가슴속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12쪽)



  어린이문학 《어디, 뚱보 맛 좀 볼래?》(모카·아나이스 보즐라드/최윤정 옮김, 비룡소, 1999)는 뚱보라며 놀림받고 미움받는 아이가 마음앓이를 어떻게 풀어내어 스스로 씩씩하게 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뚱보 소리를 듣는 아이는 내내 속으로 누르다가 어느 날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하고 터뜨립니다. 다만, 한 판을 터뜨린 뒤에는 굳이 터뜨리려 하지 않았지 싶어요.


  뚱보라는 아이를 아끼는 삼촌은 말라깽이라며 놀림이며 미움을 받았다지요. 아마 삼촌은 그 놀림말이며 미움말에 “어디, 말라깽이 맛 좀 볼래?” 하고 한 판 터뜨린 적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과자를 줄 때 보면 빅토르가 웃는 얼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무리 동생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해도 그렇게 좋아하는 과자를 안 주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고맙다, 크림 소스같이 귀여운 내 아들.” 엄마 말씀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우리 보물’이라거나 ‘귀여운 내 새끼’라고 부른다. (16쪽)



  두 사람이 똑같이 먹더라도 두 사람은 다르게 자라요. 한 사람은 키가 부쩍 크고, 한 사람은 키가 그리 안 큽니다. 한 사람은 몸피가 불고, 한 사람은 깡마릅니다. 적게 먹기에 살이 덜 찌거나 안 찌지 않아요. 그저 몸이 다를 뿐입니다. 어느 것을 골라서 먹기에 못생기지 않습니다. 몇 가지를 솎아서 먹기에 잘생기지 않아요. 겉모습은 그냥 겉모습이에요.


  우리가 사람이라는 숨결이라면, 슬기롭고 참하며 착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즐겁게 삶을 짓는 빛이라면, 겉모습을 환하게 밝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이렇든 몸이 저렇든 마음에 따라서 반가운 동무가 되고 이웃이 됩니다. 얼굴빛이 이렇건 저렇건 마음빛에 따라서 스스로 하루를 짓고 갈고닦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마음에 다 들 순 없는 거잖니. 널더러 코가 너무 크다고 놀리는 애도 있을 거고, 이름이 이상하다고 뭐라 그러는 애도 이쓸 거고, 또 살이 너무 쪘다고 그러는 애도 있을 거고 …… 짓궂은 애들이 장난으로 그러는 거지. 그 애들이 뭐라고 하든 그런 게 뭐 중요하니.” (18∼19쪽)



  우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요? 사내이니 머리카락을 짧게 쳐야 한다고 가르치나요? 이제는 가시내한테 꼭 치마만 입히려는 어른은 줄었다지만, 신문·방송뿐 아니라 일터나 학교나 이곳저곳에서 사내하고 가시내 옷차림이나 겉모습을 놓고서 울타리가 꽤 높아요.


  왜 겉모습으로 갈라야 할까요? 왜 겉모습을 그렇게 들여다보아야 할까요? 일을 훌륭히 잘하는 사람이 대학교를 마쳤든 아무 학교를 안 다녔든 대수롭지 않아요. 글을 아름다이 쓰는 사람이 누구한테서 배웠건 혼자서 조용히 살림을 짓다가 처음으로 글빛을 나누었던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언제나 마음빛을 가꾸는 자리에 설 노릇이지 싶습니다. 아이라는 나날을 살아내어 어른이자 어버이가 된 사람이라면 어제도 오늘도 마음결을 참하게 다스리는 몸짓이어야지 싶습니다.



