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미디어 - 손석춘 선생님이 들려주는 나를 찾는 미디어 여행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7
손석춘 지음, 김용민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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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1.31.

인문책시렁 276


《10대와 통하는 미디어》

 손석춘 글

 김용민 그림

 철수와영희

 2012.7.12.첫/2023.1.1.고침



  《10대와 통하는 미디어》(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를 새롭게 읽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새뜸(언론)에 맞추어 2012년 이야기를 2023년에 새록새록 풀어내는 얼거리입니다. 열두 해 앞서 이 책을 읽을 적에도 ‘신문사·방송사·출판사’는 하나같이 서울·큰고장에만 있으면서 서울·큰고장 이야기만 다룬다고 느꼈습니다. 열두 해가 지난 오늘날에는 시골로 옮긴 작은 펴냄터가 여럿 있습니다만, 아직도 거의 모두라 할 ‘신문사·방송사·출판사’는 서울·큰고장에 우르르 몰렸습니다. 그래서 다들 서울·큰고장 이야기로 채우기 일쑤입니다.


  예전에 가난하게 살아 본 적이 있더라도 오늘 가난살림이 아니라면 가난을 모를 뿐 아니라, 굳이 가난살림 이야기를 다룰 마음이 없게 마련입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더라도 오늘 시골에서 안 살 적에는 시골을 잊을 뿐 아니라, 구태여 시골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글바치(신문기자·방송피디)만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에서 살지 않아요. 글바치가 아닌 사람들도 으레 서울에서 살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리길(인스타·유투브)을 가득 채우지요. 서울이라면 으레 서울 이야기를 쓰고 읽는다면, 시골이어도 시골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우니 못 읽게 마련이면서, 어느새 서울바라기에 젖어들어 ‘시골사람도 서울 이야기를 읽고 쓰는 판’입니다.


  오늘날 새뜸(언론) 가운데 ‘참(진실)’을 그리는 글바치는 드뭅니다. 거의 모두 ‘겉(사실)’을 그리면서 돈(광고비·홍보비)을 받습니다. ‘광고 없는 신문·방송’이 있나요?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광고주 눈치’를 보는데, 요즈음 ‘광고주’ 가운데 큰손은 나라(정부)이기까지 합니다. 몇몇 새뜸은 큰일터(대기업)를 나무라는 글을 다루지만, 으레 ‘큰일터에서 만들어서 파는 살림을 알리’면서 광고비·홍보비를 받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눈길을 차근차근 틔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뭇목소리를 다 다르면서 고르게 다룰 줄 아는 책도 곁에 두되, 먼저 마음을 활짝 틔우고서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펴기를 바라요. 해바람비하고도, 별님·해님·들숲바다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잘 보셔요. 오늘날 어느 새뜸도 ‘멧새가 바라는 길’을 글로 담은 적이 없습니다. ‘나비가 꿈꾸는 삶’이나 ‘풀벌레가 노래하는 숲’이나 ‘개구리가 사랑하는 마을’을 글그림으로 담는 새뜸이 있을까요? ‘바람이 알려주는 날씨’라든지 ‘빗물이 일깨우는 푸른별’을 마음으로 듣고서 글그림으로 여미는 새뜸조차 없습니다. ‘새뜸(언론·미디어)’은 ‘신문·방송·인터넷·블로그·유투브’가 끝이 아닙니다. 바람도 별빛도 빗물도 바다도 숲도 들꽃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새뜸’입니다. 머리와 마음과 눈길과 숨결과 넋을 고루고루 틔우고 가꾸는 새뜸길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문제는 모든 언론이 진실을 보도한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실제로 진실이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81쪽)


사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단순히 중산층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미 고소득층이거나 그에 가깝습니다. 빈곤층의 이야기를 담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지요. (137쪽)


우리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날마다 만나는 광고에 따르면 행복은 돈과 곧장 이어집니다. (171쪽)


프로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오늘의 시점에선 ‘3S’라는 말이 선뜻 다가오기 어려울 터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직접 야구장을 찾거나 텔레비전 생중계로 프로야구를 즐기는 일 또한 여가생활이지요. 다만 스포츠와 섹스, 스크린이 적잖은 사람들에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오고 주권 의식을 흐리게 한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둘 필요는 있겠지요. (212쪽)


문제는 미래에 신문이 살아남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좋은 신문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있겠지요. (251쪽)


마지막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27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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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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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30.

