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 자전거와 자전거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 지음, 김병훈 옮김 / 이케이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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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2021.4.11.

사진책시렁 90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크리스 해던 글

 린던 맥닐 사진

 김병훈 옮김

 이케이북

 2014.9.1.



  제 자전거는 ‘짐바리’입니다. 열 살 무렵 어머니가 어렵게 장만해 주신 첫 자전거도, 새뜸(신문)을 돌리려고 스무 살부터 타전 자전거도,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몰던 자전거도, 충주랑 서울 사이를 오가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 타던 자전거도, 두 아이를 태우던 자전거도 늘 짐바리예요. 예전에는 앞바구니·뒷바구니를 붙였어요. 2005년부터는 수레를 붙여요. 2012년으로 접어들면서 샛자전거를 달았지요.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을 펴면서 무엇보다 짐바리를 눈여겨보려 하지만 몇 자락 안 나옵니다. 아무래도 짐바리보다는 멋스럽거나 날렵한 자전거를 사진으로 찍어야 그럴듯하다고 여기지 싶습니다. 아니,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들 스스로 짐바리를 탄 일이 없거나 드물기 때문이지 싶어요. “자전거를 좋아한다는”이라 말하면서 막상 이 책에는 ‘어린이·푸름이 자전거’도 안 나와요. 서울스런 어른 눈높이가 나쁘지 않습니다만, 삽·낫·호미를 매단 시골자전거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태운 자전거도, 아이들이 땀흘리는 자전거도, 아기를 태운 아줌마 자전거도 볼 수 없다면 무슨 ‘즐거운 자전거’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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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는 법 - 양해남 사진시집 2
양해남 지음 / 눈빛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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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8


《바람을 찍는 법》

 양해남

 눈빛

 2020.11.11.



  똑같은 빛은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잎은 모두 다른 잎빛이요, 나무꽃도 모조리 다른 꽃빛입니다. 들판에 가득한 들풀도 다 다른 풀빛이면서, 들꽃이라면 다 다른 꽃빛이에요. 철에 따라서도 잎빛은 달라집니다. 달에 따라서도 달라요. 그리고 날에 따라서도 다를 뿐 아니라,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풀잎이며 꽃잎이 언제나 다른 빛살이라면, 사람도 나이에 따라 다른 낯빛일 뿐 아니라, 마음이며 생각이며 느낌에 따라 늘 물결치는 얼굴빛이에요. 《바람을 찍는 법》은 금산이란 시골에서 금산스럽게 살아가는 이웃을 마주하는 눈빛을 들려줍니다. 빛꽃 한 칸에 글꽃 한 자락을 맺습니다. 두 눈으로 마주하는 이웃을 빛으로 담고, 마음으로 만나는 마을을 이야기로 엮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인가요? 우리는 오늘 어떻게 마주하나요? 겨울에 겨울빛을, 새봄에 봄비를, 여름에 여름잎을, 가을에 가을꽃을 그립니다. 겨울에도 새잎을 내놓은 소리쟁이는 찬바람에 아이쿠 하면서 붉게 물듭니다. 가을에 가을물이 든다면, 겨울에는 겨울물이 들어요. 언제나 새삼스레 물드는 삶이요 눈이며 손길이고 발걸음인 하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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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When the Spring Wind Blows
한영수 지음, 버지니아 문.김수진 글 / 한스그라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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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7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딸기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들에서 돋는 들딸이 있고, 멧골에서 자라는 멧딸이 있으며, 나무로 크는 나무딸이 있고, 섬에 섬딸이 있어요. 이 여러 딸(딸기)을 곁에서 한껏 누리고 싶어 밭자락을 일구니 밭딸이 마지막으로 있습니다. 빨갛게 익는 딸기를 흔히 누릴 텐데, 노랗게 익는 섬딸이 있습니다. 으레 열매만 누리지만, 잎도 향긋한 나물입니다. 봄날 딸기잎을 살살 씹어 본 적 있나요? 가을에는 멧자락을 물들이는 잎빛을 흔히 즐긴다는데, 겨울에도 덩굴잎이 듬직한 들딸은 겨울바람이 불면 그제서야 잎이 새빨갛게 물듭니다. 가을이 아닌 겨울에 마주하는 ‘새빨간 들딸잎’이에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는 치맛바람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 삶자락을 한 칸 두 칸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맵시나는 치마를 두르고, 어떤 사람은 포대기나 처네에 아기를 품고서 살살 어르거나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바깥일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갓지게 뽐내며 길을 걷거나 모래밭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새카맣게 탄 얼굴로 하루살림을 일굴 길장사를 합니다. ‘치마’라는 대목은 같아도 ‘삶’이라는 대목은 달라요. 이 다른 삶이 빛꽃으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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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4