마르탱 삼촌도 생각이 같았다. “학교 다닐 땐 애들이 얼마나 놀렸는지 몰라요. 내가 너무 말라깽이였거든요. 내 별명이 ‘개구리 다리’였다니까요.”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삼촌을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가 버릇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삼촌, 죄송해요.” (31쪽)


“자주 좀 그렇게 웃어라. 그러니까 너, 네 동생이랑 똑같다.” 미카엘이 말했다. 그 소리가 아주아주 듣기 좋았다. (62쪽)



  뚱보인 아이는 뚱보라는 몸이라면 그저 뚱보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말라깽이인 삼촌은 말라깽이라는 몸이라면 그냥 말라깽이로 맞아들이면 되어요. 서로 어떤 몸이건 서로 아끼는 사이입니다. 서로 어떤 얼굴이건 서로 마음으로 돌보며 즐거운 사이입니다.


  겉모습으로 놀리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속마음을 볼 줄 모르거든요. 속마음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놀리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이들은 동무나 이웃이 없습니다. 속마음으로 다가서거나 만나지 않는데 동무나 이웃이 없을밖에요. 그러니까, 동무도 이웃도 없이 외로우니 자꾸자꾸 따돌리거나 괴롭힐 사람을 찾아내려 하지요.


  봄볕처럼 따스한 손길이 누구한테나 흐르기를 바라요. 봄바람처럼 따스한 눈빛을 누구나 받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두 다른 몸이자 목소리이자 낯빛이자 겉모습이기에, 이렇게 즐거우면서 재미나게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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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 - 단단하게 주장하는 어린이 글 글놀이터 1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작은 모임 연꽃누리 엮음 / 삶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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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5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

 시흥 어린이 글

 삶말

 2019.12.1.



아빠는 사실 어렸을 때 밖에서 논 적이 거의 없다고 하신다. 그 말씀을 나는 믿는다. 아빠가 못 놀았으니까 우리도 못 놀게 하는 것 같다. (양교근 5학년/47쪽)


제가 왜 요리를 배워야 하냐면요. 첫째, 요리를 하면 미래 아내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어요. 둘째, 엄마가 요리하기 힘들 때 제가 도와드릴 수 있잖아요. 셋째, 제가 혼자 있을 때 제가 밥을 먹을 수 있잖아요. (임우찬 5학년/50쪽)


놀리고 도망가는 남자애들, 어쩔 땐 때리고 도망치는 애들을 때리려고 따라가면 어쩜 빨리 도망가는지 잡을 수가 없다. 놀리고 도망치는 애들은 재미있겠지만 놀림 받는 애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이미경 5학년/74쪽)


친구들의 큰 문제는 단 하나다. 바로 ‘서로서로 욕(뒷담)하기’이다. 친구들과 함께 친하게 다니는데 또 다른 곳에 가서는 서로의 욕을 하고 다니니까 서로를 믿지 못해 더욱 친해질 수가 없는 것 같다. (신윤주 6학년/83쪽)


어른들! 어린이들에게 구박만 하지 마시고 어른들이 먼저 실천해 주시고 어린이들에게 말해 주시면 좋겠어요. 항상 먼저 실천해 주세요. (이은서 6학년/118쪽)


아이들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므로 아이들끼리 비교하며 누구처럼 되고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의 학교는 자신에 맞는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이주헌 6학년/119쪽)



  숱한 어른이 놓치는 무서운 대목을 하나 든다면, 모든 어른은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뛰놀다가 어린이로 크면서 푸름이를 거치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 숨결인 줄 자꾸 잊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 = 불완전한 존재’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일삼지요. ‘불완전한 존재’는 일본 말씨이기도 합니다만, ‘엉성한 숨결’이란 온누리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머니 품에서 자라는 두어 달 숨결도 어엿이 ‘오롯한 빛’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이 꽤 많이 나옵니다.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은 ‘쏟아진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엄청나게 나옵니다. 그렇지만 잘 둘러보셔요. ‘어린이가 손수 그리거나 지은 그림책’은 얼마나 되나요? ‘어른이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책’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이웃이나 동무 어린이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은 책’은 얼마나 있는지요?


