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지음 / 소동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2023.3.23.

인문책시렁 297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소동

 2023.3.8.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이난영, 소동,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라는 숨결한테 ‘어두움’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풀이건 꽃이건 나무이건 언제나 풀이나 꽃이나 나무입니다. 사람도 그저 사람으로 있을 뿐, 밝거나 어둡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그저 스스로 마음에 어둠을 심으니 어둠으로 하루를 맞이할 뿐입니다.


  모든 씨앗은 어디에서나 싹틉니다. 다만, 사람들이 죽임물(농약)을 뿌리는 데에서는 타죽습니다. 쇳덩이를 몰아대는 길바닥에서는 깔려죽거나 밟혀죽습니다. 잿더미를 쌓는 데에서는 눌려죽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아무리 잿더미나 길바닥으로 오래도록 짓뭉갠 터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잿더미를 걷어내면 달포는커녕 며칠만 지나도 싹이 터요. 오래오래 짓눌린 땅이라 하더라도 풀싹이며 나무싹은 고요히 기다립니다.


  우리는 풀꽃나무 숨결에 흐르는 ‘고요’를 얼핏 ‘어둠·캄캄(암흑)’으로 잘못 바라보곤 합니다. 우리 스스로 어릴 적에 입은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을 나이가 들어서도 고스란히 짊어지면서 스스로 어둡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배부르게 살거나 넉넉한 살림집을 누렸다면 아무런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이 없을까요? 삶을 좋음·나쁨으로 갈라도 될까요? 어느 풀씨나 나무씨도 ‘좋은터’를 가리지 않습니다. 모든 풀씨나 나무씨는 스스로 깃드는 어느 곳이나 푸르게 가꾸려는 꿈 하나를 그릴 뿐입니다.


  ‘어둠이란 마음’을 품은 씨앗이라면 서울 한복판 길가에 누가 심어 놓으면 “사람을 미워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풀꽃나무도 서울 한복판 길가에서 자라더라도 사람을 안 미워합니다. 그저 피어나고 돋아나고 자라납니다. 사람들이 끔찍하게 가지치기를 해대거나 아예 밑동을 베어내더라도 풀꽃나무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요. 오직 사람만 서로서로 미워하고 손가락질하고 등돌리고 따돌립니다.


  풀꽃나무는 이런 ‘밉사람’ 기운을 받아들여서 스스로 죽기도 합니다. 풀꽃나무는 ‘죽임사람’ 기운을 달래거나 풀어내려고 이 죽임빛을 모조리 빨아들여서 스스로 죽기도 하지요. 이때에, 풀꽃나무가 우리 마음속 어둠빛을 녹여내거나 풀어내 줄 적에, 사람들은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아, 내가 나무한테 몹쓸짓을 했구나!’ 하고 여기는데, 나무는 아무 걱정을 안 해요. 왜 그럴까요? 왜 나무는 사람들 곁에서 죽임빛을 빨아들여서 죽음길로 가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을까요?


  나무는 겉몸으로는 시들어 흙으로 돌아갈 테지만, 씨앗을 남기거든요. 나무씨는 둘레에 문득 드리워 천천히 싹이 트고 어린나무로 자라서 우람나무에 이릅니다.


  어두운 나무는 없고, 나무에 어둠빛이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배부른 사람도 없습니다. ‘어떤 삶’을 겪을 수는 있되, 어떤 삶을 겪었더라도 이 삶이 ‘우리 이름’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무 곁에 서기를 바랍니다. 나무를 심고 풀꽃을 지켜볼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여도 좋으니, ‘마당 있는 집’을 누릴 수 있는 자리에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땅값이 비싸다면, 서울을 기꺼이 떠나는 이웃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땅을 사서 집을 누릴 수 있는 데에서 나무를 품고 살아간다면, 나무가 왜 나무이고 나무가 어떻게 사람 곁에서 이바지하는가를 ‘나무빛’으로 받아들이고 배울 만합니다.


