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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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7.

책으로 삶읽기 665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달

 2020.8.13.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김원희, 달, 2020)는 할머니가 얼마나 삶을 즐겁게 오늘을 맞이하는가를 다룬 책이겠거니 여기면서 장만했다. 책을 낸 할머니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마음껏 돌아다녔다고 한다. 집을 자주 비우면서 언제나 놀러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난 툭하면 날개를 타고 여러 나라를 찾아가지!’라는 줄거리 하나뿐이다. 굳이 다른 줄거리를 안 섞어도 되기는 하지만, 여러 나라를 찾아가서 맛난 밥을 먹고 보리술을 들이키고 뭐를 사고 하는 할머니도 멋지다고 할 테지만, 책을 덮고 나서 꽤나 허전했다. 스스로 어떤 삶이 달라진 ‘할머니라는 오늘’인가 하는 마음읽기는 거의 안 보였지 싶다. ‘이웃나라에서 본 멋진 할머니’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오기는 하는데, 표를 끊고 낮술을 마시고 이 나라 저 나라를 콕 찍고 콕콕 찍으며 스스로 붙이는 ‘멋진 할머니’라는 이름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글에 사이사이 영어를 섞어서 멋을 부리는 대목이, 여러 나라를 돌았다는 살짝 자랑하는 줄거리로 책을 내었기에 ‘멋진 할머니’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책이름으로 낚으려 했을까. 나는 책이름에 낚였을까.


ㅅㄴㄹ


당시 나는 63세였고 친구와 둘이었다. 그 일본 할머니는 75세였고 혼자였다. 그 여유와 자유로움과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18쪽)


어쩌다 TV에서 유명 연예인이 다녀왔다고 요란을 떨며 프로그램이 몇 주씩 방영이 되면 그곳이 뜬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알려진 세계의 명소는 TV 속에서부터 생산되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81쪽)


그 할머니는 다음날도 빨간 원피스를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우리 앞을 세 번이나 지나가셨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길가, 하얀색을 깨끗이 칠한 나무문 앞에 대어놓은 할머니의 자전거를 발견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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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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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60


《김훈 世說》

 김훈

 생각의나무

 2002.3.8.



  《김훈 世說》(김훈, 생각의나무, 2002)은 글님이 한겨레신문에 글을 싣는 ‘여느 글일꾼(기자)’으로 일하던 무렵 쓴 글을 묶습니다. 저는 스무 살이란 나이부터 여러 해를 한겨레신문을 나르는 일꾼으로 지냈습니다만, ‘기자가 아닌 신문배달원’한테 ‘왜 한겨레신문이 자꾸 이 따위로 뒷걸음이냐’고 따지는 읽새(독자)들 짜증을 더는 받기 싫기도 하고, 저 스스로 이 새뜸이 담는 글이 영 못마땅해서 일찌감치 끊었습니다. 그래서 김훈 님이 한겨레에 실은 글을 본 적은 없습니다.


  얼추 스무 해가 흐르고 나서야, 또 ‘생각의나무’가 ‘베스트셀러 사재기’를 비롯해 ‘덤핑책 팔기’로 책마을을 잔뜩 흐리고서 어느새 사라진 지 한참이 된 이즈음에야, 그 ‘생각의나무’에서 책을 참 많이 내놓은 김훈 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다른 출판사로 옮겨서 낸 책하고 견준다면, 비록 예전 출판사가 사재기랑 싸게팔기로 물을 잔뜩 흐리기는 했어도, 지난날 글결이 한결 힘이 있구나 싶습니다. 다만 이 글결에서 스스로 거듭나려는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는 살림은 썩 드러나지 않거든요. ‘사회를 읽는 눈’이 깊거나 매섭더라도 ‘살림을 하는 손’이 없다면, 모든 글은 허울로 그친다고 느껴요.


  살림하는 손으로 쓰는 글이 아닐 적에는 자꾸 멋을 부리거나 겉치레를 하려고 든다고 느낍니다. 왜 글을 쓰는 숱한 분들은 삶이며 살림하고 등지려 할까요? 왜 살림하는 그 투박하게 빛나는 손으로 투박하게 글을 쓸 엄두를 안 낼까요?


  글쟁이 김훈 님은 ‘허울이 아닌 속알’을 담아내도록 ‘맨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한겨레신문 젊은 글일꾼한테 보여주었다고 느낍니다만, 여기까지였어요. 이다음은 좀처럼 안 보입니다. 아기를 돌보고, 씨앗을 품고, 구름하고 별빛하고 풀꽃나무를 곁에 두도록 살림자리를 가꾸어 본다면, 그때에는 글쟁이 아닌 살림벗이란 이름으로 김훈이란 사람을 다시 만나겠거니 생각해 봅니다. 부디 붓을 좀 내려놓아 보시기를.


