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7.31.

 : 파랗게 파랗게



- 하늘이 파랗게 파랗게 물든다.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이 예쁜 파란 빛깔을 아이들과 누리고 싶다. 이 어여쁜 파란 빛깔을 아이들한테 보여줄 뿐 아니라 내 가슴에 담고 싶다. 자전거를 달린다. 아이들을 태우고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굳이 멀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 100킬로미터나 2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전남 고흥에서 100킬로미터를 달린들 어디를 가겠는가. 이곳보다 하늘이 파랗게 맑은 곳이 나올까? 고흥에서 20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리면, 이곳보다 하늘이 파랗게 맑은 곳이 나타날까?


- 아이들은 파란하늘을 얼마나 맞아들일까. 아이들은 파란하늘을 얼마나 가슴에 품을까. 아직 모르지. 아이들이 차츰차츰 크면 알 테지. 이 빛은, 이 하늘은, 이 삶은 우리한테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앞으로 아이들이 차근차근 알고 느끼면서 깨달을 테지.


- 면소재지를 다녀오는 길에 아주 천천히 달린다. 참으로 천천히 달린다. 살랑살랑 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 하늘빛을 굳이 씽씽 달리면서 빨리 지나쳐야 하지 않다. 이 하늘빛은 그야말로 차근차근 걷듯이 달리면서 싱그러이 바람을 쐬고 마음 가득 노래를 담을 수 있으면 된다. 파란하늘에 빼꼼 고개를 내미는 하얀구름이 앙증맞다.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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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29.

 : 농약과 제비



- 어제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길에 농약을 뿌리는 이웃마을 할매와 할배를 곳곳에서 만났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달리다가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어쩜 이리도 농약을 억척스레 뿌려대는지. 참말 오늘날 여느 시골에서는 여느 할매와 할배가 뿌려대는 농약 때문에 고단하다. 숨이 막힐 뿐 아니라, 웬만한 물은 함부로 마실 수 없다. 시골 할매와 할배도 알기에, 이녁 스스로 냇물이나 우물물이나 땅밑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두멧자락까지 댐에서 수도관을 이어서 수도물을 마시고 싶다고들 한다. 그렇게 농약을 뿌려대어 땅밑으로 농약이 스며드니, 어느 시골에서 ‘여느 흐르는 물’을 그대로 마시고 싶어 하겠는가. 우리 식구가 살아가는 마을에서 ‘여느 흐르는 물’을 그대로 마시는 집은 드물다고 느낀다. 거의 모든 집이 수도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끓여서 보리차’로만 마시지 싶다.


- 어제 자전거를 달릴 적에 농약에 죽은 제비 한 마리를 길 한복판에서 보았다. 그러나 이 제비를 건사해서 논둑이나 풀밭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뿌려대는 농약물결에 숨을 쉴 수 없었기에 재빨리 지나가야 했다.


-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제비 주검 옆을 지나간다. 제비는 하루 사이에 여러 자동차한테 짓밟혀 마른오징어처럼 납작쿵이 되었다. 아, 아파라. 자전거를 옆으로 달리며 지나간다. 그러나, 그냥 갈 수 없다. 마음이 아파서 걸린다. 자전거를 돌린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어디 가요?”


- 자전거수레에 놓은 빨래집게를 써서 길바닥에 찰싹 들러붙고 만 제비 주검을 떼어낸다. 주검을 풀밭으로 옮긴다. “제비 죽었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앞으로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서 살아갈 테니까.”


- 그 많던 제비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 식구가 처음 고흥에 들어올 적에는 어디를 가든 제비를 수백 마리씩 보았는데, 요새는 몇 마리 보기조차 힘들다. 곧 팔월이 되니 제비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중국 강남으로 돌아갈 때가 될 텐데, 몇 마리나 돌아갈 수 있을까. 이듬해에 제비는 다시 한국으로 찾아올 수 있을까.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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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23.

