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골 굴피집
박상균 지음 / 눈빛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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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3


《깊은 골 굴피집》

 박상균

 눈빛

 2018.5.10.



  굴피집을 다룬 사진책으로 《굴피집》(안승일, 산악문화, 1997)이 있습니다. 대단한 사진책인 《굴피집》인데, 아직 한국에서 이 사진책을 뛰어넘을 만한 집살림 사진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책이 나온 지 얼추 스물한 해 만에 《깊은 골 굴피집》이란 사진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른 장만했지요. 그런데 첫 쪽을 펴는 때부터 한숨이 나왔습니다. 굴피집을 굴피집다이 담아내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지만, 흑백사진을 흑백사진으로 다루지도 못했고, 깊은 골에 비로소 지을 수 있는 굴피집이라고 하는 터전이나 보금자리를 눈부시게 바라보는 눈썰미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분이 새로운 눈으로 담아내었으면 예전 사진책하고 맞대면서 이 나라 집살림이나 두멧자락을 새롭게 느끼겠지요. 그러나 1997년 사진책 발끝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사진으로 2018년에 나온 사진책은 아주 할 말을 잃을 만합니다. 이런 그릇인 사진을 실은 책이라면, 안승일 님 《굴피집》을 정갈하게 되살리는 길이 훨씬 나았겠다고 느낍니다. 골목을 찍는다고 해서 모두 골목집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굴피로 지은 집을 찍었대서 모두 굴피집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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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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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2


《決定的瞬間·その後》

 Henri Cartier-Bresson

 朝日新聞社

 1966.10.20.



  하느님을 바깥에서 찾으면 언제나 우리 스스로를 잊습니다. 바깥에서 찾아나서다 보니 자꾸 절집을 뾰족하게 세우거나 커다랗게 올리거나 절집에 돈이고 몸을 바쳐요. ‘껍데기 모시기(우상 숭배)’입니다. 어느덧 줄세우기가 되고, 줄닿기에 따라 스승·제자라는 틀이 섭니다. 다닌 학교에 따라 사진판 위아래가 갈리고, 이런 줄에 닿지 않으면 밀리거나 내치거나 아예 쳐다보지 않지요. 무엇보다 바깥에서 찾는 하느님에 맞추어 세운 뾰족하고 높고 으르렁대는 절집에 모신 껍데기가 펴는 말 한 마디나 몸짓에 따라 사진을 못박아 버리기까지 합니다. 적잖은 이들이 사진길을 가다가, 가려다가 그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라는 껍데기에 걸립니다. 이이는 그저 숱한 사진님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이이 말이나 몸짓에 너무 매여서, 그만 사람들 스스로 ‘내 사진·우리 사진’이 아닌, ‘따라쟁이 사진·못박힌 사진’으로 흘러요. 1966년에 일본에서 나온 《決定的瞬間·その後》으로 엿볼 만하듯 “결정적 순간”이란 이름조차 일본사람이 옮긴 사진말입니다. 한국은 아직 한국답게 사진말도 못 짓습니다. 스스로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그림자일 뿐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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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탄부 -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
박병문 지음 / 눈빛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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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1


《선탄부,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

 박병문

 눈빛

 2017.5.19.



  하루 내내 아이들 곁에 있다고 해서 아이들 마음을 잘 읽는다거나 아이들 사진을 잘 찍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멀거니 떨어져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을 잊고서 나무 한 그루나 햇볕 한 줄기랑 속삭여 보기도 해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늘 보고 자랐기에 더 속깊이 읽거나 넓게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이웃 눈으로도 보고, 때로는 지구라는 눈이나 다른 별이라는 눈으로도 보아야지 싶어요. 우리가 어느 한 가지를 바라보더라도 이 한 가지는 ‘우리 눈길’로만이 아니라 ‘온갖 눈길’로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선탄부, 어느 여자 광부의 하루》를 넘기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사진을 찍은 분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곁에서 광부살림을 지켜보았다고 하는데, 오직 이이 눈썰미로만 들려줄 수 있는 광부 이야기하고 빛살이 무엇인지는 사진에 썩 드러나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란 분이 아무리 미나마타병 사진을 오래 많이 찍었어도, 유진 스미스 님이 몇 달 사이에 찍은 사진에 밀립니다. 이른바 ‘소재·주제’에 너무 매이면 왜 이 삶을 찍고 누구하고 나누려는가를 놓치기 쉽습니다. 《선탄부》에 ‘검은돌빛’이 잘 안 드러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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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Klein (Paperback)
Christian Caujolle / Thames & Hudso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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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30