  2020년 2월 어느 날, 저는 열세 살 어린이가 손수 지은 ‘그림꾸러미’를 어느 ‘그림책 전문 출판사’에 보내 보았습니다. 그림책으로 삼을 만한지 여쭈었어요. 그 출판사에서 대표를 맡는 분은 ‘원숙한 화가’ 그림만 책으로 엮는다고 말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아니, ‘원숙’한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요? 참말로 온누리 어디에도 ‘원숙’한 그림이란 없습니다.


  엘사 베스코브도, 이와사키 치히로도, 윌리엄 스타이그도, 바바라 쿠니도, 가브리엘 벵상도, 나카가와 치히로도, 닥터 수스도, 리처드 스캐리도, ‘원숙’한 그림인 적이 없습니다. 온누리에서 사랑받는 모든 그림책 지음이는 늘 새롭게 거듭나려애썼어요. ‘무르익은’ 그림이 아니라, 어린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신나게 뛰어노는 마음을 웃음빛하고 눈물빛으로 담아낸 그림일 뿐입니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교사들이 땀흘려서 엮은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시흥 어린이, 삶말, 2019)는 어린이 목소리가 낱낱이 흐릅니다. ‘삶말’이란 이름인 출판사에서는 어린이가 손수 쓴 글을 꾸준히 책으로 묶습니다. 이 출판사는 나라 곳곳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가 스스로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숨결인가를 스스로 배우도록 이끄는 길을 가면서 바지런히 책까지 짓습니다.


  어린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우리 어른은 어린이 목소리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는가요? 어린이가 바라는 뜻을 ‘나중’이라는 핑계를 들면서 미루지는 않나요? ‘넌 아직 어려’란 말로 자르지는 않나요? ‘네가 아직 사회경험이 없으니 몰라서 그래’ 같은 막말을 일삼지는 않나요?


  어린이는 언제나 마음으로 말을 합니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어린이라는 숨빛을 잊거나 잃지 않은 어른이라면, 마흔 살이건 쉰 살이건 일흔 살이건 이 어른도 마음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겠지요.


  마음으로 밥을 짓기에 배불리 먹어요. 마음으로 뜨개질을 하고 옷을 지으니 곱게 차려입어요. 마음으로 살림을 가꾸기에 우리 보금자리가 알뜰해요. 마음으로 사귀고 동무가 되니,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싱그럽습니다. 모두 다 마음이에요. 마음 아닌 일이란 있지 않아요. 이 나라 어른들이 “솔직해서 안 좋을 거 없다”라는 어린이 마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어요. 정치나 행정을 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어린이하고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살림’을 짓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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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조리 세계사 - 침이 고이는 명작 속 음식 여행
손주현 지음, 이희은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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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4


《요리조리 세계사》

 손주현 글

 여희은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19.6.28.



기록에 따르면 스위스 산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1년에 딱 두 번만 빵을 구웠대. 상상해 봐. 구운 지 6개월 된 빵이라니! (38쪽)


영국인들은 식민지인 아일랜드의 거대한 농장을 빼앗아 콘비프를 만드는 공장을 세우고 아일랜드인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어. 아일랜드인들은 죽어라 일하면서도 그 좋아하는 콘비프를 맛보지도 못한 채 영국 배에 실어야 했어. (59쪽)


전쟁이 한창이었던 때, (네덜란드) 시민들은 성에 갇혀 있느라 굶어죽기 직전이 되었어. 그러자 독립군은 이들에게 빵과 청어를 나누어 주었고, 시민들은 이를 먹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지. (120쪽)


그러다 그리스가 망하고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소시지는 로마로 흘러들어 갔어. 로마 황제는 소시지를 먹어 보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일반 시민이 먹는 것은 사치라며 서민들이 소시지를 먹는 것을 금지했다고 해. 부스러기 고기와 피를 버리기 아까워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인데 맛있다는 이유로 금지하다니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지. (132쪽)