 : 하늘빛이 얼마나 파란가



-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 나들이를 한다. 날은 폭폭 찌면서 하늘이 눈부시도록 파라니, 이런 맑은 날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자전거를 몰고 들길을 한 바퀴 돈 뒤에 골짜기로 간다. 골짜기로 가서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골짝물에 온몸을 담가 논다. 골짜기에서 바라보는 하늘도 참으로 파랗다. 바람노래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 골짜기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손목에 감은 사진기를 켜고 하늘빛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한참 하늘빛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귀에 대고 소리를 듣는다. 너는 어떤 소리를 듣고 싶어서 자전거로 달리면서 하늘빛을 담았니? 네가 담은 하늘빛은 어떤 노래가 흐르니?


- 눈부신 하늘을 언제나 마주하는 사람은 마음도 눈부시게 가다듬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새파란 하늘에 하얗게 맑은 구름을 늘 올려다보는 사람은 마음자리에 맑은 꿈을 씨앗으로 뿌려 사랑으로 가꾸는 삶을 일굴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이들 마음과 내 마음에 모두 파란 하늘 노래가 흐르기를 빈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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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20.

 : 아이들과 멧자락 넘기



- 천등산 골짜기로 나들이를 온다.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골짝물에 온몸을 담근다. 스무 날 남짓 비가 쏟아부었기에 꿉꿉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하늘을 보고 자전거를 달린다. 비가 그친 골짜기는 어떤 모습일까. 오랫동안 비가 쏟아부은 뒤 골짜기에는 물이 얼마나 많을까.


- 물이 깊고 많다. 물소리가 크다. 이 골짜기에 놀러와서 술과 고스톱을 즐기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인다. 어른들은 골짜기에서 무엇을 하며 놀아야 즐거운 줄 모를까. 애써 골짜기까지 와서 하는 놀이란 두 가지뿐일까. 왜 골짜기에서 고기를 구워 술을 마셔야 할까. 왜 골짜기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보내야 할까.


- 한 시간 즈음 놀다가 나온다. 물이 많이 차가우니 오래 놀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멧길을 타고 더 올라 보기로 한다. 위쪽에 다른 골짜기가 있는지 살피기로 한다. 자가용을 끌고 찾아와서 술과 고기와 고스톱으로 시끄러운 관광객이 없는 골짜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늘 가던 골짜기에서 삼십 미터쯤 올라가니 아주 호젓한 곳이 하나 있다. 좋아. 다음에는 이곳으로 오자. 더 올라간다. 자전거를 탈 수 없도록 가파르다. 큰아이는 발이 아프단다. 큰아이를 샛자전거에 앉혀 자전거를 끈다. 땀이 뻘뻘 흐르고 팔이 찌릿찌릿 저리다. 한참 올라가니 군청에서 공사를 해 놓은 듯한 물놀이터가 있다. 이곳에도 자가용이 여럿 있고 놀러온 사람들이 많다. 더 올라가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자.


- 비알이 조금 가볍다 싶으면 자전거를 달린다. 그렇지만 1*2단으로 달려도 가파른 길이다. 발판을 더 구르기 어려워 자전거에서 내린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잔다. 큰아이도 졸릴 법한데 씩씩하게 잘 견디어 준다.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어 나무그늘 있는 데에서 한 차례 쉰다. 숨을 몰아쉰다. 숨을 고른다.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는다. 꽤 올라왔는지 사람 소리는 안 들린다. 이 길을 오르내리는 자동차도 없다. 땀을 닦고 다시 걷는다. 자전거를 끄는 팔에 힘이 풀린다. 예까지 올라와서 다시 이 길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다. 건너편 다른 마을로 내려가고 싶다. 구비구비 돌아가는데, 이 구비가 지나면 끝날 듯하던 길이 안 끝난다. 저 구비를 돌아도 길은 안 끝난다. 꽤 높이 올라왔지만 길은 안 끝난다. 언제쯤 끝날까. 다시 한 차례 쉰다. 작은아이는 깊이 잔다. 풀바람과 풀벌레 노랫소리가 가득하니 잠을 자기 좋겠지.