ㅅㄴㄹ


왜 뭇 생명들은 강제로 이주를 당하고, 뿌리 뽑히는 삶을 살아야만 할까. (24쪽)


작은 풀벌레 하나가 가느다란 풀잎 뒤에 숨어서 비바람을 피한다. (50쪽)


나무 한 그루가 없어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어두워 보이고 동네는 더 삭막하고 멋이랄 게 없어 보입니다. (74쪽)


내년에는 감자꽃 따지 말아야지. 내년에는 남의 말 듣지 말아야지. (130쪽)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서 자란 내가, 나무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추억도 없는 내가, 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고향 서울엔 - 82년생 서울내기가 낭만하는 기억과 장소들
황진태 지음 / 돌베개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2023.3.18.

인문책시렁 293


《내 고향 서울엔》

 황진태

 돌베개

 2020.4.20.



  《내 고향 서울엔》(황진태, 돌베개, 2020)을 사 놓고서 한 해 남짓 지나고서야 비로서 다 읽었습니다. 어쩐지 읽기가 까다롭기도 했고, 글쓴이가 너무 어렵게 꾸민다고 느꼈습니다. 나고자란 곳이라면 ‘나고자란’ 이야기를 들려주면 될 텐데, 자꾸 ‘문화적·역사적’ 같은 꾸밈말을 붙이려 하니 뒤죽박죽이었고, 어쩌다가 들르거나 지나간 서울 한켠을 ‘역사·문화 해석’이라든지 ‘대중문화 분석’을 하려고 들기에, 뭔가 참 삶하고 동떨어진 줄거리로구나 싶더군요.


  서울은 너무 넓고 크며 사람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래서 서울을 섣불리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습니다. 서울이라는 곳을 말하자면, 즈믄 사람쯤이 예순 해쯤은 살아낸 나날을 즈믄 가지로 듣고 새겨서 아주 두툼한 책으로 꾸리더라도 ‘서울을 제대로 못 짚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서울을 짚거나 다루고 싶다면, ‘온 서울’을 다 짚거나 다루려는 마음부터 지울 노릇입니다. 스스로 겪고 보고 살아낸 ‘서울 한켠’만 짚거나 다루려 해야, 비로소 ‘이런 눈길로 서울을 보기도 한다’는 꾸러미 하나가 나올 만합니다.


  《내 고향 서울엔》이라는 이름이지만, 정작 글쓴이로서 ‘나고자란 서울’ 이야기가 너무 짧고 얕고 몇 줄 안 됩니다. 어설프게 종로를 건드리려 하지 말고, 엉성하게 신촌을 다루려 하지 말고, 어정쩡하게 영등포를 쓰려 하지 말고, 섣불리 강남을 말하려 하지 않았으면, 이 책은 꽤 읽을 만하고 돌아볼 만했다고 느낍니다.


  차라리 이웃나라 사람이 서울에 나들이를 와서 쓴 글이 훨씬 나았으리라고도 느껴요. 왜 그러냐 하면, 서울마실을 하는 사람은 온몸으로 부대끼고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하루를 되새기면서 서울을 이야기하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이 책을 쓴 분은 자꾸 ‘어디선가 듣고 본’이라고 하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씁니다. ‘서울에 있는 새뜸(언론)이라지만, 정작 서울이라고 여기지 않아 아예 안 다루다시피 했다’는 월계동하고 장위동 이야기를 쓰면 될 뿐입니다. 스스로 겪은 마을 이야기를 쓰고, 글쓴이 어머니 아버지가 겪고 보고 살아낸 마을 이야기를 담으면 돼요.


