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울고 싶을 땐 불의여우 그림책
존티 홀리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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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20.

그림책시렁 1379


《남자가 울고 싶을 땐》

 존티 홀리

 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19.9.16.



  마음이 움직인다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립니다. 마음이 안 움직이니 웃음도 눈물도 없습니다. 마음은 안 움직이는데 짐짓 웃거나 눈물을 짜기도 합니다. 마음이 있기에 스스럼없이 웃음눈물로 하루를 새롭게 풀어낼 수 있고, 마음이 없기에 웃음눈물을 등진 채 메마르게 죽어갈 수 있습니다. 《남자가 울고 싶을 땐》은 “Big Boys Cry”를 옮긴 판입니다. “큰아이가 운다”로 옮길 만합니다. 아니, 이렇게 옮겨야 줄거리에 맞고 이야기를 살립니다. 순이돌이를 갈라서, 돌이는 울면 안 된다는 얼거리가 아니니까요. 덩치가 크고 힘도 세어 보일 뿐 아니라, 돈도 많고 이름도 드날리는 어른들이 눈물을 ‘질질 짜는’ 모습을 문득문득 지켜보는 조그마한 아이가, 스스로 천천히 앙금을 씻고서 새롭게 기운을 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울고 싶은 아이가 울음을 참다가 마을 여러 어른들이 이런저런 일에 아무렇지 않게 어디에서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또 아버지까지 눈물에 젖는구나 하고 알아채고는, 눈물을 언제 왜 어떻게 흘리면서 빛나는지를 깨달아요. 이 그림책은 참말로 책이름을 바로잡아서 내기를 바랍니다. 책이름을 잘못 붙여서 사람들이 못 알아볼 만합니다.


#BigBoysCry #JontyHowley

2019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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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마리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
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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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72


《백만 마리 고양이》

 완다 가그

 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6.20.



  우리말 ‘숱하다’를 잊은 분이 무척 많아요. 한자 ‘수(數)’를 넣은 ‘수없이’만 쓰는 분이 많은데, ‘머리숱’처럼 셀 길이 없이 많다고 여길 적에 ‘숱하다’를 씁니다. ‘수두룩하다·수북하다’도 같은 얼거리이고, ‘숲’도 나란합니다. 마음을 틔우고서 말빛을 읽기에 서로 따사로우면서 즐거이 이야기를 짓습니다. 마음을 틔우지 않은 채 둘레에 휩쓸리는 말씨로 기울면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지 않고서 자꾸 남을 쳐다보거나 바깥을 기웃거려요. 《백만 마리 고양이》는 놀랍도록 몹시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얼핏 본다면 강샘(욕심)을 가볍게 나무란 줄거리일 텐데, ‘시샘하는’ 마음이란, 배고프지 않은데 자꾸 배고프다고 여기면서 다른 사람 밥그릇을 넘보거나 부러워하면서 눈이 먼 모습입니다. 이미 즐겁고 아름다이 가꾼 보금자리가 있으나 어쩐지 다른 곳을 부러워하는 바람에 ‘귀여운 고양이’를 찾아나서고, 모든 고양이가 귀여우니 몽땅 집으로 데려오고 마는 어리석은 아저씨예요. 꿈을 제대로 그리지 않은 채 ‘노리’기만 한 매무새입니다. 꽃과 나무로 일군 집이라면 새가 날마다 찾아들겠지요. 들고양이도 어느 날 문득 찾아올 테고요. 파랑새를 먼숲에서 잡아와야 하지 않아요. 새가 찾아올 숲집을 일구면 될 뿐입니다.


#WandaGag #MillionsofCats

1928


ㅅㄴㄹ


《백만 마리 고양이》(완다 가그/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


깨끗하고 좋은 집에서 외따로이 살고 있었어요

→ 깨끗하고 즐거운 집에서 외따로이 살아요

3쪽


언덕을 몇 개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몇 개 지나

→ 언덕을 몇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몇 지나

→ 언덕을 오르고, 서늘한 골짜기를 지나

5쪽


졸졸 따라오는 광경은 정말 우스꽝스러웠어요

→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참말 우스꽝스러웠어요

14쪽


털이 보들보들해지고 자르르 윤기가 돌았어요

→ 털이 보들보들하고 자르르해요

→ 털이 보들보들 빛나요

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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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힘이 세다 - 도서관에서 찾은 47가지 그림책 질문
박미숙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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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66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12.25.