- 한 차례 더 쉴 무렵 작은아이가 잠에서 깬다. 다시금 기운을 내어 올라가기로 한다. 꽤 많이 올라왔는데, 자꾸 힘이 빠지니 그만 올라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올라온 가파른 길로 도로 내려가자니 아찔하다. 멧꼭대기 건너편은 어떠할까. 그곳도 내려가는 길은 가파를까.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낮에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워 멧자락을 넘는 우악스러운 아버지는 얼마나 있을는지 생각해 본다.


- 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을 만난다. 마침 물이 거의 떨어졌는데 반갑다. 자전거를 길바닥에 눕힌다. 낯을 씻고 물을 받는다. 두 아이더러 낯과 손을 씻으라 말한다. 아이들은 낯과 손을 씻은 뒤, 가파른 멧길에서 꽤 재미나게 논다. 도랑에서 사는 참개구리를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만큼 올라왔을까.


- 자전거를 달리다가 끌다가 되풀이한다. 이 구비를 지나면 끝일까 하고 또 생각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그래, 아직 멀었구나. 그러나 꼭대기가 멀지 않았다고 느낀다. 먼 마을과 이웃 멧자락이 보인다. 우리가 오르는 천등산 꼭대기도 코앞에 있다. 자전거에 올라 1*2단으로 달린다. 다리에 힘이 풀릴 듯하지만, 끌 때보다는 한결 낫다. 그리고 구비 하나를 돌아서니 드디어 끝이다. 꼭대기 너른 마당이 나온다.


- 꼭대기에서 자동차 한 대 내려가려고 한다. 왼손을 들어 흔든다. 내려오지 말고 멈추어 달라는 뜻이다. 오르막으로 자전거가 먼저 지나간 뒤 좁은 멧길로 내려가기를 바란다. 자동차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 둘이 탔다. 이들은 여름맞이를 하려고 올라왔구나 싶다. 자, 꼭대기에 이른다. 자전거를 바닥에 눕힌다. 아이들은 멧꼭대기 마당에서 콩콩 달리고 뛴다. 나는 긴 걸상에 드러눕는다. 기지개를 켜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다. 용케 왔네. 시계를 본다.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더위에 두 아이가 아버지랑 자전거에 타고 멧길을 올랐구나. 고맙고 대견하다. 씩씩한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 삼십 분 남짓 놀면서 여자만을 바라본다. 고흥반도 한복판에 있는 천등산에서 여자만을 볼 수 있고, 여수 서쪽 바다 섬을 볼 수 있다. 재미있다. 기운을 내기로 하고 내리막을 달린다. 차근차근 달린다. 내리막을 달리다가 사슴벌레 한 마리 뒤집힌 모습을 보고는 자전거를 세운다. 사슴벌레를 살며시 잡아 나무로 옮겨 준다. 뒤집힌 사슴벌레 둘레에는 개미가 잔뜩 모여서 사슴벌레가 죽기를 기다리던데, 개미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슴벌레가 더 살도록 해 줄 수 있겠지?


- 풍양면 천등마을 쪽으로 내려온다. 이곳 길도 대단히 가파르다. 도무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서는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에서 내려 끄는데, 뒤에서 밀리는 힘이 드세다. 저 앞에서 뛰노는 다람쥐를 마주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와 수레를 끈다.


- 풍양면 소재지에 닿아 가게에 들러 얼음과자를 산다. 두 아이한테 하나씩 건넨다. 다리를 쉰 뒤 집으로 달린다. 아이들은 이 더위에도 놀이터에 더 들르자고 한다. 도화면 소재지에 닿은 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놀이터에 간다. 지치지도 않는구나. 두 아이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면서도 놀이를 그치지 않는다. 저녁 여섯 시 반이 된다. 집에 가서 밥을 해서 먹여야지 하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자 말한다. “한 번 더 놀고요.” 하면서 세 번을 더 논다.