  저한테 서울 월계동이나 장위동은 1994∼95년하고 1998∼99년에 서울 이문동에서 살며 짐자전거를 몰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돌아다닌 곳이면서, 새롭게 만나고 싶은 마을책집을 찾으려고 골목골목 걸어다니던 곳입니다. 지난날 그 골목이며 마을을 짐자전거로 누비거나 두 다리로 걸으면서 “여기는 서울이면서도 바람이 제법 깨끗하고 길바닥이 퍽 정갈하구나. 서울이면서 꽤 고즈넉하기에 서울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여기에서 살 만하겠네.” 하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서울빛’도 ‘살림빛’도 거의 다 스러졌겠지요.


  끝으로, 글쓴이는 어느 골목집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집 안은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315쪽)”처럼 말하는데, 얼마나 골목집을 모르거나 겉으로만 훑었는가 하고 느낄 만합니다. 껍데기로만 슥 훑으면 속빛도 참빛도 모릅니다. ‘살아낸 이야기’가 아닌 ‘구경한 이야기’로 ‘대학교에서 학문·연구를 할’는지 모르나, 글이나 책이나 살림하고는 그저 멀 뿐입니다.


ㅅㄴㄹ


‘서울 같지 않은 서울(강북)’ vs ‘진짜 서울(강북 도심인 광화문, 종로 등과 강남)’이라는 이분화된 공간 인식에 따라 내가 사는 동네는 미디어에서 재현될 가치가 없고, 서울의 공식적인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없으며, 서울 시민들에게 기억될 만한 공간이 아니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21쪽)


지금이야 편의점이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드라마 주인공들이나 가는 곳을 내가 가도 되나 싶어 괜히 쭈뼛쭈뼛했다. 지금은 흔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이지만 그때는 식당도 아닌 가게에 그런 게 비치되었다는 게 낯설고 심지어 고급스럽다고 생각해 편의점에 들어가는 걸 부담스럽게 여겼다. (61쪽)


1982년생에게 1980년대의 서울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역사’였다면, 1990년대의 서울은 실제 가 보진 못했더라도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현재’로 인식되었다. (193쪽)


물론 외재적 핑계만 있지는 않았다. 교사직이 내 적성에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내재적 요인이 여전히 집중을 방해했다. (267쪽)


다무라와 알고 지내던 아주머니의 집을 방문한 우리는 냉커피를 얻어 마시고, 그 집 반려견의 환대를 받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집 안은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3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문학책 2023.3.2.

인문책시렁 29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이성과힘

 2000.7.1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이성과힘, 2000)은 1978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처음 펴내었고, 나중에 조세희 님 아들이 연 펴냄터에서 새롭게 나옵니다. 이 책은 처음 태어나던 무렵부터 늘 꾸준히 사랑받고 읽혔으나, 나라(정부)에서는 되도록 읽히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9∼1993년에는 빨간책(불온도서)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배움터(학교)에서 빨간책으로 찍고서 빼앗기까지 했으나, 1993년 가을부터 치르는 새틀(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배움터에서 이 책을 안 읽힐 수가 없으니, 배움터 길잡이가 눈살을 찌푸려도 버젓이 읽고서 동무하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른바 ‘대학입시를 바라보는 고등학생’이 배워서 외워야 하는 줄거리는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린 조세희의 연작소설”입니다만, 저나 동무들은 이 책에 흐르는 말씨(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씨)가 매우 낯설고 ‘잘사는 서울사람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인천 도화동에서 태어나 주안동·신흥동에서 자랐고, 제 동무들은 숭의동·율목동·송림동·송현동·송월동·만석동·화수동·화평동·선린동·신포동·인현동·도원동에 많이 살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말씨를 아무도 안 썼어요. 줄거리를 헤아리며 “이웃집 누나를 그린 듯하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많이 낯설었습니다. “이웃집 방직공장 누나”가 아니라 “서울 대학생 누나” 같았달까요.