인문책시렁 272


《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이재호 옮김

 김영사

 2004.11.1.



  《거래의 기술》(도널드 트럼프/이재호 옮김, 김영사, 2004)을 진작에 읽고 새겨 보았습니다. 미국 우두머리로 서기도 했던 분이 어떻게 밑바닥부터 맨손으로 치고 올라가서 스스로 금빛을 이루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곰곰이 살필 대목이 많습니다. “The Art of the Deal”을 “거래의 기술”로 옮겨야 했을까 아리송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영어도 우리말도 아직 이만큼밖에 못 쓰는 굴레로 여길 노릇이겠지요.


  다시 말하자면,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눈’이라든지 ‘힐리리·오바마·바이든이 얽힌 군산의학복합체 커넥션을 보는 눈’에 따라서 ‘저쪽 먼나라 이야기’ 아닌 ‘바로 우리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길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장사꾼으로 일하던 트럼프는 언제나 민주당·공화당에 목돈을 뒷배(정치후원금)로 내놓았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려면 두 곳에 똑같이 뒷배를 안 하면 길을 열 수 없다고 합니다. 두 곳에 목돈을 주더라도 이 목돈을 껑충 뛰어넘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미국은 어떤 나라이기에 민주당·공화당으로 스스로 갈려서 쌈박질을 할까요? 둘이 갈라서 쌈박질을 하기에 셋쨋길이나 새길을 열 틈바구니를 아예 틀어막는 얼거리이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둘로 갈라 쌈박질을 하는 얼개를 둘이 일부러 마련해 놓기에 미국사람 스스로 ‘우리 무리만 옳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이면서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길드는 굴레’를 뒤집어쓰지는 않을까요?


  트럼프란 사람이 미국 우두머리이기 앞서 쓴 책을 읽는다면 몇 가지를 느낄 만합니다. 첫째, 미국 민낯뿐 아니라 우리 민낯을 새록새록 들여다볼 만합니다. 둘째, 숱한 새뜸(언론)이 눈속임으로 뒤집어씌우면서 우리 스스로 눈먼이로 갇히도록 하는 까닭도 엿볼 만합니다. 셋째, 배움터(학교)가 참말로 배움터 노릇을 하는지, 아니면 착한 종(노예)이 될 톱니바퀴를 똑같이 짜맞추는 노릇을 하면서 허울을 씌우는지도 살펴볼 만합니다.


  트럼프는 ‘Deal’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Deal’을 한 사람입니다. 영어 ‘Deal’은 ‘돌림(돌리다)’입니다. 돈을 돌리고(움직이고), 삶을 돌리고(움직이고), 생각을 돌리고(움직이고), 마음을 돌리는(움직이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실마리를 차곡차곡 풀어낸 《거래의 기술》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보고, 찾고, 배우고, 새롭게 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쌈박질이나 갈라치기가 아닌 ‘마음에 꿈씨앗을 심고서 가꾸는 나날을 살아갈’ 노릇입니다. 겉(언론플레이)으로 드러나는 허울(언론보도)이 아닌, 눈을 고요히 감고서 마음으로 민낯(진실)을 알아보려고 하는 몸짓을 일으켜서 이 터전을 바라볼 일입니다. 바라기(팬덤)로는 아무것도 못 바꾸고 길든 채 종이 됩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다운 나를 나부터 날갯짓하기’로 일어날 적에 비로소 ‘사람·어른·사랑’으로 솟아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나의 9살 난 아들 도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몇 시쯤 집에 들어오겠느냐는 전화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아이들 전화는 항상 받는다. 도니 말고도 6살 난 이반카와 3살 난 에릭, 두 아이가 더 있다. 그 애들이 앞으로 나이를 먹게 되면 아빠 노릇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29쪽)


땅을 살 생각이 있으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학교는 어떤지, 도둑은 없는지, 장보러 다니기는 편리한지 물어본다. 내가 사는 지방이 아닐 경우에는 택시를 집어탄 뒤 운전사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묻고 묻고 또 물어서 의문을 해결한 뒤에야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신통하게도 아무에게든 직접 물어서 얻게 되는 결론이 항상 자문회사의 조사 결과보다 유용했었다. (80쪽)


나는 아주 운이 좋아서 최고의 건물을 지으면서 최소의 비용을 들였다. 트럼프 타워의 단점을 선전으로 덮기도 했으나 결론은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90쪽)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회사의 경우 최고위층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단지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고용인은 타인의 거래를 위해서 싸움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 (162쪽)


내 어머니는 일생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나 나는 중요한 일자리에 여성들을 다수 고용했고 그들은 매우 일을 잘해냈다. 사실 그들은 주위 남자들보다 더 능력 있는 경우가 많았다.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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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지음 / 메종인디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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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30.