  언제부터인가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씨가 번지고, 이런 이름을 단 책도 나옵니다. “무엇은 힘이 세다” 같은 말글을 듣거나 보면 깜짝 놀랍니다. 왜 이 삶을 힘겨루기로 마주하려는 셈일까요? 어릴 적에 워낙 고삭부리로 으레 앓아누울 뿐 아니라, 집 안팎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늘 얻어맞으면서 들볶이던 아이였던 터라, ‘힘세다’를 내세우는 이름에는 확 주눅이 듭니다. 《그림책은 힘이 세다》는 나쁜책이지 않습니다만, ‘힘’을 자꾸 들추는 얼거리이다 보니, 오히려 멀리하고픕니다. 글쓴이는 오래도록 작은책숲을 아끼는 길을 걸으셨는데, ‘작은’책숲을 아낀 매무새로 왜 ‘힘’을 불쑥 앞장세워야 하는지 아리송해요. 곰곰이 보면, 이 꾸러미에서 다루는 그림책이 뜻밖에 퍽 좁아요. 사랑을 들려주거나 숲을 속삭이거나 살림을 짓는 슬기를 밝히는 그림책은 오히려 못 다루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힘센’ 그림책에 기우느라 ‘이름난’ 몇몇 그림꾼 책에서 맴돌다가 끝납니다. 저는 1999년에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어릴 적에 제 곁에는 그림책이 한 자락조차 없었고, 1982∼87년에 다닌 국민학교에는 배움책숲도 없었으나 ‘학급문고’조차 마병(폐지)더미였을 뿐입니다. 쓸쓸합니다. “그림책은 사랑”이라는 눈길로 다가서야 그림책을 비로소 품고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힘이 세다》(박미숙, 책이라는신화, 2023)


시립도서관도 있었고

→ 고을책숲도 있고

→ 마을책숲도 있고

10


당장 재원이 없으니, 버는 돈의 일부를 떼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눈앞에 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조금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 바로 밑돈이 없으니, 버는 돈을 푼푼이 떼어 책을 사 모았습니다

11


뒹굴뒹굴 책 속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 뒹굴뒹굴 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11


모두가 이용자라고 불리는 같은 사람이 되지요

→ 모두가 손님이라고 하는 같은 사람이지요

→ 모두가 같이 쓰지요

12


문화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 살림꽃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 온살림을 맛볼 수 있기도 해요

→ 삶멋을 즐길 수 있기도 해요

21쪽


작은도서관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지요

→ 작은책숲이라고 이르지요

→ 작은책터이라고 하지요

→ 작은책밭이라는 홀이름이 있지요

26


호기롭게 나섰습니다

→ 거침없이 나섰습니다

→ 기운차게 나섰습니다

36


독학을 한번 해보세요

→ 혼자 익혀 보세요

→ 홀로 배워 보세요

38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를 하며 이 일을 꾸렸습니다

→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하며 이 밑그림을 폈습니다

43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조용한 시골입니다

→ 한갓진 시골입니다

48


고민의 시작은 제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의 강의실을 대관해 달라는 전화가 오면서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숲 익힘칸을 빌려 달라고 물어올 때부터 근심입니다 

→ 제가 일하는 책밭 배움칸을 빌리겠다고 여쭐 때부터 걱정스럽습니다

54


이런 안내문은 너무 과잉 아닐까

→ 이런 알림글은 너무하지 않을까

→ 이런 글자락은 지나치지 않을까

56


요즘 도서관은 정숙만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 요즘 책숲만 조용하라고만 시키지 않습니다

→ 요즘 책터는 가만 있으라고만 하지 않습니다

60


우리는 왜 시민을 민원인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 우리는 왜 사람을 넋두리라 이를까

→ 우리는 왜 이웃을 목소리라 여길까

62


영아기에 책을 통해 아이와 애착을 맺으면

→ 갓난이 때 책으로 사귀면

→ 갓난아이 때 책으로 마음을 쏟으면

80


큰소리만 칠 게 아니라

→ 큰소리만 치지 말고

→ 큰소리는 그만 치고

117


우리 부모 세대 트라우마는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워서 고름이 맺었습니다

→ 우리 어버이 또래는 못 배운 멍울이 있습니다

119


굳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저에게 와서

→ 굳이 자리에 앉은 저한테 와서

→ 굳이 일칸에 앉은 저한테 와서

124쪽


누군가 입장에 서 본다는 것, 그것은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누구 자리에 서 보려면, 이웃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 누구 눈길로 서 보려면, 둘레를 보고 헤아리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165


햄버거 광고는 언제나 저를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게 합니다

→ 고기빵 알림을 보면 언제나 빠른밥집으로 달려갑니다

29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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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도 찾았니? 너도 찾았니? 2
시미즈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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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7.