  그들(지식인·작가·평론가)은 ‘도시 빈민’이란 말을 참 흔하게 쓰지만, 그들 스스로 ‘도시 빈민’인 적이 없었을 테니 그런 말에 스스로 갇힌 채 ‘도시 빈민’을 이웃으로도 동무로도 안 사귀면서 ‘글만 썼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적어도 ‘작은이웃’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저 수수하게 ‘이웃’이나 ‘마을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에서 밀려난 참상” 같은 말도 너무 허울스러워요. 그곳 그 마을 그 골목에 깃들지 않을 뿐 아니라, 그곳 그 마을 그 골목을 이웃이며 동무로 여기지 않으니 먼발치에서 뜬구름을 잡는 팔짱질로 구경만 하겠지요.


  밖(사회)에서는 하염없이 가난하다(빈민)고 여기며 딱하게 바라볼는지 모르나, 안(마을)에서는 오순도순 도란도란 웃음꽃으로 이야기합니다. 다들 집이 워낙 작으니 이불 한 채를 같이 뒤집어쓰고 등은 좁은 칸에 척 대고서 깔깔깔 하하하 밤을 잊은 채 떠들다가 슬슬 눈을 감고서 뒤엉켜 꿈나라로 갑니다.


  돈이 좀 적거나 없다고 해서, 잘사는 분들이 보기에 한겨울에도 굴을 까며 손가락이 퉁퉁 붓고 얼어붙는다고 해서, 극장도 다방도 갈 일이 없이 문화생활 하나 없이 그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수다를 떠는 저녁일 뿐이라고 해서, 가난한 살림을 불쌍하게 여기면 ‘삶·살림·사랑’을 못 느끼고 못 보지 않을까요?


  가난뱅이를 그리는 글을 쓰는 글바치가 아니라, 인천처럼 쓸쓸한 고장 한켠 골목마을이건, 전남이나 경북이나 충북 같은 자그마한 시골마을 작은집이건, 돈하고도 이름값하고도 힘하고도 아주 머나먼 곳에서 조용히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아이랑 나무를 심고 들꽃을 쓰다듬고 별빛을 노래하는 ‘작은이웃’하고 ‘작은동무’로 먼저 오래오래 살고 나서야 붓을 손에 쥐려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학생들이 놀람의 소리를 냈다. 그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14쪽/뫼비우스의 띠)


그 집 큰딸은 약을 먹었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 살려낼 수 있었다. 의사가 와서 고무줄을 넣어 독약을 씻어내었다. 세무서 조사과 직원과 그의 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37쪽/칼날)


난장이와 그의 식구들은 조각마루에 앉아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들은 말 한마디 없었다. 윤호는 지난 이 년 동안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79쪽/우주 여행)


“할아버지도 난장이였어?” 언젠가 영호가 물었다. 나는 영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좀 큰 영호는 말했다. “왜 지난일처럼 쉬쉬하는 거야? 변한 것이 없는데 우습지도 않아?” 나는 가만있었다. (88쪽/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어머니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먼저 영이에 대해 묻고 영희를 물었다. 어머니는 영희에게 했던 것처럼 영이에에 여자가 가져야 할 가족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 의무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영이가 얼마 동안 고생을 하게 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영이의 흰 원피스는 그날로 더러워졌다. 영희는 하룻밤 두 낮의 단식과 구호, 그리고 노동자의 노래만 부르면 되었다. (233쪽/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어머니가 웃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아무리 좋은 공장에서 일해도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똑같이 행복해질 수 있겠니?” “약을 쓰면 돼요.” “약이라니?” (299쪽/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1991-93)부터 

느낌글을 쓰고 싶었으나

막상 2023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느낌글을

처음으로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제1권력 1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2023.3.1.

인문책시렁 288


《제1권력》

 히로세 다카시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3.20.



  《제1권력》(히로세 다카시/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은 글쓴이가 앞서 선보인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를 가다듬고 보탠 판입니다.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처럼 작은이름을 붙인 이 꾸러미는 숱한 말썽과 말밥이 어떤 뒷낯으로 하나하나 생겨났나 하고 짚습니다. 우리나라가 겪은 사슬판(일제강점기·식민지)뿐 아니라 한겨레싸움(한국전쟁)에도 깊이 발을 담근 그들(권력자)은 독일 나치하고도 얽혔다지요.


