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2.12.

숨은책 879


《한힌샘 연구 3》

 한힌샘 주시경 연구 모임 엮음

 한글학회

 1990.11.30.



  우리한테는 우리글이 있습니다. 우리글 이름은 ‘한글’입니다. 우리가 쓸 글이 태어나기까지도 까마득했지만, 이 글이 태어난 뒤에 사람들이 비로소 배우기까지도 아득했습니다. 나라에서 중국글을 섬기던 무렵에는 힘바치·이름바치·돈바치가 중국글로 사람들을 억눌렀는데,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무렵부터 일본글하고 일본 한자말이 춤추었어요. 1945년 뒤에는 드디어 ‘한글로’ 마음과 뜻을 펴는 길을 여는데, 막상 우리글을 품을 수 있던 그무렵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말을 한글로’ 담는다고는 여기기 어렵습니다.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이나 바깥말(외국말)을 ‘무늬만 한글로’ 옮기는 얼거리예요. 《한힌샘 연구 3》을 읽으면서도 갑갑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주시경 님을 팽개치거나 파묻을 만큼 엉터리이기도 하지만, 정작 이런 줄거리를 들려주는 이들조차 ‘무늬만 한글로’ 씁니다.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길은 언제 열 셈일까요? 무늬에만 한자가 없대서 우리말이지 않습니다. 속살과 알맹이와 씨앗이 우리 숨결일 적에 비로소 우리말입니다.


독일인 언어학자 킨스키 교수 밑에서 공부하던 쉴러 박사는 한국의 주시경이 훌륭한 학자임에도 본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주시경은 또 한문 글자를 쓰는 데서 오는 해독을 절감하고서 나라가 바로 잡히려면 한문 글자를 버리고, 한글만을 써야 할 것을 부르짖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는 우선 자기 아이들에게 ‘봄메·새메·한메’ 등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며, 아내에게도 한글을 가르쳤다. (6, 13쪽)


+


그것이 민중을 의식화·주체화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사람들을 깨우고 일으켰으니 뜻깊다

→ 사람들이 배우고 일어났으니 뜻있다

5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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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2.12.

숨은책 880


《계몽사문고 91 우리 말글 이야기》

 정재도 글

 계몽사

 1977.2.10.



  조선은 위아래틀이 단단했습니다. 한 줌이 안 될 윗자리는 우쭐거렸고, 손에 흙이나 물을 안 묻혔으며, 중국글을 섬겼습니다. 이 윗자리는 온통 사내가 차지했으니, 이들은 중국글을 ‘수글(수클)’로 여기고, 세종 임금이 여민 글은 ‘암글(암클)’로 얕보았어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소리를 담는 글씨였지만, 세종 임금은 ‘훈민정음’이라 했을 뿐입니다. 우리말로 글이름을 안 지었습니다. 오백 해에 걸쳐 ‘중국글 섬기는 글바치·나리·임금’이 ‘암글·아이글(아해글)’이라고 깔보는 동안 숱한 사람들(백성)은 억눌리고 짓밟힌 굴레였어요. 1900년을 넘은 어느 무렵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서 ‘우리말 가르치기’를 펼 때까지 ‘우리말을 우리글에 담는 길’은 꽁꽁 갇혔습니다. 한글학회에서 여러모로 큰일을 꾸린 정재도 님이 낸 《계몽사문고 91 우리 말글 이야기》는 뜻깊습니다. ‘계몽사문고’ 가운데 우리말 이야기가 한 자락 깃들거든요. 그러나 이 책에는 주시경 이야기는 없고, 세종 임금 이야기만 있습니다. 글이름이 ‘한글’로 태어난 일을 제대로 안 짚고 찬찬히 안 밝힐 적에는 막상 우리 넋과 숨결과 눈빛을 살리는 길하고 멀 텐데요? 그나마 ‘온·즈믄·골·잘·울’은 다루었더군요.


와 마찬가지로 ‘온, 즈믄, 골, 잘, 울’ 들로 쓰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말들이 ‘백(百), 천(千), 만(萬), 억(億), 조(兆)’들에 잡아 먹혀 지금에는 쓰이지 않는다 … 세종 대왕이 한글(그 때의 이름은 훈민정음)을 제정했지만, 그 이전에 우리 겨레는 말을 글로 적는 일에 애를 썼다. 주로 외국 글자를 이용했는데, 특히 중국 글자를 많이 이용했다. (18,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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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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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6.