- 집으로 가는 길에 끝까지 힘을 낸다. 먼저 아이들을 씻긴다. 아이들을 씻기는 동안 다 된 밥을 차려서 먹인다. 그러고 나서 나도 씻고 빨래를 한다. 길고 긴 하루가 저문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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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21.

 : 이틀째 골짝마실 자전거



- 어제는 골짝마실에서 그치지 않고 천등산을 넘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끌며 천등산을 넘자니, 넘고 나서 등허리가 쑤시고 결리며 팔다리에 힘이 없어 아주 괴롭다. 나는 왜 자전거를 끌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멧꼭대기를 넘으려 했을까. 아무래도 아직 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해 보고 싶었겠지. 아이들이 아직 이렇게 어릴 적에 함께 멧나들이를 하면서 멧바람을 쐬어 주고 싶었겠지. 이러면서 나도 멧빛을 느끼고 싶었겠지.


- 어제 멧자락을 넘느라, 또 집까지 먼길을 돌아오느라, 자전거를 꽤 많이 몰아 목아지까지 아프고 팔힘이 붙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기에도 힘들다. 그렇지만, 날마다 새롭게 놀고 싶은 아이들은 또 골짜기에 가고 싶다. 천천히 기운을 추스른다. 서재도서관에 가서 땀을 빼며 일한다. 스스로 땀을 빼며 일하는 동안 더위를 느끼려 한다. 몸에서 더위를 느껴야 얼른 골짜기에 가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자는 생각이 들 테니까.


- 잠자리 한 마리가 수레에 앉는다. 고마워, 잠자리야.


- 골짜기로 달린다. 어제 기어를 1*2로 한 번 맞추었는데 기어가 안 풀리고 가파른 길을 잘 올라갔다. 오늘도 1단 기어를 써 보자고 생각하면서 1*3을 쓰는데, 안 풀린다. 잘 되는구나. 그동안 자전거에서 내린 뒤 걸어서 끌고 올라가던 가파른 길을 씩씩하게 올라간다. 다만, 힘이 많이 든다. 샛자전거에 앉은 사름벼리가 묻는다. “아버지, 오늘은 왜 안 내리고 타고 넘어요?” 벼리야, 묻지 말아라. 너한테 말할 겨를이 없단다. 아버지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발판을 구르는 모습을 보렴.


- 어제 천등산을 넘으며 여러 골짜기를 보았다. 이 가운데 우리 식구가 아직 안 가 본 곳으로 가 보기로 한다. 그동안 다닌 골짜기에서 삼십 미터쯤 위로 올라가는 곳인데, 여기에는 무덤이 셋 있다. 어떤 분들 무덤일까. 이곳은 이분들 땅일까. 무덤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풀을 베었다. 무덤가에 긴 걸상이 둘 있다. 걸상 앞에 자전거를 눕힌다. 이쪽에서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도 누군가 잘 다져 놓았다. 아마 이 무덤을 쓴 분들일 텐데, 이곳으로 ‘돌아가신 분한테 인사하러’ 오는 한편, 손자 손녀가 찾아올 적에 골짝마실을 하는구나 싶다. 고마우면서 즐겁게 골짝마실을 누린다. 무덤을 골짜기 한켠에 쓰는 일도 참 멋지다고 느낀다.


- 올라올 적에 가파르던 길을 내려갈 적에 싱싱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어제 하루 엄청나게 가파른 멧길을 오르내린 만큼, 이제 골짜기 오가는 비탈은 비탈이 아닌 언덕받이쯤으로 느낀다. 그렇지. 그렇구나. 자전거를 달리는 까닭을 오늘 새삼스레 돌아본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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