  2022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갑니다. 러시아는 2022년에 앞서도 쳐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도 푸른별 여러 나라로 몰래 쳐들어가기 일쑤였고, 숱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한싸움(민족분쟁)에도 깊이 얽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쪽하고 저쪽이 엇갈려 미워하면서 싸우는 얼개이지만, 뒷낯을 보면 ‘그들 한놈’이 슬그머니 두 일터(회사)로 갈라서 이쪽하고 저쪽에 조금 다른 총칼(전쟁무기)을 팔아먹은 발자취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총칼은 돈이 쏟아지는 장사판일 뿐 아니라, 사람들을 눈먼 꼭두각시로 부리기에 가장 나은 연모로, 새뜸(언론)을 거머쥐고 글(책·학교·문화)에다가 그림(영상·영화·텔레비전·인터넷)까지 나란히 거머쥐면서 흔드는 밑동이곤 합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시키지 말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는 ‘토론’입니다. 그러나 여태까지도 이 나라는 그들(권력자)이 시키는 대로 배움터에서 ‘토론’을 함부로 합니다. 그들은 이 ‘토론’으로 틀(법)을 세우고, 틀터(법정)를 깔아서 사람들을 싸움밭(법정 소송)으로 몰아넣어요.


  왜 토론이 우리 머리를 좀먹고 우리 마음을 갉아먹는 끔찍한 짓일까요? ‘토론 = 말다툼·말싸움’이거든요. ‘토론 =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 하고 가리려고 말로 싸우는 짓’입니다. 토론을 하면 할수록 삶터는 둘로 갈리기 좋습니다. 지난날 ‘백분토론’이나 ‘끝장토론’ 같은 자리가 판쳤는데, 끝까지 싸우면서 서로 갈라치기를 하는 미움을 씨앗으로 심어서 ‘총칼(전쟁무기)’로 윽박지르는 장사판이 나쁘지 않으면서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막는 길’인 듯 길들이는 얼개입니다.


  토론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이야기예요. ‘이야기 = 잇는 말 = 주고받는 말’입니다. 한쪽이 이기거나 지는 일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다 마음을 털어놓는 말을 나누면서 서로 새롭게 나아갈 살림길을 사랑으로 찾아나서려는 삶빛이거든요.


  우리가 이야기를 할 적에는 싸울 일이 없이 새길(대안)만 주고받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안 하고 토론만 할 적에는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해야 좋고 옳다’는 뜻을 서로 밀어붙이느라 아무 일을 못 합니다. 잘 봐요. 미국도 우리나라도 거의 ‘두 무리(양당 체제)’입니다. 두 무리는 언뜻 ‘진보·보수’나 ‘왼·오른’인 척하지만, 두 무리는 밑바탕이 똑같습니다. 두 무리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닐 뿐 아니라, 왼쪽도 오른쪽도 아닙니다. 그들은 ‘전라도당·경상도당’처럼 얼핏 나뉜 듯 내세우지만, 허울만 ‘전라도·경상도’로 나눌 뿐, 속으로는 ‘돈바치(매판 자본·재벌)’이거나 ‘돈바치에 줄을 대는 장사꾼’입니다.