ㅅㄴㄹ


너는 재미도 없고 신명이 날 리도 없는 국어·영어·수학에 주눅들려 노예만도 못한 고등학교 시절과 재수 시절을 거쳐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 (15쪽)


그 후 빈익빈 부익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었고 재벌의 몸집은 오히려 비대해졌다. 고통은 전담되었다. 정부는 이제 고통분담을 말하지 않고 자유시장이 고통과 행복을 분담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5쪽)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는 협박은 이른바 국민을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존중하는 척하면서 바보로 만들어가고 있다. 바벨탑을 쌓던 시절처럼 언어는 무너져내리고 있다. 언어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모든 구조물들이 무너져내린다. (74쪽)


동강댐 건설에 관해서 대통령의 입장은 중립적이라지만, 대통령의 부하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밀어붙여 왔다. (114∼115쪽)


빠른 속도는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과정을 챙기지 않는다. 속도의 꿈은 길을 버리고, 오직 시간 속을 달려가는 것이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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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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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59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다산책방

 2019.10.22.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진송, 다산책방, 2019)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서울사람 살림길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저도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나 오늘이나 딱히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 몸은 쓰되 ‘운동’이란 이름으로 뭘 한 적은 아예 없습니다.


  겨울에는 겨울대로 제 얇은 옷차림을 보면서 묻고, 여름에는 여름대로 제 허벅지랑 팔뚝을 보면서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운동 하셔요?” “저는 운동 안 합니다.” “운동 안 하는 사람 허벅지나 팔뚝이 아닌데요?” “아기가 오지 않았을 적에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책을 장만해서 집까지 나르며 읽었어요. 아기가 온 뒤에는 아기를 안고 업고 천기저귀에 온갖 살림을 짊어지고 다녔어요. 아기가 자라 어린이가 되는 동안 아이들하고 늘 같이 걷고 자전거를 나란히 달리며 살았어요. 그리고 천기저귀는 언제나 손빨래를 했고, 이불도 손으로 빨았어요.”


  날마다 책을 이십 킬로그램쯤 장만해서 책집에서 집까지 두 시간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나르다 보면 허벅지하고 팔뚝은 저절로 굵습니다. 날마다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토닥이고 달래다가, 아기가 잠들면 신나게 기저귀랑 이불을 빨아서 널고 말리고 집안일을 하노라면, 우리 허벅지하고 팔뚝은 단단히 영급니다.


  다만, 책을 썩 즐기지 않고, 아기를 낳아서 돌보지 않는다면, 저처럼 ‘운동을 안 하면서도 굵은 허벅지랑 팔뚝’을 건사하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 그러나 굳이 돈을 들여서 몸을 쓰진 않아도 돼요. 집하고 일터 사이를 그저 걸어 봐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걸어다녀요. 또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자전거를 타 봐요. 그러면 넉넉해요.


  스스로 걷다 보면 마을을 새롭게 읽으면서 수수한 이웃을 사귈 만해요. 스스로 걷기에 바람을 읽으면서 하늘을 사랑하는 마음이 돼요. 스스로 자전거를 날마다 두 시간쯤 타면 ‘값비싼 자전거’가 아니라 ‘우리 몸에 어울릴 뿐 아니라 적어도 쉰 해쯤 튼튼히 달릴 제대로 된 자전거’를 몸이 느낄 만해요.


  둘레에서 어떻게 쳐다보든 아랑곳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내는 이래야 하거나 가시내는 저래야 한다는, 모든 눈길은 집어치워 보자고요. 자가용은 몰지 말자고요. 우리한테는 팔다리가 있어요. 이 팔다리를 여느 살림자리에서 마음껏 놀려 봐요. 손수 저자마실을 하고, 손수 밥을 차리고, 손수 집안을 치우고, 손수 빨래를 하고, 손수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장만하여 집까지 이고 지고 나르면서 읽노라면, 우리 몸은 어느새 숲을 닮은 빛나는 숨결이 되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나는 성격이 급해서 자주 호흡을 무시하고 동작을 따라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30쪽)


사회가 딸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기괴하고 명백하다. 이 의무는 애교 같은 감정노동과 짝을 이룬다. (77쪽)


이제 나는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고 기꺼이 여러 가지를 포기한다. 서른 살 이전, 영양가 없고 의무뿐이던 인간관계를 정리하면서 나의 생활은 아주 간결해졌다. (107쪽)


가냘프고 ‘여리여리’해서 ‘여자여자’한 여자만이 사랑받는다는 메시지를, 미디어와 사회 문화 전반이 주입한다. (133쪽)


자기 몸을 바꿔야 될 대상으ㅗ 보면 자꾸 엉뚱한 옷을 사게 되는데, 지금 나에게 맞고 편하고 좋은 옷을 찾게 되었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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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비추천도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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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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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57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난주 옮김

 비채

 2020.10.26.