인문책시렁 264


《터무늬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메종인디아

 2022.10.27.



  《터무늬있는 경성미술여행》(정옥, 메종인디아, 2022)을 읽었습니다. 72쪽에 나오는 ‘하얀빛’을 ‘한겨레빛’으로 덮어씌우는 보기를 들자면 ‘구본창’이 있어요. 일본에서는 구본창을 깍듯이 높이고, 일본에서 깍듯이 높이는 구본창은 이 나라에서도 힘이 셉니다.


  그런데 ‘하얀빛 = 한겨레빛’이기는 합니다. 다만, ‘하양·흼’이 왜 ‘한겨레’하고 맞물리는가를 제대로 읽고 살펴서 그리는 사람이 드물 뿐이고, ‘하얌 = 한겨레’라는 얼거리를 나라(정부)가 앞장서서 숨기려 할 뿐 아니라, 숱한 바치(전문가)는 이 대목을 모르거나 엉뚱한 길로 빠질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이룬 옛사람을 아울러 ‘한겨레’라 합니다.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부여 옥저 발해 같은 나라이름이 아닌, 그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한겨레’입니다. 피붙이로 여기는 이름이 아닌 ‘한겨레’입니다. 왜 한겨레가 ‘한겨레’이냐 하면 ‘한 = 하늘·해’이거든요. “하늘에서 온 겨레”이기에 ‘한겨레’입니다.


  하늘은 ‘하나이면서 큰 우리(울타리·너와 나)’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한(하·하나) = 해’이기도 한데, 해는 하나이면서 크고 밝고 하얀빛으로 여깁니다. 해가 뜨고 질 적에는 다른 빛살로 바라보되, 바탕은 “하나 + 큼 + 밝음 + 하양 = 해”인 얼개입니다. 그래서 ‘한겨레·한나라·한누리·한사람’으로 맞물려서 헤아려야 알맞습니다. 우리 이름은 ‘한국’이 아닌 ‘한누리·한뉘’입니다.


  또는 ‘해누리·햇뉘’요 ‘해사람·해님’이라 할 만하지요. 이 땅에서 하얗게(밝고 크며 하나로 아우를 줄 아는 너른 마음이자 사랑인) 사람이기에, 누구나 ‘해님’입니다. 《터무늬있는 경성미술여행》을 읽으면 “야나기 무네요시도 조선의 미를 ‘비애(悲哀)의 미’로 정의함으로써 조선에 대한 나약한 관점을 추가했다고 할 수 있다(71쪽)”고 적는데, 야나기 무네요시 님이 모든 한빛(한겨레 빛)을 낱낱이 읽어내지는 못 했을는지 모르나, 적잖은 한빛을 밝혔고 들려주었고 첫머리를 열었습니다. 비록 야나기 무네요시 님이 더 나아가지 못 하기는 했되, 우리가 스스로 한빛인 해님인 줄 느끼고 살림살이를 사랑하는 실마리를 찾기를 바라는 ‘이야기씨앗’을 심어 주었어요. 이 이야기씨앗을 북돋우고 가꾸면서 숲을 이룰 몫까지 야나기 무네요시 님한테 바라며 아쉬워하기보다는, 우리가 새롭게 가꿀 일이요, 이분이 사납고 매몰찬 총칼나라(군국주의 식민지)에서 씩씩하게 내놓은 목소리는 귀여겨들을 일이라고 여깁니다.