  우리나라는 남녘·북녘으로 갈렸는데, 둘은 ‘민주주의·공산주의’가 아닌 ‘허울을 내세운 군사독재권력자본’일 뿐입니다. 북녘만 허구헌날 꽝꽝 쏘아대지 않아요. 남녘도 시골이나 멧골에 처박아 놓은 싸움판(군대)에서 끝없이 꽝꽝 쏘아댑니다. 우리나라 새뜸(언론)이 군사훈련이나 무기실험을 하나도 안 다루니, 서울사람(도시민)만 모를 뿐입니다. ‘군산복합체’는 옛말이 아닌, 오늘도 버젓이 남북녘 두 나라를 휩쓰는 이름입니다. 이 군산복합체는 ‘허울만 양당정치’로 감추어 ‘독점자본’으로 휘감아 놓습니다. 군산복합체가 하는 짓 가운데 하나는 미리맞기(백신)와 ‘병의학커넥션’이고, 우리는 지난 몇 해 사이에 ‘코로나팬데믹’이라는 ‘집단사기극’ 한복판을 가로질렀습니다.


  민낯을 보려 하지 않으면 그들이 시키는 대로 늘 허수아비에 꼭두각시인 하루입니다. 민낯을 보며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물려주려는 오늘을 지어야, 비로소 모든 부스러기를 걷어내어 ‘제1권력’도 ‘제2권력’도 아닌 ‘숲빛 어깨동무’라는 새길을 사랑으로 누구나 스스로 짓습니다.


ㅅㄴㄹ


나치스당이 창설된 것은 1919년 1월 5일이다. 그런데 그 전달인 1918년 12월에 록펠러재단 이사장의 동생 앨런 W.덜레스가 미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독일을 방문한다. (86쪽)


에디슨연구소는 영화계에서 추방된 보상으로 모처럼만에 모건에게서 새로운 직무를 부여받고 군함용 전화, 대포의 조준과 발사 장치, 연막용 발연통 등을 잇달아 개발하여 듀폰과 호흡을 맞추며 살인 병기의 발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118쪽)


결국 이런 식으로 텔레비전을 통한 대중 조작이 시작되고 있었다. 또 스폰서가 되어 돈을 내면 그 보답으로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는데, 195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한 경품 제공 퀴즈 프로그램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배증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가져다주었다. (279쪽)


(태평양)전쟁 전과 전쟁중,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식민지)한반도의 독점지배 회사나 마찬가지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재산 관리 회사는 어디였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모건의 내셔널시티은행이었다. 전쟁중에 ‘추축국’ 일본의 기업을 ‘연합국’인 미국의 은행이 지배할 수 있었다는 이 기이하기 짝이 없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바젤클럽 말고는 달리 없다. (288쪽)


그들은 한국 대통령인 이승만에게 100만 달러를 주고 이권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우려한 것은 군수 경기가 침체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290쪽)


조심해야 한다. 오늘날까지 우리는 민주당 대 공화당이라는 도식 속에서 매파 대 비둘기파라는 이미지를 세뇌받아 가당치 않은 실수를 범해 왔기 때문이다. 한꺼풀 벗겨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뒤에는 그들 모두를 지배하는 모건과 록펠러가 숨어 있고, 각료 자리도 살펴보면 전부 저들의 수족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343쪽)


석유파동의 발단이 된 4차 중동전쟁은 모건-록펠러연합이 미국 국내에서 유대계 재벌을 조종하여 아랍 민중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 발발하게 한 인공 전쟁이었다. 그러고 보면 전쟁으 늘 인공적이다. (39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26.

인문책시렁 283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김광규 옮김

 문장

 1978.4.25.첫/1980.4.10.8벌



  2001년에 새로 나온 판인 《책상은 책상이다》(페터 빅셀/이용숙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1)가 있으나 굳이 1978년에 처음 나온 판인 《책상은 책상이다》(페터 빅셀/김광규 옮김, 문장, 1978)를 되읽어 봅니다. 1978년 옮김말이 2001년 옮김말보다 낫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1978년이라는 시커멓고 캄캄하고 아득한 구렁텅이 같던 지난날 이 책을 애써 우리말로 옮긴 뜻을 어림하면서 옛판으로 천천히 되읽어 봅니다.