  《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김난주 옮김, 비채, 2020)는 글님이 아버지를 떠올리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하고 꽤 멀리 고양이를 버리러 갔는데, 막상 ‘버린 고양이’가 두 사람보다 집에 먼저 돌아왔다지요. 이다음으로는 글님 아버지가 싸울아비로 싸움터에 나가야 하던 일하고 얽힌 이야기를 몇 자락 폅니다. 다만 조금 건드리려다가 맺습니다. 왜 이야기를 하다가 뚝 자를까 싶지만, 글님 스스로 더 파헤쳐 보지 않았거나 그다지 더 쓰고 싶지 않았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책을 마무르는데, 딱 100쪽짜리 책이기도 해서 ‘뭔가 이야기가 제대로 깊이 나올 듯한 대목’에서 끝나기도  했지만, 줄사이가 띄엄띄엄이라 꽤 짤막한 글을 애써 책으로 묶었구나 싶더군요. 아버지 이야기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작 하고 보니 그리 할 말이 없어서 어영부영 마무리를 보았달까요.


  이제 글님이 이녁 아버지 나이를 지나갈 텐데, ‘아버지가 살던 나이’를 살아낸 사람으로서 이러한 느낌이나 자취나 삶, 또 아버지가 어떤 싸움터에서 누구를 죽여야 하는 싸울아비였는가를 되새기는 마음, 그러한 싸움을 일으킨 일본이라는 나라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 그러한 일본이란 나라에서 나고자란 글님으로서 스스로 어제하고 오늘하고 모레를 어떻게 내다보는 ‘사내(글님이 아버지이든 그냥 아저씨이든)’로서 어떤 꿈이나 사랑을 품는가 같은 ……, 아무리 짧게 쓴 글로 책을 여미더라도 틀림없이 풀어놓을 이야기가 잔뜩 있을 텐데, 끓이다 만 된장국처럼 비릿한 맛입니다. 끝자락에는 ‘아버지를 바꾼 싸움판(태평양전쟁)’일 뿐 아니라 ‘어머니도 바꾼 싸움판’이라고 몇 줄 적을 듯하더니, 그렇다고 어머니 이야기로 더 잇지도 않아요. 밍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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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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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그 고양이를 계속 키우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집으로 돌아왔으니 키우지 않을 수 없겠지, 하는 체념의 심정으로. (16쪽)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누구를 위해서 독경을 하는 것이냐고. 그는 말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전쟁에서 죽은 동료 병사와 당시에는 적이었던 중국인들을 위해서라고. 아버지는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고, 나도 그 이상은 질문하지 않았다. (18쪽)


혹시 아버지가 이 부대의 일원으로 난징 공략전에 참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던 탓에, 그의 종군 기록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려는 결심이 좀처럼 서지 않았던 것이다. (41쪽)


학교 수업은 대부분 따분했고, 그 교육 시스템은 너무도 획일적이며 억압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는 내게 만성적인 불만을 품게 되었고, 나는 만성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61쪽)


아버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쟁은 어머니의 인생 또한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라고 할지, 내가 이렇게 여기에 존재하는 셈이지만.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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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 - 꿈을 현실로 만든 전기의 마술사
세르죠 로시 지음, 죠반니 스카르두엘리 그림, 박종순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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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52


《니콜라 테슬라, 꿈을 현실로 만든 전기의 마술사》

 세르죠 로시 글

 죠반니 스카르두엘리 그림

 박종순 옮김

 BH

 2020.4.20.



“다시 말해 봐. 뭘 이해했다는 거야?” “네가 그를 과학자가 아닌, 별난 괴짜로 보이게끔 한다는 것.” “사람들한테는 그런 게 먹히거든.” (11쪽)


“그래도 다 잘못된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안 그렇다고? 안 그렇다고? 언제나처럼 넌 나한테 저녁을 사고, 비용은 전부 광고주한테 환급받을 거고, 그렇지?” “그래,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118쪽)



《니콜라 테슬라》(세르죠 로시 글·죠반니 스카르두엘리 그림/박종순 옮김. BH, 2020)를 장만해서 읽었다. 니콜라 테슬라 이야기는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뚱딴지같은 두 사람이 쓰잘데기없이 펴는 수다로 채웠다. 만화책 얼개로 ‘니콜라 테슬라’를 다룬 책인가 하고 궁금해서 샀다가, 하도 어이없어서 허허 웃고 말았다. 이 책은 11쪽하고 118쪽에 나온 저 수다로 가득할 뿐이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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