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멈추면



  잔소리를 멈추어 봅니다. 내가 나한테 잔소리를 해 보자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내가 나한테 잔소리를 해 보니 더없이 끔찍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한테 이제 잔소리를 안 하기로 다짐합니다. 나는 나한테 ‘사랑소리’를 하고 ‘참소리’를 할 뿐 아니라, ‘노랫소리’랑 ‘웃음소리’를 들려주자는 생각을 잇습니다. 이러다가 “자질구레한 소리”가 아닌 “자그마한 소리”를 들려주어도 좋구나 하고 깨달아요. 작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낮은 목소리를 들려주면 참으로 다르구나 하고 깨달아요.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부드러이 속살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면 스스로 새롭게 깨어날 만하구나 하고 느껴요.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 같은 ‘잔잔소리’를 들려주어 보자고도 느끼고요. 이러한 느낌 그대로 우리 아이들한테 “살림을 짓는 소리”인 ‘살림소리’를 들려주고, “삶을 가꾸는 소리”인 ‘삶소리’를 들려주자고 거듭거듭 다짐합니다. 2017.6.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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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도 새롭게



  잔소리는 자질구레하게 하는 소리를 가리킵니다. 듣기 싫게 하는 말이라든지, 성가시게 자꾸 하는 말도 잔소리라고 할 만해요. 이 잔소리는 흔히 어버이가 아이한테 합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 잔소리를 하는 일은 드물어요. 수많은 아이는 수많은 어버이한테서 잔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새롭게 아이를 낳아 새롭게 잔소리를 늘어놓고요. 이 고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이어지는데요, 오늘 문득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하다가 생각합니다. ‘나부터 어릴 적에 잔소리를 듣기 몹시 싫어했으면서, 정작 오늘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왜 나부터 이 고리를 안 끊지?’ 누가 나한테 잔소리를 하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떨쳐내면 되어요. 누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이웃하고 사이좋게 평화를 나누면 되어요. 내가 어릴 적에 잔소리를 으레 듣고 자랐어도 오늘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새로운 마음이 되어 ‘사랑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잔소리를 들으려고 태어난 목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서 ‘사랑소리’를 들으려고 태어난 목숨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소리를 들으며 웃음소리를 터뜨리고, 사랑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노랫소리를 터뜨리는 아이들입니다. 2017.5.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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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들이



  두 아이를 이끌고 매우 오랜만에 기차마실 버스마실을 하는 아침입니다. 두 아이가 일어나서 움직이고 짐을 꾸리는 결을 헤아리면서 알맞게 기차표를 미리 끊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나가는 버스를 헤아리며 느긋하게 길을 나서려고 해요. 두 아이는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외삼촌 들을 두루 만나는 이틀을 누리고 홀가분하게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올 테지요. 나는 두 아이를 일산으로 데려다주고 다시 고흥으로 데리고 온 뒤에 며칠 동안 바깥일을 보려 합니다. 우리 모두 이 나들이를 새롭게 떠납니다. 2017.6.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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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보람



  어버이로 사는 보람이라면 바로 ‘웃음’이지 싶습니다. 곁님하고 짓는 즐거움이라면 이때에도 웃음이지 싶어요. 글을 쓰거나 책을 짓거나 한국말사전을 새롭게 엮는 기쁨도 언제나 웃음으로 드러나고요. 사진 한 장을 찍는 자리에서도 웃음을 담거나 느끼거나 나눌 수 있기에 꾸준하게 사진기를 손에 쥘 만하지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는 어버이 기운은 어디에서 샘솟나 하고 돌아보면, 이때에도 웃음이로구나 싶어요. 즐거이 웃으면서 먹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기에 어버이는 늘 보람을 누려요. 사는 보람을 누리지요. 책상을 짜거나 평상을 짤 적에도, 짐을 바리바리 들고 나들이를 다닐 적에도, 밤에 잠자리에 들 적에도 새삼스레 웃음꽃을 가슴에 품으면서 흐뭇합니다. 2017.6.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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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 띄우기



  우리 집 아이들 바깥마실을 나오면 언제나 “언제 집에 가?” 하고 묻습니다. 바깥일을 다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갈 테지만, 집처럼 바깥에서 재미나게 뛰놀거나 노래하거나 춤출 수 없을 적마다 갑갑하구나 하고 여겨요.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거든요. 이와 달리 버스나 기차나 전철이나 길에서는 노래를 하거나 춤추기가 어렵습니다. 바깥에는 우리만 있지 않은걸요. 두 아이는 읍내쯤 되는 마실이면 “같이 갈까? 말까?” 하고 망설이다가 으레 “그냥 집에서 놀래.” 하고 고릅니다. 이러다 보니 아버지 혼자 바깥마실을 다녀오면서 볼일을 보는 날이 느는데요, 이렇게 혼자 집을 나설 적에 글월을 하나 적어서 큰아이 책상에 올려놓곤 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글을 안 읽기 때문에 작은아이한테는 따로 남기지 않아요. 다만 먼 마실을 나오면 두 아이 모두한테 다른 고장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장만해서 글월을 띄우지요. 두 아이가 집에서 새롭게 짓는 놀이와 살림과 배움을 생각하면서 글월을 적어서 띄웁니다. 두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사랑을 간추려고 짧은 이야기로 엮어 글월을 써서 띄워요. 2017.5.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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