  1978년하고 2001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까마득히 다른 두 때입니다. 1978년에도 2001년에도 고린틀(남성 가부장권력)은 드셌습니다. 2001년 무렵만 해도 돌이(남성)가 부엌일을 하면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무렵에 순이(여성)가 부엌일을 안 하면 나란히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2001년이나 1978년이나 이 고린틀을 갈아엎기를 바라는 눈길은 늘 도사렸고, 목소리를 내었고,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스위스사람한테 스위스란 어떤 나라일까요? 한겨레한테 한나라(한국)는 어떤 나라일까요? 이름이란 무엇이요 말이란 무엇이며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처음부터 다시 읽고 새기려는 숨결이 《책상은 책상이다》에 흐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가 무엇인지 알기는 할까요? 우리는 ‘우리말’이 무엇인지 생각이나 할까요?


  한자로 ‘韓國’처럼 적는 이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어림이나 하는가요? 훈민정음을 여민 세종 임금이라지만, 정작 그무렵부터 조선 500해에 걸쳐 다들 중국말(한문)로 글을 쓰고 말을 하던 나라(정부)인 줄 느끼기나 하는지요? 아니,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여미었다지만, 흙을 만지던 ‘수수한 사람들(백성)’은 배움터(서당)에 아이를 넣을 수 없었고, 붓먹벼루종이를 건드릴 수 없었고, 훈민정음은커녕 한자조차 익힐 수 없었습니다. 이런 속낯을 차근차근 새기면서 발자취(역사)에 숨은 밑뜻을 제대로 헤아리려는 사람은 이 나라에 얼마나 있을까요?


  책은 그냥그냥 읽어도 됩니다. 배움터(학교)는 그냥그냥 다녀도 됩니다. 일터(회사)는 그냥그냥 깃들어도 됩니다. 서울(도시)에 그냥그냥 살아도 됩니다. 그저 그냥그냥 하기에 그냥그냥 흘러가거나 지나갈 뿐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그냥 보내지 않고 차근차근 짚을 수 있어야 비로소 스스로 생각씨앗을 마음에 심을 수 있고, 생각씨앗 한 톨을 심은 때부터 ‘사람’이라는 ‘삶’으로 깨어납니다.


  생각을 하기에 사람입니다. 생각을 안 하기에 시키는 대로 따라갑니다. 생각을 하기에 스스로 그리고 짓고 누리고 나눕니다. 생각을 안 하기에 스스로 안 그리고 남이 해놓은 것을 사들이고 쓰다가 버립니다.


ㅅㄴㄹ


그러므로 여행은 아직 시작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와 종이를 한 장 꺼내어 이렇게 썼다. “나는 커다란 사닥다리가 한 개 필요하다.” 그러자 그 집 뒤에서부터 숲이 시작되고 그가 똑바로 갈 길 가운데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12쪽)


“달라져야만 한다. 달라져야만 해!” 그에게는 괘종시계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그의 손은 아파지기 시작했고 목소리는 쉬어버렸다. 그러자 다시 괘종시계의 소리가 들려왔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3쪽)


그리고 나서 그는 계산한 것을 찢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저녁때면 연구가 또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그는 짜증이 나고 기분이 나빴다. (43쪽)


간수는 혼잣말로 나지막히 중얼거리고는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맞습니다.” 하고 사내가 말했다. 아마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들키지 않았어야 옳았다. (80쪽)


신병(新兵) 훈련소에서 스위스인은 성인이 된다. 신병 교육은 누구에게나 유익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신병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선 일생을 두고 그런 표시가 드러난다. 그리하여 신병 훈련소는 17주간 계속되는 남성 의식(儀式) 내지는 성인 의식으로 되어버렸다. (134쪽)


계속해서 감격해야 할 필요 없이 나는 여기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관광객으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의 관광명소를 보고 경탄하지 않아도 된다. 푀엔이 부는 날 알프스산맥의 장관을 못 본 체해도 된다. (138쪽)


#Kindergeschichten #PeterBichsel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