그림책시렁 1376


《또! 너도 찾았니?》

 시미즈

 김숙 옮김

 북뱅크

 2023.4.10.



  우리 집 아이들은 여느배움터를 안 다닙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름배움터에서 어떤 배움책을 쓰는지 모르고,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 어떤 책이 꽂히는지 모릅니다. 이따금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로 이야기꽃을 펴러 찾아가서 배움책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라요. 요새 나오는 배움책은 “배우는 책”이 아닌 “캐릭터 꾸러미” 같거든요. 어린이나 푸름이가 삶을 바라보면서 살림을 익히고 사랑을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숲을 품는 슬기로운 길을 짚거나 이끌거나 밝히는 줄거리를 담은 배움책을 여태 못 봤습니다. 예전에도 없다시피 했으나, 요새는 아주 “캐릭터 장난질”이 넘실거리니, 아이들을 어떻게 망가뜨리려는 나라입니다. 《또! 너도 찾았니?》는 나쁘다고 여길 그림책은 아니지만, “캐릭터 꾸러미”인 오늘날 배움책하고 마찬가지라고 느낍니다. 귀엽거나 이쁘장하고 꾸미거나 붙이는 그림으로 ‘무엇’을 ‘찾는다’는 얼거리인지 알쏭달쏭해요. 우리가 “어진 사람인 어른”이라면, 어린이한테 “캐릭터 꾸러미”가 아닌 “이야기 꾸러미”를 지어서 들려주고 읽힐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귀염이’가 아닌 ‘아이라는 숨결’입니다. 제발 어린이를 어린이로 바라보고 마주하는, 어른스러운 어른으로 우리부터 스스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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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숲속에서는 웅진 세계그림책 238
필리프 잘베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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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13.

그림책시렁 1377


《오늘 숲속에서는》

 필립 잘베르

 김윤진 옮김

 웅진주니어

 2023.5.22.



  나무는 스스로 새롭게 나아가는 길을 밝히려고 꽃을 피웁니다. 새를 부르고 벌나비를 불러서 숲을 이루려는 뜻입니다. 새는 꽃송이랑 열매랑 씨앗을 누리면서 노래를 베풉니다. 나무는 꽃과 열매와 씨를 베풀면서 노래를 누립니다. 나무에 꼬이는 벌레는 새가 잡습니다. 나무는 새가 벌레잡이를 하니 홀가분합니다. 다만, 모든 벌레가 잡으라 하지 않아요. 나중에 나비로 깨어나는 애벌레가 꽃가루받이를 할 테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은 들숲바다를 품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들도 숲도 바다를 잊는 사람들은 서울로 우르르 몰리면서 불꽃과 피를 튀기면서 싸웁니다. 어우러지고 나누고 베푸는 마음으로 만나기에 사랑이라면, 다투고 겨루고 빼앗는 서울살림이랑 사랑을 등진 죽음수렁입니다. 《오늘 숲속에서는》은 숲에서 살림을 짓는 여러 이웃을 숨은그림찾기처럼 돌아보라고 이끕니다. 워낙 들빛을 잊고 숲빛을 잃다고 사람빛을 등돌린 사람들이니, 이만 한 그림책이 나올 만합니다. 그렇다면 푸르게 반짝이는 숲에는 누가 있을까요? 숲에서 어디에 눈을 두어야 사람다울까요? 꽃내음은 어떻게 맡고, 새소리는 어떻게 들을까요? 바다와 숲과 들을 품으려면 서울을 떠나거나 갈아엎을 노릇입니다. 서울을 비우지 않으면 모두 덧없습니다.


ㅅㄴㄹ


#PhilippeJalbert


《오늘 숲속에서는》(필립 잘베르/김윤진 옮김, 웅진주니어, 2023)


숲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숨어 있어요

→ 숲에는 숱한 짐승이 있어요

→ 숲에는 여러 짐승이 숨어 살아요

1쪽


자, 모두 찾을 준비가 되었나요?

→ 자, 모두 찾아볼까요?

→ 자, 모두 찾아나설까요?

1쪽


숲속에서 사슴 가족이 평화롭게 쉬고 있어요

→ 숲에서 사슴네가 아늑하게 쉬어요

→ 숲에서 사슴무리가 고요히 쉬어요

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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