숨은책 878


《산골 소녀 옥진이 詩集》

 김옥진 글

 사사연

 1987.4.15.첫/1988.8.15.중판



  헌책집을 다니면 으레 《산골 소녀 옥진이 詩集》이 보였습니다. 어느 곳에나 이 노래꾸러미가 있어요. 얼마나 찍었는지, 어느 만큼 팔렸는지조차 모릅니다. 어림으로 ‘100만’이라는데, 막상 김옥진(1961∼2016) 님은 글삯을 제대로 받지는 못 한 듯싶습니다. 비탈진 곳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몸을 다치고서 그만 거의 누운 채 하루를 보내는 삶을 이었고, 붓을 쥐기도 만만하지 않지만 즐겁게 한 땀씩 이야기를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삶으로 여민 글을 누구는 ‘중판’이라는 이름으로 가리면서 가로챘고, 누구는 훔침질(김옥진 님 글을 표절)을 했다지요. 대단한 글이나 엄청난 글이나 놀라운 글은 푸른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랑을 담은 글이 있고, 살림을 펴는 글이 있고, 삶을 옮긴 글이 있다면, 사랑·살림·삶을 등진 채 꾸미거나 만들거나 베끼는 글이 있습니다. 둘레(사회)에서는 씌우기(포장) 좋게 ‘산골 소녀’란 이름을 붙였는데, 멧자락을 품은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풀꽃나무랑 새랑 풀벌레를 동무하는 마음을 반기려는 ‘서울내기’들이라면, 푸른빛과 푸른소리와 푸른바람부터 바라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시골빛을 담도록 글을 북돋운 어른이나 이웃은 없었구나 싶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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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6.

숨은책 872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

 위기철 글

 김우선 그림

 사계절

 1992.12.15.



  1993년 11월에 치르는 셈겨룸(대학입시)부터 틀이 바뀌었는데, 1990년 늦가을에 갑작스레 알렸습니다. 그저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우는 틀로는 안 간다고 하더군요. ‘보습소’란 이름을 내건 적잖은 곳은 줄줄이 닫는데, 얼마 안 지나 ‘논술학원’이란 이름을 내건 곳이 줄줄이 서더군요. 또래는 새틀(새 대학입시)을 맞이하려고 으레 논술학원에 다닙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저를 빼고 거의 다 들어갑니다. 어머니는 어느 날 걱정스레 묻습니다. “얘야, 다른 아이들은 다 가는데 넌 왜 안 가겠다고 하니?” “어머니, 논술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내는 힘인데, 어떻게 학원에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배워요? 터무니없어요. 그런 곳은 다 거짓말이고 돈장사예요. 그런 데에 헛돈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논술학원 다닐 돈과 짬이 있으면 책을 사서 스스로 읽고 새기면 돼요.”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가 1992년에 나옵니다. 우리 모둠 적잖은 아이들이 사읽고 돌려읽습니다. “야, 넌 이 책 안 읽어? 되게 좋은데?” “너나 읽어. ‘논리 학습’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네 논리는 너 스스로 생각해야 기르는데, 책으로 길러 준다고 하면 순 거짓말이야. 그 논리란 그 책을 쓴 사람 논리일 뿐이야. 얼른 그 책을 버려야 네 논리를 길러서 네가 바라는 시험성적도 잘 나올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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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6.

숨은책 873


《歷史와 민중》

 이이화 글

 어문각

 1984.6.10.



  힘이 세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으레 힘으로 모든 일을 풀거나 맺으려고 합니다. 돈이 많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노상 돈으로 온갖 일을 마치거나 매듭짓곤 합니다.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늘 사랑을 짓고 그리고 펴고 나누면서 하루를 살아내고 노래합니다.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쩐지 ‘우리 삶’ 같지 않더군요. ‘그들·우두머리·벼슬아치·힘꾼·돈바치’이기에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은 수수하게 ‘하루·날·발자국·걸음·이야기’로 나타냅니다. 《歷史와 민중》을 되읽다가도 자꾸자꾸 갸우뚱합니다. ‘역사’를 다루건 ‘민중·국민·인민·시민·백성’을 들먹이건, 정작 ‘수수한 사람들 이름과 삶과 하루’는 한 줄조차 안 나옵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꽃할머니(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몇 줄 담습니다. 다만, 몇 줄일 뿐입니다. 누가 어떻게 읽을 발자국을 담을 적에 ‘역사’일까요? 우리는 막상 우리 스스로를 잊거나 우리 이웃을 잃고 헤매는 채 우두머리 이름만 외우는 쳇바퀴이지 싶습니다.


인간 지옥이 따로 있는가? 인간 악마가 따로 있는가? 한국식민통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 이 정신대 위안부였고, 그것은 또 일본의 악랄한 식민지 경영과 일본 군사독재 정권이 저질은 죄악상의 본보기였던 것이다 … 그런데도 오늘날의 현실에 있어서 ‘정신대로 나가 성전에 참여하라’고 외친 여류 명사들은 빛나는 사회적 지위와 많은 현실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역사의 괴리라 하겠다. (25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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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와 민중》(이이화, 어문각, 1984)


오랫동안 논의된 문제는 단군에 관한 사실(史實)일 것이다

→ 오랫동안 따진 일은 단군 발자취이다

→ 오랫동안 살핀 일은 단군 밑뿌리이다

9쪽


신라는 착실하게 부국강병을 지향하여 단단한 국가를 건설하고 있었다

→ 신라는 차근차근 힘나라를 바라보며 나라를 단단히 세웠다

→ 신라는 꾸준하게 큰나라를 내다보며 나라를 단단히 일구었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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