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58


《벽 없는 미술관》

 임옥상 글

 생각의나무

 2000.10.17.



  2016년 8월 29일에 “기억의 터”가 열고, 이곳에 “대지의 눈”하고 “세상의 배꼽”이 있어요. 그런데 “기억의 터·대지의 눈·세상의 배꼽”은 우리말씨가 아닌 일본말씨입니다. 창피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을 기리는 곳에 왜 우리말씨를 안 쓸까요? ‘돌아봄터’에 ‘땅이 본다·누리배꼽’처럼 우리말을 쓸 노릇이지만, ‘서슬퍼런 총칼수렁 일본’을 나무라면서 정작 ‘일제강점기 식민지 말씨’를 그대로 붙인다면 아이들한테 무엇을 남기려는 셈일까요? 2023년 9월 5일에 ‘응큼질꾼(성추행범) 임옥상’이 세운 돌더미를 삽차로 치웠습니다. ‘응큼질꾼’은 2013년에 ‘부하직원’한테 응큼질을 했다지요. ‘정의연’은 진작 있던 말썽을 왜 몰랐을까요? 진작 있던 말썽이 불거진 뒤에 왜 먼저 창피한 돌더미를 스스로 치울 생각을 안 했을까요? 《벽 없는 미술관》을 곰곰이 되읽자니, ‘국전·공모전’에 설 자리가 없었다던 응큼질꾼은 어느 때부터인가 나라일감을 톡톡히 맡았고, 이름을 날리고 돈을 잘 벌었습니다. ‘공공조형물 200가지’라지요. ‘동아일보·중앙일보’에 일찌감치 그림을 싣던 응큼질꾼은 “씨팔!”거리면서 ‘노랑머리’를 미워하고 ‘고은 시인’을 좋아합니다. 아, 그랬군요. 이녁 뿌리가 이러했군요.



그러다 보니 국전에도, 그밖의 어떤 공모전에도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40쪽)


도시 변두리는 내 그림의 보고다. 도시와 농촌의 중간 지대인 변두리는 생활의 변화가 심하다. 그곳에는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발 붙이지 못한 어정쩡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109쪽)


섬진강, 김용택 시인이 사는 마을의 한 풍경이다.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여인을 대동하고 노랑머리 미국인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127쪽)


남주 형이 죽었다. “씨팔, 죽을 놈들은 죽지도 않고 멀쩡한 사람들만 죽어가는구만.”, 나의 입에는 고약한 말이 씹혔다. (181쪽)


고은 선생이 마침 나의 작업실에 오셨다. 오신 김에 손을 떠놓고 싶었다. 시인의 손은 그 자체가 기념물이니까. (195쪽)


1999년, 나는 《중앙일보》의 박노해 시인 ‘희망 찾기’ 연재에 삽화를 그린다. 그와의 동행은 매우 신선했고 또한 진지했다. (223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33


《전두환 시대 3》

 岩波 편집부 엮음

 황인 옮김

 중원문화

 1988.6.30.



  2007년 7월 17일에, 서울 용산 〈뿌리서점〉에 들러서 한창 책을 읽는데, 어느 책손이 책집지기하고 실랑이하는 소리가 납니다. 좀 어이없어서 받아적었습니다. 그때 《전두환 시대 3》이라는 책을 쥐었습니다. “교과서가 무슨 천 원이에요?” “아뇨, 교과서는 천 원이에요.” “아뇨, 무슨 천 원이나 해요. 애 숙제 때문에 사러 왔는데, 학교에 놓고 와서.” 아무리 2007년이라 하더라도 ‘헌 배움책’ 하나를 1000원 값을 받는다면 매우 쌉니다. 그런데 ‘애 숙제’ 때문에 사야 하고 ‘학교에 놓고 와서’ 사야 하기에 ‘1000원도 비싸다’고 여기면, 그냥 달라는 뜻일 테지요. 그러면 ‘배움책을 놓고 온 어린배움터’에 가면 될 테고, 배움터에서 달라고 하면 되겠지요. “전두환 시대”에 우두머리 한 놈만 썩어문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우두머리 곁에서 탱자탱자한 놈이 득시글하고, 우두머리를 치켜세우는 글을 쓰며 하느작거린 놈이 그득합니다. 그러나 그들만 낄낄거렸을까요? 다른켠에서 우리 스스로 ‘과외·학교·학원·입시’에 사로잡히면서 쳇바퀴질에 바보짓을 고스란히 폈습니다. 값올리기(성적향상·경제발전)는 배움길하고 멉니다. 이웃을 안 바라보면서 스스로 삶·살림·사랑하고 등진 우리 모두는 그놈하고 매한가지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54


《우리 동물 이야기》

 박병상 글

 북갤럽

 2002.12.26.