  저는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서 살아가는데, 이 고흥을 돌아보면 ‘나혜석 발자취’도 ‘천경자 삶자취’도 깡그리 없습니다. 벼슬꾼(군수·공무원·지역예술가) 입맛에 안 맞거나 바른소리를 내면 몽땅 짓밟는 나리(양반)투성이입니다. 그러나 고흥 한 곳만 이러지 않아요. 다른 고장도 서울도 매한가지입니다. 밟히고 찢기고 얻어터지면서 고단하거나 지칠 만한데, 나혜석 님이든 천경자 님이든 밟히고 찢기고 얻어터지면서도 으레 붓을 들었어요.


  글붓이든 그림붓이든, 붓잡이는 벼슬이나 감투나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안 쳐다봅니다. 스스로 붓꾼으로 서는 길에는 온누리를 포근하게 감싸려는 마음을 일으켜 샘물빛으로 솟아나는 사랑으로 흐릅니다. ‘서울그림마실’을 하듯 나라 곳곳에서 저마다 푸른그림마실을 헤아리는 이웃이 하나둘 늘 수 있기를 바라요. 돈이 되는 글이나 그림을 움켜쥐려 하는 모든 허울이나 껍데기를 걷어치우거나 녹여낼 어진 글님하고 그림님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미술작품 감상은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지만, 그것은 문인 취미를 지닌 사람들이나 서화를 소장한 사람들에 국한되었다. (66쪽)


1970년대 중반에 부상하여 현재까지 한국 미술계에서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단색화의 권위도 일제가 한국의 미로 설정한 “백색”에 초점을 두고 일본에서 개최한 전시의 성공을 통해서 획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72쪽)


‘동양화’는 조선총독부가 조선미술전람회를 개최하면서 사용한 용어로서, 우리 미술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부정하려는 의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96쪽)


그러고 보면 미술계는 참 우스운 곳이다. 작가가 스스로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구입한 미술관은 끝까지 진작(眞作)이라고 우기니 말이다. (111쪽)


하지만 가장 확실한 차별화 방법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114쪽)


일제강점기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군부독재 시절에 예술의 피안으로 도피하여 관념적 정신성만을 추구한 일군의 작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민주화가 쟁취된 이후에 “침묵도 일종의 저항”이었다며 자신들을 변호한다.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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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 - 사랑편 웰컴 투 지구별
로버트 슈워츠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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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26.

인문책시렁 274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

 로버트 슈워츠

 추미란 옮김

 샨티

 2023.1.10.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로버트 슈워츠/추미란 옮김, 샨티, 2023)를 읽었습니다. “Your Souls Love”를 옮긴 책입니다. 책에 흐르는 줄거리를 헤아리자면 “우리 넋은 사랑”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사랑은 ‘애정·연애’가 아닙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리는 길을 숲빛으로 여밀 적에 피어나는 기운이 사랑입니다. 사람이 사람답다면 사랑스럽고, 사람이 사랑을 잊다가 잃으면 사람답지 않습니다.


  쉽게 보자면 ‘사람 = 사랑’이요, ‘사랑 = 사람’이니, 꾸밀 까닭도 덜어낼 일도 없습니다. 오롯이 사람이자 사랑일 뿐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글을 안 익혔고, 배움터를 안 다녔고, 책을 안 읽었고, 둘레(사회·정치)에 물들지 않았기에 사랑입니다. 철들지 않거나 철없는 사람들 곁에서 물들기에 아이도 나란히 사랑을 잊은 ‘무늬사람’이나 ‘시늉사람’으로 곤두박질합니다.


  오늘날 배움터에서 펴는 ‘성교육’은 ‘살섞기’일 뿐 ‘사랑’하고 동떨어집니다. 사랑이라면 저절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사랑이기에 손을 맞잡고 함께 일하며 함께 놀아요.


  사랑이 아니기에 고리타분한 웃사내(가부장권력)가 되고, 사랑이 아니기에 갈라치기를 하면서 삿대질을 하고 놈(적)으로 여기지요. 사랑이 아니기에 싸울 뿐 아니라, 총칼을 끝없이 뽑아냅니다.


  잘 봐요. ‘사랑싸움’은 없습니다. 사랑은 싸움을 녹여서 아예 없앱니다. 주먹을 휘두르면서 ‘사랑매’라고 거짓질을 친 늙은이가 수두룩하던 이 나라예요. 때리고 윽박지르는데 어떻게 사랑일까요?