《ありがとうシンシア》

 小田哲明

 講談社

 1999.6.1.



  2001년에 처음 나라밖을 가 보았고, 그때 일본 도쿄에 있는 책집에서 《ありがとうシンシア》를 만났습니다. ‘介助犬シンちゃんのおはなし’란 덧이름이 붙은 이 빛꽃책은 길동무개 한삶을 차분히 담아냅니다.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사람 곁에서 배우고, 누구를 만나 어떻게 곁살림을 누리는가를 하나하나 보여주지요. 장님이라는 이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모습이나 몸짓일까요. 눈으로 보며 담아내는 삶길에는 어떤 줄거리를 담아서 무슨 이야기를 펴려는 생각인가요. 거룩하거나 놀랍거나 엄청나다 싶은 일을 할 까닭은 없습니다. 사랑은 크기로 재지 않거든요. 오직 사랑 한 줄기이면 돼요. 키가 크든 작든 모두 풀꽃나무입니다. 앉은뱅이로 자라기에 들꽃이 아니라 하지 않습니다. 조그마하게 살아간대서 나무가 아니라 하지 않아요. 붓이 설 곳이란, 빛꽃으로 담을 이야기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동무하듯 흐릅니다. 빠르게 내달리는 길을 멈출 줄 안다면, 두 다리로 천천히 걷고, 봄바람도 겨울바람도 함께 쐬면서 마을길·골목길·숲길을 사뿐이 거닐 수 있다면, 우리 곁 모든 삶자락은 빛꽃으로 담을 잔치꾸러미입니다. 마음을 뜨고 사랑으로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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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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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e graphies 코레 그래피 1973-2016 - 로랑 바르브롱 사진집 로랑의 한국 여행기 Carnets de voyages 1
로랑 바르브롱 지음 / 눈빛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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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5


《코레그래피 1973-2016》

 로랑 바르브롱

 눈빛

 2018.5.15.



  우리나라 빛꽃밭을 들여다보면, 빛꽃길을 가는 이들은 으레 여느 사람을 이웃이나 동무로 안 두나 싶어 아리송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나라 빛꽃쟁이는 하나같이 ‘여느 마을 여느 자리 여느 사람’을 ‘여느 이웃이나 동무란 눈길’로 담아내는 길을 아예 안 가다시피 하거든요. 우리나라 빛꽃쟁이는 한결같이 멋부림으로 가는데, 예전에는 한자말로 ‘예술’이라 이름을 붙였다면 요새는 영어로 ‘아트’라 이름을 붙입니다. 멋부리건 예술을 하건 아트를 하건 대수롭지 않아요. 무엇을 하든지 빛꽃틀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붓을 쥐었어도 글쓰기가 아니라 멋부리기나 흉내내기나 베껴쓰기나 훔쳐쓰기를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듯, 빛꽃틀이 손에 있어도 빛꽃길을 안 갈 수 있겠지요. 《코레그래피 1973-2016》는 우리나라에서 여느 자리 여느 삶을 일구는 여느 사람들 자취를 서른 해 남짓 담아낸 걸음걸이를 주루룩 보여줍니다. 빛꽃님은 멋을 부리지 않습니다. 여느 사람이 살아가는 여느 자리를 단출히 알아볼 만하도록 담아낼 뿐입니다. 반가워 다가가고, 반갑기에 만나고, 반갑게 손을 흔듭니다. 빛으로 꽃이 되는 길은 쉽고 즐거우며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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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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