  한자로 ‘靑’을 “푸를 청”으로 새기지만, ‘청색 = 파란빛’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청색 :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으로 풀이하지만 엉터리입니다. 하늘빛은 ‘파랑’일 뿐, ‘풀빛’이 아닙니다. 흔히 ‘청개구리(靑-)’라 일컫는 조그마한 개구리는 ‘파란빛’이 아닌 ‘풀빛’이에요. 무엇보다도 “푸른 빛깔 작은 개구리”는 ‘풀밭’에서 살고 ‘풀잎’에 앉아서 노래합니다. 우리 곁에서 그윽히 노래를 베풀며 함께 살아가는 작은이웃 이름은 ‘풀개구리’라 해야 어울립니다. 《우리 동물 이야기》를 되읽다가 개구리 한 마리 이름을 돌아봅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에도 풀밭에서 곧잘 만난 풀개구리이지만, 전남 고흥에 깃들면서 날마다 곳곳에서 문득 마주합니다. 때로는 빈틈을 찾아내어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슬쩍 잡아서 풀밭으로 옮겨놓습니다. 풀개구리랑 함께 살아가니 풀벌레도 함께 살아갑니다. 숱한 들풀하고 같이 살고, 온갖 멧새하고 같이 지내요. 곰곰이 보자면 “우리 동물”이 아닌 “우리 이웃”입니다. 한자말이라서 아니라, 우리는 예부터 ‘우리·이웃·이야기’라는 낱말만 썼을 뿐, ‘동물·식물’ 같은 낱말은 안 썼습니다. 이름부터 되찾아야 숲을 되찾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04


《스탬프 군의 우표교실》

 데라오 도모후미 글·그림

 우문관 옮김

 한국우취출판사

 1980.2.16.



  이제 손으로 글월을 적어서 부치는 사람이 드물지만, 1995년 즈음까지는 셈틀로 누리글월을 주고받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으레 손으로 종이에 글을 적은 종이글월을 나누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 길잡이로 오래 일했는데, 우리 집에 오는 글월이 퍽 많았어요. 웬만한 가게마다 나래꽃(우표)을 다루었고, 나래꽃을 사오는 심부름을 자주 했어요. 시나브로 나래꽃을 모았습니다. 글월 겉종이에서 어떻게 떼어내느냐를 배우려고 이모저모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겉종이를 물에 푹 담가서 떼었다면, 나중에는 나래꽃 자리만 오리고 물에 담가서 떼었어요. 1984년 어느 날 나래꽃집(우표상)에서 《스탬프 군의 우표교실》을 빌려서 읽었어요. 해·달·날이 찍힌 테두리를 살려서 오리다가, 이렇게 나래꽃만 오리기보다 글월 겉종이가 통째로 있을 적에 삶자락 발자국을 헤아리기에 나은 줄 배웁니다. 어릴 적(1984년)에는 2500원이란 값이 엄두가 안 나서 빌려읽은 《스탬프 군의 우표교실》인데, 어른이 되어 헌책집에서 문득 보여 반가이 장만하고서 책자취(간기)를 보니, 쪽종이를 붙여서 책값을 올리고 ‘지은이’ 이름을 숨기는군요. 왜 이렇게 해야 했을까요?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머리말에는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고 밝히면서 책자취에는 굳이 숨기는 모습이 오히려 창피합니다. 아니, 우리 손으로 우리 나래꽃 이야기를 수수하게 펼 줄 모르던 지난날 어른들 손길이 더 창피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3.8.29.

숨은책 835


《民族과 함께 歷史와 함께

 김종규 엮음

 서울신문사

 1978.8.15.



  어릴 적에 ‘지기(반장)’를 뽑을 적마다 괴로웠습니다. 저는 지기에 나선 적은 없습니다만, 동무들이 지기에 나서고, 한동안 갈가리 찢겨요. 이쪽을 뽑네 저쪽을 뽑네 싸우고, “넌 누구네야?” 하고 들볶아요. 어느 쪽에도 안 서면서 “반장선거도 비밀투표잖아. 누구를 민다고 말할 수 없어. 너도 쟤도 다 한동무야.” 하고 말하면 이쪽한테서도 저쪽한테서도 미움받습니다. 그러면 그러려니 입을 다물면서 달포쯤 시달립니다. 달포쯤 지나면 비로소 ‘갈라치기(편파)’로 싸우던 일이 사라지고 그냥 뒤섞여 놀아요. 《民族과 함께 歷史와 함께》에 서울신문사 우두머리 김종규 씨가 ‘육영수 오빠’한테 드리면서 손글씨를 적은 “陸寅修 議員 惠存”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1978년에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찍어서 뿌렸는지 헌책집에 꽤 오래도록 넘쳤다가 이제는 거의 사라졌는데 ‘박정희대통령―그 인간과 사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해바라기를 노린 쓰레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라나 겨레를 사랑한다면, 이웃이나 숲을 아낀다면, 힘바라기라는 허튼짓을 멈추겠지요. 나라사랑이라면 어느 길(사상)이건 나라사랑입니다. 홍범도 님이나 김좌진 님은 똑같이 나라사랑이에요. 길이 다르다며 자르는 놈이란, 바로 ‘사랑 아닌 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