  아이는 사랑을 마음으로 다 알되, 몸으로도 깨달으려고 하루하루 자라납니다. 사랑을 마주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철이 들고, 철이 들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짝짓기를 하는 이들은 어른도 아니지만, 아직 사람도 아닙니다. 짝짓기를 하는 이들은 ‘짝짓기몸’일 뿐입니다.


  누구나 몸을 입기 앞서 사랑을 그리면서 이 별을 떠돕니다. 누구나 몸을 입고 나서 참다이 사랑을 빛낼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그립니다.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사랑으로 일어서려고 숲을 품습니다. 숲을 등지는 곳에는 사랑이 없을 뿐 아니라, ‘무늬사람’하고 ‘시늉사람’만 북새통입니다.


  껍데기를 벗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사랑을 깨달아 참말로 사람으로 서는 우리 스스로로 빛나기를 바랍니다. ‘애정·연애’가 아닌 ‘사랑’으로 갈 일입니다. 갈라치기가 아닌 어깨동무라는 사랑을 품을 하루입니다.


ㅅㄴㄹ


“자기 사랑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지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97쪽)


아이를 잘 관찰해 보면서 아이가 죽은 아빠나 엄마에 대해서 뭔가 느끼는지, 꿈을 꾸는지, 아니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지 지나가는 말투로 자연스럽게 물어보세요. 아이는 교육 체계의 영향을 아직 덜 받았기 때문에 당신보다 더 직관적일 수 있습니다. (140쪽)


당신이 그 생에 태어난 것은 학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대에 대해 ‘싫어’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그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자신에게 대단히 화를 내며 스스로를 비난했습니다. (177쪽)


태어나기 전 다음 생을 위한 청사진을 짤 때 우리는 종종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원래 가장 먼저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선생 자신이다. (284쪽)


#RobertSchwartz #YourSoulsLove


책은 살짝 아쉽다.

사랑을 그리는 듯하면서

얼핏설핏

사랑 아닌 길로 빠지려 든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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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 기자의 할 일, 저널리즘 에세이
김성호 지음 / 포르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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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21.

인문책시렁 273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포르체

 2023.1.11.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김성호, 포르체, 2023)를 읽으며 ‘글바치’라는 길을 돌아봅니다. 둘레에 흐르는 모습을 보고서 그대로 적는 사람은 ‘기자(記者) = 적는 + 이’입니다. 이야기를 스스로 짓거나 엮는 사람이라면 ‘짓는이(작자·作者)’요, 삶자리에서 보고 느끼고 받아들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쓰는이(필자·筆者)’입니다. ‘적는이·짓는이·쓰는이’를 가른다면, ‘적는이’는 구경하는 둘레 모습을 담고, ‘짓는이’는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지어서 담고, ‘쓰는이’는 스스로 살아내면서 마주하는 하루를 담습니다.


  적거나 짓거나 쓰는 사람에다가, 이웃말(외국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사람을 아울러 ‘글바치’라 합니다. 얼핏 보면 그저 글이지만, 글을 바라보거나 마주하거나 다루는 매무새는 저마다 다릅니다.


  새뜸(신문)에 글을 싣는 ‘적는이(기자)’는 되도록 이녁 마음이나 뜻이나 생각을 안 밝힙니다. 보고 들은 대로, 또는 구경한 대로, 또는 둘러본 대로 담는 길입니다. ‘짓는이(작자)’는 언제나 이녁 마음이며 뜻이며 생각을 밝힙니다. 보고 듣거나 구경한 모습이 아닌, 스스로 짓는 삶을 담으니 언제나 제 마음하고 뜻이며 생각을 담는 글입니다. ‘쓰는이(필자)’는 스스로 배우거나 갈고닦은 대로(만큼) 글에 삶을 담습니다. 그때그때 그날그날 새삼스레 보고 느껴서 받아들인 하루를 가만히 되새기거나 짚으면서 글을 씁니다. ‘옮긴이(번역자)’는 이웃말을 읽으려면 이웃살림(외국문화)을 널리 헤아릴 노릇이면서, 우리말로 옮기려면 우리말하고 우리살림을 깊이 새길 노릇입니다. 두 말이며 살림을 고르게 추스르는 매무새에 몸짓일 적에 비로소 이웃말을 우리말로 담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글바치는 얼마나 제몫을 할까요? 제대로 적는 일꾼인 적는이일까요? 사랑으로 짓는 일꾼인 짓는이일까요? 슬기롭게 쓰는 일꾼인 쓰는이일까요? 고르게 옮기는 일꾼인 옮긴이일까요?


