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잔치



  우리 집에서 그림잔치를 누립니다. 저마다 즐겁게 마음 이야기를 손을 거쳐서 종이에 얹기에 그림잔치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살림을 그리고, 우리가 걷는 길을 그리며, 우리가 품는 꿈을 그려요. 우리 이야기이기에 우리 그림이 됩니다. 우리가 짓는 살림인 터라 우리 잔치를 누립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꿈이 곧 사랑스러이 흐르는 노래가 됩니다. 2017.4.1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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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나는 아이들 얼굴을 보고, 아이들은 내 얼굴을 봅니다. 우리는 서로 하루 내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다만 여기에서 그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내 마음은 얼굴을 넘어서 마음으로, 그러니까 겉모습이 아닌 넋하고 얼을 언제나 읽고 나눌 수 있는 살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얼굴을 늘 보더라도 얼굴에 머물고 싶지 않고, 어쩌다가 혼자 바깥일을 보러 하루나 이틀쯤 집을 비울 적에도 마음으로 서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가만히 보면, 얼굴을 비롯해서 코랑 눈이랑 귀랑 볼이랑 이마랑 가만히 바라보면, 이 겉살에 스미거나 겉살에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을 가만히, 고즈넉하도록 가만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버이로 사는 기쁨이라면, 우리 아이들 숨결을 읽으면서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버이는 나한테서 어떤 숨결을 읽었을까 하고 그릴 수 있다는 대목이리라 하고 생각합니ㅏㄷ. 2017.4.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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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논다



  우리는 저마다 놉니다. 저마다 즐겁게 하고픈 놀이를 찾습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즐겁게 맞이할 놀이를 생각합니다.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놀이를 할 수 있으나, 세 사람은 늘 다른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하루도 놀이요, 어버이가 아이들을 돌보는 살림도 놀이예요. 아이가 소꿉놀이를 한다면 어른은 소꿉살림을 합니다. 저마다 손으로 놀이를 짓고 살림을 빚습니다. 다 함께 놀이를 나누고 살림을 이어요. 2017.4.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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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곁에서



  요즈막에 책 여러 권 원고를 한꺼번에 들여다보면서 손질하거나 새로 쓰다 보니 아이들 곁에서 함께 노는 짬이 퍽 줄어듭니다. 요즈음은 아직 자전거를 몰아 바다나 골짜기로 다니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제랑 그제 두 가지 원고를 얼추 마무리를 지어서 두 군데 출판사에 보냈고, 오늘 다른 두 가지 원고를 갈마들면서 살핍니다. 이 두 가지 원고 가운데 하나를 먼저 마치고 또 다른 원고를 하나 살피려고 해요.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원고가 하나 더 있고, 이밖에 두 가지쯤 되는 새로운 책 원고가 또 있습니다. 올해는 온통 온갖 책을 붙잡느라 이 봄을 다 보내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 일은 이 일대로 차근차근 하면서, 살림노래와 배움노래는 살림노래하고 배움노래대로 즐겁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삼월 끝자락에 싱그러운 봄비가 며칠 동안 내리며 바야흐로 땅이 많이 풀렸으니, 이제 옥수수 씨앗이며 당근 씨앗이며 곳곳에 콕콕 심으려고 해요. 아이들 곁에서 놀고 살림을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노래하고, 사랑을 합니다. 2017.4.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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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을 사다



  우리 보금자리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새로 배우는 길을 헤아리면서 몇 가지를 다짐했어요. 이 가운데 하나는 ‘한국말 아닌 외국말 한 가지’는 저마다 꼭 배우자입니다. 둘째는 ‘어느 악기이든 꼭 한 가지’는 저마다 꼭 하자예요. 아이들하고 곁님한테는 바이올린이 하나씩 있습니다. 새내기가 소릿결 익히는 값싼 것이에요. 저는 북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태 가까이 북을 장만하지 못했어요. 고흥 시골에서 악기집을 못 찾기도 했고, 서울마실을 하며 악기집에 찾아갈 틈을 못 냈어요. 어제 인천에서 오랜 악기집에 들렀어요. 이 악기집은 제가 인천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보던 곳이에요. 아마 마흔 해는 되었음직한 오랜 악기집이지요. 어릴 적에 이 악기집 앞을 지나갈 적마다 ‘언젠가 이 악기집에 있는 멋진 악기를 살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바로 어제가 되었어요. 거의 마흔 해를 이 악기집 창문으로 멋진 악기를 구경만 했다가 바야흐로 처음 ‘우리 집 악기’를 들인 셈이에요. 아이들하고 함께 북놀이랑 북노래를 즐기려고 서양북 하나랑 한국북 하나를 장만했어요. 북을 둘 더 장만해서 네 식구가 저마다 하나씩 쥘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우리 살림돈은 아직 북 네 점을 장만할 만하지는 않습니다. 머잖아 북 두 점을 더 장만할 수 있겠지요. 크고 무거워서 택배를 맡기고, 북채만 가방에 꽂습니다. 작은아이가 바이올린 활을 부러뜨려서 바이올린 활도 새로 장만해서 가방에 꽂습니다. 저도 바이올린을 켜 볼까, 배워 볼까 생각하면서, 145000원 값이 적힌 바이올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악기집 아재한테 여쭙니다. “얘도 바이올린이지요?” 하고요. 악기집는 빙긋 웃으시면서 “손님, 이 악기는 우쿨렐레입니다.” 하셔요. “그래요? 아이고, 바이올린하고 우쿨렐레도 가리지 못했네요. 어쩜 이렇게 바보스러울까요.” 하면서 저도 따라 웃었어요. 그럼 저는 우쿨렐레를 배워 볼까요? 북값도 곧 장만하고, 우쿨렐레 장만하는 값 145000원도 곧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2017.3.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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