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마실길을 나서는 아침입니다. 무엇을 해 놓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어젯밤 잠들었고, 새벽에 일어나서 씻고 주섬주섬 챙깁니다. 밥을 지을까, 빨래를 할까, 곁님이나 아이들이 어련히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며칠쯤 아버지 밥맛을 못 보고 어머니 밥맛을 볼 테지요.즐겁게 길을 나서려 합니다. 오늘 할 일을 헤아리고, 오늘 만날 이웃님을 마음에 담으려 해요. 저는 저대로 마실길에서 마실밥을 먹을 테고, 세 사람은 시골집에서 시골밥을 먹을 터입니다. 슬슬 해가 오릅니다. 차츰 해는 일찌감치 높이 뜨면서 천천히 집니다. 하루하루 따스한 기운이 퍼집니다. 2017.2.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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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웬 가스렌지 설거지



  아침에 작은아이가 짜장면을 먹고 싶다 말했으나 아이 어머니가 미리 반죽을 해 놓았기에 피자랑 빵을 구웠습니다. 얘야 짜장면은 저녁에 먹자, 아침에 어머니가 피자를 멋지게 구웠어. 맛나게 아침을 먹고 낮이 흘러 저녁이 됩니다. 낮에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려다가 그만두었어요. 몸이 많이 찌뿌둥했거든요. 그렇지만 작은아이가 바라는 짜장면을 하려고 국을 끓이고 양념을 볶으려 하는데, 가스가 다 되었네요. 이튿날 아침에야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할 수 있습니다. 부탄가스를 버너에 꽂아서 국을 끓이고 양념을 볶습니다. 저녁을 다 차리고 가스버너를 살펴보니 한동안 청소를 안 하여 먼지랑 때가 잔뜩 끼었구나 싶어, 세 사람이 먼저 짜장면을 먹으라 하고는, 가스버너를 신나게 솔질하며 설거지합니다. 하는 김에 가스렌지도 구석구석 솔질해 놓습니다. 늦은저녁에 웬 가스렌지 설거지인가 싶지만, 겨울 저녁에는 방바닥을 덥히려고 보일러를 돌리니 뜨거운 물이 잘 나와요. 이래저래 묵은 때 설거지를 했습니다. 모든 설거지를 마치니 열 시가 넘어갑니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깁니다. 2017.2.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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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만에



  오늘은 20분 만에 후다닥 갈무리를 합니다. 두 아이한테 이모저모 심부름을 맡기니 일찍 일이 끝납니다. 함께 저자마실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혼자 이것 챙기고 저것 넣고 그것 치우느라 눈알이 빙글빙글 돌도록 힘들면서 시간까지 많이 쓰기 마련이에요. 아이들 몫을 하나씩 짚어 주니 아이들로서도 일손을 익히고 저로서도 품을 줄일 수 있네요. 빨래를 걷고 능금이랑 배를 썰어서 접시에 놓고 마당이랑 평상을 다 치운 뒤에 발을 씻고 기지개를 켰는데 딱 20분 만에 끝. 아 시원하고 홀가분해라. 앞으로는 더 일찍 갈무리를 마치고 허리도 펴겠지요. 2017.2.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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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에는



  네 손에 쥔 숟가락에 메추리알 하나. 메추리알은 간장 국물에 담겨 펄펄 끓는 동안 겉이 가무스름하게 옷을 입는데 속은 그예 노랗구나. 한입 살짝 베어물어 속을 들여다보고는 “이것 봐! 속은 아직 노래!” 하고 신나서 소리를 치네. 네 작은 한입처럼 너희 어머니랑 아버지도 어릴 적에 메추리알을 야금야금 베었고 속은 아직 노란 빛깔이 감돌아 참 재미있네 하고 느꼈지. 네 손에는 오래된 어제가 담겼고, 네 손에는 새로운 오늘이 흐르며, 네 손에는 눈부신 모레가 자라는구나. 2017.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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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어제 장조림을 했습니다. 참말 어제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하루가 얼마나 길고 오래 흘렀는지 어제 했는지 그제 했는지 사흘이나 나흘 앞서 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요. 어제 장조림을 마치고 식히면서 한두 점을 손으로 뜯어 아이들 밥그릇에 얹다가 예전 일을 떠올립니다. 우리 어머니가 장조림을 마치고서 늘 손으로 뜯은 모습입니다. 고깃결은 손으로 죽죽 뜯어야 제맛이 살아난다는데, 아뜨 아뜨 하면서도 손으로 다 뜯습니다. 나중에는 목이 결리기도 합니다. 밤을 쳐서 밤밥을 끓이고, 이것저것 칼질을 하며 반찬을 합니다. 참으로 손그림이 남아날 새가 없는 살림인데, 아직 호미질이나 톱질은 그리 많이 안 하니 제 손그림은 그럭저럭 잘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라 온누리 어머니는 누구나 ‘뜨거운 것을 만져도 뜨겁지 않다’고 여길 만큼, 또 온누리 아버지도 으레 ‘차가운 것을 만져도 차갑지 않다’고 여길 만큼 살림을 손수 지었어요. 오늘 하루도 아이들하고 새밥을 지으며 손그림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손아, 이쁜 손아, 오늘도 즐겁게 기운을 내 주렴, 고마워. 2017.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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