《i grandi fotografi》

 William Klein

 gruppo editoriale fabbri

 1982.



  틀에 박힌 길이 못마땅하다고 여겨서 틀에 매이지 않는 길을 간 사람이 있습니다. 둘레에서 이이를 바라보며 반기기도 하고 안 반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이를 반기는 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틀에 젖어듭니다. 바로 ‘틀에 박히지 않은 길이라고 하는 틀’입니다. 1928년에 태어나 무척 오래 사진을 찍은 윌리엄 클라인 님 사진길을 1982년에 갈무리한 《i grandi fotografi》를 넘기면서 꽤 많구나 싶은 사진이 낯익습니다. 이이가 찍은 사진이 낯익기도 하지만, 이이 사진틀을 따르거나 흉내내거나 좇거나 잇는 사진이 무척 많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님 한 사람은 ‘틀에 박히지 않는 홀가분한 사진’을 바라며 이 길을 갔는데, 이 길도 어느새 ‘또 다른 틀’이 되고 맙니다. 이러다 보니 ‘윌리엄 클라인스럽지 않은’ 사진틀을 일구려고 하는 몸짓도 나타나고, 더 틀을 깨부수려는 몸짓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 ‘틀깨기 사진’을 바라보며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사진기라는 ‘틀(기계)’을 써야 하는 사진인데, 굳이 틀을 깨야 할까요? 낡은 틀이든 새로운 틀이든 스스로 바라거나 꿈꾸거나 사랑하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으면 넉넉할 텐데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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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 신현림 포토 에세이
신현림 글.사진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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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82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신현림

 문학동네

 2004.9.24.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두 팀 중에 한 팀이 끝나, 생계의 위험을 느껴 너무 깊이 고민한 나머지 택시에다 카메라를 잊고, 그만 두고 내렸다. (14쪽)


짧은 저녁 바람 냄새 나는 이 순간, 잊지 않으리라. 몸의 한 부분 마음 한 부분 신경을 쏟으면서 느끼고 간직하려고 애썼다. (37쪽)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신현림, 문학동네, 2004)을 읽으면 이다지도 굽이가 많고 힘들까 싶은 나날을 꾹꾹 눌러적은 이야기가 흐른다. 그런데 그 굽이도 고단한 나날도, 꾹꾹 눌러적으면서 한 올 두 올 실타래가 풀리지 싶다. 엉킨 타래는 엉켰다고 말하면서 옮겨적으니 풀린다. 꼬인 타래는 꼬였구나 느껴서 읊고 노래하면서 풀린다. 밥벌이에 지치든 사진기를 잃든 나쁠 일이 없다. 혼자 딸아이를 돌보든, 딸아이가 어머니만 바라보면서 삶을 배우든 대수롭지 않다. 스스로 홀가분하구나 하고 깨달으면 된다. 더 많이 쥐어야 홀가분하지 않은 줄 배우면 넉넉하다. 뭔가 더 돋보이게 찍어야 하지 않는 줄 알면 되고, 능금알을 찍든, 어린 딸아이가 어른 딸아이로 자라는 길을 틈틈이 사진으로 찍어도 얼마든지 예술이며 문화인 사진이기에 언제나 삶인 줄 살갗으로 느끼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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