  저는 어릴 적부터 큰고장이 싫었습니다. 참으로 싫었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다음에 스무 살부터 아홉 해를 서울에서 살고, 인천으로 돌아가서 큰아이를 낳고는, 그 뒤로 시골로 조용히 깃들었는데요, 이 나라 큰고장은 어디를 가든 느긋하게 쉴 자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어른이라면 가볍게 노닥거리는 자리가 드문드문 있는데, 어린이나 푸름이가 마음을 느긋하게 가누면서 쉴 자리는 눈 씻고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큰고장을 다스린다는 시장이라든지, 서울 여의도나 청와대에서 일한다는 어른치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흙을 만지고 밟고 풀꽃을 사귀면서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뒹굴뒹굴할 만한 잔디밭을 마련하는 길에 마음이며 돈을 쓰는 사람이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잘 보셔요. 어린이 쉼터가 어디 있나요? 푸름이 놀이터가 어디 있지요? ‘돈을 내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쉰다든지, 동무하고 어울리며 깔깔깔 떠들며 뛰어놀 자리란 이 나라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린이인문 《요리조리 세계사》(손주현·여희은, 책과함께어린이, 2019)를 읽는 동안 ‘밥차림으로 살피는 세계 역사’보다도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누릴 느긋한 놀이터’가 자꾸 생각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이 책에서 짚는 ‘밥차림 세계사’는 하나같이 ‘여느 사람 밥차림’이에요. 수수한 살림에서 태어난 밥차림이 어느새 온누리에 두루 퍼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른바 ‘가난한 서민’이 수수한 밥차림을 누렸다고 할 적에 그무렵 아이들은 들이고 숲이고 바다이고 냇물이고 마음껏 가로지르면서 뛰어다녔어요. 그무렵 아이들은 집에서 차려준 밥도 먹었겠지만, 들이며 숲이며 바다이며 냇물이며, 스스로 풀열매나 풀잎이나 물고기를 손수 찾아서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들하고 숲이 아이들 ‘주전부리 놀이터’였달까요.


  이 책 《요리조리 세계사》가 아쉽다면 바로 이 대목이에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밥차림 세계 역사’라면, 들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마음껏 뛰놀던 온누리 아이들이 어떤 주전부리를 어떤 숲에서 어떻게 누리면서 자랐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어요. 이 땅에서는 메뚜기나 개구리가 멋진 주전부리였고, 시내에서 낚은 물고기도 주전부리였으며, 감자나 보리에다가 찔레싹이며 들딸기이며 개암이며 참말로 주전부리가 가득가득합니다. 유럽이며 아메리카이며 아프리카이며 아시아이며, 이런 여러 나라 ‘숲 주전부리’를 다룬, 제대로 ‘밥차림 세계 역사’를 다룰 어린이인문은 언제쯤 나올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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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만든 소시지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9
오드랑 지음, 스테파니 블레이크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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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3

《꽃으로 만든 소시지》
 오드랑 글
 스테파니 블레이크 그림
 이주영 옮김
 책속물고기
 2012.12.15.


리종에게 내 꿈을 이야기하고, 혹시 함께하지 않겠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그리고 리종이 ‘그래!’라고 대답해 주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알았다. 리종이 고기를 안 먹는다니! 그토록 바랐던 꿈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11쪽)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고기를 싫어한다는 걸 엄마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평생 햄, 소시지, 베이컨과 함께 살아왔다. 고기를 만들고 고기를 팔고 고기를 좋아하는 부모님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29쪽)

테오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우리 부모님은 치과 의사이시지만 내가 어금니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도대체 사랑 이야기에 소시지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 (47쪽)

리종의 생각은 정말 멋졌다. 이래서 내가 리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꽃으로 만든 소시지!” 나도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소리쳤다. 리종이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58쪽)