  네 갈래 글바치 가운데 시골에서 사는 이는 매우 드뭅니다. 작은고장에서 사는 글바치는 조금 있습니다. 큰고장(대도시)하고 서울에서 사는 글바치가 아주 많습니다. 거의 모두 큰고장하고 서울에 깃드는 글바치입니다.


  새뜸에 흐르는 이야기는 거의 큰고장이나 서울 모습입니다. 시골이나 숲이나 들이나 바다나 하늘이나 별 이야기를 새뜸에서 거의 못 보고 못 찾습니다. 흔히 ‘정치·사회·경제·문화·세계’에 ‘스포츠·연예·교육·부동산’에 ‘자동차·종교·주식·영화’를 가르곤 하지만, 하나같이 서울살이에 얽매여요. 사람이 살아가며 이루는 살림을 두루 짚는 길이 아닌, 서울·큰고장에 얽매인 적는이(기자)라면, 이들 적는이가 보거나 듣는 이야기는 한 줌밖에 안 되게 마련입니다. 또한 마을사람하고 나란히 살면서 보거나 듣지 않는 적는이인 터라, ‘출입기자’라는 틀에 매여 스스로 ‘장삿글(광고기사·애드버토리얼)’에 머무릅니다.


  스스로 돈을 들여 사들인 책을 천천히 읽고서 느낌글(서평)을 쓰는 적는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보도자료를 안 넣는 펴냄터가 제법 있습니다. 적는이가 미덥지 않을 뿐더러, 몇몇 펴냄터 책만 다루거든요.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쓴 김성호 님은 어느 곳에서 적는이로 일하다가 그만두었고, 어느 누리새뜸에 글을 쓴다고 합니다. 책이름처럼 오늘날 적는이는 하나같이 부끄러워할 노릇입니다. 서울을 안 벗어나고, 이웃을 안 만나고, 구경한 모습을 찔끔 담을 뿐이니, 부끄럼을 넘어 창피한 꼴입니다.


  퍽 오래도록 우리나라 새뜸은 사람들 ‘눈귀입’ 구실을 안 하거나 못 했습니다. 새뜸이 ‘새롭게 눈을 뜨는 길을 틔우는 글을 담아서 나누는 길’이라는 구실을 하자면, 적는이부터 서울을 떠나 작은고장하고 시골에서 살아야겠지요. ‘정치’가 아닌 ‘들숲바다’를 다루고, ‘사회’가 아닌 ‘풀꽃나무’를 다루고, ‘경제’가 아닌 ‘살림살이’를 다루고, ‘문화’가 아닌 ‘아이 곁’을 다루고, ‘세계’가 아닌 ‘별과 이웃’을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장삿길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동차’ 아닌 ‘자전거’를 다루고, ‘부동산’ 아닌 ‘풀벌레’를 다루고, ‘스포츠’ 아닌 ‘놀이’를 다루고, ‘연예’ 아닌 ‘삶이야기’를 다루고, ‘교육’ 아닌 ‘마음읽기’를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글바치가 글바치다우려면, 손수 밥옷집 살림을 짓는 즐거운 일꾼으로서 보금자리부터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여깁니다. 아이 곁에서 배우고, 풀꽃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같이 부르고,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헤아리는 눈빛이라면, 적는이·짓는이·쓰는이·옮긴이 어느 자리에 서더라도 어진 글빛을 담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우리는 너무나 자주 비싼 밥을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때로는 선물과 상품권도 받았습니다. 보도 가치도 없는 행사는 어찌나 잦았는지, 그런 행사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9쪽)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리로 나서지 않았고, 나가서도 그런 사람들과는 얘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불편하고 지저분하며 시끄럽고 정돈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진 않았습니다. (90쪽)


기자로 일하며 만난 기자 열 중 아홉은 듣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105쪽)


기사가 나간 뒤 다시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저를 막아선 그를 찾아 면담을 신청했는데 이전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시종일관 저자세로 나오며 다시는 기사를 내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러면서 종일 참회 기도를 했다고 말합니다. (191쪽)


사건을 다루며 답답했던 건 제가 진실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겁니다. (2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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