  저는 고무신을 뀁니다. 다만 이름은 고무신인데 요새는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척척 찍습니다. 날고무로 나온 고무신은 사라졌어도 이름은 그대로 고무신인데요, 이 고무신은 바닥이 얇고 두께도 얇지요. 고무신을 꿰고 걸어다니면 숲에서는 숲흙이며 가랑잎을 한결 짙게 느낍니다. 바위를 척척 타고 멧골을 오르면 바윗결이 발바닥을 거쳐 바로바로 온몸으로 퍼집니다. 고무신을 꿴 채 서울처럼 커다란 고장을 마실할라치면 아스팔트나 시멘트나 돌로 깐 바닥이 매우 딱딱해서 발이 참 고단해 하는 줄 느낍니다.

  시골에서 고무신을 꿰고 풀밭이나 흙길을 거닐 적에는 부딪치는 사람도 스치는 사람도 없습니다. 참말로 시골이나 들이나 숲에서는 호젓하게 다니지요. 이러다가 서울처럼 커다란 고장에 볼일을 보러 나오면 숱한 사람을 스쳐야 하는데, 하나같이 멀쩡한 사람을 툭툭 치고 지나갈 뿐 아니라, 구둣발로 고무신을 밟고서도 말없이 홱홱 지나갑니다.

  우리는 어쩜 이렇게 옆사람 발을 밟고도 거리끼지 않는, 그런 차가운 마음이 될까요? 이 나라 큰고장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얌전히 있거나 한켠에 가만히 선 사람을 자꾸 툭툭 치거나 밀치면서 가야 할까요?

  어린이문학 《꽃으로 만든 소시지》(오드랑·스테파니 블레이크/이주영 옮김, 책속물고기, 2012)를 읽으며 우리 살림자리를 곱씹습니다. 소시지를 즐기건 고기를 즐기건 좋아요. 풀밥을 즐기건 나물밥을 누리건 좋지요. 저마다 스스로 몸에 맞거나 반가운 밥을 누리면 됩니다. 많이 먹어야 즐거운 사람이 있고, 적게 먹으며 배부른 사람이 있어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밥을 누립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밥차림으로 하루를 즐깁니다. 다 다른 사람은 옷차림도 다르겠지요. 생각해 봐요. 가시내이면서 바지를 즐겨입을 만해요. 사내이면서 치마를 즐겨입을 만하지요.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르게 어울리며 아름다워요. 《꽃으로 만든 소시지》에 나오는 아이는 소시지하고 동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이쪽 아이는 ‘소시지’라는 이름인 꿈을 어릴 적부터 키웠어요. 이러면서 저쪽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고 느낍니다. 이쪽 아이로서는 꿈하고 사랑 두 가지를 함께 짓고 싶어요.

  저쪽 아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저쪽 아이는 저쪽 아이 나름대로 꿈하고 사랑이 있지요. 그런데 이쪽 아이가 혼자 끙끙 앓아요. 저쪽 아이는 모두 털어놓고서 둘이 같이 새길을 슬기롭게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이쪽 아이는 오래오래 끙끙 앓다가 더는 견딜 수 없어 마음앓이를 밝혀요. 저쪽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그 마음앓이를 상냥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러면서 부드럽게 말하지요. 다음에는 그렇게 혼자 걱정하지 말고 같이 생각하자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두 아이 모두 꿈으로 가는 길을 외곬 아닌 ‘사랑으로 짓고’ 싶기에, 서로서로 다른 살림결을 고이 아끼면서 나아갈 뜻이랍니다.

  소시지를 꽃으로 마련하면 얼마나 놀라운 맛일까요? 그러나 누구는 꽃소시지가 안 내키겠지요. 그러면 여느 소시지를 즐기면 돼요. 누구는 그냥 꽃이 좋을 수 있겠지요? 그러면 그냥 꽃을 즐기면 되어요. 그리고 새롭게 살림빛을 짓고 싶은 또 다른 누구는 꽃소시지를 신나게 지어서 기쁘게 즐기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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